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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82화 (682/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아틀러에 방문한 레빈의 국왕 덕분에 도시는 학장이 왔을 때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만 국왕이 학장처럼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보니, 도시 내부의 행렬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그렇게 귀찮은(?) 왕의 행렬을 맞이하고 나서 바로 카린을 찾았다.

아니, 찾으려고 했었다.

“어?”

“다행히 어긋나지는 않았네요.”

내가 찾으러 나가려는 때마침 카린이 내 방을 방문한 것이었다.

“하하… 제가 먼저 찾아가려고 했는데.”

“그래서 제가 그만큼 빨리 온 거예요.”

행동력과 판단력 하나만은 큼 기가 막히게 좋은 여자다.

방문한 카린을 안내하며 테이블에 앉아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카린이 내 방에 방문한 목적은 내가 레빈을 비운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보고하기 위함이었다.

일단 첫 번째는 카이 브란트루프.

“아버지는 일단 죄를 면하셨어요.”

아무리 카이 공작이 포츠 백작과 친했다고 해도 역모를 꾸밀 인간은 아니다.

애초에 도미니크 왕자의 반역도 내가 빙의술로 꿰어내어서 만들어낸 자작극 같은 것이었으니까….

카린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폐하의 노여움까지 피하지는 못해셨어요.”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반란이 일어나는 중에 공작이 나라를 비운 것.

그 일 때문에 카이 공작은 국왕의 신임을 단번에 잃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처벌은….

“아버지께서는 3년간 북부 치안을 관할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실 예정이에요.”

공작이라는 직위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공작이라는 위치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신임을 잃은 상태에서 3년간 고생하고 돌아오게 된다면 카이의 위상은 땅바닥에 짓이겨 있을 것이다.

심지어 그 명령을 어떻게 회피할 방법도 없었다.

“아버지께서도 폐하의 노여움을 잠재우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됐는지 포기하고 결국 받아들이셨어요.”

친분이 있던 귀족들이 대거 죽은 상황.

혼자 변명해봤자 그에게 돌아오는 건 더 큰 비난뿐이었다.

나는 카이의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그저 한 사람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입에 담았다.

“어머니께서는요?”

“…어머니 걱정이신가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행히 안나는 브란트루프 저택에 남게 되었다.

원래라면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같이 북부의 영토로 떠나야 정상이겠지만….

“왕가의 배려를 받아서 어머니는 남게 되었어요.”

지금 브란트루프 가문의 인물은 총 네 명이다.

카이, 안나, 카린, 루이스.

루이스는 슈트라에 재학 중이고, 카린은 조만간 슈트라에 입학할 예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카이와 안나까지 전부 가문을 비운다?

유서 깊은 공작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험이 존재했다.

왕가에서 그런 상황까지는 바라지 않았는지, 카이만 북부로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것이었다.

그렇게, 안나는 3년간 공작의 대리인 자리를 맡게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일이 잘 풀렸네.’

카이 공작에게 원한은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루이스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가 힘을 잃을수록 루이스의 이미 잃어버린 입지는 더 처참하게 짓밟힐 것이다.

그다음은 루이스에 관한 일이었다.

“아마 오늘 중으로 연금을 풀어줄 거 같아요.”

당연한 수순이었다.

애초에 포츠 백작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역모 혐의가 붙은 것 자체가 과했으니까.

“다만 풀려나더라도 왕가의 눈총을 계속 받게 될 거예요.”

루이스가 아무리 슈트라의 학생이라고 해도 근본은 레빈의 귀족이다.

자신이 돌아와야 할 보금자리가 자기 목을 죄어오는 장소로 변한 셈이었다.

“어머니께서 루이스에게 가셨으니까. 잘 설명하고 있을 거예요.”

슈트라에 있는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지내고, 방학 때는 꼭 레빈에게 와서 왕가에 얼굴을 비추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중일 것이다.

카린은 그렇게 설명을 마친 뒤, 내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레빈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말씀드렸어요. 이왕이면 재미없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지루해도 먼저 말씀드렸어요.”

자신의 아버지가 나라에서 쫓겨나고, 루이스의 연금이 풀린다는 말이 재미없는 이야기라니….

카이 공작이 들으면 눈물을 쏟을만한 대사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카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 그럼 재미있는 이야기는 뭐예요?”

“후후… 두 가지 소식이 있어요. 저와 당신에 관한 거예요.”

내가 흥미를 담은 눈으로 카린을 바라보자, 카린이 상기된 얼굴로 내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좀 더 흥미가 덜한 제 이야기부터 시작할게요. 이번에….”

***

루이스는 전날 있었던 사건 때문에 영혼이 가출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지만, 안나의 등장으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안나 덕분에 차린 정신은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가출할 상황에 놓였다.

루이스가 안나의 말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카린이… 슈트라에 입학한다고요!?”

루이스의 외침에 안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질타했다.

“루이스, 네 누이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거라.”

“죄… 죄송합니다.”

루이스는 자리에 다시 착석한 뒤, 안나에게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누나는 마법에 재능이 없지 않습니까? 슈트라에 입학하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있더구나.”

성수호가 레빈을 떠나는 순간 카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나에게 마법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안나도 당연히 카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갑자기 마법을 쓸 수 있다니….

하지만 저택에 있는 마법사에게 검증받은 결과, 카린에게 마법의 소질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루이스. 네가 슈트라로 돌아갈 때, 카린도 동행할 것이다. 입학시험을 보기에도 딱 좋은 시기라 다행이구나.”

“마… 말도 안 돼….”

안나에게 카이의 공백 사실을 듣고, 왕가로부터 신임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 정도로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카린이 누군가?

평생 모든 분야에서 루이스보다 우월했고, 그런 루이스를 평생에 걸쳐서 깔보던 여자였다.

루이스는 그렇게 괄시받으며 카린을 질투했고, 복수할 날만을 꿈꾸며 살아왔다.

그리고 루이스가 마법에 재능을 발휘한 순간, 모든 것이 역전되면서 카린이 절망에 구렁텅이에 빠지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 착오가 있었을 것입니다!”

감상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궁정 마법사에게도 직접 검증받은 사실이다. 착오란 있을 수 없다.”

“그… 그럴 수가….”

안나는 루이스의 절망스러운 모습을 보며 혀를 차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나 말하지 않았느냐! 조금 앞서 나갔다고 여유 부리며 앉아 있지 말라고!”

“어, 어머니….”

루이스는 안나의 말에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안나의 말에 반발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해 질타하던 안나는 얼마 전에….

(후후… 어떤가요? 제 속옷은? 카린과 비교해주세요.)

성수호 앞에서 자기 치마를 들어 올리고 애욕에 찬 목소리를 냈었다.

루이스의 생각을 모르는 안나는 질타를 계속 이어 나갔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자리만 차지하면 언젠가 네가 차지한 의자는 썩어서 망가질 것이라고!”

그리고 다시 성수호의 손가락에 농락당하는 안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잠깐! 히으으읏! 하윽! 호으으윽!! 자, 잠깐! 헤으윽!!)

“크읏….”

안나는 루이스의 절망스러운 표정을 보면서 질타를 멈추지 않았다.

“카린을 보거라!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를 갖추고 다시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그리고 루이스의 머릿속에 교성이 울려 퍼졌다.

(호오옥! 아, 안돼! 더, 더는! 흐히이이익!!)

“그… 그만….”

그렇게 현재의 안나의 목소리와 과거의 안나의 목소리가 교차하며 루이스의 뇌를 좀먹었고….

“루이스! 내 이야기에 집중 못하는 거냐!?”

(하으응! 싸주세요! 빨리!! 하아아아아앙!)

마지막 안나의 말이 결정타가 된 듯이 루이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흐으윽….”

“루이스… 설마 우는 것이냐?”

안나의 말투에는 안쓰러움도 들어있었지만, 그것 이상으로 한심하다는 감정도 들어 있었다.

식탁 위에 눈물을 흘리는 루이스의 모습에 안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가 너를 너무 몰아세웠구나. 너도 이런 상황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 어머니….”

루이스는 자신을 위로해주는 안나의 모습에 잠깐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침묵의 시간이 흐르자, 루이스를 진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성수호…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는 언젠가 죽인다. 성수호!!!’

루이스는 평생을 진행할 복수를 다짐하듯 성수호의 이름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복수 다짐은 시작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안나의 말 때문이었다.

“루이스. 오자마자 들었는데. 연금 중에 무단으로 이탈하고 마법을 사용했다는 게 사실이냐?”

“그, 그건….”

그 사건을 병사들만 보고 있었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궁정 마법사도 있었다.

루이스도 그녀의 입까지 막을 방법은 없었다.

“말하거라. 그 말이 사실이더냐?”

“…네. 그렇습니다.”

루이스는 또다시 성수호와 엮이자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이스의 불안감은 적중했다.

“혹시라도 말하겠다. 그 성수호라는 학생과 친하게 지내거라.”

“…어머니.”

루이스는 처음으로 안나에게 불만을 품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안나를 질타하듯 그녀에게 항변하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쓰레… 제 라이벌입니다. 싸운 것은 잘못했지만… 친하게 지내라는 말은 제 앞에서 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루이스는 나름의 경고를 담아서 안나에게 말했다.

안나는 그런 루이스의 모습에 긴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짜증이 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네가 그런 말을 할 상황이더냐! 라이벌!? 지금 네 상황을 몰라서 그러느냐!”

“성수호와는 학교에서….”

“이 멍청한 것아!”

안나는 평소에 보여주지 않던 흥분하는 모습을 얼굴에 담아서 루이스를 질타했다.

“지금 고작 자존심 싸움 하나로 가문을 엉망으로 만들 셈이냐!?”

“어, 엉망이라뇨!? 성수호는 그저 학생….”

“그 학생을 왕자님께서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이다!”

“와… 왕자님께서… 왜 그런 녀석을….”

루이스는 안나의 말을 쉽사리 납득하지 못했다.

아니,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안나가 그저 성수호에게 호감이 있어서 자신을 그와 잇게 만들려는 생각인 줄 알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더 왕자님께서 직접 내게 말씀하셨다. 성수호 학생을 포섭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안나의 말에 거짓을 보이지 않았다.

진심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루이스가 아니었다.

“알렉산더 왕자님께서 그런 녀석을 좋아하실 리가….”

“싫어할 이유가 있겠느냐. 학장님의 신임을 받은 자인데.”

일단 알렉산더가 성수호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제가 그런 녀석과 어떻게….”

루이스의 찡얼거리는 말에 안나는 현기증을 일으키듯 이마를 부여잡으며 중얼거렸다.

“루이스… 너는 지금 사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냐?”

“사, 사태라뇨?”

“도미니크 왕자… 아니… 반역자, 도미니크가 죽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느냐?”

루이스는 눈앞에 있는 안나가 아닌, 성수호 앞에 안나에게 반발하듯 외쳤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안나는 루이스의 짜증에 불같이 화를 내며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내리찍었다.

타앙!

“알고 있으면서 지금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

“!?”

루이스는 지금까지 안나에게 반항한 적이 없었다.

아까 안나에게 내뱉었던 말들이 그나마 쌓여왔던 반항심을 처음 표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안나의 폭발한 모습에 평생 쌓아왔던 반항심을 다시 심장 속에 구겨 넣었다.

“도미니크 레빈이 죽었어. 그럼 폐하가 누구에게 레빈을 물려주겠느냐?”

“그야… 알렉… 산더… 왕자님…. 아….”

루이스는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공작가가 기울어가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알렉산더 레빈은 안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었다.

공작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가 왕위를 물려받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만약 알렉산더 레빈이 왕좌에 오르기 전에 관계를 돈독히 해놓는다면….

“왕자님께서 다른 자들은 다 필요 없다고 하셨다. 성수호 학생… 그자의 마음만 얻어낸다면 공작가를 원래대로… 아니, 그전보다 더 큰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주셨다.”

“….”

루이스는 안나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 식탁 바닥을 내려다봤다.

안나는 그런 루이스의 모습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앉아 있는 루이스의 뒤에 서서 그의 어깨 손을 얹으며 속삭였다.

“루이스… 알았느냐? 너와 내가 힘을 합쳐서….”

안나의 웃음소리와 함께 흘러들어온 말이….

“성수호 학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루이스의 영혼에 절망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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