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93화 (693/898)

또 한동안 동생의 병간호를 맡게 되었습니다.

연재가 불규칙해지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5)

나는 위르겐과 노라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노라와 위르겐은 내 말에 피식 웃으며 오히려 되묻듯 말했다.

(어머… 신세를 진 건 우리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여보?)

(…맞지. 죽어서 평생 갚아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신세를 졌지.)

고개를 들고 위르겐의 표정을 확인했다.

전에는 살짝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던 위르겐의 표정은 생기가 방울처럼 주변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속에서 우러나오는 미소. 그 미소가 위르겐의 얼굴에 담겨 있었다.

위르겐의 표정을 본 클라우디아가 쓴 미소를 지었다.

(캬… 정말 대단하네. 꿈속에 들어가는 마법이라….)

클라우디아의 말대로 이쪽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하다 못해 아예 모르는 마법일 것이다.

종속과 침몽 마법진은 내가 위그드라실에서 얻은 연금술로 만들어낸 특별한 존재들이었으니까.

내가 위르겐에게 해준 것은 그 둘 중의 하나인 침몽 마법진을 알려준 것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고 알려준 마법진.

오직 루나에게만 사용한다는 맹세를 받고 알려준 마법진.

위르겐은 그 마법진을 이용해서 루나의 꿈속에서 평생 쌓아놨던 후회를 대부분 풀어낼 수 있었다.

나는 노라를 보며 사과했다.

“다음에는 두 분 다 만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머… 염치없지만 부탁드릴게요. 저도 루나랑 꼭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얼추 마무리되자, 위르겐이 노라를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 미안하지만, 잠깐 자리를 비워줄 수 있겠소?)

(네. 저는 아버님, 어머님께 가볼게요. 정말 고마워요! 나중에 또 봐요!)

나와 노라는 그렇게 마무리 인사를 마쳤다.

이제 이곳에는….

(….)

“….”

위르겐과 나… 그리고….

(내 눈치 보지 말고 맘껏 이야기 나누라고~ 하아아암~)

클라우디아가 껄렁한 포즈로 공중에서 하품했다.

위르겐은 클라우디아의 존재가 살짝 부담스러운 것 같았지만, 결국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맙다. 그리고… 정말…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뇨?”

감사는 이해가 갔지만, 사과는 딱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과할 게 있던가?

내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사이에 위르겐은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너에게 모질게 굴었던 건… 그저 질투심 때문이었다.)

“아….”

특이하게 위르겐은 처음 봤을 때보다 두 번째 봤을 때, 더 까칠한 태도를 취했다.

처음에는 위르겐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가 싶었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루나를 만나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라면….”

내가 그렇게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순간이었다.

(아니다.)

“…네?”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위르겐이 눈을 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느낀 질투심은… 그저 루나의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다. 네가… 루나가 가진 고난을 전부 해결해준 것 때문이었다.)

“….”

이제야 그간 위르겐의 까칠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르겐의 기준에서 루나와 같이 있는 시간 내내 그녀에게 모질게 대한 기억밖에 남겨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

위르겐이 해줘야 하는 것을 내가 전부 해결해준 것이 그에게 있어서 속 안에 있는 기쁨만큼 커다란 질투심을 끌어올려 버린 것이었다.

(미안하다. 이런 추잡한 놈인데… 너는 나에게 그런 온정을 베풀었는데….)

“오히려 제가 고마워해야죠.”

(…뭐?)

위르겐은 눈물을 흘리며 의문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에게 한 번 더 감사했다.

“제가 루나와 만날 수 있었던 건 결과적으로 위르겐 님 덕분이니까요.”

내가 내뱉은 말에 한 치의 거짓도 포함되지 않았다.

루나가 만약 위르겐의 밑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강단이 없었을 것이고, 최악에는 슈트라에 입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분명….

“저는 루나와 만나지 못했겠죠. 루나를 그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원… 누가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위르겐이 너털너털한 웃음을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또 올 거지?)

“네. 그때는…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너는 충분히 좋은 녀석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애쓸 필요 없다.)

내가 안나와 카린, 두 여자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봐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을까요?

(끅끅끅….)

나는 속으로 뜨끔한 생각을 하면서 옆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클라우디아에게 눈치를 줬다.

위르겐은 나와 클라우디아의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다시 표정을 잡으며 정식으로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이제 가라. 루나가 기다리겠다.)

“네. 여기 있는 동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고맙다. 잘 가거라.)

그렇게 위르겐과 엮였던 모든 불편한 감정을 해결하며 묘지를 떠날 수 있었다.

..

..

나는 밤에 둘러싸인 복도를 밝히는 마나석의 길 안내를 받으며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지?”

내가 이렇게 밤 중에 몰래 이동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루나가 나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그래, 부르는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부른 장소가….

‘외딴 객실이라….’

아틀러 성이 왕궁이나 포츠 백작성처럼 거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은 성은 또 아니었다.

국왕이 방문했을 때, 왕가의 인원뿐만 아니라, 그 많던 귀족들도 포용할 수 있는 거대한 성이니까.

그만큼 빈 객실이 많다는 의미였다.

루나는 아틀러에 도착하자마자, 오전부터 바쁜 일이 있다는 듯이 나를 떠나갔다.

그리고는 밤이 되자, 루나의 명령을 받은 시종이 와서 내게 편지를 전달해줬다.

그 편지에는….

‘왜 하필 쓰지 않는 객실일까나….’

그런 나는 루나의 부름에 응하며 외딴 객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아틀러를 떠나기 전에 이벤트라도 해주려는 걸까?’

[…원하는 이벤트가 있으십니까?]

‘메이드 환송회 같은 거?’

[….]

왜? 아틀러 성의 메이드 예쁘더구만….

그렇게 아르모니아의 침묵을 견디며 열심히 발놀림하는 중에 저 멀리, 검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누구인가 싶어서 눈살을 찌푸리며 확인한 결과….

“오밤중에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 돌아다니냐?”

내 새로운 양아들, 루이스 브란트루프가 나를 재수 없게 노려보고 있었다.

루이스의 모습에 퍼져나가는 부성애와 함께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냈다.

“…넌 여기 왜 있냐?”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너야말로 오밤중에 성을 왜 돌아다니지?”

“남이야 성을 돌아다니든 말든….”

일단 대화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루이스가 나를 미행하거나, 고의로 기다린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시 한번 묻는다… 어디를 가는 중이었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가 어디를 가든 말든 신경 꺼.”

“너….”

루이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항심을 표면에 드러냈지만, 입 밖으로 털어내지는 못했다.

안나의 정신교육이 잘 먹혀든 듯 보였다.

아쎄이 브란트루프!

내가 루이스의 모습에 흐뭇하게 바라보자, 루이스가 기분 나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을 뻗으며 맞닿을 거리가 되자, 멈추고는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야, 성수호….”

“왜?”

“네가 어떤 여자를 만나도… 넘어가 주겠다.”

“…?”

뭔 개소리세요? 내가 여자를 만나는 데에 네가 넘어가 줄 게 뭐가 있어? 내 맘이지….

하지만 나는 그런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조용히 루이스의 말을 들어줬다.

그가 뒤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거든.

그리고 루이스의 다음 말은 내 기대에 부응해줬다.

“대신 루나한테는 이상한 짓 하지 말아라.”

“하하하….”

이상한 짓? 안 했어.

그냥 키스, 섹스, 파이즈리, 펠라 정도만 했을 뿐이야.

하지만 나는 그 생각을 입에 담지 않고, 실실 웃으며 루이스를 바라봤다.

루이스가 내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또 경고했다.

“최근 루나의 행보를 보면 알겠지? 이제 네가 함부로 친구라는 관계를 유지해도 되는 여자가 아니야.”

“….”

친구? 섹스하는 친구 관계라면 끊기 싫다만….

슬슬 루이스의 경고가 담긴 딱딱한 말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루이스가 하는 경고는 루나에 관한 이야기일 테니까.

“애초에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잖아. 루나가 결정할 일은 왜 나한테 말하는데?”

“만약 네가 루나에게 이상한 짓을 하면… 네 비밀을 루나에게 전부 말하겠어.”

“….”

“대신 루나와 거리를 두면… 내가 브란트루프 가문의 명예를 걸고, 너를 지지해주겠어. 레빈의 귀족 직위도 마련해줄 수 있어.”

어디서 개수작을….

루이스는 안나에게 들었던 나를 포섭하라는 명령을 마치 선심 쓰겠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녀석과 계속 이야기하려고 했던 내가 바보 같아졌다.

“귀족 따위는 관심 없어. 거기다 루나와 관계를 더 진전시킬 생각이 없으니까.”

“저… 정말이냐?”

그럼 거짓말이겠냐? 더 이상 관계를 진전시킨다는 건 결혼인데….

‘결혼이라니…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단 말이야.’

[와… 저 소름 돋았어요.]

강한나의 매도를 들으며 나는 루이스의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그럼 할 말 없지? 나 바빠서 가본다.”

“…그래.”

그렇게 루이스의 안심한 표정을 보며 나는….

‘아… 저 표정 부셔주고 싶다.’

그렇게 파괴욕을 느끼며 루나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

..

..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루나야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애초에 그녀가 없으면 약속이 성립할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인물도 있었다.

“성수호 학생? 어째서 이곳에…?”

소냐였다.

소냐도 당황했지만, 나도 그녀 못지않게 당황했다.

소냐라는 존재는 메이드 송별회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큰 선물이었다.

하지만 선물만 있으면 뭐 해? 어차피 포장도 못 풀 텐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소냐와 같이 앉아 있는 루나의 표정을 살펴봤다.

“소냐 교수님. 수호 씨는… 제가 일부러 불렀어요.”

차분했다.

유일하게 차분한 루나를 향해 나와 소냐가 눈빛으로 해명을 바랐다.

루나는 그렇게 차분한 표정으로….

“루, 루나 학생!?”

“루나!”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말리기에는 너무 강단 있는 모습이라 소냐와 나 둘 다, 그저 당황하며 시선을 옆으로 치우기 바빴다.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면 호감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 삼의 눈이 열린 줄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나마 정신을 차린 소냐가 먼저 나서서 루나의 탈의 행위를 제지하기 시작했다.

“루, 루나 학생! 갑자기 무슨….”

하지만 막기에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루나는 이미 드레스를 전부 벗고, 아름다운 레이어가 치장된 속옷만 입은 상태였었다.

“소냐 교수님. 제가 혹시라도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아… 일단 무례한 건 아시는군요. 그런데 왜….”

나도 이해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소냐의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는 루이스 같은 파렴치한 학생이 아닌 모범생 루나 아닌가.

소냐의 입장에서 놀랄만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루나의 태도는 소냐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날카로웠다.

“그런데… 소냐 교수님께서는 왜 수호 씨와 관계를 맺으셨나요.”

“읏… 루나 학생….”

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소냐가 아무리 잘못했어도 슈트라의 교수이다.

루나가 아무리 백작위를 받았다고 해도 슈트라의 교수를 위압할 정도의 위치는 아니었다.

‘설마 협박? 왜?’

내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는 순간 소냐가 먼저 루나를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루나 학생… 내 잘못은 나도 인정을….”

분명 권력으로 루나를 찍어누를 수 있는 소냐였지만, 그녀를 설득하듯 차분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루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소냐의 설득이 의미 없음을 깨닫게 했다.

“소냐 교수님 때문에 수호 씨가 힘들어하고 있어요.”

“…네?”

소냐의 놀란 표정이 내게 향했다.

나? 갑자기? 왜?

나는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지었지만, 방이 어두운 탓에 표정이 전부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리고 루나의 입에서 나도 전혀 모르는 진실이 튀어나왔다.

“수호 씨가… 소냐 교수님의 외면 때문에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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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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