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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71화 (671/898)

마법 학교 슈트라 (5)

마나석이 은은하게 비치는 복도.

루나는 그런 복도를 이동하면서 추위를 느끼듯 양팔을 쓱쓱 비볐다.

“후우… 역시 과했던 걸까.”

얼음 비가 쏟아지는 바깥에서 성수호와 살결을 나눈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흥분했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한편으로 반성하기도 했다.

“만약…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큰일 났겠지?”

루나는 현재 아틀러의 영주이자, 슈타트펠트 가문을 이어받은 백작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이곳에서 제일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품위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했다.

영주이자, 백작인 여자가 외간 남자와 성 내부에서 야외 섹스를 했다?

만약 누군가가 보고, 그걸 주변에 퍼트리면 이미지 손상을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간신히 끌어 올린 가문의 위상도 사람들의 곱지 못한 시선을 받았을 것이고….

하지만 그럼에도 루나는….

“후우… 그래도 좋았어.”

미소를 머금으며 아까 성수호와 했던 섹스를 떠올렸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곳에서 알몸으로 서로의 온기를 필사적으로 나누던 두 사람.

평생 어디서 그런 경험을 해보겠나 싶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일단 방에 가서 옷 갈아입고, 수호 씨의 방으로 가자.”

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방 내부에는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루나!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루이스가 루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나는 갑자기 등장한 루이스의 모습에 반가우면서도 짜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반가운 이유는 그가 연금되었음에도 이렇게 찾아올 수 있는 여유가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그에 비해서 짜증이 피어나는 이유는….

“루이스? 내 방에는 무슨 일이야?”

자신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었다.

루나의 질문에 루이스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문 앞에서 계속 기다려도 오지 않길래….”

과거의 루나였다면 루이스의 이런 행동에 크게 질책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루나는 어느새 자신만의 공간에 누군가… 그것도 남자가 들어와 있는 것에 굉장히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루나는 사춘기 소녀의 감정을 품으며 루이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 만나고 싶었으면 시종을 불러서 대기 시켰어도 됐잖아.”

“아… 미, 미안….”

루이스는 루나의 질타에, 사과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알았으면 됐어. 나야말로 갑자기 화내서 미안해.”

루나는 숙이며 들어오는 루이스의 모습에 화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야?”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

루나는 루이스의 말에 짜증이 밀려오며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아… 지금 수호 씨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후회도 밀려 들어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상대할걸….’

루나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루이스와의 대화를 거절한 이유는 성수호 때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당연히 성수호가 자신을 찾아올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바쁜 일이 있다고 말하며 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루나는 결국 오전을 혼자 보내게 된 것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루이스를 내쫓고 바로 성수호의 방으로 향하고 싶었다.

하지만….

“루나….”

애원하듯 바라보는 루이스의 모습에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하하… 다행이다.”

루이스의 천진난만한 미소에도 루나는 쉽사리 미소를 짓지 못한 채 속으로 생각했다.

‘…짧게 이야기하면 문제없겠지?’

루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루이스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연금이라고 하지 않았어? 잘 해결된 거야?”

처음 루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안부였다.

생각 같아서는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막상 루이스를 앞에 두니 매정하게 굴 수가 없었다.

루이스는 자신의 안부를 물어본 루나의 말에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연금은 아직 안 풀렸어. 좀 더 조사에 협조해달라고 했어.”

“협조?”

“응. 애초에 그 녀석들이 나를 강제로 가뒀을 리가 없잖아.”

루이스는 간만에 루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그런지 신나게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까 마주했던 궁정 마법사에 대한 설명 또한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경했다.

마치 궁정 마법사가 굽신거리는 것처럼….

루이스는 모공에 존재하는 허세까지 전부 끌어모으며 루나의 앞에서 자존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자존감을 높이는 행위는….

“….”

루나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아… 이러다가 이야기 길어지겠는데?’

폭우 속에서 성수호와 섹스를 했던 루나였다.

아까까지 성수호의 방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발걸음이 가벼웠었다.

하지만 루이스와 대화를 나무다 보니 앉아 있음에도 마치 머릿속에 납덩이가 짓누르듯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참자.’

루나는 애써 두통을 참아내며 루이스의 말을 들어줬다.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던 루이스는….

“어? 루나? 어디 아파?”

뒤늦게서야 루나의 상태를 인지한 것이었다.

‘…수호 씨였으면 바로 알아줬을 텐데.’

친구와 연인.

두 존재는 루나의 입장에서 딱히 비교할 이유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럼에도 루이스를 계속 앞에 두고 있자면 성수호가 떠올랐다.

루나는 자기 생각을 털어내듯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냐. 아픈 건 아닌데… 피곤해서….”

“아… 요새 많이 피곤한가 보네. 하긴… 갑자기 여러 가지 사건을 겪었으니….”

루이스는 마치 루나를 이해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의 미소를 담아내던 입술과 눈은 힘을 잃고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렇게 루이스는 미소를 완전히 지워버린 뒤,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루나… 하나 물어볼 게 있어.”

“하나?”

루나는 질문 하나만 하면 끝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느껴져서 그런지 미소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런 루나의 미소에 루이스는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루이스는 그저 루나가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질문했다.

“혹시… 아까 아틀러 성 뒤편에 갔었어?”

루나는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뒤편? 응. 갔었지.”

그리고 대답과 동시에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잠깐… 뒤편이면… 수호 씨랑 간 거잖아?’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루이스의 말을 듣고 루나는 자신의 대답이 실수였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루나… 그럼 혹시 뒤편에 갔을 때, 화단에도 갔었어?”

루나는 루이스의 말을 듣자마자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머릿속에 현기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단 떠오르는 건 최악의 상황이었다.

‘뭐지? 설마 본 거야?’

성수호와의 관계를 본 루이스.

아니, 루이스가 보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본 다음 루이스에게 알렸을 가능성도 컸다.

하지만….

‘아냐. 그건 불가능해.’

성수호와 루나가 아무리 흥분했다고 해도 주변 상황까지 무시할 정도로 흥분한 건 아니었다.

그 폭우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루나가 생각할 수 있는 루이스가 건넨 질문의 의도는 하나였다.

“화단? 잠깐 지나가기는 했지만, 그곳이 왜?”

바로 우연.

루이스의 질문은 몰아세우는 듯한 질문이 아니었다.

‘내가 그곳에 있는 걸 다른 사람한테 듣거나, 창문으로 바라본 거겠지? 그럼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거고….’

루나는 그렇게 희망 회로를 돌리며 모르는 척하며 입을 열었다.

“화단 상태가 예전이랑 달라서… 오래 있고 싶지 않아서 잠깐만 구경했어.”

“…정말?”

“그럼 정말이지… 내가 왜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어?”

거짓말.

그것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루나는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이 속 안에 응어리지기 시작했다.

‘하아… 수호 씨랑 같이 있는 걸 알면 또 이상한 소리를 할지도 모르니까….’

만약 혼자 화단에 갔다면 당연히 솔직하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수호와 같이 가제보에서 했던 성교가 떠오르는 순간 루나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었다.

루이스는 루나의 대답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기듯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쳐다보던 루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 알았어.”

“왜 그런 걸 물어본 거야?”

“아… 아무것도 아냐. 그냥… 아까 화단을 보니까 같이 놀던 기억이 떠올라서….”

루이스의 말을 들은 루나는 과거를 회상하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거기서 루이스랑 놀았던 적이 있던가?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화단에는 여러 추억이 있다 뿐이지, 루이스를 특정해서 추억을 떠올릴 수는 없었다.

거기다 화단이라는 단어로 인해 루나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과거의 추억이 아니었다.

‘후우… 아까 엄청 추웠지… 그래도… 좋았어.’

성수호와 했던 섹스가 떠오른 것이었다.

루나가 그렇게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자….

“예전 생각하니까 기분 좋지?”

“아….”

갑자기 들려온 루이스의 목소리 덕분에 루나의 기분이 다시 다운되기 시작했다.

‘하아… 아냐. 루이스 잘못이 아니잖아. 화내면 안 돼.’

루나는 그렇게 속으로 짜증을 삼키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루나. 나중에 시간 나면 같이 예전 추억 떠올리면서 산책이라도 하자.”

“응… 그러자.”

루나의 대답을 들은 루이스는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이 옷매무시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자꾸 피곤할 때 불러서 미안해.”

“괜찮아. 나야말로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하지….”

루이스는 루나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는 신경 쓰지 마. 내가 누군지 알잖아? 브란트루프 공작가의 장남, 루이스라고!”

“하하….”

“그래도 루나 덕분에 기분이 많이 풀렸어. 고마워.”

루이스는 그렇게 말한 뒤, 객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루나.”

“응?”

루이스는 다시 굳은 표정을 지으며 루나에게 마치 경고하듯 마지막 말을 남겼다.

“만약에… 성수호 녀석이 귀찮게 굴면 꼭 말해줘.”

“…귀찮게?”

루나는 루이스의 말에 속이 살짝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귀찮게 하는 게 과연 누구인가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루나는 바로 마음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질타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루이스는 친구잖아. 귀찮다고 생각하면 안 돼.’

루나는 그렇게 반성하며 루이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정말 말해줘야 해. 알았지?”

“알았다니까….”

루나의 씁쓸한 미소를 본 루이스는 그제야 표정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가볼게. 다음에는 오늘같이 함부로 들르지 않을게. 그럼….”

루이스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긴 뒤, 루나는 방을 나갔다.

루나는 그렇게 방을 나간 루이스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후우…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말해줄까?’

루나는 성수호와 깊은 관계로 진입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성수호와 그런 관계로 진입한 뒤에도 루나는 단 한 번도 루이스에게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루이스와 성수호가 견원지간이라는 게 제일 큰 문제였고.

두 번째는 왠지 모르게 루이스에게 말하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루나는 루이스를 떠올리며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결론은 그 전과 다르지 않았다.

‘아냐… 루이스한테 말하는 건 최대한 미루자.’

루나는 그렇게 결정한 뒤, 방 안을 둘러보며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후후… 이제 옷 갈아입고 수호 씨한테 가볼까?”

루나는 문을 잠근 뒤, 푸른색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성수호의 방에 갈 때 입을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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