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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97화 (697/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루이스는 달빛의 환대를 받으며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었다.

“루… 루… 루나…?”

전에 뺨을 맞았을 때와 다르게 그녀의 이름을 온전히 입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느껴진 충격이 그때와 비교해서 충격이 약하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큰 충격에 현실성이 없어진 나머지 그의 입이 그의 뜻대로 움직여준 것일 뿐이었다.

“루… 루나… 루나… 왜, 왜 여기에…?”

이곳에 루나가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녀가 성수호와 같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이유를… 꼭 말해줘야 할까?”

“그… 그게 무슨….”

루나가 싸늘하다 못해 얼어붙은 눈동자가 현실이라는 잔혹한 냉기를 퍼트리며 루이스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육체는 얼리지 못 했어도 정신은 얼릴 수 있을 것 같은 루나의 시선.

하지만 루이스의 정신은 루나의 한기에 얼어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용광로의 쇳물처럼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호 씨… 망토 또 더럽혀서 미안해요.”

“하하… 나야말로 망토를 쓰게 만들어서 미안해.”

루나는 지금 성수호의 망토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알몸 상태로….

루나의 다리가 루이스의 눈을 사로잡았다.

루나의 다리는 그저 생기가 있다는 것을 넘어서서 달빛을 비추는 거울처럼 반들반들했다.

드레스가 어울리지 않던 어린 시절에는 간혹 루나의 다리를 본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기억뿐이었다.

그것을 떠올리면 흥분한 적 따위는 없었다.

그냥 다리다.

분명 다리일 뿐이지만….

“하아, 하아… 루나… 루나….”

루나의 아름다운 각선미는 루이스의 상상력을 강제로 개화시켰다.

그녀의 살결을 보며 망토 안을 상상하며 흥분하는 루이스.

평생 본 적 없던 루나의 알몸은 루이스의 상상력이 퍼즐처럼 강제로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루이스의 퍼즐은….

“하아… 아무리 네가 루나의 소꿉친구라고 해도 이런 개짓거리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냐?”

성수호의 질타로 산산이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성수호의 저속한 어휘력에도 불구하고, 루나는….

“수, 수호 씨… 참아주세요. 제가 먼저 나왔어야 했는데….”

거리낌 없이 성수호를 껴안으며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루나의 사과는 오히려 성수호를 흥분시켰다.

“루나. 친구라고 해도 예의라는 게 있어. 이럴 때는 좀 따끔하게 말해줘야 한다니까?”

“으으….”

백작. 그것도 국왕으로부터 영지를 하사받고 자신의 영토를 가진 루나 슈타트펠트 백작.

그녀가….

“죄, 죄송해요. 제가 해결할 테니까….”

성수호의 흥분에 안절부절못하며 그를 껴안았다.

‘이… 이건 아냐… 뭔가….’

루이스가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이, 옆에 있던 칼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성수호 학생, 루나… 백작님.”

사과에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거기다 칼은 처음부터 루이스의 행동을 계속 제지하려고 노력한 전적이 있었다.

그런 칼의 태도는….

“칼… 그렇게 사과하지 않으셔도 돼요.”

“네, 맞아요. 무슨 사정이 있으신 거 같은데….”

루나와 성수호의 용서로 이어질 수 있었다.

칼은 두 사람에게 시선을 제대로 주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일단 나가겠습니다. 두 분께 저지른 결례는… 내일 만나서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칼은 두 사람의 분위기를 위해 빨리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빨리 루이스 학생을 데리고 나가서….’

하지만 그의 판단은 한 사람에 의해서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루나! 도대체 왜 저런 새끼랑!!! 왜!!!”

“루이스 학생!”

조용했던 루이스가 폭발했다.

칼이 루이스를 잡으려는 순간, 루이스가 발광하며 루나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루이스를 놓친 칼은 그의 뒤를 쫓으려다가 순간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몸은 전부 가렸다고 해도 망토만 걸친 루나의 몸을 보는 게 실례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 이대로는…!’

더 큰 사건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칼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루이스를 제지하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야… 제정신이냐?”

“으으윽….”

성수호가 루나의 앞을 막으며 루이스를 막아낸 것이었다.

아까까지 흥분한 사람이 맞나 싶은 루이스는….

“너… 너… 성수호 너… 이 새끼가…!”

성수호를 노려보며 땀을 삐질삐질 흘릴 뿐이었다.

‘다, 다행이다. 더 큰 일이 일어날 뻔했는데… 성수호 학생이 막아서 다행이야.’

칼은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급하게 루이스의 팔목을 잡고 뒤로 끌기 시작했다.

“루이스 학생! 그만 해요!”

“놔! 놓으라고! 루나! 왜! 왜 이런 새끼랑!!!”

루이스는 성수호라는 거대한 벽 뒤에 숨은 루나를 향해 울부짖었다.

그냥 과하게 울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정말 울부짖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목소리를 놓아 터트렸다.

“루나!!! 말해줘!! 왜!!! 왜 그런 새끼랑!!! 왜!!!”

루이스는 성수호라는 벽과 칼의 제지로 점점 뒤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건이 엉성하게 마무리되나 싶은 순간이었다.

성수호의 뒤에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아하니까.”

“…뭐?”

루나의 말에 칼은 루이스를 제지하던 손을 잡은 채 멈춰 섰다.

그리고 루이스가 멈춰서 성수호를 바라보자, 성수호의 옆으로 루나가 한걸음 나와서 자세를 잡았다.

마치 지상에 내려온 여신과 같은 분위기였다.

루나는 남자의 눈을 빼앗을 정도로 강렬한 분위기를 풍기며 미소를 지었다.

“좋아하니까라고 했어.”

“무… 무슨 소리야… 누구를 좋아해…?”

현실 부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루이스의 현실 부정은….

“나… 수호 씨를 좋아해. 아니….”

루나의 말에 의해서….

“사랑해. 평생 수호 씨랑 같이 있고 싶어….”

산산이 부서지며 모래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눈물에 쓸려서 거의 반파된 상태였다.

루이스는 자신의 부서져 내리는 현실 부정이 남아있는 순간까지 계속 부정의 말을 흘렸다.

“아냐… 루나… 아니잖아… 그런 평민을 네가 좋아할 리가 없잖아.”

“…루이스.”

루나는 루이스를 동정해서 그의 이름을 부른 게 아니었다.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분노를 참기 힘들어서 그의 이름에 담아서 조금이라도 인내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유일하게 그 사실을 모르는 루이스는 계속 루나를 부르며 흐느꼈다.

“아니잖아…? 그런 녀석을… 왜? 루나, 네가 그런 녀석을 좋아할 리가 없잖아!!!”

루이스는 마지막으로 무너져 내리는 현실 부정이라는 모래를 마지막으로 움켜쥐며 칼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악했다.

“루나!!!”

“루이스 학생!! 그만 하세요!”

칼은 아까 같은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루이스의 손목을 잡아냈다.

하지만 루이스의 마지막 남은 현실 부정마저 루나는 보기 싫었는지 더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나 이미 수호 씨랑 잠자리도 많이 가졌어.”

“그… 그만해. 루나… 거짓말하지 마….”

하지만 루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예전에 나랑 문 하나 두고 이야기할 때, 수호 씨가 창녀랑 노는 거 같다고 했지? 그때 사실 내 방에서 같이 살을 섞고 있었어.”

“아… 아냐… 아니… 거짓말….”

“그리고 전에 네가 마음대로 수호 씨 방에 들어왔을 때, 이불 안에 있는 여자를 욕했잖아? 그때도 나였어.”

“아… 아… 그… 아아아아….”

루이스는 루나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얼굴에 새하얘지면서 몸에 힘을 잃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남아있던 마지막 현실 부정의 잿가루들은….

“네가 말하던 그 창녀… 그게 나였어… 미안 창녀처럼 행동해서….”

루나의 마지막 말에 형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현실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루이스를 보며 루나가 마지막 말을 건넸다.

“하지만 네가 그런 말을 해도 나는 화나지 않았어.”

“어…?”

루이스는 마치 신에게 죄를 용서받은 것 같은 희망을 품으며 루나를 바라봤다.

이제 루나가 성수호와 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루나에게 용서받고 싶었다.

하지만 루이스가 바라던 희망은….

“수호 씨의 전용 창녀라고 욕먹는 거 괜찮았어. 그만큼… 수호 씨를 사랑했으니까.”

“아아아아…. 아아아아….”

루이스가 완전히 무너져 내려버렸다.

그는 실신한 채 기절해서 바닥에 고꾸라졌다.

***

나는 바닥에 고꾸라져서 기절한 루이스를 보며 속으로 환희를 외쳤다.

‘아… 기분 째진다!!!’

생각 같아서는 입 밖으로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저런 감정에 휘둘리는 얼간이가 아니다.

‘카린이 일 처리는 최고라니까.’

루이스가 이 방을 찾아서 온 건 우연이 아니었다.

내가 카린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카린은 내 메시지대로 루이스에게 나와 소냐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루이스는 내 의도대로 칼을 이리로 데리고 왔다.

모든 게 완벽한 상황.

이제 완벽한 마무리를 지을 차례였다.

“루나… 괜찮아?”

내 옆에 딱 붙어서 희미하게 떠는 루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내 몸을 감싸는 루나.

“괜찮아요. 루이스한테 진작에 말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기절한 루이스를 바라보는 루나의 눈에 동정심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혐오의 눈을 하지도 않았다.

그저 무표정.

‘음… 이왕이면 짜증이 확 드러난 표정이면 좋겠는데.’

하지만 오늘 루나에게 그런 표정을 볼 수는 없었다.

“하아… 루나 학생… 성수호 학생…. 미안합니다.”

칼이 마치 중죄를 지은 것처럼 우리를 보며 90%로 허리를 꺾으며 사과를 해왔다.

칼은 아까도 안쓰러웠지만, 지금은 더 안쓰러웠다.

나는 그런 칼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침대를 확인했다.

커튼에 가려져 있음에도 움찔거리는 소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는 소냐의 죄책감이 만개해서 그녀가 침대를 뛰쳐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결정을 내렸다.

“칼. 일단 이 녀석을 같이 옮기죠.”

“아, 아닙니다! 제가 실수했으니, 저 혼자….”

“칼의 잘못이 아닌 걸 알아요. 그러니까 같이 옮기죠.”

나는 루이스의 기분 나쁜 팔을 잡고는 어깨에 둘러멘 뒤, 루나를 보며 말했다.

“루나, 미안한데 금방 갔다 올게.”

“네… 기다릴게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제 이름을 말하고 처리하셔도 괜찮아요.”

“깊은 배려 감사합니다. 슈타트펠트 백작님.”

내 장난에 분위기가 풀린 루나가 미소를 지으며 나와 칼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봐 줬다.

그렇게 나와 칼은 루이스를 한쪽 팔씩 맡으며 둘러멘 뒤, 방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죄책감에 뒤덮인 얼굴을 한 칼이 목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간 중후한 멋을 보여주던 칼은 진짜 중죄를 지은 것처럼 울먹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칼의 울먹이는 모습은 루이스나 한여름의 울먹거림과 차원이 달랐다.

‘울먹이는 것도 멋있네.’

예술에 몸을 담아서 그런지 울먹이는 것도 예술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예술 같은 울먹임을 더 이상 감상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입을 열었다.

“칼, 일단 이 녀석을 옮겨 놓고 이야기하죠.”

“…네.”

칼은 죄책감 때문인지 자신의 감정보다 내 의견에 맞춰줬다.

그렇게 힘겹게 루이스를 끌고 가던 우리는….

“헛! 무슨 일이십니까!?”

중간에 성을 돌아다니던 경비원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루나의 이름을 빌려서 경비원에게 루이스를 옮겨다 놓을 것을 명령했다.

경비원은 잠깐 머뭇거렸지만, 나와 칼의 신분을 깨닫고는 바로 명령을 이행했다.

영주의 손님이자, 친구.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기절한 루이스를 넘겨주고는 시원한 마음으로 칼에게 대화를 요청했다.

“잠깐 대화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입니다.”

칼은 대화하고 싶은 표정은 아니었다.

쥐구멍에 숨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가 쥐구멍에 숨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칼… 고백할 게 있어요.”

“…?”

칼의 의아한 표정을 보며 나는 솔직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내 말을 들은 칼은….

“하아… 정말…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제가 저지른 실례가 지워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

이 양반 진짜 소냐를 엄청 지극정성으로 모시네.

루이스의 말대로 소냐가 침대에 있었고, 나와 뒹굴 거리는 장면을 본 게 사실이라는 데도 자신 탓을 하고 있다.

그야 합의하에 한 거라고 해도 좀….

칼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일단 칼의 죄책감을 덜어냈다는 것에 안도하며 그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가 떠나간 모습을 본 나는….

‘가자! 아침까지 축제다!!!’

루이스가 멸망한 기념으로 루나와 소냐를 품에 안고 축포를 터트리기 위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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