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 (5)
성수호는 분명 약속했다.
제대로 된 콘돔을 사 온다면 한번 하게 해주겠다고….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하연이랑 한 번만….’
한여름은 발기한 상태로 꼿꼿이 선 채 자기 차례가 오기를 간절히 기다렸다.
평생 바라오던 순간이었다.
비록 진짜 바라던 건 민하연과의 애정이 담긴 첫 경험이었지만, 한여름도 그 부분만큼은 포기한 상태였다.
민하연의 첫 상대는 성수호다.
그 사실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게 되었다.
한여름의 회귀가 아무리 사기라고 해도 이제 와서 사실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다.
모든 게 성수호로 인해서 엉망이 되었고, 그 엉망인 상태로 회귀조차 의미 없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 성수호 덕분에….
‘민하연… 오늘… 저 새끼보다 내가 훨씬 낫다는 걸 보여주겠어….’
민하연이라는 여자를 안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한여름의 마음속에는 성수호에 대한 분노보다 이미 성수호에 대한 고마움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나한테 기회를 줘서 고맙다. 그리고… 나한테 기회를 준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한여름은 잔뜩 기대감에 차오른 상태로 다시 침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나, 나 망가질 거 같아! 수호야! 하아앙! 가, 갈 거 같아!)
민하연의 비명과 같은 신음과 동시에 성수호가 외쳤다.
(좋아. 싸줄게!)
(히이익! 하앙! 호고오옥!)
민하연의 추잡한 신음이 거실까지 터져 나왔고, 그렇게 터져 나온 신음 후에….
(싼다!)
(호그으으으윽!!)
망가져 가는 민하연의 목소리가 한여름의 귀로 들어와 그의 하복부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민하연… 내 차례가 오면….”
한여름은 그렇게 하복부에 힘을 주며 성수호가 침실에서 자신을 부르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그의 기도는….
철컥.
“휴우… 야, 한여름.”
“어!?”
한여름이 기대감에 차오른 표정으로 성수호에게 다가가자 성수호가 상쾌한 얼굴로 한여름에게 말했다.
“이번에 사 온 콘돔은 괜찮더라. 그래도 한 번 이상은 못 쓰겠어. 바로 맛이 가서 더 하면 위험하겠더라.”
“그, 그래….”
한여름은 성수호의 높은 평가에 굽신거리며 실실 웃었다.
실실 웃던 한여름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상태를 떠올렸다.
‘씨발… 내가 왜 이런 새끼한테….’
하지만 그럼에도 웃음까지 버리지는 못했다.
그가 웃는 이유는 성수호 때문이 아니었다.
‘어차피 실실 웃으며 병신 취급당해도 회귀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야! 하연이… 하연이랑 한 번만…’
그렇게 기대하며 침실 안쪽을 슬며시 엿보려는 순간이었다.
콰당!
“흐읏!”
성수호가 문을 세게 닫으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한여름은 갑자기 옷을 갈아입는 성수호의 행동보다 그의 뒤에 존재하는 침실 문에 더 시선이 가고 있었다.
그렇게 닫힌 침실 문을 보며 한여름이 성수호에게 말했다.
“저기… 아, 아까 한 약속….”
한여름의 불안감이 담긴 떨리는 목소리에 반응한 성수호는 모든 옷을 갈아입고는 킥킥 웃었다.
“아, 그거 기다리고 있던 거였어?”
“크읏….”
한여름은 성수호의 비웃음에 평생 쌓아왔던 자존심과 자존감이 전부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비웃음만 당해서 무너진 거냐고?
아니었다.
‘하… 하연이랑만 하면….’
성수호의 말대로 이 순간을 정말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다려온 건 한여름뿐만이 아니었다.
└드디어 보는 건가!!!
└한여름이 민하연이랑 한다고? 에이, 구라도 적당히 쳐야지.
└이거 분명 성수호가 뒤통수치는 엔딩이겠지.
└아냐…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어!
다들 기대와 불신을 동시에 품으며 성수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여름과 한여름의 채널이 성수호를 지켜보자, 성수호는 옷을 다 갈아입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약속을 지켜볼까?”
“!?”
한여름의 시선이 침실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성수호가 웃으며 말했다.
“자, 나가자.”
..
..
성수호를 따라간 한여름이 도착한 곳은 민하연이 있는 침실이 아니었다.
“여… 여긴 어디야?”
한여름이 지내는 카지노와 견줄 정도로 거대하고, 아까 봤던 성인용품점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한 건물이었다.
한여름은 이미 이곳의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현실 도피하듯 모르는 척하며 다시 물었다.
“여… 여긴 어디냐고….”
“아, 너 이런 곳 와본 적 없냐?”
성수호는 한여름은 바보 취급하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 성매매 업소야. 포인트만 주면….”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한여름은 폭발한 상태로 성수호에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씨발, 민하연이랑 하게 해주겠다며!! 이 개새끼가 나를 속여!?”
“…뭐?”
한여름의 말에 성수호는 여느 때보다 더 깊이 파인 불쾌함을 얼굴에 담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하연이랑 네가 왜 해?”
“씨발 새끼야!! 아까 네가 콘돔만 제대로 사 오면 민하연이랑 한번 하게 해주겠다고 했잖아!!!”
“…내가?”
한여름의 비명 같은 외침에 성수호가 턱에 손을 올리고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던 성수호는….
“미친놈 아냐? 내가 언제 민하연이랑 하게 해주겠다고 말했어?”
“지금 와서 내빼지 마!! 네가 분명….”
한여름이 계속 성수호를 닦달하려는 순간이었다.
채널에서 아까 성수호가 했던 말을 정확히 짚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까. 한번 하게 해주겠다고 했지. 민하연이랑 하게 해준다는 말은 안 했네?
한여름은 그 채팅에 눈이 돌아간 순간 멍하니 아까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분명 말했다.
‘한 번 하게 해줄게.’
라고….
채널에서는 멍하니 땅을 바라보는 한여름의 모습을 바보 취급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이제 알았음?
└뭐야? 이미 알고 있었어?
└사실 나도 알고 있었음 ㅋㅋㅋㅋ
└나도 ㅋㅋㅋㅋㅋㅋㅋ
└성수호 저 새끼가 어떤 새끼인데, 민하연을 내줄 거라고 생각하냐 ㅋㅋㅋㅋ
한여름은 채널 대화를 한참 보더니, 자신을 향해 비릿하게 웃는 성수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가….’
성수호는 미끼를 던진 것이었다.
그것도 아무도 걸리지 않을 허접한 미끼를….
한여름은 굴욕감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끼며 중얼거렸다.
“내,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냐… 그냥 가자.”
여기서 성수호에게 대들어봤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한여름은 민하연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시 호텔로 향하려는 순간이었다.
“어딜 가?”
“…?”
성수호가 한여름은 멈춰 세운 뒤, 엄지로 업소를 가리키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왕 왔는데. 들어가자.”
성수호의 말에 한여름은 머리통이 터질 듯이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 할 생각 없다고… 그러니까….”
한여름은 최대한 분노를 삼키며 대답했지만….
“네가 할 생각이 있든 말든 뭔 상관인데?”
“…뭐?”
성수호는 악마처럼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왔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
“…뭐?”
한여름의 물음에도 성수호는 대답하지 않고, 그거 명령할 뿐이었다.
“일단 따라와.”
“…씨발.”
한여름은 성수호의 뒤를 따라 화려한 매춘 업소 건물에 들어갔다.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도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대충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오… 존나 비싸 보이는데?
채팅에서 나온 대로 그저 골목길에 있는 매춘 업소와는 차원이 달랐다.
딱 봐도 이 도시에서 제일 잘나가는 업소 같았다.
└와우… 성수호가 웬일이냐?
└그러게… 이 정도면 우리도 기대해도 되겠는데?
└캬… 노예 대접 죽이네!!!
채널에 올라오는 채팅들이 한여름의 분노를 점점 식히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 정도면 괜찮을 거 같은데?’
이런 수준의 업소에서 나오는 여자들이라면 최소, 삼인방과 견줄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으리라 추측했다.
한여름도 막상 내부에 들어오니 기대감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이왕 온 거 한번 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그렇게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며 포기하는 순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이십니까?”
30대쯤 되어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가 성수호와 한여름을 맞이해줬다.
“아, 손님은 맞는데….”
“…?”
성수호는 여자에게 귓속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렇게 귓속말을 오고 가더니, 여자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야, 한여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 혼자?”
“어. 나는 이야기 좀 하고 올 테니까.”
“…알았어.”
한여름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여름의 얌전한 모습에 채널의 존재들이 폭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노예 같네.
└아까 발광하던 한여름 어디?
└밥과 섹스. 저 두 가지만 챙겨 주면 노예는 알아서 기는 법이지.
한여름은 그들의 조롱과 비난에도 꿋꿋이 참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흥… 나중에 섹스할 때, 채널 닫으면 볼만하겠네.’
한여름은 그렇게 채널의 존재들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싱글벙글하며 10분가량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자, 성수호가 20대의 예쁘장한 여자 두 명을 끼고는 다시 나타났다.
“야. 한여름, 저쪽이랑 이야기는 다 됐으니까. 가서 즐기기만 하면 돼.”
성수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여름에게 갑자기 제약을 걸기 시작했다.
“시작하기 전에 제약 좀 걸자. 첫 번째, 폭력 금지.”
“내, 내가 무슨 폭력을 쓴다고…!”
“강간범이 할 말이 아닌데?”
“이런 씨발 그건….”
“그리고 두 번째. 이제부터 절대 말 꺼내지 말 것.”
“흐으읍!!”
한여름은 성수호의 명령에 잠깐 발악했지만, 금세 진정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세 번째… 내가 초기에 걸어 놓은 제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의 말을 전부 들어줄 것.”
“…?”
이곳은 매춘 업소다.
원래라면 반대가 되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너, 안에 들어가서 괜히 사고 칠까 봐 제약 걸어 놓는 거야.”
성수호의 말을 듣고 나서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이 정도 업소면 여자 몸값도 장난 아니겠지.
└그리고 이런 곳이면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다 해주겠고….
└와…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까 존나 기대되네?
└한여름 그는 노예인가! 한여름 그는 노예인가! 한여름 그는 노예인가! 한여름 그는 노예인가!
└노예 맞아 미친놈아. 그만해 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자기가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흥분을 보며 한여름은 실실 웃으며 생각했다.
‘포인트 걸고 채널 닫을지 말지 결정해도 되겠네. 한탕 제대로 벌고, 즐기고… 나쁘지 않겠어.’
한여름은 그렇게 생각하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실실 웃는 한여름의 모습에 성수호가 피식 웃으며 옆에 대기하던 여자 두 명에게 말했다.
“그럼 안내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두 여자는 매혹적인 목소리와 함께 한여름의 양옆에 서서 그를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한여름이 이동하자, 성수호가 뒤에서 그에게 말했다.
“내가 내일 아침까지 시간 잡아놨어. 내일 아침에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 열심히 해라.”
“…?”
한여름은 성수호의 명령으로 입이 닫힌 채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갸우뚱하면서도 결국 발을 멈추지 못한 채 두 여자의 안내를 받아서 어디론가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와… 비싼 곳은 달라도 존나 다르네.
한여름도 동감하듯 입이 떡 벌어진 채 방을 들어섰다.
방 안에는 무수한 여자들과 잠자리를 해본 한여름조차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특이한 성인 도구와 화려한 가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심지어 성인 용품들이 즐비함에도 방이 지저분해 보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도구들이 가구와 어우러져서 고상함을 풍기고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여름이 방에 도착하자마자 두 여자가 그를 침대에 앉히고 속박하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왜 묶어?’
한여름은 두 여자에게 해명을 바라며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한여름의 눈빛은….
“눈을 가리겠습니다.”
눈가리개가 앞을 가리면서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여자들은 한여름을 완전히 구속한 뒤, 그를 향해 알 수 없는 말들을 남기기 시작했다.
“고객님께서 오시면 상황에 따라서 눈가리개와 수갑을 풀어주실 겁니다.”
“이미 제약이 걸려 있는 것 같지만, 절대 실례되는 행동을 하지 않게 주의 부탁드립니다.”
여자들은 그렇게 말을 남긴 뒤, 방을 나가는 소리와 함께 나가버렸다.
한여름뿐만 아니라, 채널의 존재들도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뭔데? 고객?
└이게 무슨 상황이냐?
└아니, 앞을 보여줘!!! 제발!! 보고 싶어!!!
└미친놈아 지금 앞을 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원래도 많았던 채팅이 뉴페이스들의 추가로 인해서 화산처럼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문만큼 더 큰 의문을 품는 존재가 있었다.
‘뭐야? 이게 도대체 뭐냐고?’
한여름 또한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순간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고--------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는 장면이 존재합니다.
건너뛰셔도 다음 화를 보는 데에 지장이 없으니, 내키지 않으시면 건너뛰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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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왔나?
└보여줘!! 보여달라고!!!
└드디어!!!
채널의 존재뿐만 아니라….
‘하아, 하아… 민하연은 아니지만… 적당히 예쁘기만 하면….’
한여름과 채널의 존재들 모두가 상대방의 모습을 기대하는 순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머… 진짜 잘생겼네….”
“…?”
여자였다.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지만….
“호호호… 이런 잘생긴 얼굴로 남창을 하다니… 사정이 있나 보네?”
└????????????
└?????????
└저기요. 저, 오디오가 맛 간 거 같아요.
└나도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다들 자신들이 이상한 게 아닌, 시스템의 오류로 넘겨짚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현실 부정은….
“몸 파는 건 오늘 처음이라고 하던데… 너무 긴장하지 마~”
여자의 목소리에 점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 씨발 잠깐만요….
└아, 아니지?
└제발… 거짓말하지 마….
채널의 존재들의 부정과….
‘자, 잠깐… 아, 아니지? 말도 안 돼… 아, 아니잖아? 성수호… 씨발… 아니지?’
한여름의 부정은….
“딱 보니까 내 아들이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이 아줌마가 오늘 밤 잘 리드해줄게~”
아줌마의 목소리로 인해 지옥이 된 이 장소에….
‘성수호!!!!!!!!!!!!!!’
철컥!
지옥문이 닫히며 모조리 삼켜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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