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700화 (700/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카린은 루이스를 방에 들이자마자 앉기도 전에 그를 매섭게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이렇게 된 거야?”

“아….”

루이스는 카린의 질타를 듣자마자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년한테는 말하지 않았었지.’

루이스는 칼과 같이 성수호와 루나의 방에 쳐들어간 후부터 카린과 일절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싫었다기보다는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의 카린의 매서운 표정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년도 그 사실은 모르나 보네.’

루이스는 루나와 성수호가 같은 방에 있던 장면을 떠올리자, 기운이 쫙 빠지기 시작했다.

축 늘어진 루이스의 모습을 본 카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입을 열었다.

“말하기 싫으면 지금 나가주지 않을래? 네 표정을 보니까 나도 슬슬 짜증이 밀려 들어오니까.”

“뭐…?”

루이스는 카린의 말에 속으로 분노가 들끓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노도 잠시였다.

‘이 년이 이렇게 신경 날카롭게 구는 경우는 못 봤는데….’

카린은 루이스를 대할 때 무시와 괄시, 비웃음과 조롱이라는 카테고리를 크게 넘기지 않았다.

거기다 평소에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던 카린이다.

루이스는 그런 카린이 짜증 내는 모습을 두 번째로 본 것이었다.

첫 번째는… 성수호가 소냐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그럼 이번에는 뭣 때문에 저러는 걸까?

“뭔데? 갑자기 왜 짜증을….”

“짜증… 하아….”

루이스의 말에 카린은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억지로 무표정으로 굳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린의 차분한 수풀 같은 무표정에는 짜증이라는 안개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숨길 수 없는 짜증.

그 정체는….

“너… 분명 전에 말했지? 루나 슈타트펠트와 이어주게 도와주면 나랑 성수호 씨를 이어주게 만든다고….”

“하아… 너 설마….”

카린이 내보내는 짜증의 정체… 그것은….

“슈트라로 향하는 동안에 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기본적인 루나 슈타트펠트랑 성수호 씨를 떼어내는 것도 못 했어.”

루나가 성수호와 계속 붙어 있는 탓이었다.

그리고 그 탓의 원흉을 루이스로 콕 집어 말한 것이었다.

루이스는 억울함을 넘어선 짜증으로 카린에게 말했다.

“아니, 씨… 그게 내 탓이라고?”

최근 속으로 욕을 자주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카린은 그런 루이스의 말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그럼 네 탓이 아냐? 마차로 오는 내내 어떻게 한번을 떼어내지를 못하는 건데?”

현재 상황을 빌미로 짜증을 낼 뿐이었다.

히스테리.

루이스는 카린이 가지고 있는 히스테리를 그저 괄시와 무시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하지만 지금 카린의 태도를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미친년이…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성격이 바뀐 건가?’

그동안 카린을 싫어하면서도 인정했던 것이 루이스였다.

그렇게 인정하던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루이스는 분노와 더불어서 속에 퍼져나오는 좌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아… 씨발….’

카린의 바뀐 태도는 루이스의 본능에 절망감이라는 낙인을 하나 더 새겨버렸다.

그렇게 루이스가 힘없이 테이블에 앉자, 카린이 한숨을 쉬면서 갑자기 짐에서 무언가 꺼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몇 가지 짐을 골라서 꺼내고는 갑자기 분주하게 무언가 하기 시작했다.

짐을 푸는 것뿐만 아니라, 여관 직원을 불러서 무언가 주문하기도 했다.

루이스는 갑자기 몰려온 상실감에 멍하니 카린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렇게 여관 직원에게 열기가 느껴지는 주전자를 받은 카린은 찻잔에 뜨거운 물을 조심스럽게 붓고는 루이스 앞에 놓았다.

“자. 이거나 마시고 정신 차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였다.

루이스의 시선은 찻잔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카린이 직접 타다 준 차?

서로의 어깨에 붙어 있는 먼지를 털어내는 것조차 혐오하는 게 카린이었다.

“이건… 뭔데?”

그런 그녀가….

“포츠 백작령… 아니, 로투스(포츠 백작령의 도시명)에 들렀을 때, 구입한 차야.”

“그…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카린은 루이스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턱선을 보여주며 말을 흘렸다.

“너나 나나 원하는 게 있는 처지잖아. 너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을 뿐이야.”

“하하….”

루이스는 생전 처음으로 카린을 보고 진짜 미소를 흘릴 수 있었다.

마음에 들어찬 앙금까지 지울 수는 없었지만, 한편으로 마음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루이스는 찻잔을 슬며시 들어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코로 천천히 흡입했다.

콧속으로 느껴지는 감미로운 향기.

하지만 한편으로 의아했다.

“이거 무슨 차야?”

사실 루이스는 차에 큰 관심이 없었다.

후식으로 차가 나오면 대부분 웨이터나 시종들이 알려주지만, 딱히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관심이 생겼다.

다른 것도 아니고 카린이 직접 타준 차 아닌가?

하지만 카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충 대답했다.

“나도 그냥 향이 마음에 들어서 산 거야.”

“그럼 너도 마시지?”

“나? 됐어. 딱히 너랑 마주 앉아서 차 마시고 싶지 않으니까.”

“…하아. 그래.”

루이스는 카린의 말에 실소를 퍼트리며 찻잔을 들어서 향을 다시 느꼈다.

다시 느껴본 향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향이었다.

아니, 맡다 보니 오히려 더 맡고 싶은 충동심이 드는 향이었다.

그렇게 향을 맡던 루이스는 카린이 타다 준 차를….

후루룩….

입술 안에 넣어서 천천히 위 속으로 넣기 시작했다.

온도도 알맞아서 마시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게 루이스가 카린의 눈치를 보며 차를 전부 마시자, 카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다시 진행했다.

“속이 좀 풀렸어?”

“그래… 고맙다.”

“좋아, 그럼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 내가 봤을 때, 애초에 네가 주도권을 쥔 것부터 문제가 있는 거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주도권이라는 단어는 루이스에게 민감한 단어였다.

카린과 가문 후계자의 위치를 두고 경쟁을 벌이던 루이스였다.

의미를 알기 전에 민감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카린은 그런 루이스의 모습에 짜증이 한 꼬집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이상한 오해하지 마. 내가 말하는 건 네가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일을 해결하는 게 좋지 않다는 의미니까.”

“아….”

루이스가 카린의 말을 이해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루이스도 카린의 말을 인정했다.

‘루나는 지금 나랑 만나주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루이스의 생각대로 이대로는 오히려 성수호와 루나의 관계가 더 확고해질 뿐이었다.

카린은 루이스가 이해한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해해서 다행이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내가 주도적으로 성수호 씨의 마음을 얻는 게 더 낫지 않겠어?”

“하긴….”

루이스가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카린이 접근하는 쪽이 훨씬 유리할 것이다.

성수호는 분명 카린을 마음에 들어 하고 있으니까.

“그래… 그게 좋을 거 같네.”

“좋아. 그럼 내일부터는 내가 접근하도록 할게.”

루이스는 뒷방 노인네 취급을 받는 게 내심 서러웠지만, 한편으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머리가 비상한 년… 아니, 여자니까 계획은 잘 짜겠지.’

루이스가 그렇게 안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똑, 똑, 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카린이 문을 향해 외쳤다.

“누구시죠?”

(저예요. 성수호.)

“!?”

카린이 놀란 표정으로 루이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루이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카린처럼 놀란 표정을 지은 건 아니었다.

성수호가 온 게 뭐 그리 놀랄 일이라고….

하지만 카린은 아니었다.

카린은 문을 향해 외친 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루이스를 의자에서 일으켜 세워서는 그를 이끌고 방구석으로 향했다.

“뭐, 뭐야?”

“쉿! 조용히 해.”

카린은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옷장을 열고는 루이스를 안에 구겨 넣듯 밀었다.

“자, 잠깐… 뭐, 뭐 하는 건데?”

“당연히 숨기는 거지.”

“도대체 내가 왜 숨어야….”

“그럼 이 기회를 놓치라고?”

“무슨 기회? 성수호가 온 게 뭔 대수라고….”

“그럼, 성수호 씨가 나랑 너랑 있는 모습을 보면 웃으면서 같이 차나 마시자고 제안하겠어?”

“….”

루이스는 카린의 논리에 반박할 수 없었다.

입장을 바꾸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루나의 방에 찾아갔더니, 성수호가 떡하니 같이 차를 마시고 있다?

바로 머릿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다.

“여기서 조용히 있어. 알았지?”

“하아… 알았어.”

루이스는 조금 전에 카린이 계획을 주도하는 것에 동의한 상태였다.

카린의 말대로 따라주는 게 자신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루이스의 수긍과 함께 카린이 문을 닫고, 바로 방문으로 다급하게 이동하는 소리를 냈다.

‘흥….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저렇게 바뀐다고?’

루이스는 카린의 모습을 못마땅해하면서 조용히 숨죽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성수호의 목소리가 옷장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카린. 시간 괜찮아요?)

(네. 들어오세요.)

카린은 흐뭇한 미소와 함께 얕은 웃음소리를 내며 성수호를 안으로 들였다.

(어? 차 마시고 있었어요?)

(네. 레빈 바깥은 처음이라… 긴장돼서요.)

카린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린의 흐트러짐은 거짓말로 인해 나오지 않았다.

바로….

(하읏… 지금은….)

성수호의 스킨십에 의해서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신음을 내뱉는 카린의 모습에 오히려 흥분하듯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제가 진정시켜드릴 테니까 얌전히 계세요.)

(하아… 하아… 저… 아직 씻지 않아서….)

(그게 더 좋은 거 모르세요?)

루이스는 성수호의 능청스러운 목소리에 손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씨발… 하층민답게 여자에게 환장하는군.’

하지만 루이스는 그렇게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천천히 옷장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눈동자에 담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카린의 몸에서 살짝 떨어진 뒤,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치마 들어 올려 보세요. 오늘은 어떤 속옷인지 구경 좀 하게.)

루이스는 성수호의 말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그런 취급을 해도 되는 여자가 아냐!!’

하지만 루이스의 퍼져나가는 분노도 옷장 바깥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루이스의 분노는 루이스와 마찬가지로 옷장에 갇혀서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그리고 옷장 밖에서는….

(후후… 봐주세요.)

카린이 루이스가 있다는 것도 까먹었다는 듯이 매혹적인 웃음소리를 흘렸다.

루이스는 옷장 사이 틈을 통해 그 장면을 관찰했다.

루이스가 보이는 건 카린의 뒤태뿐이었다.

하지만 카린의 뒷모습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카린이 성수호의 앞에서 화려한 붉은 색 드레스 치마를 들어 올려서 속옷을 자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크으… 진짜 언제나 봐도 예술이네요. 카이 공작님께서 딸 하나는 잘 낳으셨네요.)

‘이 개자식이! 아버지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루이스의 입장에서 카이 공작은 성수호에게 나름 호의를 베풀었다고 보였다.

공작가 저택에 지내는 것을 허락하고, 대접을 해줬으니까.

하지만 성수호는 딱히 그게 엄청난 대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렇게 루이스의 분노는 또 옷장을 누비다가 다시 그의 심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의 분노가 마치 심장과 뇌를 조종하듯 그를 더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카아… 카으윽… 하아악….’

지금까지 느꼈던 흥분들과 다른 감정.

루이스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리며 옷장 틈을 유심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틈에 있던 두 사람은….

(카린. 오늘은 보지 쪽을 사용하고 싶으니까. 속옷 벗어보세요.)

(…네.)

루이스의 사정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수호와 카린의 관계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카으윽… 하아악… 성수호… 크으윽!’

루이스는 몽롱한 눈빛으로 숨을 참으로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관음하기 시작했다.

..

..

루이스는 진흙으로 질퍽한 마을을 거닐면서 흐느꼈다.

“흐히히… 이게… 이게 뭐야….”

카린과 성수호가 관계를 가졌다.

성수호가 카린의 방에 들어온 순간 예상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히하하하하… 씨발… 이게 뭐냐고….”

루이스는 평생 느껴본 적이 없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성수호와 관계를 하는 카린의 교성을 떠올렸다.

(하으으읏! 좋아! 더… 더 때려줘요!)

찰싹!

(하으으읏!! 더… 더 쎄게!!)

카린은 성수호에게 엉덩이를 처맞으면서도 쾌락에 젖은 듯한 교성을 내뱉었다.

진짜 성노예였다.

그렇게 카린을 매도하던 성수호는 잠시 분위기 환기를 위해 화장실을 향했다.

그리고 그사이에….

(지금이 기회야! 빨리 나가!)

카린이 정신을 못 차리는 루이스를 옷장에서 빼낸 다음 밖으로 쫓아낸 것이었다.

(크흐흐… 뭐야… 하던 거나… 흐흐흐… 마저 하지…?)

(뭔 헛소리야! 지금이 기회야!)

(기… 기회…?)

(그래! 성수호 씨가 여기 있다는 건 루나 슈타트펠트 옆에 아무도 없다는 이야기잖아! 빨리 가서 대화라도 나눠봐! 여관 밖에서 산책하는 거 같으니까 빨리!)

(그…… 그래… 루나… 루나를… 찾아서….)

전에 성수호와 카린의 섹스를 보며 내성을 쌓아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크흐흐흐… 좀 더… 봐도 되지 않나? 매 맞기 좋아하는 년… 크흐흐흐….”

루이스가 헛소리를 내뱉으며 횡설수설할 뿐이었다.

그가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이유….

“최고야… 씨발… 성수호… 존나 대단한 새끼…. 크흐흐흐….”

루이스는 처음 느껴보는 좌절이라는 껍데기를 뚫고 나는 쾌락을 느끼며 길거리를 배회했다.

그리고 단 한 사람을 찾았다.

“루나… 나도… 그 녀석처럼… 해줄 수 있어… 크흐흐흐….”

루나가 산책하고 있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몽롱한 정신으로 그녀는 찾아다닐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나타난 건….

“어머!? 여긴 무슨 일이야?”

루나였다. 분명 루나였지만….

“루… 루나…?”

평소보다 덩치가 큰 루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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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쓰다보니 어느덧 700화가 되었습니다!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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