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58화 (658/898)

위그드라실 (5)

도미 드레크가 나와 민하연이 있는 자리까지 오고 나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여기에 있었군. 오늘의 주역들이!”

“….”

어떻게 보면 호쾌한 인상의 사내였다.

하지만 나와 민하연의 눈에는 도미 드레크의 모습은 마냥 호쾌하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어제 잔혹한 손속을 보여주던 모습.

쉽게 잊을 수 없었다.

‘뭐… 나랑 하연이가 그렇게 당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대답했다.

“도미 드레크.”

“오호… 어제 도시에 처음 들어오고, 오늘 처음으로 콜로세움을 하면서 내 이름을 알다니. 정보력이 좋군?”

저 말의 의미는 정말 내가 정보력이 좋다는 것을 칭찬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에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한 말이었다.

‘뭐… 이 도시에서 위상이 있으니까 정보도 쉽게 딸려오겠지.’

가만히만 있어도 주변에서 조잘조잘 입을 잘 털어줬을 것이다.

이 녀석은 넙죽넙죽 받아먹기만 하면 그만이고….

나는 굳이 그 부분을 걸고넘어지지는 않았다.

“우리를 찾은 이유는?”

“흠… 뭐 좋다. 나는 말이 짧은 녀석이라고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도미 드레크는 내 모습에 못마땅해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밑에 들어올 생각 없나? 두 사람 모두.”

영입 제안?

너무 갑작스러웠다.

실력이 있다면 좋든, 나쁘든 귀찮은 녀석들이 자석처럼 달라붙는 게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제안을 거는 것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르고, 시간이 흘렀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 둘에게 손을 뻗기에는 검증이 덜 된 상태였다.

나는 도미 드레크의 모습을 보며 아르모니아에게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저 녀석 기질창 다시 띄워줘.’

[알겠습니다.]

도미 드레크의 기질은 이미 전날 파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녀석의 실력 부분만 봤을 뿐이었다.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는 딱히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기질창을 다시 접어놓은 상태였었다.

그렇게 도미 드레크의 기질창을 확인하는 중에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 말이 없군? 설마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

민하연은 대답 없이 그저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무조건 내 의견을 따르겠다는 생각이 엿보였다.

아마 내 의견을 따른다고 해도 저 녀석 밑에 들어가고 싶다는 건 아니겠지만….

사실 고민할 거리도 없었다.

“거절한다.”

“하긴 무작정 찾아와서 말하면 그런 대답을 들어도 싸지만….”

도미 드레크는 호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말을 끊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차갑게 대답했다.

“아니, 어떤 식으로 왔어도 거절했을 거다. 돌아가.”

“…훗.”

도미 드레크는 피식 웃더니, 아까와 같은 호쾌한 미소가 아닌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는 표정으로 바꾸며 입을 열었다.

“용기 있는 녀석도 나쁘지 않지.”

도미 드레크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등을 돌리며 떠나기 시작했다.

“너랑은 왠지 이따 만날 거 같군. 그때를 기약하마!”

도미 드레크는 우렁찬 목소리를 남긴 채 떠났다.

그렇게 떠나간 자리에 남은 민하연은 내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너무 성급했던 거 아닐까? 밑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이 좀 별로긴 했지만, 대화를 좀 더 해봤어도….”

“아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 녀석이랑은 절대 동료나 친분으로 엮여서는 안 돼.”

“…뭔가 아는 게 있어?”

아는 거?

있다마다….

=====

도미 드레크

[권술 LV 29], [돌진 LV 26], [토사구팽], [잔인함], [비열함], [극강의 이기주의]….

=====

나는 민하연에게 기질창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최대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좋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그리고 내 설득을 들은 민하연은….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나마 민하연이 내 말을 쉽게 수긍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존재했다.

하나는, 민하연이 봐도 도미 드레크의 성품이 좋지 못하다는 것쯤은 단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수호, 너는 사람 보는 눈이 뛰어난 거 같아.”

나를 옆에서 몇 개월간 같이 지낸 민하연은 내 실력만큼 보는 눈도 좋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내 눈이 아니라, 기질창을 본 덕분이지만, 어찌 되었든 보는 눈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그렇게 도미 드레크를 쫓아낸 뒤, 나는 민하연에게 3천만 포인트를 건네줬다.

“일단 이걸로 스킬 레벨 찍어보자.”

전설 스킬을 1레벨에서 2레벨로 올릴 때, 200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그만큼 레벨 하나하나 올릴 때마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일단 민하연이 가지고 있는 전설 스킬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

타나토스의 신녀(전설, 여성 전용)

소환 의식(액티브)

타나토스의 직속 병사를 소환할 수 있다.

레벨에 따라서 소환되는 병사의 급이 달라지고, 소모되는 마나도 증가한다.

소환한 병사의 유지 시간만큼 마나 소모가 계속 이루어진다.

단, 소환된 병사가 죽인 생명체의 숫자와 수준에 따라서 마나가 회복된다.

*저주 해제(액티브)*

저주를 해제할 수 있다.

본인은 일반 저주에는 면역이 되고, 신화급 저주에는 어느 정도 저항성을 갖게 된다.

*저주 부여(액티브)*

무기에 저주 속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저주 속성을 부여받은 무기로 적을 공격하면 저주 게이지를 누적시키게 된다.

그리고 차츰 누적되던 저주 게이지가 완전히 채워지면 랜덤한 저주가 발동한다.

저주의 종류 : 신체 결박, 부분 석화, 환각, 무한 출혈….

=====

이 중에서 제일 1순위로 올려야 하는 스킬이라고 하면….

“소환 의식부터 올리자.”

타나 토스의 병사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 의식] 스킬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정예 수준의 병사 다섯 명을 소환하는 스킬.

근거리에 취약한 궁수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스킬이었다.

“응. 일단 2로 올려볼게.”

민하연은 그렇게 말하며 스킬 레벨을 2로 올렸다.

그리고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더니,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2에서 3은… 400만이네.”

“역시나….”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숨이 나오는 걸 참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스킬 레벨을 올리면서 한가지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 정도 포인트를 써서 올릴 정도면… 올렸을 때의 수준도 엄청나겠지?’

나는 그렇게 기대하며 민하연에게 말했다.

“하연아, 일단 [소환 의식] 5까지 찍어보자.”

“그럼… 3,000만 포인트 전부 쓰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닐까?”

포인트가 별로 없었다면 당연히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따 한여름한테 수금하면 그만이잖아?”

“푸웃… 아, 알았어.”

민하연은 웃은 것이 민망했는지 스킬을 바로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환 의식] 레벨이 5가 되었다.

그럼, 이제 또 다른 선택을 할 차례였다.

나는 민하연에게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저주 부여]는 어떻게 생각해?”

무기에 저주 속성을 부여하는 인챈트형 전설 스킬.

비록 랜덤한 저주를 부여하지만, 어떠한 저주가 터지더라도 상대방의 목숨줄을 쉽게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하연은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이건 일단 패스해도 될 거 같아.”

“왜?”

“어차피 나 혼자만 싸우잖아. 그렇다면 활에 속성 부여를 해도 효과가 미비할 거 같아.”

“아하….”

민하연도 나름 게임 지식이 있어서 그런지 이미 자신의 스킬에 대해서 꽤 많이 파악해 놓은 것 같았다.

민하연의 말대로 인챈트 형은 다수의 싸움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1대1이라고 효과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효과가 나오기 전에 전투가 끝나면 의미가 없잖아? 일단 B등급 소환사랑 싸워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민하연과 대화를 마무리한 순간이었다.

저 멀리서 남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민하연 선수! 어디 계십니까!? 다음 순번입니다! 빨리 와주세요!)

그 소리에 반응한 민하연이 나를 보며 황급히 일어났다.

“아! 수호야! 나, 먼저 갈게! 올려준 스킬은 꼭 사용할게!”

민하연은 그렇게 내게 약속하며 출전하기 위해 저 멀리 달려갔다.

나는 그런 민하연을 보며 다시 자리에 앉아서 결투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하연이도 성장시켰으니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결투장에 들어서는 민하연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도미 드레크…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해볼까….’

[굳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있으십니까?]

어차피 상대해야 하는 놈인데, 굳이 고민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위그드라실이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런 쓰레기 같은 녀석이 레드소환사는커녕 주황색 경고등도 안 받은 걸 보면… 보통 녀석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소환사들을 철저히 감독하는 것으로 유명한 위그드라실의 시선을 받고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녀석이었다.

그렇다고 저 녀석이 행실을 바르게 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기질창에 띄워진 성격만 보더라도 짐작이 갔다.

맨몸으로 호랑이도 사냥할 놈이지만, 사냥개를 키워서 이용하는 놈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쓸모 없어지면 보신탕을 해 먹는 거지.’

뒤에 세력이 꽤 많이 붙어 있어서 이긴 뒤가 좀 귀찮아질 수 있는 녀석 같았다.

그런데 사실 이런 고민도 크게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도미 드레크랑 싸우는 건 기정화된 사실이다.

문제는….

‘내가 싸우느냐, 하연이가 싸우느냐인데….’

생각 같아서는 민하연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한판 붙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는 4층에서도 날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

권술 레벨만 따지면 5층에서도 실력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녀석이 3층에 있으니 민하연 혼자에게 맡기기에는 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 고민과 동시에 경기장에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저게 뭐죠! 민하연 선수! 이상한 해골들을 소환했습니다! 직업이 네크로멘서인 걸까요!?>

결투가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민하연이 [소환 의식]을 사용해서 타나토스의 병사들을 소환했다.

숫자는 1레벨과 같은 다섯 마리.

하지만….

‘오… 1레벨 때랑은 포스가 다른데?’

타나토스의 병사들은 1레벨 때도 정예 분위기를 풀풀 풍기던 녀석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5레벨을 찍으니, 정예 몹에서 중간보스 몹이 된 것처럼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소환된 녀석들이 전투를 시작하자마자….

<맙소사! 전투 시작과 동시에 승패가 갈렸습니다! 승자는 민하연!>

민하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그리고 한참 동안 침묵하던 관중은….

와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내질렀던 소리를 한층 뛰어넘는 환호성으로 콜로세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민하연이 그렇게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퇴장하는 중에….

<아! 민하연 선수! 동료에게 손을 흔드는 것 같군요. 저런 실력자의 동료는 누구일까요! 부럽군요!>

나에게 손을 흔들면서 방방 뛰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같이….

‘하연이한테 저런 모습도 있었네.’

나는 실실 웃는 민하연을 보며 손을 흔들어 줬다.

그리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결정했어.’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나는 아르모니아의 의문에 손을 흔들며 대답해줬다.

‘하연이한테는 미안하지만, 내가 직접 빡세게 굴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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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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