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학교 슈트라 (5)
파아아앗!
루이스는 붉은색 마법진을 순식간에 만들어낸 다음 성수호를 향해 발사했다.
성수호는 루이스의 마법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푸른색 마법진을 구사해서 루이스의 화염구를 막아냈다.
치이이이익!
성수호는 루이스의 마법을 막아낸 뒤, 노기가 잔뜩 서린 목소리로 외쳤다.
“미쳤어!? 건물에 불붙으면 어쩌려고!”
성수호가 흥분하며 외치자, 루이스는 그런 성수호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정도 마법은 해체술 써서 쉽게 없앨 줄 알았지.”
루이스도 성수호의 마법진 구사 속도만큼은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빨리 그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해체술을 펼치는 건 속도만 빠르다고 되는 게 아니지.’
루이스는 분명 약한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마법진이란 단 하나로 정형화된 존재가 아니었다.
루이스는 성수호에게 적당히 약하면서, 동시에 해체하기 힘들 어려운 마법진을 펼친 것이었다.
일부로 마법진을 사용해서 막게 만들기 위해….
“뭐, 그래도 막아낼 정도의 실력은 있다는 거네.”
“정신 차려라. 여기서 싸우면 자칫 피해가….”
성수호의 이마는 평소에 보여주던 생기 넘치던 살구색이 아니었다.
마치 쇠가 불덩이에 달궈진 것처럼 새빨간 상태였다.
그런 성수호의 모습이 루이스도 점점 흥분시키기 시작했다.
‘좋아… 저 모습이야. 좀 더 가지고 놀자. 가지고 놀다가….”
파아아아앗!
루이스는 속으로 흥분하며 아까보다 한 단계 더 강한 화염구를 발사했다.
“적당히 해!”
성수호는 이번에도 해체술을 쓰지 못한 채 루이스의 공격을 수속성 마법으로 막아냈다.
루이스는 자신의 마법을 간신히 막아낸 성수호를 보며 희열에 젖었다.
‘아직 여유가 있네. 좀 더 강하게 나가보자.’
루이스는 그렇게 흥분하며 다시 한번 마법을 발사했다.
파아아앗!
루이스의 화염 마법은 성수호가 사용한 수속성 마법에 의해서 수증기로 변하며 흩어져갔다.
치이이익!
성수호는 루이스의 마법을 막아냈지만, 전혀 기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더 수심이 깊어진 표정을 지으며 다음 마법을 막을 준비를 할 뿐이었다.
성수호의 모습에 루이스는 성수호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꽤 힘들어 보이네. 왜? 아까 마법은 좀 막기 힘들었나?”
“….”
아까 막아낸 마법이 성수호가 방어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이라는 사실을….
일단 수준 파악은 끝났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렇게 성수호의 수준을 전부 파악하고 나니, 살짝 의아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도망쳤으면 진작에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막기만 한다고?’
성수호는 분명 도망칠 시간이 있었다.
성수호는 분명 도망칠 시간이 있었음에도 한 자리에서 루이스의 마법을 막아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불안감에 휩싸였던 루이스는….
“야, 정신 차려. 여기서 그만두면 나도 없던 일로 해줄 테니까.”
“푸핫!”
성수호의 되지도 않는 협박을 듣고, 불안감을 전부 떨칠 수 있었다.
‘실력 차이가 있어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네. 성적만 높다고 실력까지 동등한 건 아니라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네.’
루이스는 그렇게 판단하며 다시 이 상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여유롭다고 해서 상황까지 여유로운 건 아냐. 일단 제압을 해놓자.’
루이스는 이 묘지에 누가 올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그의 마음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즐기는 건 일단 적당히 불구를 만들고 나서 하자. 일단 한방 크게 먹여서 비명도 못 지르게 만들어버리자.’
루이스는 그렇게 결심하며 성수호를 향해 아까보다 더 강한 마법진을 그리며 외쳤다.
“자, 이번에는 이거 막아봐!”
“미친 새끼가!”
성수호는 다급하게 외치면서도 그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루이스의 마법을 어떻게든 막아내겠다는 의미만 표출할 뿐이었다.
‘…도대체 뭐지?’
성수호의 의지를 본 루이스는 잠깐이지만, 마법진을 그리면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내가 저런 새끼 생각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있나? 일단 굴복시키면 알아서 다 이해되겠지.’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법진을 완성 시켰다.
그리고 루이스가 붉은색 마법진을 완성하자마자 그 마법진 한가운데에서….
파아아아아앗!!
아까 성수호에게 향하던 불덩이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화염구가 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
적당히 높이려고 했던 출력이 루이스의 복잡한 심경에 영향을 받아서 더 크게 담아버린 것이었다.
‘제발 죽지 마라!’
루이스는 미소를 지으며 성수호의 발악하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성수호는 마법진을 광범위하게 펼쳤다.
파아아아앗!!
성수호가 푸른색 마법진을 크게 펼치자, 루이스가 쏜 화염구는 성수호가 펼친 푸른색 마법진에 닿자마자 사방으로 무수한 증기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익!!
마치 용암 덩어리가 거대한 물웅덩이에 빠진 듯이 증기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증기가 걷히고 나자….
“하아….”
진이 빠진 듯한 성수호가 팔을 뻗은 채 서 있었다.
루이스의 한숨에는 안도와 아쉬움이 같이 담겨서 증기와 같이 섞여 나갔다.
‘흥… 성적이 그냥 운으로 나온 건 아닌 모양이네.’
루이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을 마냥 지울 수는 없었다.
‘나도 1학년 1학기에 배운 것으로는 이게 한계야. 하지만….’
루이스는 지친 듯이 숨을 내뱉는 성수호의 왼팔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마나의 격차를 보여주는 거니까 나쁘지는 않네.’
성수호의 오른쪽 팔 부분이 검게 그을린 게 눈에 들어왔다.
분명 막아냈지만, 전부 막아내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자, 이번에도 간다! 잘 막아봐!”
루이스는 성수호의 모습에 희열을 느끼며 마법진을 구사하는 순간이었다.
단둘만 있을 것 같았던 거대한 묘지 건물에 창문들을 전부 깨트릴 것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
“!?”
루이스는 마법진을 구사하던 중에 중단하고 황급히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성수호와 자신 외부를 감싼 증기….
그 증기 안에서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또각.
다급함이 느껴지는 굽이 땅을 울리는 소리가 루이스의 귀를 어지럽혔다.
‘지, 지금 목소리는… 서, 설마….’
똑.
루이스의 불안은 그의 머릿결에 맺힌 수증기 땀과 같이 땅에 똑 하고 떨어지는 순간 확신으로 가득 채웠다.
“루… 루나?”
루나 슈타트펠트.
루이스가 평생을 사랑해왔던 그녀가 화려한 드레스에 무수한 흙을 묻힌 채….
“루이스… 이게 무슨….”
자신을 혐오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
루나는 궁정 마법사의 말에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연금이 풀린 게 아니었다고요?”
“네.”
궁정 마법사는 밤 중에 갑자기 루나에게 찾아와서 다급하게 루이스에 관한 이야기를 건넸다.
루이스의 연금을 풀어준 적도 없고, 그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그간 경계를 서는 병사를 압박해서 나간 것 같습니다.”
사실 루이스의 신분을 고려하면 가능한 이야기였다.
경계를 서는 병사의 입장에서 그저 의심만 받는 귀족과 척을 졌다가 나중에 무혐의로 풀려나게 된다면 골치 아파질 테니까.
루나는 갑자기 사라진 루이스에 관한 이야기에 불안하긴 했지만, 한편으로 큰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잠깐 산책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적당히 넘어가 주시는 것도….”
루나도 루이스가 진짜 역모에 가담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루이스 혼자 도망칠 것도 아니고, 아틀러는 현재 루나의 영지나 다름없었으니 어느 정도 허용도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지는 궁정 마법사의 말을 들은 루나는 자신이 품고 있던 안일함을 지워버렸다.
“루이스 브란트루프가 뒷산으로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뒷산이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역모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성 바깥으로 나갔다는 이야기가 되니까.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였다.
“그… 뒷산에는 저희 가문의 묘소가 있어요. 아마 분위기 전환 겸 간 거 아닐까요?”
루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리고 루나를 찾아온 궁정 마법사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했다.
그래야지. 모든 것이 윈윈일 테니까.
하지만 루나의 말에 반박하듯 메이드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입을 열었다.
“혼자 간 것이 아닙니다.”
“…이분은?”
메이드는 루나보다 큰 키에 망토를 걸쳐 쓰고 있어서 외모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그녀가 평범한 시종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였다.
“왕가에서 보낸 자입니다. 이 자가 루이스의 동행을 제게 알려줬습니다.”
“그런가요….”
궁정 마법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경계를 풀 수 있었다.
루나는 경계가 풀린 상태로 메이드를 향해 재차 물었다.
“혼자 간 게 아니라뇨?”
“주… 성수호 님과 같이 향했습니다.”
“…수호 씨요?”
루나는 그제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앙숙이라는 사실은 진작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 앙숙이 된 이유에 자신도 포함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루이스가… 아냐 그럴 리가… 그래도 만약에….’
루나는 머릿속에 그려지는 미래의 그림을 밝고 화창하게 치장했지만, 완성되어가는 미래의 그림은 점점 혼돈의 도가니로 빠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루이스가 제정신이라면 절대 성수호에게 해코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루나는 지금의 루이스가 그런 제정신이라고 확신을 할 수 없었다.
“일단 레빈 병사를 동원해서 수색할 예정이라 이렇게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허락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요.”
“…?”
루나는 궁정 마법사와 신원 불명의 메이드를 보며 외쳤다.
“저도 같이 가겠어요!”
..
..
루나는 드레스와 구두에 흙먼지를 잔뜩 묻힌 채 묘지 건물에 도착했다.
루나가 건물에 들어서기 전에 큰 소리와 열기가 문틈 사이로 퍼져 나왔다.
파아아아앗!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건물 안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루나는 사색이 된 얼굴로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외쳤다.
“그만!!!”
그렇게 자신 있게 제지의 목소리를 내며 들어간 루나였지만….
‘앞이 안 보여….’
건물 안을 휩쓴 수증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루나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가만히 지켜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일단 들어가자.’
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증기 안으로 다급하게 발을 놀리며 들어갔다.
그렇게 수증기를 뚫고 들어간 루나의 눈에 먼저 들어온 건….
“루… 루나?”
당황한 표정의 루이스였다.
“루이스… 이게 무슨….”
루나는 루이스의 모습을 보자마자 이 상황의 원흉이 루이스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루이스에게 신경이 쏠린 건 잠시였다.
‘…설마?’
루이스 너머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점점 루나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루이스와 대치한 채 힘을 잃지 않는 눈동자로 응시하는 남자.
“수호 씨!”
루나는 드레스를 휘날리며 성수호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런 루나의 모습에 당황한 루이스가 그녀를 막기 위해 앞을 가로막는 순간이었다.
“루나! 잠깐 이야기를….”
“저리 비켜!”
“루, 루나!?”
루나는 루이스를 옆으로 밀치고는 성수호에게 달려갔다.
성수호에게 다가가고 나서야 루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하아… 괜찮아요?”
지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수호의 표정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루나의 시선을 바라보지 못한 채 죄책감을 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수호 씨. 혹시 다치거나….”
루나의 걱정스러운 말을 자른 성수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루나는 자연스럽게 성수호가 시선을 주는 곳을 향해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성수호가 바라본 곳은….
“저긴….”
위르겐과 노라의 묘지였다.
성수호는 자기 팔에 담긴 그을림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그저 묘지에 안치된 꽃을 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루나, 미안해. 내가 실수로 놓쳐서 몇 송이가 불에 타버렸어.”
***
“루나, 미안해. 내가 실수로 놓쳐서 몇 송이가 불에 타버렸어.”
루이스는 성수호의 말을 듣자마자 의아한 듯 무덤을 바라봤다.
‘뭐야? 꽃?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두 묘지를 보던 루이스의 귀에 루나의 노기가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 어머니….”
“!?”
루이스는 루나의 목소리에 뇌 속에 있던 영혼이 우주 밖으로 끌려 나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적을 경험했던 루이스를 루나의 또 다른 목소리에 다시 영혼을 뇌 속에 쑤셔 넣을 수 있었다.
“…루이스.”
자신을 노려보는 루나의 모습이 루이스의 눈동자에 담겼다.
루나가 화를 내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진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고 할 수 있었다.
브란트루프 가문에 얹혀사는 루나의 처지에서 루이스에게 화를 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고….
하지만 슈트라에 오고 나서… 아니, 성수호를 만나고 나서 모든 것이 바뀐 것이었다.
루이스는 자신을 향해 경멸의 표정과 함께 다가오는 루나의 모습에 비지땀을 흘리며 외쳤다.
“루, 루나! 일단 내 이야기 들어봐! 내가 다 설명해 줄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이제 루이스에게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책임을 모두 성수호에게 전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 말을 들어봐! 저 평민 새끼가…!”
루이스가 그렇게 성수호를 보며 외치는 순간이었다.
짜아아아악!!
건물의 창문을 전부 깨트릴 것처럼 강렬한 타격음이 루이스의 고막을 거치지 않고 뇌로 들어왔다.
루이스의 시선은 분명 루나에게 향했는데, 어느 순간 옆에 있던 알 수 없는 자의 묘지로 향하고 있었다.
루이스는 뺨에서 느껴지는 마그마 같은 열기를 참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는 중에도 루이스의 입술은 마치 빈 수레의 마차가 흙길을 지나가는 것처럼 요란하게 떨리고 있었다.
“루… 루… 루….”
루이스는 어떻게 해서든 루나의 이름을 입에 담으려고 했지만….
“루… 루… 루….”
자신의 볼을 손으로 감싼 채 루나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이름을 담기 위해 애를 쓸 뿐이었다.
하지만 루이스의 입에서 루나의 이름이 전부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루나는 지금까지 루이스에게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증오와 혐오가 담긴 표정을 보여주며 외쳤다.
“루이스를 당장 데리고 가서 다시 연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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