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 (5)
“내가 이기면 3층에 있는 동안 내 노예가 된다는 거 진심이야?”
민하연의 의미심장한 말과 동시에 성수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물론이지.”
“…정말?”
“왜? 내가 거짓말할 거 같아?”
“….”
민하연이 아는 성수호는 이런 내기로 거짓말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동료를 피신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건 봤어도 이렇게 여유로운 곳에서 거짓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민하연이 허탈하게 말을 내뱉자, 성수호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대신 나도 진지하게 갈 거야. 그리고 편지에 적힌 다른 조건도 기억하지?”
“응….”
성수호가 적어 놓은 다른 조건.
그건 바로….
“내가 이기면 한동안 하연이, 네가 내 노예가 되는 거야.”
성수호의 말처럼 서로 노예의 신분을 걸고 싸우자는 것이었다.
다만 여기서 성수호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냥 한동안이라고만 적어 놨어.’
성수호는 자신이 지면 3층 내내 노예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겼을 때는 한동안만 민하연에게 노예가 되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조건이 아닌 요청이었다.
민하연도 진지하게 하는 내기는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냥 의욕 증진용 내기겠지.’
물질적인 내기를 걸기에는 민하연과 성수호는 거의 모든 재산을 공동명의처럼 쓰는 부부 같은 관계였다.
그렇기 때문에 성수호가 내걸 수 있는 보상은 노예 신분뿐이었다.
성수호는 민하연을 믿고 내기를 걸었고, 민하연은 성수호를 믿고 내기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계약서 쓰고 하는 내기도 아니니까.’
그렇게 서로 응시하는 사이에 진행자가 확성기로 우리들의 모습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출전해서 바로 A등급이 된 두 사람입니다!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기 싸움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나와 민하연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진행자의 말에 흥분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민하연 이겨라!!)
(너한테 몰빵했다고!!)
(저런 연금술사는 단번에 처치해!!)
대부분 민하연의 편에 선 관객들이었다.
그들이 민하연을 응원하는 이유는 심플했다.
성수호는 C등급 싸움 이후로 시비가 붙을 일이 없다 보니 조절하며 싸웠지만, 민하연은 전설 직업을 내세워서 B등급 소환사를 상대로 압승하며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관객들은 성수호가 잘 싸웠다고 해도 심심함을 느끼는 반면에 민하연의 싸움은 그들의 눈을 휘어잡을 정도로 화려하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는 게 있었다.
‘다들 알려나 몰라. 내 앞에 있는 애가 얼마나 무서운 애인지….’
민하연은 위그드라실에 온 이래로 제일 큰 벽을 마주하고 있었다.
민하연이 겪었던 무수한 위협들….
그 위협을 전부 앞장서서 거둬내 준 남자.
그 남자가 눈앞에서 자신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눈싸움도 재미있게 봤겠다! 슬슬 진짜 대결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준비….>
민하연은 자세를 잡으며 성수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민하연이 바라보는 성수호는….
‘…이건 좀 자존심 상하는데?’
민하연이 소환하는 것을 기다려주겠다는 듯이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능력을 모른다면 거리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성수호는 이미 민하연의 능력을 전부 꿰뚫어 본 상태.
성수호의 그런 배려에도 민하연은 딱히 기분 나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성수호… 거리 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그렇게 거리를 둔 순간….
<시작!>
진행자의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진행자의 외침과 동시에 민하연은 바로 [소환 의식]을 사용했다.
“나와!”
그녀의 신호와 동시에 바닥에 생성되는 다섯 개의 보라색 원기둥.
그 원기둥은 삽시간에 해골 병사를 만들어낸 뒤, 사라지지 않고 오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오라가 일렁이는 해골 병사들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성수호를 감지했다.
“크허으으….”
그들은 민하연의 말을 듣지 않고도 그가 바로 적이라는 것을 확신하고는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두 개의 검과 두 개의 화살, 그리고 지팡이가 성수호에게 천천히 뻗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아냐, 수호가 마련한 자리잖아. 어설프게 하면 오히려 서로를 위해서 좋지 않을 거야!’
민하연은 그렇게 다짐하며 외쳤다.
“공격!”
“크허어어엇!”
민하연의 신호와 동시에 두 검을 들고 있던 병사가 성수호에게 신형을 날렸다.
갑옷을 입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살과 보라색 마법이 성수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성수호가 가만히 있으면 순식간에 몸이 난도질당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들….
그 공격들이 날아오자마자, 성수호는….
“그냥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치겠네!”
라고 외치며 갑자기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성수호가 꺼낸 무기는….
<낫입니다! 그것도 동네 잡초를 자르는 낫이 아닌, 사람을 잡초처럼 베어버릴 수 있는 거대한 사이드입니다!>
성수호의 주 무기는 활이었다.
그리고 활만큼 자주 사용한 건 바로 마법이었다.
거기다 보조적인 연금술까지 더해져서 성수호는 파티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이곳까지 도착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런 그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근거리.
그야, 코앞에서 화살을 쏜다면 그것도 근접 전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성수호는 무게감 있는 무기를 손에 쥔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뭐지? 수호가 저런 무기를 가지고 있었나?’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거대한 무기를 들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거대한 사이드를 양손으로 잡고 등 뒤에 걸친 모습.
그저 허세만 부리는 게 아닌, 마치 자신의 주무기를 잡는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세만 좋다고 모든 상황이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성수호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검을 들고 있는 타나토스 병사들의 눈에는 한치의 두려움도 없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그저 민하연의 적으로 규정된 성수호를 처단하는 임무만 있을 뿐이었다.
스르륵!
“크흐아아!”
“히키이익!”
두 병사가 성수호를 향해 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파아앗!
한 병사의 몸통을 달빛이 담긴 비단이 흐르듯 날카롭게 통과하며 주변에 풍압을 휘날렸다.
파아아앗!
그 풍압은 결투장 바깥까지 먼지를 휘날릴 정도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흐으읏!?”
민하연은 옅은 모래를 얼굴로 받아낸 뒤, 빠르게 털어내며 성수호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그가 다쳤을까 걱정을 들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크허으으….”
타나토스 병사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 병사가 공격하던 성수호는….
“후우… 일단 한 명 처치.”
다른 병사를 마주하며 대치하기 시작했다.
민하연은 그런 성수호의 모습에 속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니, 저런 무기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 거야!?’
민하연은 성수호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정작 타나토스의 병사들은 훨씬 더 용기를 가지며 성수호에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을 피하며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는 병사와 무기로 싸우기 시작했다.
남은 한 명은 아까 죽은 녀석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성수호의 공격을 막고, 회피하며 최대한 동료 병사들의 공격이 성수호에게 닿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채앵! 채애앵! 팟! 파앙!
“이럴 줄 알았으면 두 명 다 한꺼번에 처치할걸!”
민하연은 성수호의 외침에 정신을 번뜩 차리고 활을 들어 올렸다.
‘좋아. 아까는 빈틈을 노려서 어떻게든 처리한 거 같지만, 아직 가망이 있어!’
민하연은 그렇게 생각하며 활시위를 걸어서는 성수호에게 향하며 다짐했다.
‘겁먹으면 안 돼… 지금이니까 오히려 기회야.’
민하연은 성수호와 마찬가지로 활을 무주기로 사용했고, 성수호만큼은 아니지만, 실력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성수호와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바로….
‘만약 저 병사가 맞으면….’
적뿐만 아니라, 동료도 섞여 있는 상황에서 화살을 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극복하려고 해도 쉽게 극복되지 않는 두려움.
민하연은….
‘수호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내 소환수의 싸움을 유리하게 쓰는 거야!’
성수호와 다른 방식으로 활을 이용하기로 했다.
민하연은 성수호가 뒷걸음질 치는 장소에 맞춰서 화살을 쏘기 시작했다.
“으억!”
성수호는 뒷걸음질 치려는 순간 민하연이 쏜 화살에 자세가 흐트러져버렸다.
하지만 그런 한 번의 상황으로 전세가 확 기운 건 아니었다.
“슬슬 끝내야겠네!”
성수호는 그렇게 외치며 사이드를 거침없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파아앗! 쏴악! 사아아악! 챙! 채애앵!
병사의 검과 부딪히며, 날아오는 화살을 튕겨냈고.
자신에게 쏘아지는 마법을 눈으로 소멸시키기까지 했다.
민하연은 화살을 쏘면서도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저건 너무 사기 아냐!?’
민하연의 속마음에 드디어 사기라는 표현이 나오기까지 했다.
성수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그가 사기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던 민하연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아군이었으니까.
하지만 적군의 시선으로 보니, 성수호는 그냥 대단한 것을 넘어서서 치트를 남발하는 사기꾼처럼 보일 정도였다.
“치사하네!”
민하연은 그렇게 외치며 계속 화살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민하연과 타나토스의 병사들은 합세해서 성수호와 교전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교전하는 중에 슬슬 민하연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크으으!”
성수호의 체력이 점점 닳아간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런 성수호의 체력이 다 닳기 전에….
“하아, 하아… 아, 안돼….”
민하연의 몸이 오히려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싸우자마자 압승하던 민하연의 치명적인 약점.
“마… 마나가….”
소환수를 유지하는 마나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만약 지금 전투가 난전이었다면 민하연의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소환수들은 생명체를 죽일 때마다 민하연의 마나를 채워주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지금 상대하는 자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한 명과 오랜 시간 대치한 결과….
“흐으읏!”
민하연이 화살을 활시위에 걸지 못한 채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어버렸다.
그렇게 민하연이 무릎을 꿇는 것과 동시에….
“크허어어….”
성수호와 교전하던 타나토스의 병사들이 보라색 안개로 변하며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민하연은 갑자기 몰려온 현기증에 정신을 못 차리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을 몰아쉬자, 눈앞에 갑자기 누군가가 손을 뻗어왔다.
“괜찮아?”
“하아, 하아, 하아….”
민하연은 자기에게 손을 뻗은 남자의 모습을 보자,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손을 기다리기 위해 현기증을 일으킨 것처럼….
민하연은 숨을 고른 다음 성수호의 손을 잡으며 투덜거렸다.
“다음에는… 이렇게 안 질 거야. 각오해.”
“하하하… 기대할게.”
성수호는 미소와 함께 민하연을 부축하며 경기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
그렇게 민하연과의 결투가 마무리되었다.
좀 허무하게 끝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원래는 내가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이려고 했지만….
“아… 생각보다 빡세더라.”
민하연이 소환한 타나토스의 병사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강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첫 타겟은 액티브 스킬로 잡았더니, 나머지 한 마리가 생각보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민하연을 더 이상 압박하지 못했다.
나는 지친 민하연을 대기실까지 안내해주고 나서 다음 대결을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면서 나는 몸속에 들어와 있던 영속을 빼낸 다음 입을 열었다.
“흔쾌히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감사의 인사를 받고 대답한 존재는….
“효호호호! 말도 없이 떠나셔서 인사를 못 드려서 죄송했는데. 저야말로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네오 위그드라실의 묘지기였다.
‘호감도가 높은 건 이해가 가지만, 실력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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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LV 55], [은신 LV 43], [달빛 베기 LV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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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 기준이 아니라, 위그드라실 기준에서도 엄청난 능력을 지닌 존재였다.
묘지기 덕분에 민하연과 대등한 전투를 펼칠 수 있었다.
사실 활을 쐈으면 진작에 전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활을 쐈으면 너무 싱겁게 끝났을 테니까….’
그렇게 된다면 민하연과 싸운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 결국 빙의술을 사용하는 것으로 타협을 본 것이었다.
‘뭐, 덕분에 위그드라실에 있는 동안에는 이 양반 도움 좀 받을 수 있겠네. 그런데….’
내 눈에는 묘지기의 기질창… 그것도 이름 부분이 눈에 띄었다.
저런 형태를 전에 본 적이 있었다.
영사관에서 소환했던 연호.
그리고 연호가 한 말이 내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이 양반 진짜 자기 이름을 모르나 보네.’
묘지기는 전에 자기 이름을 모른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즉,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묘지기를 보며 미소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나중에 또 부탁드릴 일이 있으면 부르겠습니다.”
“언제든지 소환해 응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호쾌하게 대답한 묘지기는 희미하게 사라지더니, 다시 자신이 살던 네오 니플헤임으로 가버렸다.
그렇게 묘지기와 헤어지고 나서….
다른 A등급 소환사와 전투를 벌였다.
전투는 오래가지 않았다.
A등급이라고 해도 민하연의 소환수에 비하면 애들 수준이었다.
그렇게 나는 토너먼트전을 정식으로 우승한 다음 지배자인 도미 드레크와의 결투를 앞에 두고 있었다.
민하연이 대결을 나가기 전에 나를 붙잡고 한마디를 건넸다.
“수호야.”
“응?”
“오늘….”
민하연은 내게 귓속말로 남은 말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노예 한 명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니까. 꼭 이겨줘야 해?”
“….”
나는 민하연의 말에 멍하니 바라보다가 바로 경기장으로 튀어 나갔다.
저 멀리서 도미 드레크가 달려오는 나를 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가 가능한 범위까지 도착하고 나서야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내 제안을….”
“아, 나 바쁘니까. 빨리 싸우고 끝내자.”
“뭐… 뭐!?”
“약속있다고. 약속!
도미 드레크는 내 무시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부들부들 떨며 주먹에 황금색 금속 장갑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좋아. 그런 태도… 정말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짓뭉갰을 때의 모습도 마음에….”
그가 그렇게 장갑을 착용하며 혼자 중얼거리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과연 지배자가 바뀔 것인가! 준비~~~ 시작!>
진행자의 외침과 동시에….
“크아아아악!”
도미 드레크가 거대한 덩치를 돌진하며 내게 총알같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총알 같은 돌진은….
“빨라서 좋네!”
파아아아앙!
내가 쏜 1단계 화살에 의해서….
“쿠에에에엑!”
몸이 관통되면서 경기가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어… 이, 이게….>
진행자의 어버버한 말과 관객석의 침묵.
나는 그 두 가지와 시체가 된 도미 드레크를 뒤로하고는 관객들에게 외치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저는 약속이 있어서 빨리 퇴장할게요! 보상은 콜로세움 나가면서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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