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02화 (702/898)

새로운 경험

집무실 안에서 흐느끼는 나와….

“흐어어엉… 아르모니아… 내 기억을 지워줘….”

그런 나를 보며 무표정으로 대답하는 아르모니아.

“그런 일에 에넬을 쓰는 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이 얼마나 매정한 말인가?

‘추천하지 않는다.’가 아닌, 무려 ‘허락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내 머릿속에 담겨 있는 이 지옥의 황천 오믈렛 같은 기억은 평생 남을 것이다.

매정하다 못해 냉정한 아르모니아의 처사에 나는 흐느꼈다.

“흐어어어…. 죽고 싶어….”

“피곤하신 것은 알겠지만, 보고 후에 주무셨으면 합니다.”

“…너무해.”

내 자살 충동이 담긴 메시지를 한낱 피로 수신호로 알아듣다니….

‘…졸리긴 하네.’

한창 자야 할 시간에 복귀를 한 셈이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자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자게 되면 분명 그 악마에게 산 제물을 헌납하는 끔찍한 장면이 꿈에 나타날 것 같았다.

아르모니아는 그런 나의 상처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단 조디악으로부터 받은 에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에 받은 에넬은….”

기대된다. 이번에는 꽤 실적이 좋은 거 같았으니까.

그리고 그 기대는 배반하지 않았다.

“150만입니다.”

“오오오!”

“이로써 저희 수중에 총 345만 에넬이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함선 경유하지 않고, 원하는 장소로 단번에 워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예!”

드디어 원하던 워프 기능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아르모니아는 내 반응을 보고는 바로 에넬을 사용해서 그 기능을 활성화했다.

다음부터 이동할 때는 쓸데없이 워프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하지만 에넬에 관한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디악 측에서 에넬을 지급하면서 부탁을 하나 건네왔습니다.”

“부탁?”

“실적에 따라 지급한 것이긴 하지만, 워프 능력을 위해 제가 부탁을 섞어서 좀 더 높게 쳐준 것 같습니다.”

“아하….”

그냥 더 주기에는 그러니까, 부탁 하나를 걸고 좀 더 줬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부탁인데?”

“저번과 같은 단기 임무를 하나 맡아줬으면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히려 우리야 환영인데?”

단기 임무는 상황에 따라서 에넬 지급량이 들쑥날쑥하지만, 한번 제대로 터트리면 엄청난 에넬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만큼 위험한 임무 위주로 건네줄 수도 있습니다.”

“하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고…. 두 번째도 쉽게 풀린다는 보장은 없지.”

“일단 바로 할 필요는 없다고 답이 왔습니다.”

“오케이.”

장기 임무 두세 번 정도 거치는 동안 단기 임무 리스트를 확인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다음은 능력이었다.

이번 슈트라에서는 크게 싸울 일도 없고, 능력을 남발할 일이 없었다.

즉, 능력치가 오를만한 건덕지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의외로 예상치 못한 기질의 레벨이 올라 있었다.

그건 바로….

“[영혼 교감] 레벨이 3 올랐습니다.”

영혼의 호감도를 올리는 데에 도움이 되는 스킬이었다.

“위르겐, 노라랑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가 보네.”

플러스로 클라우디아랑 노닥거린 탓도 있을 수 있고….

그 외에 자주 쓰지 않는 속성의 레벨도 올라 있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수속성과 풍속성 마법.

“청결 마법 써서 그런가 보네.”

그렇게 이번 슈트라로 인해 올라간 스킬들은….

-[영혼 교감] 5 > 8-

-[수속성] 3 > 7-

-[풍속성] 5 > 8-

세 가지였다.

“흠… 저번에 레벨을 올려놓은 스킬들은 요지부동이네.”

내가 말하는 것들은 내 주력 스킬인 마법력이나 궁술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재능의 영역입니다.”

“심지어 자주 사용하지도 않으니까.”

거기다 저번처럼 반역을 진압하거나, 포츠 백작령을 침입하는 것처럼 과격한 사건도 없었다.

이번 슈트라는 루이스의 발작만 빼면 일이 잘 풀려서 능력을 쓸 만한 상황이 없었으니까.

“이걸로 보고는 끝났습니다. 쉬셔도 괜찮습니다.”

“….”

위로해줘….

내 애원이 담긴 눈에도 아르모니아는 매정한 눈으로 내 집무실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차, 찾았다냥!”

“베아트리체?”

베아트리체가 열린 문으로 우리를 보며 다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랄까… 굉장히 위험한 일이 생긴 것처럼 오두방정을 떨고 있었다.

나는 좋지 않은 사태가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하며 물었다.

“베아트리체. 무슨 일 있어?”

“이, 있다냥!”

딱 봐도 큰 사건처럼 느껴지는 다급함이었다.

나와 아르모니아는 서로 바라보며 진지한 눈을 하고, 베아트리체를 향해 물었다.

“무슨 일인데? 혹시 누가 싸웠어?”

“그… 그런 건 아니고….”

베아트리체는 갑자기 우물쭈물하더니, 아르모니아의 눈치를 보고는 외쳤다.

“나 처녀 먹어주라냥!”

“….”

…이건 또 뭔 상황이야?

나뿐만 아니라, 아르모니아도 당황(무표정이었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짐)하게 만든 베아트리체의 발언.

도대체 베아트리체는 왜 갑자기 저런 생뚱맞은 말을 한 걸까?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는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알아야만 했다.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한 거야?”

“그게 시호가….”

시호와 베아트리체는 함선에서 처음으로 트러블을 일으켰던 멤버들이었다.

텃세는 외부에서 보면 시시한 트러블 같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내 중재로 인해서 화해하게 됐다.

문제는 강요에 의한 화해이다 보니 두 사람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날 때마다 투덕거림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베아트리체가 내게 온 것도 그것에 대한 연장선이었다.

“나… 나만 처녀라면서 놀렸다냥!”

“….”

시시해서 섹스하고 싶어졌다.

뭐, 시시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게 섹스이다만….

옆에 대기하고 있던 아르모니아가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보고를 마쳤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니, 잠깐….”

아르모니아는 내 부름에도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여기에 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제는 심오하지만, 싸우는 모양새가 애들 싸움이니 끼고 싶지 않겠지….

‘일단 내 집무실에 여자를 들이면 안 되니까. 장소를 이동하자.’

나는 툴툴거리는 베아트리체를 이끌고 식당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내내 툴툴거리는 베아트리체.

“꿈속에서 이미 했다고 말했는데… 자꾸 처녀라고 놀린다냥!”

“그게 오히려 대단한 건데….”

침몽.

VR의 상위 호환… 아니, 최고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베아트리체의 능력.

VR은 신경 신호를 옮겨서 간접 체험으로 거짓 경험을 새겨주는 것이다.

그에 비해서 침몽은 진짜 체험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신체에 어떠한 변형도 주지 않는다.

그게 핵심이다.

꿈에서 하면 영원히 처녀를 간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베아트리체는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서… 설마 나랑 현실에서는 하기 싫은 거냐냥? 내 몸에서 냄새나거나….”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냄새야 나겠지.

베아트리체가 지닌 체향.

그런데 애초에 그건 오히려 남자를 이끄는 향이고…

나는 일단 베아트리체를 진정시킨 뒤, 제대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혹시 꿈속에서 하는 게 아쉬웠어?”

“아… 그건 아니다냥. 다만… 다들 했는데, 나만 꿈속에서 하니까….”

이걸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냥 다른 사람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싫다는 것이었다.

베아트리체는 거의 평생을 외톨이로 지낸 과거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동떨어진 느낌을 불안하게 느끼는 경향이 컸을 것이다.

‘시호의 깐족거림도 한몫했겠고….’

내가 침묵하며 고민하자, 베아트리체가 배시시 웃으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기대된다냥! 꿈에서 하는 것보다 좋겠지냥?”

“….”

서서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베아트리체는 진짜 경험에 엄청난 기대감을 갖는 듯 보였다.

그야 침몽을 통해서 하는 것과 현실에서 하는 것과 다른 건 존재한다.

불편함과 불안함.

현실에서 섹스하는 건 주변 조건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과 누군가의 시선이 닿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포함된다.

겉으로 보면 단점처럼 여겨지겠지만, 한편으로 장점이기도 했다.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쓰다 보니 더 기대감이 오르고, 불편함은 한편으로 스릴을 느끼게 해주는 성욕의 기초 시발점이기도 하다.

즉, 내 생각대로라면 베아트리체가 현실에서 섹스하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기대감이 큰데….’

이대로 침대로 직행해서 섹스를 해봤자, 평소 침몽에서 느끼는 감정 그대로일 것이다.

기대감에 상응하는 조건을 넣어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내가 그렇게 기대감에 한껏 부푼 베아트리체를 보며 고민하는 중에 누군가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응?”

이제 막 워프실 정리를 마치고 돌아온 강한나였다.

“아, 한나 씨.”

“여기서 뭐 하세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다들 슬슬 취침 준비를 하는 이 시간에 강한나는 무슨 용무로 여기에 들른 것일까?

“자기 전에 따뜻한 우유나 한 잔 마실까 하고 들른 것뿐이에요.”

“아하… 우유라….”

우유라….

우유….

내가 강한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강한나가 미소를 머금은 입술을 떼어내며 향긋한 목소리를 냈다.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죽일 거예요.”

“…안 해요.”

그냥 우유 하나 생각했을 뿐인데, 너무 반응이 과하네.

…이상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강한나는 나와 베아트리체의 모습을 보며 우유를 마시겠다는 목적을 버린 듯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오밤중에 두 분이 여기서 뭐 하세요?”

“아… 상담해주고 있었어요.”

“무슨 상담인데요?”

“음… 그게….”

말하기 곤란하다.

베아트리체가 첫경험을 하고 싶다고 상담했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런데 예상외로 베아트리체가 해맑게 웃으며 내 팔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섹스하고 싶다냥!”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강한나가 내게 해명해달라는 듯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나는 어쩔 수 없이 강한나에게 베아트리체와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황홀한 첫경험을 체험하고 싶다는 베아트리체의 꿈을….

그 말을 전부 들은 강한나가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제가 나중에 시호한테 한 소리 해줄게요.”

“아니에요. 투덕거린다는 건 서로 사이가 좋다는 증거니까 그냥 놔두세요.”

“누가 사이가 좋다냥!!”

“….”

일단 시호 문제는 전에 해결한 것을 기점으로 외부에서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것에 내 생각이었다.

강한나는 베아트리체의 반응에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 대화를 걸기 시작했다.

“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솔직히 제가 당신의 능력을 지녔다면 오히려 좋았을 거 같은데.”

“어… 설마 나랑 한 거 후회해요?”

“무슨 소리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강한나가 볼을 긁적이며 얼굴을 붉혔다.

“나도 처음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상태로 식을 마치고, 오붓한 장소에서 하고 싶었다는 말이에요.”

“….”

강한나… 의외로 순정파였구만.

강한나가 그렇게 쑥스러운 표정으로 시선 회피를 하자, 베아트리체가 방방 뛰며 웃기 시작했다.

“나도!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냥!”

강한나는 베아트리체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그런 기대감이 있는 게 정상이죠.”

“기대감이라고 할게….”

“씁! 조용히 하세요. 여자들만 공감하는 이야기에요.”

“….”

강한나는 자신의 옛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베아트리체에게 몰입하는 듯 보였다.

강한나는 베아트리체에게 정식으로 묻기 시작했다.

“원하시는 그런 상황이 있으신 건가요?”

“끄응… 그, 그런 건 없다냥….”

“하긴….”

애초에 오늘 내게 달려온 것도 시호에게 발끈한 무계획으로 달려온 것 같았으니까.

뭔가 생각해놨다고 해도 추상적인 것을 드러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베아트리체는 침몽으로 섹스할 때도 상상력이 좀 부족해서 그런지 그냥 어두운 공간에 침대 위에서 즐기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렇게 베아트리체를 흐뭇하게 보던 강한나가 손뼉을 가볍게 치며 말했다.

“혼자 끙끙 앓아봤자 의미가 없겠네요.”

강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다른 분들도 불러서 조언을 구해보죠.”

…일이 점점 커지는 듯한 건 착각일까나?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