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34화 (63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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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위그드라실 (5)

나는 멤버들을 모으자마자, 3층으로 갈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멤버들은 전부 내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나중에 와도 되니까.”

“거기다 전설 직업도 얻었고!”

“가죠.”

다들 위층에서 무엇이 기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아닌, 기대감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곳에서 얻어낸 보상과 단결이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전설 직업과 더불어서 얻어낸 동료애.

이런 동료와 같이 간다면 정말 등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것이었다.

한 사람만 빼고….

“끄으으….”

한여름은 우리 무리 중에서 제일 뒤처진 채 축 늘어진 모습으로 간신히 따라오고 있었다.

그저 체력이 없다기에는 너무 형편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한여름이 뒤처지자, 한봄이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한여름을 다그쳤다.

“야. 언제까지 빌빌거릴 거야? 빨리 안 와?”

“가, 가고 있다고….”

“하아….”

한봄의 질타에 한여름이 다시 힘겹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던전 안쪽에 자리한 신전 도시를 빠져나갈 때만 하더라도 싱글벙글하던 한여름.

던전 입구에 거의 다다르자, 갑자기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빌빌 기어 다니듯 걷기 시작했다.

나는 왜 저러는지 대충 이유를 알고 있었다.

‘거울은 바깥으로 못 나가니까 본능적으로 깨닫는 건가?’

지금 한여름의 육체는 거울에게 뺏긴 상태였다.

하지만 거울의 역할은 그저 던전 바깥으로 사람을 유도하는 기능뿐이었다.

거울에 빙의 당했다고 해도 한여름의 육체가 던전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한여름에게 빙의했던 거울은 다시 타나토스 신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빙의 당한 육체와 거울, 둘 다 기억을 잃게 된다.

거울 입장에서는 기억에는 없지만, 나가고 싶은 충동과 나가면 안 된다는 거부감을 동시에 느끼는 중일 것이다.

그렇게 입구에 간신히 도착하고, 나는 동굴을 나가지 않은 채 영혼들을 이끄는 소우타에게 말했다.

“이대로 네오 니플헤임에 가서 묘지기한테 말 전해줘.”

묘지기가 의뢰한 임무는 던전 안에 숨어서 살던 영혼과 더불어서 악령을 포획하는 것이었다.

악령의 정체는 소우타였고, 소우타는 나와 거래하면서 내 말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중학생 몸을 한 소우타는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만약 올라가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 그리고… 복수하기 전에는 꼭 불러줬으면 좋겠네. 그 녀석 면상 정도는 마지막에 보고 싶거든….”

소우타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배신한 현 수장이 죽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긴 복수란 그런 거니까 이해가 가긴 했다.

“알았어.”

소우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에 다른 영혼들을 인솔하며 묘지기의 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던전 입구 안에서 나와 다른 멤버들이 남아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수호야, 이대로 바로 3층으로 갈 거야?”

“응.”

내 대답에 민하연과 한봄이 한여름을 힐끗 쳐다봤다.

한여름은….

“….”

불안감이 엄습한 듯한 모습을 한 채 던전 안을 계속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여름이 왜 저러는지 민하연과 한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둘 또한 거울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거울이 던전 바깥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는지도 아는 상황이었다.

민하연과 한봄이 내게 딱 달라붙어서 대화를 시도했다.

“괜히 우리 먼저 가면 쟤 안 따라오는 거 아냐?”

“맞아. 지금 하는 행동 보니까 안 올 거 같아.”

나도 두 사람의 말에 동감했다.

심지어 거울이 아니라, 한여름 본인이 있더라도 절대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거울 안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겠지.’

만약 거울과 한여름이 의견을 합치해서 던전을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걱정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킬 수 있는 한마디를 건넸다.

“강제로 보내면 그만이지.”

내 말에 민하연과 한봄이 피식 웃었다.

나는 두 사람의 웃음을 보고는 뒤돌아서 한여름을 향해 말했다.

“야, 한여름. 일단 너 혼자 2층 통행권 이용해서 3층으로 올라가 봐.”

“나, 나 혼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닦달하기 시작했다.

“어. 네가 가는 거 확인하고 나서 우리도 사용할 테니까.”

“하, 하지만 위에 뭐가 있는 줄 알고! 나, 나는 나중에….”

한여름이 뒷걸음질 치면서 동굴 안으로 도망치려는 순간이었다.

나는 바로 주머니에서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꺼내서 마패를 보여주듯 한여름에게 내밀었다.

“끄아아아악!!”

“빨리 사용하기나 해. 귀찮게 하지 말고.”

“아, 알았으니까!! 끄아아악!! 빨리 그거 치워!!!”

나는 일단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거둬들인 뒤, 한여름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거울도 [케르베로스의 안구]에 굴복했는지, 결국 인벤토리에서 2층 통행증을 꺼냈다.

하지만 꺼냈을 뿐, 우물쭈물하며 사용하기를 주저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주저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들어 올리며 협박했다.

“이상하게 1층으로 내빼면 뒤지는겨?”

“아, 알았어!”

그렇게 대답한 한여름은 결국 포기하고, 2층 통행증을 사용했다.

사아아아앗!

하얀빛이 한여름을 뒤덮고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리고 동시에….

챙그랑!!

바닥에 한여름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거울이 떨어지며 동굴 안으로 소리가 퍼져 들어갔다.

채애애애앵….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소리를 감지한 듯한 동굴 안에서….

파아아아아앗!!!

“뭐, 뭐야!”

“피해!”

갑자기 보라색 그림자 같은 손이 여러 개 튀어나오더니, 거울만 회수하고는 바로 동굴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보라색 그림자 손에 의해서 회수된 거울을 보면서 민하연이 뒷걸음질 치며 중얼거렸다.

“아, 진짜 여기를 넘지 못하네.”

민하연은 안도하는 것과 동시에 께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거울에 처음 갇힌 건 다름 아닌 민하연이었다.

자기 육체를 남에게 빼앗기고, 희롱당하는 것을 지켜봤던 민하연.

트라우마가 생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비단 민하연만 영향을 받은 게 아니었다.

“…갔네요.”

“….”

갑자기 튀어나온 그림자들로 인해서 위축된 멤버들….

다른 여자들도 마찬가지로 평생 불안감을 가지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가득한 위그드라실.

법은 오로지 위그드라실에 의해 결정되고, 지금까지 받아들여 온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세상.

다들 거울이 빨려 들어간 동굴을 보면서 다음 층으로 가길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 여기에만 발이 묶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죽음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자는 앞서 나간 자에게 짓밟히는 세상.

그게 위그드라실이니까.

하지만 이대로 그냥 막무가내로 올라가자고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민하연과 한봄, 삼인방을 훑어보면서 입을 열었다.

“무서운 거 이해해요.”

“아.”

다들 내 말에 반응하며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를 쳐다보는 여자들을 쭉 훑어봤다.

다섯 여자 모두, 자신감과 별개로 모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얼굴에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런 여자들을 보며 목소리에 힘을 실어서 대답했다.

“제가 여러분들을 먼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것만 떠올려주세요.”

“….”

내 말이 효과가 있던 걸까?

민하연과 한봄뿐만 아니라, 나머지 삼인방도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박진희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먼저 말문을 틔웠다.

“우리는 수호 씨 없었으면 어쩌나 싶네.”

그리고 그녀의 발언에 반응한 손혜은과 박선희가 이어서 말했다.

“없었으면 아마 1층에서 신나게 농락당했겠지.”

“그러게… 진짜 암울했겠다.”

다들 허탈하게 웃으며 서서히 표정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민하연과 한봄은 두려움을 싹 씻어낸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내가 남자 보는 눈이 형편없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아닌 거 같네.”

“아, 나는 좋은 듯. 나는 오빠가 처음이니까. 수치상으로는 100%네.”

“에이… 봄이, 너도 처음에는….”

“아아… 나는 기억에 없는 이야기야~”

민하연과 한봄이 서로 실실 웃으며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렇게 장난을 걸친 실랑이를 끝낸 두 사람이 인벤토리에서 2층 통행권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빨리 가자.”

“아저씨. 아저씨도 빨리 꺼내요.”

부추기는 두 사람과 더불어서 삼인방도 이미 2층 통행권을 손에 쥔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희는 준비됐어요.”

나는 다섯 명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인벤토리에서 2층 통행권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동시에 같이 가죠.”

내 말에 다섯 명이 동시에 대답했고,

“네!”

그렇게 내가 카운터를 세기 시작했다.

“3… 2….”

그렇게 마지막으로 1을 외치려는 순간… 강한나의 기운 빠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숫자 카운터를 도대체 몇 번을 들어야 하는 건지….]

그녀의 말을 해석할 사이도 없이 내 입에서는 마지막 숫자가 튀어나왔다.

“1!”

그 순간 눈앞에 빛이 감싸지며 어디론가 나를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

..

눈앞을 에워싸던 빛이 거둬지는 것과 동시에 나는 주변을 살펴보며 인원 체크를 시작했다.

그리고 인원 체크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일단 전부 같이 도착했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같은 장소에 있었다.

민하연도 내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는 도착한 장소에 대한 정보보다 먼저 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한여름은….”

그녀가 찾고 있던 한여름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씨발… 또… 또….”

한여름이 흙바닥에 주저앉은 채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한여름의 모습에 반응한 건 다름 아닌 강한나였다.

[어머,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은 것을 보니까. 그만둔 모양이네요.]

강한나의 반응으로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미 몇 차례나 회귀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회귀 횟수를 물어봤다.

‘이번에는 몇 번이나 했어?’

그리고 내가 들려온 이야기는 생각 외로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12차례 회귀했습니다.]

‘응? 생각보다 별로 하지 않았네?’

저번처럼 몇십 번 도전할 줄 알았는데….

[아니죠. 12번 회귀했다고 하지만, 저 한여름이라는 남자가 12번만 죽은 건 아니니까요.]

‘아하….’

지금 한여름은 유령기사라는 직업을 가진 상태였다.

그리고 유령기사의 스킬 중에 굉장히 사기적인 스킬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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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도주(패시브)

죽음에 다다르는 공격을 받을 시, 완전 무적상태로 변하게 되면서 도주의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지속시간은 5분.

1주일의 쿨타임을 갖는다.

단, 스킬이 발동되는 동안 모든 공격 수단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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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한번을 무효화 시켜주는 스킬.

굉장히 긴 시간의 쿨타임이라는 단점을 지녔지만….

‘회귀하면 초기화되니까 계속 스킬이 발동된 거겠구나.’

회귀자인 한여름이 회귀하기 위해서는 두 번 연속으로 죽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었다.

아마 회차 내내 내가 도착했을 때, 한여름은 이미 한번 죽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피해서 어떻게 해서든 한 번 더 죽었을 것이고….

[24번의 자살… 진짜 대단한 집념이네요.]

하긴… 그 정도면 인정해줄 만했다.

그냥 한번 죽으면 회귀하는 거라면 그냥 별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한여름은 한번 죽고 나서 그 고통을 5분간 유지하며 다시 한번 죽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죽음을 밥 먹듯이 할 수 있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모르는 척 미소를 지으며 한여름에게 다가갔다.

“야. 괜찮냐? 왜 그래?”

한여름이 살기가 담긴 시퍼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괜찮냐고?”

순간이지만, 나도 살짝 기세에 눌렸다.

‘와우… 이 정도로 연속으로 죽으면 얘도 정신을 차리긴 하나 보네.’

그래도 한참 멀었지만….

한여름은 시퍼런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벌떡 일어난 한여름은….

“죽여 버리겠어!!!”

갑자기 양손을 뻗어서 내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헛웃음과 동시에 손을 뻗어서 마패… 아니, 안구를 들이밀었다.

파아아앗!

“끄아아아악!!”

케르베로스의 안구에 마치 영혼이 불타오르는 듯한 비명을 지르는 한여름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걱정해줘도 이러면 곤란하지….”

“그, 그만!!! 끄아아악!!”

나는 정신 좀 차리게 할 겸 한여름에게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사정없이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수, 수호야!”

“아, 아저씨! 멈춰요!”

민하연과 한봄이 내 양팔을 잡으며 멈춰 세웠기 때문이었다.

‘뭐야? 설마 한여름이 불쌍해서 그런 건가?’

나는 두 사람의 행동에 순간 섭섭한 마음이 먼저 자리를 잡아버렸다.

하지만 그런 섭섭한 마음은 아르모니아의 목소리에 바로 지워져 버렸다.

[그런 게 아닙니다. 수호 님. 지금 머리 위를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머리 위…?’

내 머리 위에는….

‘쉣….’

주황색 보석이 돌아다니며 경고를 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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