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 (5)
‘하아… 이게 무슨 일이야?’
아까까지 세 명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하더라도 행복이라는 뭔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던 한가을이었다.
다시는 평생 못 볼 줄 알았던 민하연과 한봄을 만났을 때의 감정.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가족과 생이별하는 감정은 강인하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만나서 오랜만에 파자마 차림으로 예전 추억에 잠겼던 한가을은….
“흐읍… 흐으읏…. 하읏….”
민하연에 이어서 한봄의 신음을 들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한가을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물었다.
“언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혹시 해결할 수 없으면 도시에 있는 힐러한테 가서….”
“아, 아냐! 오, 오랜만에 돌아다녀서 그런지 근육통이 와서….”
“…언니도?”
민하연의 근육통도 이해를 못 하던 한가을이었다.
그런데 평생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발레에 많은 시간을 쏟은 한봄이 근육통이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가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더 이상 몰아붙일 수도 없었다.
“흐읏… 흐응! 흐읍….”
그렇게 한봄의 신음을 듣던 한가을은….
‘뭐… 뭔가 나도 기분이 싱숭생숭하네….’
잠자리에 머물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혹시 모르니까 두 사람만 남게 해주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가을은 침대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나 잠깐 장실 좀 갔다 올게.”
그렇게 말하며 침실을 빠져나왔다.
‘괜찮은 거겠지?’
한가을은 그렇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지만, 걱정이 가신 건 아니었다.
오히려 괜히 자리를 비웠나 싶을 정도로 더 큰 걱정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한가을의 걱정은 그녀의 고개를 강제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가서 물어볼까?’
한가을의 시선이 성수호가 머무는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 여기서 경험했잖아. 괜히 조용히 넘어가면 오히려 나중에 더 골치 아픈 경우가 많았으니까.’
그렇게 고민을 끝내며 성수호가 머무는 방문을 향해 노크하려는 순간이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무슨 소리지?’
문 건너편에서 희미하지만, 액체가 튀는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코 고는 소리를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아, 아무리 생각해도 코를 고는 소리치고는 이상한데?’
한가을은 갑작스러운 손님들의 이상 증세에 불안감을 품으며 방문을 최대한 조용히 열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장면은….
‘저… 저게 무슨 짓이야!!’
성수호가 바지를 벗고, 자위를 하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손에는 정체불명의 분홍색 물건까지 쥐고 있었다.
한가을은 성수호의 모습에 독기가 잔뜩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이이익!! 아무리 내가 잘못했어도 그렇지!’
한가을은 성수호에게 죄책감을 지니고 있었다.
분명 한가을이 직접 나선 건 아니라고 해도 한여름을 도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런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한가을은 성수호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심의 증명이 바로….
‘차라리 화장실에서 하던가!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그렇지! 내… 내 옷방에서!!’
그를 자신의 소중한 드레스 룸에 재우는 것이었다.
한가을에게 드레스 룸은 꽤 의미가 있는 장소였었다.
옷이라면 인벤토리에 넣고 빼고 하며 쉽게 보관이 가능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가을이 이렇게 드레스 룸을 따로 마련한 건 위그드라실에 오기 전에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상 디자이너.
비록 그 꿈은 이곳에서 펼치기 힘들어졌지만, 최소한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면서 만족할 수 있었다.
한봄은 언제나 절약을 강조한 탓에 옷을 사 입기 여의찮았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건물을 임대하고, 드레스 룸을 꾸미면서 자기만족을 할 수 있게 되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었다.
‘이씨… 괜히 들였어!!!’
아까 전부 거둬들인 텅빈 드레스 룸.
그곳에 다시는 자신의 옷을 넣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곳에서 머물렀던 옷들에게 죄책감마저 들 정도였다.
한가을은 눈물이 핑 도는 눈매로 성수호를 노려보며 속으로 삭였다.
‘빠, 빨리 위층으로 보내던가 해야겠어!’
그리고 한가을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오오오! 싼다!”
성수호가 그렇게 외치며 손에 들고 있던 살색 물건 안에 자지를 꾹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뷰르륵! 뷰르르르륵!!
한가을의 귀에도 들릴 정도의 액체가 쏟아지는 효과음이 방을 메우기 시작했다.
‘으으윽! 내, 내가 왜 저걸….’
한가을은 생전 처음 보고, 듣는 남자의 행위에 현기증을 느끼며 천천히 문을 닫기 시작했다.
‘빠… 빨리 저 사람을 내쫓을 방법을 찾아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문이 닫히고 나서 한가을이 멍하니 문 쪽을 바라봤다.
‘차… 착각인가? 아까 문틈으로 나를 본 거 같은데….’
한가을은 그렇게 생각하더니, 금세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 아니겠지… 정신 팔린 상태였던 거 같은데….’
한가을은 그렇게 생각하며 침실로 돌아갔다.
그렇게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하아, 하아, 하아….”
“흐으… 하앙… 후우….”
나름 진정된 민하연과 거친 숨소리를 내쉬는 한봄의 소리가 침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가을은 울상을 지으며 속으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크흐… 그냥 다들 나가줬으면….’
한가을은 그렇게 울먹이며 조용히 침대 안으로 몸을 파묻었다.
***
나는 방문을 지긋이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언제부터 본 거지?”
[죄송합니다. 설마하니 중간에 방문할 줄은 생각을 못 했습니다.]
[죄송해요. 거기다 저렇게 몰래 엿볼 줄은 저도 몰랐네요.]
나는 두 사람의 사과를 들으며 피식 웃었다.
‘미안할 게 뭐 있다고… 크읏!’
나는 걱정이 되는 것과 별개로 다시 한번 내 귀두 구멍으로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뷰르륵!
“크으….”
분명 내 정액은 지금 오나홀과 연결된 한봄의 자궁 안에 진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사정하는 감각은 온전히 그녀의 자궁으로 전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까 엿보던 한가을의 모습이 잊혀져가기 시작했다.
“크으… 이거 진짜 물건이네.”
내가 감탄사를 내뱉으니, 거기에 게꼬수가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와… 미쳤다. 너 존나 섹시해보여….
진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만약 아직도 게꼬수가 남자라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저 말을 들었다면 자지가 시들면서 다시는 자위 생각이 들지 않았을 테니까.
“만족하셨나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음… 좋긴 한데. 역시 아쉽네.
게꼬수가 아쉽다고 말하는 건 시각적이 효과였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계집애들 없어서 좋긴 한데, 나는… 그… 그냥 생 자위를 좀 보고 싶어서….
“….”
뭐랄까, 원래도 변태였던 양반이 더 진화한 느낌이었다.
뭐… 대충 이해는 갔다.
남자 중에 노콘질싸의 환상을 가진 녀석들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
“후우… 나중에 또 해줄게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아… 미쳤다. 너 존나 멋져 보여지기 시작했어.
이미 맛이 간 양반인데, 점점 더 망가지는 것 같네.
자위 한번 보여준 것만으로 갑자기 성격이 변해 버리다니….
일단 연속으로 두 번 뺐으니….
“이제 잠이나 자자!”
한가을은 나중에 생각하면 되겠지.
정 안되면 한여름 죽여서 회귀하면 그만이고….
나는 그렇게 현명한 생각을 머릿속에 그리며 천천히 잠들기 시작했다.
..
..
현자 타임이 왔을 때, 현명한 생각이 튀어나온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내가… 어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아저씨… 이건 진짜….”
“…미안.”
최소한 현자 타임 전에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니까 애초에 현명한 생각은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민하연과 한봄에게 바람을 피운 것보다 더 큰 죄를 지은 듯이 석고대죄했다.
그래, 그래도 그건 양호한 편에 속했다.
문제는….
“….”
한가을이 나를 파렴치한 악질 성범죄자를 보듯 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인사를 해도….
“좋은 아침입니다.”
“저는 제대로 못 자서….’
내가 점을 봐달라고 해도….
“오늘 운세가 어떤가요?”
“…잠자리를 주의하셔야겠네요.”
내가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같이 아침 식사….”
“저는 속이 좋지 않아서….”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 귀찮아졌네.’
일단 루트상 한가을은 다음 타겟이었다.
그런 다음 타겟에게 자위하는 장면… 그것도 오나홀로 자위하는 장면을 들켜버린 것이었다.
강한나는 내게 말했다.
[두 여자랑 뒹구는 모습을 봤어도 저 정도는 아니었을걸요?]
‘….’
같은 여자의 말이니, 신뢰성이 확 상승하기 시작했다.
즉….
[저 한가을이라는 여자는 꼬시기 정말 힘들 거예요.]
고난의 행군이 예정되었다는 소리였다.
‘뭐… 일단 어쩔 수 없죠.’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한여름을 족쳐서 회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민하연, 한봄과 같이 호텔로 향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한가을에게도 같이 가자고 말은 꺼냈지만….
(…오전에는 손님들이 와서 예언을 봐줘야 해요.)
라고 하면서 제의를 거절했다.
표정에서 혐오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들 정도였다.
일단 한가을 없이 우리는 호텔에 모여서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뭐, 당연한 말이지만, 회의 장소에 한여름은 없었다.
어차피 쓸데라고는 도박밖에 없는 녀석인지라 이미 오전 수금을 위해서 VIP 카지노에 보낸 상태였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쓸데가 없다니, 오히려 제일 쓸모 있는 녀석 아냐?
게꼬수의 말에 속으로 동의는 했지만, 입으로는 동의하지 않았다.
노예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나는 그렇게 한여름을 제외한 모든 멤버를 모은 다음 3층에서 우리가 해야 할 목표에 대해서 제시했다.
“일단 콜로세움부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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