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76화 (676/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인간은 절대 자연을 대적할 수 없다.

그건 만물의 순리다.

하지만 인간들은 대개 그런 것을 쉽사리 납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기준으로 자연과 동일한 존재를 만든다.

바로 신.

그렇게 자신들과 형태가 비슷한 신을 임의로 만들어 자연에 배치한다.

그리고 자연재해를 그들의 심통으로 치장한 뒤, 그들과의 소통으로 재해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입하는 것이다.

그런 자연재해를 운이 좋게 때려 맞추거나, 잘 이용하는 자들은 주변 인간들의 믿음을 흡수한다.

그리고 점차 세력을 넓힌다.

그게 대게 국가나 종교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만약 신과 같은 존재가 실존한다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냥 그를 중심으로 모두 모이게 되는 것이다.

종교라는 단체가 생길 명분조차 없는 세상.

그게 루트비히 리펜슈타인, 대마법사라 불리는 자가 사는 세상이었다.

당연히 아무도 건들지 못하고, 언제나 고개를 조아리며 그의 걸음걸이를 보는 것만으로 평생 안줏거리가 되는 그런 존재.

그런 존재 앞에….

“저기요. 아저씨!”

“…?”

웬 사내아이 같은 계집애가 나타나서 그를 멈춰 세운 것이었다.

머리는 단발에, 온몸에 흙칠을 해서는 누가 봐도 먹을 것을 구걸하고 다닐 것 같은 아이.

그런 아이가….

“아저씨가 그렇게 대단한 마법사라면서요!? 마법으로 빵 좀 만들어주세요!”

“….”

그게… 학장과 클라우디아의 첫 만남이었다.

..

..

나는 클라우디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헛웃음을 흘렸다.

“살아난 게 용하네요.”

(맞아. 그런데 배고파 뒤지기 일보 직전이라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었어.)

참고로 빵을 만들어 달라고 한 건 당시의 클라우디아의 눈에 마법은 진짜 신의 능력과 다를 게 없어 보여서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

마법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그냥 뭐든 입에 뭔가 넣고 싶었던 것이었다.

“빵이 아니라, 화염볼을 먹었으면 환상적인 맛이었겠네요.”

(흐흐흐… 그것도 인생의 마지막 경험이라고 하면 나쁘지는 않았겠네.)

저걸 긍정적이라고 봐야 하는지, 부정적으로 봐야 하는지….

그렇게 클라우디아는 학장과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학장은 무시했지만, 클라우디아는 끝까지 그에게 물고 늘어져서 쫓아다녔다는 게 두 사람의 러브… 아니, 괴짜 스토리였다.

(뭐… 운이 좋기도 했어. 저 양반이 나를 거둬들인 이유가 그저 불쌍해서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의외로 클라우디아에게 마법의 재능이 있었고, 끈기와 인내심이 엿보여서 조수로 데리고 다닌 게 시작이었다.

그렇게 같이 다니다 보니, 정이 들고… 우애가 깃들고… 사랑이 싹튼 뒤… 모든 전쟁이 끝나고 나서 헤어진 게 두 사람의 스토리였다.

참고로 학장은 그렇게 헤어질 때까지도 클라우디아 앞에서도 저렇게 웃은 적이 없었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었다.

진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마지막을 들을 차례였다.

“왜 헤어졌어요?”

(…몰라. 전쟁을 끝내서 기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나한테 반지 하나 딱 남기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떠나가 버렸어.)

즉, 지금 내 주머니에 있는 가보는….

(맞아. 저 양반이 나한테 넘겨준 거야.)

“그런데 왜 끼지 않았어요?”

(그때는… 저 양반이 저렇게 오래 살 줄 몰랐으니까.)

클라우디아는 갑자기 상실감을 느낀 듯한 모습으로 떠난 학장을 놓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아닌 더 어울리는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면 해서….

클라우디아의 이야기를 들은 강한나가 동감하듯 통신으로 말했다.

[하긴… 저 당시에는 클라우디아 본인도 그렇고, 학장 본인도 이렇게 오래 살 줄은 몰랐겠죠. 저도 저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예요.]

그 뒤, 클라우디아는 학장에게 받은 소중한 반지를 그가 올 때까지 보관한다는 명분으로 지하에 뒀다.

문제는 태어난 자식에게 소중한 물건이라는 식으로만 말하고, 그 물건의 출처를 제대로 말하지 못한 채 갑자기 죽어 버린 것이었다.

학장과 클라우디아의 인연은 서로 탓할 것이 아니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었지만, 서로의 인연이 엇갈렸을 뿐이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죽고 나서 이 반지에 묶여서 어디론가 가질 못하겠더라구.)

아마 반지에 묶였다기보다는 마음의 짐이 있어서 끌려다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클라우디아와 학장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재미는 있었다.

아니, 내가 들어본 이야기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냥 소설로 읽었다면 그저 흥미로운 스토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럼 그런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나도 보답을 해줄 차례였다.

“자, 그럼 중요한 사람을 만나러 가볼까요?”

(중요한 사람?)

“후손이요. 위르겐 슈타트펠트라고 제가 가보 방에 들어갈 수 있게 해준 분이세요.”

클라우디아는 위르겐의 이름을 듣자마자 옛 생각을 떠올리듯 눈을 감고 피식 웃었다.

(아, 예전에 내 방에 들러서 고해성사를 늘어놓던 녀석 말인가?)

“고해성사요?”

내가 클라우디아에게 묻자, 클라우디아는 손을 휘저으며 대답을 피했다.

(그건 뭐… 예전 일이고…. 오랜만에 낯짝이나 한번 보자.)

클라우디아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채 어울리지 않게 팔짱을 끼며 악마처럼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일군 가문을 마지막에 무너뜨린 녀석이 어떤 얼굴을 하는지….)

“….”

위르겐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

..

방안에는 냉기… 아니, 열기같이 퍼져나가는 한기가 주변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한기 가운데에는 남녀 두 명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을 최대한 외면한 채 모르는 척해줬다.

그리고 화가 난… 아니,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와… 너희들이구나? 내가 열심히 쌓은 가문을 무너뜨린 애들이.)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클라우디아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위르겐과 노라가 무릎을 꿇은 채 사죄의 목소리를 조심스럽게 흘렸다.

사실 분위기는 한기가 감돈다고 했지만, 그 한기라는 존재를 느끼는 건 아마 위르겐과 노라뿐일 것이다.

그 증거로 클라우디아는….

(흐흐흥….)

멸문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콧노래를 부를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클라우디아는 억지로 표정을 굳히며 되지도 않는 분위기를 잡았다.

(뭐… 너희들 탓을 할 생각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아니, 애초에 우리 셋 다 죽은 거잖아? 이제는 너희가 내 앞에 굽신거릴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그… 그래도 초대 가주님이신데….)

(초대 가주가 너희 빵 먹여줬냐? 아… 내 이름 덕분에 호의호식하긴 했겠네.)

학장을 처음 만날 때도 빵빵 거렸다던데, 빵이 좋긴 좋은가 보다….

하긴 전쟁통에 살았던 인간이니 먹는 게 제일 중요했겠지.

(이제 그만하고 일어나. 나도 너희들한테 그런 대접 받으려고 온 거 아니니까.)

클라우디아의 말에 위르겐과 노라가 동시에 입을 올리며 바닥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용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장난치던 클라우디아도 두 사람의 진심이 담긴 말투에 씁쓸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용서는 무슨… 나야말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지.)

그렇게 세 사람의 만남과 이해관계를 전부 정리할 수 있었다.

노라가 자리에서 제대로 일어선 뒤,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와… 그 어렵다고 하는 걸 며칠 만에 배워서 뚫다니 대단해요!)

“하하… 감사합니다.”

(루나가 걱정됐는데, 이렇게 보니까 남자 하나는 잘 만났네요. 그쵸, 여보?)

(….)

위르겐은 나를 씁쓸한 눈으로 한동안 응시하더니, 간신히 입에 기운 없는 목소리를 담았다.

(그래… 잘했다.)

위르겐의 목소리에서 오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여러 가지 이상의 감정이 섞인 그런 느낌이랄까나?

저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니,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간신히 찾아서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죠?”

나는 주머니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반지를 꺼내서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위르겐과 노라는 내가 올려놓은 반지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두 사람도 이제 이 반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지하 깊숙이 안치되어 있던 이 반지가 가보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두 사람의 입장에서 이 반지가 루나의 손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실수로라도 착용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로 번지게 만드는 저주받은 물건이니까.

그렇게 위르겐과 노라, 그리고 내가 침묵하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반지의 주인인 클라우디아가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 어쩌긴 어째?)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이 클라우디아 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싱글벙글 웃는 클라우디아는 나를 지목하며 외쳤다.

(저 녀석이 가지고 다니면 그만이잖아.)

나는 그녀의 말에 표정을 굳히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요? 그냥 묘지에 놔 드릴 테니, 거기서 후손들이랑 잘 지내시는 게….”

(후손? 미친 내가 왜 그런 재미없는 녀석들이랑 있어야 하는데?)

“….”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재미없는 후손들 생각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두 사람의 침울한 표정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디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몇백 년을 안에 갇혀 지냈어! 또 한 곳에 틀어박혀 있기 싫단 말이야!)

“하지만 거기에는 사람들도 많고….”

내가 그렇게 클라우디아를 설득하려고 하자, 클라우디아는 내 설득을 무시하고는 갑자기 내 몸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싫어! 싫어! 나 너 따라갈 거야! 나 너 따라갈 거라고!! 책임져!! 나 찾아냈으니까 책임지라고!!!)

“자, 잠깐 떨어지고….”

나는 나를 끌어안고 소리 지르는 클라우디아의 모습을 외면하며 위르겐과 노라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즈… 즐거운 여행 동반자가 되겠네요!)

(그래… 조, 좋은 인연이 생겨서 다행이군.)

“….”

나를 보며 불쌍한 표정으로 따뜻한 박수를 보내줬다.

아까 불쌍하다고 여긴 것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제 불쌍한 사람은….

(자, 그 마법 학교인가 머시기인가 빨리 가자!)

“하아….”

내가 되었으니까.

..

..

일단 새로운 동반자가 생겼다.

(와… 바깥 좀 봐봐! 달이야! 다아아알!)

“….”

클라우디아 슈타트펠트.

솔직히 버리려고 하면 버릴 수 있겠지만, 내 입장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루나의 초대 가주이자, 학장의 연인.

일단 어떤 식으로든 버리고 갔다가는 나중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그래.

그녀를 데리고 가는 것까지는 괜찮다.

솔직히 클라우디아가 더럽게 시끄럽긴 해도 인간적으로는 마음에 들긴 하니까.

[여자로서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요?]

‘….’

나는 강한나의 어려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클라우디아를 불러서 정식으로 대화를 나눴다.

“잠깐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물론~ 나는 이야기 나누는 거 좋아해~)

참고로 위르겐과 노라는 이미 떠난 상태였다.

‘…이럴 때만 진짜 귀신처럼 사라지시는구만.’

나는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클라우디아와 향후 방침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가는 건… 일단 허락하겠습니다.”

(오오!!!)

클라우디아는 잠깐 뮤지컬 배우처럼 발성을 내더니, 갑자기 표정을 풀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같이 가는 거 이미 결정 났잖아?)

“….”

서열정리를 위해 운을 띄운 게 전혀 소용없어졌다.

그래도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여서 아랫사람 취급을 받는 건 피해야 했다.

“몇 가지 규칙을 정할 건데, 만약 규칙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바로 묘지행인 줄 아세요.”

(아하! 그건 걱정하지 말아. 내가 싸가지 없긴 해도 도와주는 사람 말은 잘 듣는 편이야.)

하긴 그랬으니까 과거에 학장이 데리고 다닌 것이겠지.

나는 클라우디아는 보며 행동 규칙을 설명했다.

첫째, 떠드는 건 평상시에만.

“수업 중이나, 제가 중요한 볼일을 보고 있을 때는 조용히 해주세요. 특히 대화 중에 정신 사납게 하시면 안 돼요.”

(고럼~ 그건 잘 지킬 수 있어.)

그리고 이제 제일 중요한, 두 번째 규칙이었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클라우디아와 동행하는 문제를 수차례 고민하고 있던 것이었다.

“제가… 여자관계가 좀 복잡해요. 만약 알게 돼도 나중에 위르겐이나 노라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해주세요.”

(오….)

클라우디아는 나를 한껏 응시하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입을 열었다.

(관계가 복잡하다는 게 무슨 의미야? 알고 보니까 네가 우리 가문 멸문 시킨 장본인이거나 그런 거야? 그런 상황에서 그… 루나로이드랑 사귀는 거고?)

루나로이드는 또 뭐야….

나는 이상한 생각으로 가득한 클라우디아에게 제대로 설명을 시작했다.

루나와 만난 뒤, 다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을….

그런데 내 말을 들은 클라우디아는 오히려 더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게 왜 복잡한 거야? 능력 있는 거 아냐?)

“어… 후손 말고 다른 여자랑 자는 건데요?”

분명 화낼 줄 알았다.

하지만 클라우디아는….

(그 양반보다 네가 훨씬 낫네. 그 양반 최대 단점이 여자 관심 없는 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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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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