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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03화 (703/898)

새로운 경험

“음… 왔네….”

나는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일이 커질 거 같단 생각을….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레나의 말을 듣고 정정하기로 했다.

이미 일이 커졌다.

레나뿐만 아니라, 비올라, 시호까지 전부 식당에 소집된 상태였다.

소집한 건 강한나였지만, 그녀는 소집할 당시에 내 이름을 팔아서 일을 벌였다고 말했다.

강한나와 레나가 사이가 좋아졌다고 해도 명령식으로 말하기 위해서는 나를 끌어내는 게 현명하다나 뭐라나….

‘하긴… 그게 낫겠네.’

나는 강한나의 모르는 척하는 눈빛을 웃어넘기며 모인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제 잘 준비하는 중이었을 텐데. 불러서 미안해.”

“괜찮아요! 언제나 수호 씨가 먼저 찾아오셨잖아요.”

내 말에 먼저 반응한 건 비올라였다.

여자들이 모여들고, 내가 바쁜 탓에 신경도 못 써줘서 미안한데… 대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저번에 강한나와 시호가 왔을 때, 트러블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나도 놀라게 했을 정도였으니까.

‘매번 애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만해야겠네. 내 생각 때문에 오히려 묶여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비올라에게 미소를 지어줬다.

“비올라, 이해해줘서 고마워.”

“후후후.”

“자, 그럼 일단 이곳에 부른… 이유를 설명해줄게. 베아트리체?”

내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아 있는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힐끗 바라봤다.

아까까지 의기양양하던 베아트리체는….

“으으… 그, 그게….”

갑자기 몰린 사람들의 모습에 우물쭈물하기 시작했다.

멍석 깔리니 한마디도 못 하는 모양새가 귀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귀여움만 따져서는 진도를 나갈 수 없는 법.

강한나가 눈치를 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실은 아까 주고받은 이야기가….”

강한나는 나와 베아트리체가 나눴던 대화 내용을 말하기 시작했다.

얼핏 들으면 하찮은 주제라고 느껴질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지만….

“맞아요! 첫경험은 중요해요!”

“…저도 비올라 씨의 말에 동감합니다.”

비올라와 레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공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시호, 그런 걸로 장난치면 곤란해.”

“으으… 그, 그런 의미로 한 말은 아닌데….”

강한나는 시호를 슬며시 혼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강한나의 모습에 시호를 위로하며 말했다.

“한나 씨, 괜찮아요. 눈치 본다고 계속 딱딱한 말만 오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히히….”

시호는 내 말에 싱긋 웃으며 귀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귀가 커서 그런지 시호가 귀를 파닥거릴 때마다 내 성욕을 한껏 자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어서 불렀어.”

“어… 그냥 수호 씨가 분위기 잡아주면 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주인님의 존재 자체가 좋다면 어떤 분위기라도 천국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

안된다. 이건 내 항마력이 버티지 못하겠어….

강한나가 내 소름 돋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더니, 중재를 시작했다.

“두 사람의 말에는 저도 동감해요. 그래도… 여자의 의견을 듣고 싶은 모양인가 봐요.”

“아하!”

그렇게 대화 분위기가 제대로 잡혔다.

강한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각자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의견이라….”

모든 여자가 눈을 감고 머릿속에 뭔가 떠올리는 듯이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침묵하던 도중에 비올라가 먼저 손을 들고 입을 열었다.

“일단 각자의 첫 경험을 말해보면 어떨까요?”

“아….”

다들 각자 다양한 표정을 지으며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비올라가 활기차게 웃으며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저는 오빠에게 갇혀 지내다가 수호 씨를 만나서….”

비올라는 벙커 궁전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방안에서 첫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술술 읊었다.

비올라의 첫 경험은 어떤 의미에서 정석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로의 분위기를 이끌어서 한 것이니까.

“후후… 분위기에 취해서 아픈 줄도 몰랐어요. 다음 날 엄청 아팠지만요!”

“그럼… 이번에는 제가….”

다음 차례는 레나였다.

레나와의 첫 경험은 자는 도중에 갑자기 난입한 내 이야기였다.

정신적으로 벼랑 끝까지 몰렸던 레나.

그런 레나의 침실에 몰래 잠입해서 사랑을 속삭였다는 나.

내 입장에서는 그냥 불한당 행동을 했을 뿐인데, 레나의 입을 통해 나온 건 로맨스가 가미된 연인의 스토리였다.

“저는 그렇게 몰래 들어오신 주인님과 첫 경험을 했습니다.”

“와… 나도 그건 부럽네.”

시호는 레나의 말에 귀를 파닥거리며 흥미롭게 반응했다.

‘확실히 시호가 분위기 메이커 기질이 있네.’

강한나가 진지한 분위기를 이끄는 여자라면 시호는 여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자리의 분위기 메이커 같은 존재였다.

그다음은 시호였다.

“나는 우연히 몸에 들어갔던 여자의 몸으로….”

그렇게 시호의 첫경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멍하니 아무도 없는 정면을 바라봤다.

‘그런데… 나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첫경험 주제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여자들 사이에 낀 남자.

심지어 그 첫경험의 대상이 전부 나였다.

다들 첫경험 이야기를 읊을 때마다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시호의 첫경험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렇게 영혼 상태에서 했지! 히히히… 빙의했을 때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어!”

다른 여자에게 빙의 상태로 한 것과 영혼끼리 만나서 한 것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한 탓이었다.

“우와… 영혼 상태에서 한 건 느낌이 다른가요?”

“응, 확실히 달라! 그런데 무게감이 없어서 집중은 잘 되는데, 막상 이렇게 하다 보면 또 진짜 몸으로 해보고 싶기도 해.”

“하긴… 똑같은 건 지루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여자들의 수다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용히 이 상황을 관망하는 사람이 있었다.

“….”

강한나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수다가 이어지다가 다들 강한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한나 씨는 어떠셨어요?”

“…흠.”

강한나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 이야기는 별로 재미없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뒤, 나와 있었던 첫경험을 읊기 시작했다.

적개심이 한껏 담긴 경계심으로 나와 만난 강한나, 그리고 이어지는 흥분, 그리고 절제하지 못하는 자기 몸과 쾌락에 굴복한 자신의 감정.

상황보다는 감정에 충실한 설명이었다.

강한나는 자신의 첫 경험을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뭐지? 그때 싫어했었나?’

최면을 좀 가미해서 꼬시긴 했지만, 그래도 과정과 결과는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강한나가 쓰게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 지었다.

“그래서 흥분을 절제하지 못한 채 짐승처럼 하게 됐죠.”

강한나의 말에 비올라가….

“와….”

마치 로맨스 영화에 푹 빠진 모습으로 감탄사를 흘렸다.

“진짜 좋았겠네요!”

“…네?”

강한나가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비올라의 말을 아마 조롱으로 들어버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비올라의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저는 모르는 게 많아서 수호 씨가 언제나 배려해주시거든요. 그런데… 한나 씨는 성숙해서 수호 씨도 흥분한 거 같아요.”

“아….”

생각해보면 비올라와 할 때는 언제나 분위기를 잡고 하는 편이었다.

아니, 언제나 그래왔다.

워낙 아이 같은 느낌이 강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에 비해서 강한나랑 할 때는 그녀를 망가뜨리겠다는 파괴욕이 샘솟았다.

따지고 보면 비올라의 말처럼 강한나가 그만큼 내 파괴욕을 버텨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린 탓이었다.

강한나는 비올라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뒤, 쓰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올라 씨의 경험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후후… 저는 한나 씨의 첫경험이 오히려 더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몸이 반응해서 수호 씨를 좋아하게 된 거잖아요!”

“흐음….”

“거기다 저는 당시에 안전한 곳에서 경험했다 보니 한나 씨가 부러운걸요.”

...안전한 곳?

비올라… 나, 네 오빠에게 천 번 썰려서 돈가스 될 뻔했는데….

비록 첫경험 때는 불안한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결과적으로 2초… 아니, 1초만 늦었어도 나는 진짜 죽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오금이 달달 떨리는데….

내가 과거를 회상하며 몸이 오소소 떨며 강한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흐음….”

강한나는 비올라의 말을 듣고, 홍조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입을 천천히 열었다.

“매번 타인이랑 비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또 짧게 생각했네요.”

강한나가 아까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비올라나 레나, 시호는 서로의 호감을 끌어내서 서로 좋아한 다음 첫경험을 치렀다.

그에 비해서 강한나와 관계는 불신으로 시작해서 서로 육체적인 관계를 통해 불신이 지워지기도 전에 억지로 애정을 쑤셔 넣은 케이스였다.

통제하지 못한 자기 모습이 부끄러운 것이다.

강한나는 홍조와 함께 내 눈치를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혹시라도 말씀드리는데, 그 당시에 당신이랑 했던 게 싫었다는 게 아니에요. 다만… 제, 자신이 부끄러웠을 뿐이죠.”

“하하….”

그렇게 분위기가 환기되고 나서 모든 사람의 시선이 베아트리체에게 쏠렸다.

“그래서 어떤 게 좋나요? 베아베아체?”

“그… 그게… 잘 모르겠다냥.”

역시나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시호가 장난스럽게 한숨을 쉬며 베아트리체를 놀리기 시작했다.

“너 꿈속에서 엄청 많이 경험했다며? 그런데 왜 그렇게 쑥스러워해?”

“그… 그게… 모, 모르겠다냥!”

“애네. 애야~”

…애가 애를 놀리니까 좋니?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깊숙이 삼켰다.

그렇게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서 의미가 없어지는 건가 싶은 순간이었다.

강한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특단의 조치를 취하죠.”

“???”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받은 강한나가 선포하듯 입을 열었다.

“전부 다 경험시켜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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