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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90화 (690/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나는 루나를 끌어안고 춤을 추면서 그녀에게 속삭였다.

“찾아줘서 고마워.”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수호 씨의 행동은 이미 꿰고 있어요.”

“하하하….”

기분 좋은 스토킹이었다.

상대방이 나의 특징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내게 관심이 있다는 증거니까.

거기다 상대는 루나.

사랑하는 사람이 그만큼 집착적인 관심을 보여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춤을 추면서 주변을 슬며시 확인했다.

‘와… 엄청나게 쳐다보네.’

카린과 춤을 췄을 때도 이 정도로 시선을 받지는 못했었다.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와 루나의 춤을 구경하고 있었다.

구경하는 귀족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선택받지 못해서 나를 질투하는 귀족, 질투하는 귀족을 보며 루나를 질투하는 여자 귀족, 축하의 눈길로 바라보는 귀족까지….

그리고 내가 확인하고 싶은 한 명.

‘…갔네.’

아까까지 석화 저주에 걸린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던 루이스가 어느새 사라졌다.

‘미친놈처럼 발광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실 루이스 멘탈이 많이 나간 탓에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귀족이라는 신분으로 살아온 세월과 신분을 지켜야겠다는 강박증이 그런 발작을 막아낸 듯 보였다.

‘계속… 계속 그렇게 샌드백처럼 맞아주라고.’

이제 시작이니까.

나와 루나는 노랫소리가 흐르는 동안 계속 춤을 추었고, 어느 순간 노랫소리가 점점 가라앉으며 마지막 동작임을 알려줬다.

그렇게 마무리 동작과 함께….

짝짝짝짝짝짝!!

그렇게 나와 루나는 연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며 주변의 부러움과 축하를 받아낼 수 있었다.

춤을 마무리하고 루나에게 살며시 떨어지며 정식으로 말을 건넸다.

“저와 춤을 춰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나… 슈타트펠트 백작님.”

“저야말로 즐거웠어요.”

그렇게 루나는 나와 춤을 마친 다음 다시 단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루나의 대사와 함께….

“오늘 이렇게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회가 되셨길 바랍니다.”

연회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연회 안을 뒤덮던 마나가 전부 흩어지면서 모든 귀족의 얼굴에서 가면이 떨어져 나왔다.

“아… 당신이었군.”

“하하… 저는 벨트 경일 줄 알았습니다.”

각자 친분을 나누던 사람들의 정체를 확인하며 마지막 여흥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아, 개 부담스럽네.’

많은 귀족이 나를 바라보며 내가 가면을 벗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면 연회 특성상 이대로 그냥 떠나는 건 실례였다.

떠날 생각이었다면 연회 막바지에 미리 빠지는 게 예의니까.

나는 예의를 차리기 위해 조심스럽게 가면을 벗어냈다.

오늘 하루만 가면을 몇 번 벗었다 쓰는지….

내가 그렇게 별 감흥 없이 가면을 벗어내자….

“어머, 어머… 저분… 맞죠?”

“마, 맞는 거 같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슈트라의 학생… 성수호….”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본 다음 서서히 단상 위에 있던 루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맞는 거겠죠?”

“친분… 이상일 가능성이 있겠네요.”

“크흠… 그건 억측 같습니다. 그저 친분이 있어서 상대해준 것일지도 모르잖습니까?”

연회장에는 나와 루나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또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 연회는….

“회포는 각자 친분이 있는 자들끼리 풀게나. 오늘의 연회는 여기서 마치겠네.”

국왕의 말과 함께 완전히 막을 내렸다.

..

..

어두운 방.

나는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으응…?”

루나가 신음을 내며 몸을 돌렸다.

“왜요? 잠이 안 와요?”

내가 아는 루나는 다른 사람의 근심을 이해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오히려 타인에게 자신의 근심이 들킬까 봐 피하면 피했지….

그런 루나가 내가 그저 가슴을 살짝 쥐었을 뿐인데, 내가 품고 있는 근심을 캐치한 것이었다.

‘역시 가슴은 위대해.’

[…아주 좋아라 죽네. 죽어.]

‘….’

가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해야 할 것 같다.

강한나는 웬만한 걸로 놀리는 건 다 넘어가지만, 가슴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지 않으니까.

나는 헛기침을 하며 루나에게 대답했다.

“아냐. 그냥 가슴 좀 만져보고 싶었어.”

“…차라리 말을 안 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요?”

루나는 내 장난에 맞장구를 쳐주며 양손으로 내 볼을 쭉 당기기 시작했다.

아픔은 없었다.

하지만 보복은 해야겠다 싶었던 나는 양손으로 루나의 가슴을 잡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서로 킥킥 웃으며 침대 안에서 서로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내가 손기술을 화려하게 쓴다면 보복의 목적을 완벽하게 달성했을 것이다.

하지만 연인 관계란 그저 흥분만 있어서는 곤란한 법.

“하아… 루나 가슴 좋다….”

“…말 돌리는 거 보니까 무슨 일이 있긴 있나 보네요.”

오늘따라 집요하게 묻는 것을 봐서는 그냥 넘기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말해?

소냐랑 키스만 하고 헤어졌어라고….

분명 루나는 대놓고 내게 여자를 만나는 것을 허락한 적이 있었다.

거기다 소냐의 사정을 듣고 나서는 그녀를 안타까워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입 밖으로 말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침묵하며 계속 가슴을 주무르니, 루나가 신음을 한 겹 걸치며 입을 열었다.

“흐응…. 아까 검은색 독수리가 했던 말… 사실인가요?”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직구를 날리는군.

나는 루나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깐 망설이다가 금세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말했다.

“응….”

“후후… 솔직해서 좋네요.”

사실 방금 전까지 거짓말을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여자들은 뼈아픈 진실을 바라는 존재들이 아니다. 언제나 거짓된 사실로 인한 안정을 바라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왠지 루나에게 이 부분까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본능이 울부짖은 탓에 솔직하게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는 사실을 루나의 대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아까부터 봤어요. 여우 가면, 그다음은 카나리아, 그다음은 공작새였나요?”

“허….”

루나는 이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었다.

역시 숲 안에 나무만 보는 사람은 멀리서 숲을 바라보는 사람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이다.

그야 나는 직접 나무를 캐긴 했지만….

루나는 내 지진 난 동공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노루… 소냐 교수님 맞죠?”

“허… 어떻게 알았어?”

“…찍었어요.”

휘둘리는 수준이 아니다. 그냥 루나라는 파도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루나는 내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계속 킥킥 웃으며 말했다.

“다른 분들은 좀 시간이 걸리던데… 소냐 교수님과는 빨리 끝내셨던데요?”

“아… 그게….”

내가 다시 머뭇거리자, 루나는 내 볼을 쭉 당기며 물었다.

“왜요? 교수님께서 이제는 수호 씨가 별로라고 하던가요?”

“와… 그건 남자로서 상처인데?”

“푸웃….”

그렇게 장난스러운 대화가 오고 간 뒤, 루나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정곡을 콕 찔렀다.

“아니면… 소냐 교수님께서 거리를 두시던가요?”

“…어.”

나는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나와 루나의 스무고개를 지켜보던 클라우디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아오, 답답해. 그냥 말하면 될걸….)

“….”

궁금했다. 클라우디아는 학장이 다른 여자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으면 무슨 태도를 보였을지….

그렇게 클라우디아의 말을 흘려들은 나는 루나의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루나는….

“…알았어요.”

“…?”

그냥 그 말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일부러 미끼를 던져서 화날 구실을 찾은 건가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그 이후 나와 루나는 한 차례 더 격정적인 섹스를 했으니까….

그렇게 루나는 백작이 되고 나서 첫날밤을 나와 같이 보냈다.

..

..

다음 날.

아틀러는 국왕을 맞이했을 때만큼 더 북적였다.

이유는 국왕이 다시 레빈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알렉산더 왕자와 이리스 공주는 떠나기 전에 내게 얼굴을 비춰서 인사를 건넸다.

참고로 그 인사 과정에서 이리스 공주의 처분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나는 이리스 공주와 거래했었다.

슈타트펠트 멸문과 관련된 것을 용서해주는 대신 한동안 루나의 시종처럼 지내라고….

하지만 말이 그렇지, 쉽지 않은 문제였다.

루나가 백작이 되긴 했지만, 아직 슈트라의 학생 신분이었다.

3년간의 슈트라에서 지낼 예정이니, 시종을 두고 싶어도 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루나의 입장에서 이리스가 시종을 봐준다?

오히려 루나, 본인이 거절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이리스는 준비를 마치는 대로 슈트라로 보내겠습니다.”

그냥 슈트라 도시에 지내면서 내가 간간이 외출하면 상대해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는 슬며시 옆에 앉아 있는 이리스를 확인했다.

“흐응….”

타지로 끌려가서 서글프게 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설마 스톡홀롬 증후군이라도 걸렸나 싶어서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강한나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종속도 걸려있고, 무엇보다 당신의 실력을 알고 있잖아요. 이리스 레빈도 결국 여자고, 세상을 휘어잡을 수 있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을 거예요.]

좀 애매하게 이해가 가긴 했지만, 강한나가 저렇게 말하니 수긍했다.

그렇게 이리스의 처우까지 결정되고 나서 알렉산더와 이리스 공주도 떠날 준비를 했다.

그다음으로 내가 만난 상대는 다름 아닌 안나였다.

이유는….

“나중에… 나중에 꼭 다시 들러줘요.”

“물론입니다.”

안나도 국왕의 행렬과 함께 레빈으로 떠날 준비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나를 만나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중이었다.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안나가 나를 향해 고개를 슬며시 내미는 순간… 떨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머니.”

목소리 하나로 대리석 바닥에 접시가 박살 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안나는 나와의 관계를 들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 키스를 방해받았다는 것 때문에 노기가 가득한 얼굴로 목소리의 주인은 확인했다.

“…왔었구나.”

“그… 마지막 인사를 드리러 왔습니다.”

“하아… 그래.”

루이스는 그 이후에도 안나에게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안나와 나는 마지막 키스도 없이 그렇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노기가 가득 찬 안나의 모습에 나는 그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한 마디를 귓속으로 건넸다.

“다음 겨울 학기까지… 참고 있겠습니다. 부디 그때까지 건강히 지내시길 바랍니다.”

“아….”

그냥 목소리 하나 흘렸을 뿐인데, 안나는 태양 빛에 녹아내리는 눈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쌓인 게 많긴 많았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그렇게 안나와 좋게 헤어지며 왕가의 행렬을 배웅했다.

모든 일이 끝났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사흘간 아틀러에서 지내다가 슈트라로 돌아가죠.”

슈트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

예의를 생각하자면 레빈에 들러서 정식으로 환대받으며 떠나는 게 좋겠지만, 그렇게 간다면 자칫 여름 학기를 지나서 슈트라에 도착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쉬었다 여유롭게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기도 하고….

“오늘 밤에 괜찮겠습니까?”

“아. 네 물론이죠.”

학장과 전에 했던 약속… 그것을 지킬 때가 왔다.

(헐… 설마 두 사람 그런 관계였어…?)

‘….’

순간이지만, 반지를 냇가에 던져 버릴 뻔했다.

..

..

클라우디아가 내 앞에서 몸을 살랑거리며 애교 같지 않은 애교를 떨었다.

(에이… 화 좀 풀어. 네가 평소에 행실을 그렇게 하고 다니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한 거지.)

“아니, 제가 무슨 행실을….”

뭔가 변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

그 이후에 늘어놓을 대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클라우디아는 폭소하며 낄낄 웃기 시작했다.

(거봐! 나는 네가 여자를 좋아하기보다는 그 짓 하는 거 좋아하길래 남자도 가리지 않나 싶었지.)

“그 짓이라뇨….”

하긴 클라우디아 입에서 섹스라는 단어가 나오면 어색할 거 같긴 하네.

그렇게 클라우디아와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마침 누군가가 찾아왔다.

나는 찾아온 인물은 루나였다.

“어? 내가 찾아간다고 했잖아. 기다리지….”

“후후… 제가 안내해드리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먼저 방문해봤어요.”

루나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학장과 여름 학기 내내 같이 지냈지만, 그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 건 아닌 듯 보였다.

하긴… 루나의 태도가 정상이겠지.

그런 루나를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온 거 바로 출발하자.”

“네.”

나와 루나는 정복을 입은 채 조심스럽게 복도를 걸어서 학장의 방으로 향했다.

어제와 같은 장소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아틀러의 밤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가끔 경비가 보이는 것 정도?

그렇게 조용한 복도를 학장의 방에 도착해서 그를 불렀다.

“허허허… 먼저 찾아가려고 했는데. 제가 늦장을 부렸군요. 가시죠.”

그렇게 학장과….

(하아… 저 양반 저 목소리는 진짜 적응이 안 되네….)

“….”

클라우디아와 같이 슈타트펠트 가문의 묘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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