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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79화 (679/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아니, 이게 누구야!)

묘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처음 맞이해준 건 루나의 조부, 위르겐의 부친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야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소리냐! 그런 말 하지 말거라!)

(이렇게 다시 볼 수 있다니….)

전에 만났을 때만 해도 제일 얌전했던 루나의 조부모는 위르겐과 노라의 모습에 제일 시끄럽게 떠들며 흥분했다.

생각해보면 저게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야 죽은 자식을 맞이하는 상황이라 마냥 좋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루나의 조부모의 소리를 들은 혼령들이 차츰 몰려들기 시작했다.

다들 나보다는 위르겐과 노라에게 시선을 주며 환영하고 있었다.

그렇게 환영식이 이뤄지는 가운데, 영혼 중의 한 명이 내 쪽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네 옆에 있는 처자는 누구인가?)

다들 그 영혼의 말을 듣자마자, 모든 영혼의 시선이 클라우디아로 향했다.

떨떠름한 표정의 클라우디아는 한마디를 되새겼다.

(처자라….)

“….”

클라우디아의 외모는 아무리 못해도 20대 중반처럼 보였다.

슈트라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젊은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이곳에 있는 혼령들의 일흔이 넘어 보이는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클라우디아는 자신보다 한참 오래 산 듯한 혼령들을 보며 짝다리를 짚었다.

‘캬… 자세가 예술이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채 동네 고딩 양아치 같은 포즈를 취한 클라우디아.

클라우디아는 불량한 자세를 취하며 거기에 걸맞은 불량한 목소리를 냈다.

(상대방이 궁금하면 먼저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닌가?)

클라우디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상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상대방은 천수를 누리고 죽은 듯한 70대로 보이는 노인이었다.

기분 나빠하며 화를 내도 될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 보였지만, 노인은 클라우디아의 말에 헛기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 외부인은 오랜만이라 실례했군. 나는 오헨 슈타트펠트일세.)

그래요… 잘 참았습니다.

지금 당신의 인내심… 미래의 당신이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클라우디아는 노인의 말에 오히려 더 화내기 시작했다.

(실례는 무슨! 상대방이 싸가지 없게 나오면 당연히 ‘뭐,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다 있어!’라고 한소리를 해야지!)

(!?)

“….”

내가 클라우디아는 이해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같았다.

클라우디아는 겸손하게 나온 노인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혼을 내기 시작했다.

(하여간… 이 녀석, 저 녀석 전부 귀족 물만 잔뜩 먹어서는….)

(지, 진정하세요.)

(예, 예의가 있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위르겐과 노라가 클라우디아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자, 두 사람의 모습에 다들 어리둥절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디아에게 갑자기 혼난 노인도 도저히 무슨 상황이 몰라서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이, 이 처자는 도대체 누구더냐?)

(그, 그게….)

위르겐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세를 바로잡고 클라우디아 쪽으로 한 손을 뻗고 혼령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분은… 클라우디아 슈타트펠트…. 초대 가주님이십니다.)

..

..

위르겐의 소개가 이어진 후에 묘지는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만약 루나의 선조들이 진짜 산 자들이었다면 진작에 아틀러 성에서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

그만큼 큰 소리가 산을 울릴 정도로 크게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다들 믿지 못하는 눈치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위르겐과 노라가 차근차근 전부 설명하다 보니 다들 점점 믿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혼령이 클라우디아의 존재를 믿게 된 건 그녀가 해준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클라우디아는 아까 자신에게 처자라고 부른 노인을 보며 깔깔 웃었다.

(너, 예전에 지하에 와서 북부 귀족 여자랑 이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 있었지?)

아까 클라우디아에게 혼났던 노인이 얼굴이 시뻘게져서 크게 외쳤다.

(그, 그런 적 없습니다!!)

(뻥치지 마. 내가 그걸 잊을 줄 알아? 얼마나 간절한지 하루에 세 번씩 와서 제발 이어지게 해달라고….)

(제, 제발 그만….)

(어머… 당신 나랑 그렇게 결혼하고 싶었어요? 푸후후….)

클라우디아는 모든 혼령이 자기 앞에 와서 했던 말들을 읊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혼령들의 남아 있는 정신력도 깎여 나갔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클라우디아는….

(참고로 결혼하고 일 년 뒤에 다시 와서, 예전에 기도한 거 다시 물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했지.)

(…당신.)

(자, 잠깐! 오, 오해가!)

(북부 여자가 그렇게 냉혈한인 줄 몰랐다나?)

(…잠깐 이리 좀 와봐요.)

(크으….)

(푸하하하!)

300년 동안 막힌 혈이 뚫린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렇게 신나게 클라우디아가 혼령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나는 위르겐과 노라의 묘지로 향했다.

두 사람은 클라우디아와 다르게 멀리 갈 수 있음에도 나를 따라서 자신들의 묘지를 바라봤다.

(여긴가….)

(뭔가 신기하네요. 정작 우리는 여기에 없었는데.)

위르겐과 노라의 묘지.

정작 이곳에 묘지의 주인인 두 사람은 없었고, 루나는 두 사람이 없는 묫자리를 보며 하루를 보냈었다.

“떠나기 전에 꼭 데리고 올게요.”

(…그래. 고맙다.)

나는 그렇게 감사의 말을 들으며 묘지 앞에 유골이 담긴 보자기를 놓았다.

‘일단 오늘은 간단하게 묻어주고, 다음에 정식으로 관을 만들어 볼까….’

그렇게 무덤을 보며 계획을 짜는 순간이었다.

“야.”

“….”

거짓말이지?

처음에는 혼령들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부른 목소리가 나를 한 번 더 부르자….

“야. 내 말 무시하냐?”

(….)

혼령들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사그라지면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왜?”

건물 안 곳곳을 비추던 마나석 아래에….

“성수호….”

루이스가 팔짱을 낀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루이스는 팔짱을 풀고는 노려보는 것을 유지한 채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성수호, 네가 여긴 왜 온 거지?”

“….”

나는 루이스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화단에 있던 유골을 파내는 모습을 루이스가 봤다면?

그리고 그걸 자기 마음대로 각색해서 주변에 퍼트리면?

이상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컸다.

카린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수습할 수 있겠지만, 소문이라는 건 한번 퍼져나가면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 소문이 나는 건 적당히 무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화단을 파내는 것을 들켜도 되고, 내가 묘지에 방문한 걸 들켜도 상관없어. 하지만 두 사람의 유골을 파냈다는 사실을 절대 들켜서는 안 돼.’

아무리 내가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해도 위르겐과 노라의 유골을 파낸 행위는 루나도 쉽게 이해해주지 못할 것이다.

이해시키는 것도 가능하지만, 지금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복잡한 머릿속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는 중에,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약 루이스가 봤더라도 그 어둠 속에서 수호 님께서 파낸 물건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긴….’

아르모니아의 말에 마음이 살짝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았다.

나는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냥 한 번 들러봤어.”

“그냥이라….”

루이스는 그렇게 말을 흘리면서 서서히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뭐지? 내가 가지고 온 건 관심이 없어 보이네.’

루이스는 묘지 앞에 둔 보자기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니… 보자기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듯 보였다.

루이스는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슈타트펠트 가문의 묘지… 이런 곳을 만들다니 참 대단하네. 우리 선조들은 전부 저택 외곽 묘지에 안치되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루이스의 모습에 짜증을 내며 입을 열었다.

“너는 무슨 일로 왔는데?”

“…네가 뒷산으로 향하길래 무슨 흉계를 꾸미나 싶어서 왔지.”

모르는 척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남우주연상을 받아도 될 정도의 연기력이었지만, 내가 아는 루이스는 그런 녀석이 아니었다.

‘저 정도면 진짜 모르는 거라고 봐도 되겠네.’

나는 그렇게 판단하며 표정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하아… 설마 고백하러 온 거야? 남자 고백은 받을 생각 없으니까 미리 사양해둘게.”

“으드득….”

루이스는 내 도발에 미소를 깨트리고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푸하하! 말은 잘하네.)

그리고 루이스의 모습에 인상을 쓰던 클라우디아는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그런 클라우디아의 웃음을 느끼지 못한 채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말투가 경박한 것을 넘어서서 천박하네. 루나는 도대체 너 같은 녀석에게 친절한 건지….”

“….”

루이스의 모습이 평소와 살짝 달라 보였다.

시비를 걸 때는 짧게 걸고, 빨리 빠지는 게 루이스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내가 지겹다고 생각될 정도로 길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고작 성적 좀 좋다고 너 같은 평민에게….”

루이스가 그렇게 말을 천천히 늘이자, 클라우디아가 조심스럽게 내 옆에 붙어서는 입을 열었다.

(야… 내가 죽은 지 오래됐지만, 이런 거에는 아직 감이 살아 있어서 하는 조언인데….)

“…?”

클라우디아의 말이 더 이어지기 전에 루이스가 어깨를 편 채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친절하게 구는 루나가 이해가 가지 않아.”

루이스의 눈동자에 살의가 풍기는 것과 동시에 클라우디아가 내게 경고했다.

(야. 저 새끼 진심이야. 진짜 죽이려고 달려들 거 같으니까 조심해라.)

***

루이스는 서서히 경계하는 성수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단둘이 됐어.’

창밖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성수호의 모습.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화단에서 빛을 내뿜는 마법진을 사용한 성수호의 모습을 루이스가 포착한 것이었다.

성수호는 그렇게 마법을 사용하더니, 아틀러 뒷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성수호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관심 없었다.

성수호가 무슨 마법을 썼는지도 관심 없었다.

성수호가 무슨 목적이 있는지도 관심 없었다.

루이스는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성수호가 올라간 뒷산을 따라 올라갔다.

처음에는 그에게 시비를 걸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계단을 한 발짝 오를 때마다 그의 내면에 있던 본능이 점차 그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래….

‘애초에 나는 시비 따위를 걸러 이곳에 온 게 아니야.’

루이스는 귀족이다.

그것도 그냥 어중이떠중이 귀족이 아닌 레빈의 중앙 정치를 담당하는 공작가의 장남이었다.

만약 루이스가 외딴곳에서 평민과 시비가 붙어서 그 평민을 죽인다고 치자.

성수호가 사는 세계였다면 루이스는 바로 철창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성수호가 살던 세계가 아니었다.

루이스가 평민이 자신을 위협해서 죽였다고 하면 모든 사건은 바로 종결되는 곳.

그게 바로 레빈이었다.

‘단둘… 드디어 단둘이야.’

루이스는 표정을 굳히는 성수호의 모습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누가 보면 내가 너한테 뭔 짓이라고 하는 줄 알겠네.”

“…나가서 하자.”

루이스는 성수호의 말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갑자기 나가자고? 왜? 설마 내가 너를 공격하기라도….”

“지금 이곳은 루나의 선조분들께서 잠들어 계신 곳이야. 여기서 싸우다가 루나에게 걸리면 너도 좋을 거 없잖아.”

성수호의 입에서 루나의 이름이 담기자, 냉수가 쏟아지듯 루이스의 머리를 식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였다.

성수호의 불안한 표정이 루이스의 머릿속을 들끓게 만들며, 그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크흐흐… 하긴… 지금이라도 나가서 도움이라도 요청하고 싶겠지.”

“그런 거 아냐. 여기서 난동을 피우면….”

“닥쳐, 겁쟁이 새끼야!”

루이스의 목소리가 묘지에 있는 영혼들을 진짜 깨울 것처럼 건물 안에 울려 퍼져나갔다.

“선조? 난동? 어차피 죽어서 흙에 파묻힌 인간들이야! 그리고 마침….”

루이스는 성수호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서서히 둘러봤다.

“죽은 자들도 그동안 조용해서 심심하지 않았겠어?”

흥얼거리듯 말한 루이스는 손에 마나를 불어 넣으며 사냥감을 구석에 몰아넣은 사냥꾼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에게 재미있는 구경 시켜주자고. 성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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