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55화 (655/898)

위그드라실 (5)

전에 한가을의 설명 덕분에 콜로세움의 대략적인 진행 방식을 알 수 있었다.

토너먼트전, 풀리그전, 난전… 그리고 이벤트성 결투인 가디언과의 전투.

마지막은 현재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우리에게 중요한 건 앞에 세 방식의 전투였다.

일단 토너먼트전은 개인전이기 때문에 참가할 수 없는 사람이 존재했다.

바로 한봄과 박진희.

한봄은 힐러이니 당연히 개인전에 참여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강령술사인 박진희는 왜 참가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직 전투에 쓸 시신이 없는 상태죠?”

“네….”

강령술사는 기본적으로 시신을 이용해서 전투를 치르는 직업이었다.

2층에서 전직했지만, 하필 그곳이 시신 하나 없는 죽은 자들을 위한 장소였다는 게 문제였다.

덕분에 박진희는 강령술사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 몬스터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전투에 쓸 약한 몬스터의 시신조차 얻지 못한 상태….

“그럼 토너먼트전은 무리겠네요. 대신….”

나는 박진희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난전은 할 수 있겠어요?”

내가 그녀에게 난전을 권한 이유는 그녀가 가진 스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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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 의식(액티브)

죽은 자의 시신을 조종할 수 있다.

소모되는 마나는 시신의 능력에 따라서 결정된다.

최초 소유 시에만 마나가 소모되고, 해제하기 전까지 무한히 소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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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전투 중에 죽거나 다치더라도, 전투가 끝나면 알아서 소생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 소생도 어디까지나 경기가 마무리된 이후에 일어나는 위그드라실의 축복 같은 것이었다.

난전 경기에 참여한 소환사들은 죽으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죽은 상태를 유지한다.

그럼 그 타이밍에 강령 의식을 쓴다면…?

“가, 가능할 거 같아요.”

아직 스킬을 제대로 활용해본 적은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며 박진희를 난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렇게 박진희는 난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토너먼트전에 참가할 인물을 정하기로 했다.

사실 한봄을 제외하고 전부 참가하면 되는 것 아닌가 싶겠지만, 이 콜로세움에는 우리가 몰랐던 규칙 하나가 존재했다.

그건 바로….

“죄송하지만, 토너먼트전에 참가하면 그 주에 진행하는 풀리그전은 참가할 수 없습니다.”

한 주 안에 토너먼트전과 풀리그전을 동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위그드라실의 일주일도 우리가 사는 세계와 똑같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토요일, 일요일은 주말.

평일에는 토너먼트전만 열리고, 주말에는 풀리그전만 열린다.

그리고 평일에 토너먼트전에 참가했다면 그 주에 오는 주말 풀리그전은 참여하지 못한다는 게 콜로세움의 규칙이었다.

사실 납득이 가는 부분이긴 했다.

토너먼트전에서 이긴 놈이 풀리그전에 나가면 분명 그만큼의 실력을 펼칠 것이다.

그럼 둘 다 이기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한 사람이 동쪽과 서쪽 던전을 동시에 먹게 되는 셈이다.

독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뭐… 분명 단합하고 있겠지만….’

지분을 가지면 소환사들에게 입장료를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경쟁해야 더 잘되는 구조라면 모를까, 경쟁이 필요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합이 없다는 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말이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신경 쓰기로 하고….’

아직 던전에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지배자가 되면 어느 정도로 부패한 곳인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토너먼트전이랑 내일 풀리그전에 나갈 사람부터 구분하죠.”

일단 내일 치러질 풀리그전 멤버부터 구성하기로 했다.

풀리그전의 인원은 3~5인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럼 5인이 더 유리한 게 아닌가 싶겠지만….

“의외로 5인 구성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이유는 합을 맞추기 힘들다는 것과 동시에 상금과 지분의 배분 때문이었다.

한두 사람이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서 우승하더라도 뒤처진 멤버들도 같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불만이 속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인원수가 많다고 승률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게 풀리그전의 특징이었다.

그래서 대개 실력 좋으면 3인으로 구성하고, 실력이 좋지 못하면 억지로 5인으로 맞춰서 진행하는 식이었다.

한봄을 중심으로 내일 출전하게 될 인원은….

“봄이랑 박선희 씨, 그리고 손혜은 씨. 이렇게 셋이서 출전하시는 게 좋겠네요.”

내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심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우… 우리끼리 괜찮을까요?”

“수호 씨 없이 하면 분명….”

박선희와 손혜은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아무리 목숨을 보장받는 싸움이라고 해도 인간과의 싸움이었다.

2층에서 혼령들을 상대로 단련시키긴 했지만, 성향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니까.

아직 사람과의 싸움을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며 입을 열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만약 단체전에서 세 사람을 농락하거나, 모멸감을 주는 녀석들이 있으면….”

나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확실히 기억해 놓고 나중에 열 배로 갚아줄 테니까요.”

“후우… 진짜 든든하네요.”

“후후… 기대할게요.”

다행히 두 사람의 마음을 굳게 굳힐 수 있었다.

그렇게 내일 열릴 풀리그전 멤버를 미리 정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인원이 토너먼트전에 참가할 차례였다.

남은 인원은….

“저와 하연이는 일단 토너먼트전에 참가할게요.”

나와 민하연이었다.

..

..

토너먼트전으로 나와 민하연이 출전하고, 마지막 경기인 난전에 박진희가 참여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와 민하연은 토너먼트전 대기실로 향했고, 박진희를 포함해서 다른 멤버들은 우리를 응원한 뒤 관람석으로 향했다.

그렇게 기대감 없이 들어간 대기실은….

“오오! 신입이네?”

“캬… 내 타입인데?”

“저런 여자가 타입이 아닌 놈이면 게이 아니냐?”

엄청난 인원들이 모여있는 쓰레기장 같은 환경이었다.

원래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이건 좀 심하다 싶은 정도였다.

나는 이곳을 지키는 경비원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며 조곤조곤 물었다.

“설마 여기 말고는 대기실 없나요?”

“….”

경비병은 나를 보며 아무 말 없이….

슥슥.

손가락을 비비며 포인트를 요구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나는 속마음과 다르게 일말의 망설임 없이 경비원에게 바로 3만 포인트를 건네줬다.

“!?”

자기 손목으로 들어온 포인트의 양을 보더니, 당황하며 나를 보는 경비원.

그는 입을 열며 공손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신입이면 무조건 D등급 대기실부터 시작입니다.”

D등급 대기실.

콜로세움에는 등급이 존재하는데, 콜로세움에서 싸운 전적으로 토대로 등급을 매겨서 자신에게 맞춤형 대기실을 제공하는 시스템이었다.

참고로 대기실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당연히 좋아진다고 설명해줬다.

“참고로 등급은 포인트로 사거나 할 수 없습니다. 무조건 콜로세움에서 실적을 내야 합니다.”

나와 민하연의 경우에는 신입이라 강제로 D등급부터 시작이었다.

밖에서 등급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이야기까지는 못 들었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민하연과 같이 대기실 구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가는 길에는 민하연에 대해 치근덕거림이 줄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아가씨! 이리 와서 앉아!”

“내가 먼저 찜했어! 이리 와!”

“내 옆에 앉으면 내가 콜로세움에서 살아남는 팁을….”

적당한 상황에서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수준의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쉽게 무시하기 힘든 대사도 존재했다.

“야! 무시하냐? 딱 보니까 남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년 같은데….”

당연하게도 이 상황에 빡친 나는….

“이 씨발 새끼가 뭐라고 했어?”

빡친 상태로 남자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다가가려고 하자, 민하연이 황급히 내 팔을 당기며 속삭였다.

“수호야. 참아. 딱 봐도 일부러 저러는 거잖아.”

“….”

민하연이 아니었다면 진짜 칼부림이 날 뻔한 상황이었다.

‘하아… 이래서 위그드라실이 좀 귀찮단 말이지.’

영사관과 슈트라 쪽이라고 해서 쉽게 사람을 죽이고, 폭력을 쓸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위그드라실의 경우에는 위그드라실이라는 존재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대신 위그드라실이 허용하는 범주 안에서는 활개 칠 수 있다는 점이 또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겠지만….

나는 민하연의 제지와 함께 따로 떨어져 있는 벤치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시비를 걸었던 녀석이 다시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쫄았네. 크크크….”

어떻게 해서든 나를 흥분시키기 위해서 도발을 계속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도발은….

“이제 그만. 계속 시끄럽게 굴면 쫓아내겠다.”

“…쳇.”

경비원의 제지와 함께 멈춰버렸다.

처음에는 경비원이 나름대로 일을 잘하는 인간인가 싶었지만….

“아까 포인트 받던 거 같은데. 그거 때문에 저러는 건가?”

“저 녀석들이 원래 그렇지 뭐….”

대기실에 있는 소환사들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까 준 3만 포인트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사실을….

경비원이 내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너도 쓸데없이 싸움을 벌이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겠다. 조심해.”

“…?”

이 새끼 아까 포인트 받을 때는 존댓말을 쓰더니, 갑자기 왜 반말이지?

싶은 순간이었다.

슥슥.

‘…돌아버리겠네.’

내 앞에서 손가락들을 비비며 다시 포인트를 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괘씸해서 무시할까 싶었지만….

‘그래. 귀찮은 놈들은 네가 처리해 줘라.’

라는 심정으로 경비원에게 10만 포인트를 건네줬다.

경비원은 조금 전까지 지었던 퉁명스러운 눈빛이 순식간에 산뜻한 토끼 눈으로 변하더니,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귀찮게 하는 놈들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경비원은 그렇게 말한 뒤, 대기실 중앙에 서서는 내 쪽을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경비원의 모습에 민하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포인트가 최고네.”

민하연의 말대로였다. 만약 포인트가 없었다면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그렇게 경비원의 제지로 대기실이 조용해졌다.

하지만 아까 깐죽거리던 녀석의 표정까지 잠재울 수는 없었다.

“크크크….”

나를 보며 마치 비아냥거리듯 계속 무언으로 입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조잘거리며 나를 도발하는 녀석을 보며 간절히 위그드라실에게 기도했다.

‘제발… 제발 저 새끼랑 싸우게 해줘!!!’

그리고 그 기도는….

..

..

“와우….”

통했다.

저 멀리서 마치 사냥감을 잡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는 건달 같은 놈.

그놈이 내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제 막 시작한 콜로세움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관객의 수가 어느 정도로 적냐 하면 한봄과 멤버들을 단번에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역시 오전에는 숫자가 적구나.’

심지어 오전에는 D~C등급 소환사들끼리 치고받고 싸운다고 설명해줬다.

그만큼 재미없는 경기를 아침부터 보러 오는 녀석은 없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응원하는 멤버들이 특출나 보일 정도였으니까.

‘이야… 거기다 진행자도 그냥 심판으로 때우네.’

어제처럼 확성기로 우렁차게 목소리를 날리던 진행자는 없었고, 오로지 나와 건달 중앙에 서서 하품하는 심판만 있을 뿐이었다.

심판은 하품하면서 건성건성 손을 흔들었다.

“제한 시간 10분. 내가 신호를 주면 그냥 싸워서 죽여. 만약 죽는 녀석이 없으면 두 사람 모두 탈락이야.”

일단 룰은 간단해서 마음에 들었다.

심판은 괜히 나와 건달의 싸움에 휘말릴 것을 걱정해서 그런지 몇 걸음 뒤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와 3미터 정도 거리를 둔 건달이 나를 보며 히죽 웃기 시작했다.

“야. 운이 지지리 없네? 하필 걸려도 나랑 걸려 버렸네?”

“풋….”

나는 히죽거리는 건달을 보며 웃음으로 갚아줬다.

“…웃어?”

건달은 내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표정을 굳히며 자신과 어울리는 형편없는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저 멀리서 나를 응원하고 있는 한봄을 힐끗 바라보기 시작했다.

“씨발, 인기 좋네? 도대체 뭘 보고 저런 여자들이 너 같은 새끼한테….”

나는 계속 짜증을 내며 투덜거리는 놈을 보며 말했다.

“야.”

“이 새끼 내 말을 끊고….”

“네가 나랑 다르게 인기가 없는 이유가 뭔지 알려줄까?”

“뭐? 그게 무슨 개소리….”

껄렁이던 녀석이 말을 계속 주절주절 떠드는 순간이었다.

“시작!”

심판이 외침이 들리자마자, 나는 즐거운 장난감을 선물 받은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팔을 들어 올렸다.

“인기의 첫 번째 비결! 말할 때는 신중할 것!”

나는 그렇게 외치며 건달의 입을 향해 주먹만 한 화염구를 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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