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학교 슈트라 (5)
루이스는 이번에도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빛을 관음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쓰레기 같은 년….”
아까는 절망이었다면 지금은 분노였다.
그가 분노하는 이유는 심플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침대 위에서 성수호와 카린이 섹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녀.”
차라리 안나처럼 성욕에 지배된 모습을 보여줬다면 적당히 분노하고 끝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카린은 아까 안나와 다른 방식으로 성수호의 욕구를 해소해주고 있었다.
평생 심혈을 기울여서 가꿔온 황금색 머리카락.
카린은 그런 머리카락을 성수호에게 움켜쥐어진 채 엉덩이 안으로 자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루이스의 눈에 두 사람의 모습은 남녀 간의 정상적인 성교가 아니었다.
“창녀….”
성노예가 주인에게 몸을 바치는 모습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카린은 그렇게 모진 취급을 받고 있음에도….
“천박한 년….”
루이스의 말대로 정말 천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혀를 내밀고, 침을 질질 흘리며 풀린 눈으로 성수호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루이스에게 일평생 벽을 느끼게 해준 카린은 성수호 앞에서는 성문을 활짝 열어서 개방한 것이었다.
그런 카린을 보면서 계속 매도하던 루이스는….
“….”
다시 차오르는 성욕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소리… 음성….
카린이 무슨 교성을 내뱉는지… 성수호가 무슨 말로 카린을 매도하는지….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루이스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문틈 안으로 들어가려던 루이스는….
“아….”
성수호의 배설감이 담긴 표정과 카린의 절정에 다다른 표정을 보며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아… 아냐. 아직 더 할지도 모르잖아?”
루이스는 그렇게 기대감에 부푼 채 두 사람을 바라봤지만….
“나, 나온다!”
성수호는 아까 안나와 다르게 카린과 한 번의 강렬한 섹스를 한 뒤 바로 정리하고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문 옆에 을 루이스에게 들려온 성수호의 목소리는….
“크으… 브란트루프 가문 모녀가 맛은 죽이네.”
순간 루이스의 눈앞을 캄캄하게 만들었다.
루이스는 바로 성수호에게 마법을 난사해서 그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하아… 하아… 왜, 왜….’
루이스는 점점 멀어지는 성수호를 향해 손을 뻗을 수 없었다.
그저 사고를 치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 아니었다.
루이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목까지 흘렀고, 그런 땀들이 그의 목을 죄어오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경고, 루나의 멸시, 그리고… 성수호의 압박감.
그 모든 것이 루이스의 땀방울에 깃들어 그의 목을 감겨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성수호를 응시하던 루이스의 눈에는….
“…갔어.”
이미 성수호가 떠나간 어두운 복도에, 홀로 남게 되었다.
루이스는 성수호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바로 양손에 피가 흐를 정도로 강하게 쥐며 이를 갈았다.
“왜… 왜 마법을 쓰지 못한 거야….”
분명 기회는 있었다.
심지어 저번과 다르게 자신도 있었다.
일단 죽이고 나서 연회장으로 도망쳐서 알리바이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루이스는 그런 계산을 하기 전에 이미 두려움에 잠식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에 잠식되었단 자기 모습을 혐오하기는커녕 어느 순간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아냐… 만약 들켰으면… 일이 커졌을 거야. 그래… 나는 브란트루프 공작가를 책임질 인물이야. 이런 일에 흥분은….”
루이스는 자기 자신에게 암시하며 중얼거리는 순간 카린의 방문이 눈에 들어왔다.
또다시 차오르는 욕구에 정신이 팔린 루이스는 카린의 방문을 열어서 몰래 안을 들여다봤다.
안에서는….
“후우… 한번하고 나면 정말 영혼이 빨려 나가는 것 같단 말이지….”
카린이 한숨을 쉬면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입는 옷은 드레스가 아닌 파자마였다. 마치 슬슬 잠자리에 들 것처럼….
카린은 그렇게 간신히 옷을 입고 나서 침대에 걸터앉으며 흥얼거렸다.
“하아… 이러다가는 밤마다 끌려다닐 거야… 안 되겠어. 조만간 몰래 승마를 다시 시작하든지 해야지.”
카린은 그렇게 다짐하며 파자마를 입은 채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이었다.
“음!?”
“헉!?”
카린이 문틈을 보며 기함을 흘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루이스의 모습을 목도한 것처럼….
‘서, 설마 들킨 건….’
루이스가 바로 동화 마법을 사용해서 다시 숨는 순간이었다.
콰당… 철컥.
문이 조심스럽게 닫히고, 잠기는 것과 동시에 안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우… 역시 내 방이 아니면 안심이 되지 않아… 슈트라에 가면 이 성격 때문에 고생 좀 하겠네. 그래도 그쪽 보안은 철저하겠지.)
카린의 목소리가 끝나고 나서 문에는 몇 가지 잠금이 더 걸리듯 쇠 마찰음이 연이어 이루어졌다.
철컥, 착, 드르륵!
루이스는 그런 카린의 편집증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버릇은 평생 고치지 못하겠군.’
카린을 향해 매도했지만, 한편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진정됐어… 나도 정신이 나갔지. 저런 여자를 보며….’
차마 말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 만약 더 이어 나간다면 본심을 속마음으로 흘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루이스는 그렇게 한숨을 쉬며 다시 연회장으로 향했다.
..
..
루이스는 연회장에 들어서면서 다짐했다.
‘그 녀석은 이제 무시하자… 계속 휘둘려봤자 좋을 것도 없고… 그냥 연회나 즐기자.’
루이스가 그렇게 다짐하며 연회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어?’
처음에는 착각인 줄 알았다.
루이스는 한차례 가면 안에 있는 눈을 비비고 나서 자신이 본 것을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아까 봤던 장면과 같았다.
‘성수호… 이리스 공주님?’
아까와 같이 부엉이 가면을 쓴 성수호와 공작새 가면을 쓰고 있는 이리스 공주가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루이스와 이리스 공주의 인연은 마냥 좋다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이리스 공주는 분명 왕가의 인물답게 절세의 미녀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언제나 루이스에게 달라붙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오곤 했다.
대부분 귀족이 루이스 같은 기회를 잡았다면 이리스 공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루이스가 이리스 공주를 꺼리는 이유가 존재했다.
바로 루나.
루나와 사이가 좋지 않고, 루나에 대해 험담한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고 나서는 좀처럼 가까이 가기 꺼려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루이스에게 이리스에 대한 거부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바랐다.
‘아까 어머니와 카린을 봐… 가면을 썼어도 상대방을 눈치챘잖아? 이리스 공주도 나를 알아볼지도….’
이리스 공주라면 자신을 알아보고, 성수호를 내팽개칠 것이라는 기대를….
‘루나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루이스는 루나에 대한 죄책감보다 내면에 썩어서 성욕의 퇴비가 된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채우고 싶었다.
루이스를 그렇게 자존감을 채우기 위한 욕구를 위해 이리스와 성수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두 번이나 큰 실수를 저질렀다.
루이스는 그 실수를 교훈 삼아 두 사람에게 접근했다.
루이스의 모습을 처음 본 건 성수호였다.
“응?”
성수호의 껄끄러움이 담긴 목 울림을 들은 이리스 공주가 몸을 흠칫 떨었다.
“왜, 왜 그러세요?”
“아닙니다. 아까 뵌 분 같아서….”
성수호는 루이스를 보면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착각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독수리 가면이 원체 많다 보니 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네요.”
루이스는 성수호의 평가에 손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새끼… 옷차림을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일부러….’
아무리 흔한 독수리 가면을 썼다고 해도 복장은 전부 달라서 착각했을 리가 없었다.
성수호는 명백히 루이스를 도발하고 있는 것이었다.
‘분명해… 이 녀석도 연회의 마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거야!’
루이스는 그렇게 판단하며 이리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마침 제 이야기를 하시는 거 같군요. 괜찮다면 대화에 참여해도 되겠습니까?”
“아….”
원래 이런 형식의 자리에서는 여자가 권한을 갖는 법이었다.
그리고 루이스가 아는 이리스 공주는 나름 권위주의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분명 이리스 공주라면 주도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권위주의적인 이리스 공주는….
“저… 어, 어떻게… 하, 할까요?”
몸을 움츠리고, 성수호의 눈치를 보며 허락을 구하고 있었다.
‘…뭐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면 연회라서 일부러 나약한 컨셉을 잡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냐… 이리스 공주님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다른 사람도 아닌 이리스 공주가 남의 눈치를 본다는 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이리스 공주가 성수호의 눈치를 보자, 성수호가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 저랑 이야기 중인데, 다른 사람이 끼었으면 좋겠습니까?”
마치 가부장적인 가문의 남자가 아내를 휘어잡는 그런 느낌의 발언이었다.
루이스는 성수호의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를 더 충격받게 한 건 이후에 이어지는 이리스의 발언이었다.
“아, 아니에요! 죄, 죄송해요….”
이리스 공주는 남편에게 휘어 잡히는 여자처럼 벌벌 떨며 루이스에게 말했다.
“지금 주, 중요한 대화 중이라…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어… 어….”
루이스는 이리스의 통보에 제대로 대답도 못 한 채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어벙한 표정을 보며 성수호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흥이 죽었네요. 이렇게 된 거 같이 춤이나 추시죠?”
“아… 네! 추, 출게요!”
이리스 공주는 쓰게 미소를 지으며 성수호의 팔짱을 끼고 연회장 중심으로 향했다.
루이스는 그런 두 사람의 뒷모습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뭐야… 뭔데 이건…?’
안나와 카린의 경우는 받아들이지는 못했어도 최소한 이해는 가는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이 연회장 이전에도 이미 성수호에게 넘어간 상태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카린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성격이 까칠하다고 알려진 이리스 공주가….
‘뭔데…. 왜 저런 새끼한테….’
성수호에게 완전히 휘어 잡힌 채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리스 공주와 성수호의 춤은 아까와 다른 특색을 품고 있었다.
안나와 춤을 출 때는 부드러움을… 카린과 춤을 출 때는 강렬함을… 이리스 공주와 춤을 출 때는….
상냥함을 품고 있었다.
아까 거칠게 대화를 나누던 성수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춤에서 상냥함이 느껴졌다.
대신 카린과 같은 주변의 이목을 휘어잡는 특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연회장 주변의 사람들에 파묻혀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춤을 마친 성수호와 이리스 공주는….
‘어… 저… 서… 설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 연회장 밖으로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똑같은 광경만 세 번째 목격하는 루이스였다.
그것도 남자는 똑같은 상태로 여자만 바뀌는 장면.
‘아냐…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이리스 공주님이….’
루이스는 절망의 눈빛을 켜고, 두 사람을 천천히 쫓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동안만 미행을 두 차례 경험해본 루이스였다.
성수호와 이리스 공주를 은밀하게 따라가는 건 전혀 어려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냐… 아닐 거야….’
그의 부정적인 속마음과 다르게 그의 다리는 흥분에 차오르며 날렵하고, 조용하게 두 사람을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이리스 공주의 침실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다만 아까와 다르게 성수호가 중간에 멈추고, 이리스 공주가 헐레벌떡 침실 입구로 향했다.
그녀는 입구에 있던 경비를 서던 기사들을 명령해서 경비를 해제하게 했다.
기사들은 이리스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물러나지 못했지만, 이리스의 호통에 결국 백기를 들어 올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생기시면 지체 마시고 소리를 지르십시오.”
“그럴 일 없으니까 그냥 전부 다 물러나. 빨리.”
“…알았습니다.”
기사들은 눈치를 보며 이리스 방을 떠나갔다.
그리고 이리스 공주는 바로 성수호에게 헐레벌떡 달려와서는 말했다.
“겨, 경비들 물렀어요.”
“잘했습니다.”
“헤헤….”
이리스 공주의 실실 웃는 모습에 루이스는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제나 루이스 앞에서 웃어주던 이리스 공주의 웃음소리.
그 웃음을 다른 사람도 아닌 성수호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냐… 그냥… 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거일 거야.’
안나에게 들은 성수호의 위상은 보통이 아니었다.
2왕자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면 국왕이나 공주도 그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게 뻔했다.
‘그래… 그냥… 그저… 마음만 얻으려는 게 분명해.’
루이스가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 있는 동안 성수호와 이리스 공주는 이미 방에 들어간 상태였었다.
루이스는 이번에도 열려 있는 문틈을 보면서 오히려 안도하기 시작했다.
‘좋아… 차음마법을 걸지 않는 것을 보면… 이상한 짓은 안 하겠군.’
루이스는 그렇게 안도하면서도 하복부로 불만의 기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흥분은….
“제발!”
이리스 공주의 외침으로 증폭되기 시작했다.
‘설마… 성수호 이 새끼!’
루이스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문틈 사이로 바라봤다.
만약 성수호가 이리스 공주를 강제로 덮친다면 그를 제거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눈앞에서 마주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뒤졌다! 성수호! 조금 구경하다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어…?’
그리고 그에게 들려온 이리스 공주의 절박한 목소리는….
“제발… 제발 저한테 키스해주세요!”
루이스의 뇌와 하복부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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