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31화 (631/898)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으드득….

아까까지 제프 포츠의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었던 나는 포츠 백작의 꿈속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내가 이를 갈자, 카린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괜한 걸 물었나요?”

나는 내 눈치를 보는 카린의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프 포츠에 관한 건 전달받을 때마다 전해드릴게요.”

카린의 말이 내게 위안이 되었다.

제프 포츠의 과거까지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노예의 도시에서 노예가 죽지 않고 사는 모습을 귀로 들려드릴게요.”

그 녀석이 저지른 죗값은 노예의 삶으로 죽음보다 값지게 치를 수 있게 되었다.

“고마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루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멍하니 처형장을 바라보는 루나.

내 모습을 본 카린이 어깨에 올린 손을 조심스럽게 내리며 내게 말했다.

“저는 잠깐 자리 좀 비울게요.”

그렇게 카린이 자리를 떠나고 나니, 자연스럽게 특등석에는 나와 루나만 남은 상태였다.

나는 루나의 옆자리에 서서 입을 열었다.

“괜찮아?”

“아!?”

갑자기 들려온 내 목소리에 흠칫 놀란 루나가 가슴을 졸이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보기 힘들면 억지로 볼 필요는 없어.”

“….”

루나가 어떤 기분일지는 내가 알 도리가 없었다.

그간 쌓여왔던 분노의 화살을 돌릴 수 있다는 시원함?

가문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원수가 죽는다는 통쾌함?

억지로 그런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불쾌함?

어쩌면 저 모든 것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루나는 아직 아무도 들어서지 않은 처형장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잘 모르겠어요.”

“….”

만약 루나가 이 모든 사실을 당시에 알고, 해결했다면 모든 분노를 손쉽게 발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루나의 분노는 이미 너무 오랜 시간 걸쳐가며 바람에 휘날리는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전부 쓰러진 상태였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하는 분노의 감정이 전부 사라진 상태에서 분노가 강제로 끌려 나오는 상황.

답답할 것이다.

루나가 처형장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자….

“처형식을 집행하겠다!”

알렉산더 왕자의 포고와 함께 죄수들이 한둘씩 처형장에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다.

루나는 흠칫 놀라며 몸을 떨었다.

저 들 중에 자신의 가문을 멸문에 이바지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루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는 루나의 손을 꼭 잡아줬다.

“수호 씨….”

“보기 힘들면 지금이라도 가자.”

내가 그렇게 루나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순간이었다.

“수호 씨.”

“응?”

루나가 되려 내 손을 끌어당기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옆에서… 손 잡아주시면 안 될까요?”

아까 보여줬던 눈빛과 사뭇 다른 형태였다.

분명 평소처럼 보랏빛으로 물든 눈동자였지만, 지금 루나의 눈동자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결심한 것이었다.

나는 그런 루나의 손을 좀 더 부드럽게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끝까지 옆에 있을게.”

“…고마워요.”

루나는 잠깐 미소를 흘린 뒤, 금세 표정을 굳히고 내 손을 잡은 채 처형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 나는 아냐! 아니라…!”

서걱! 콰당….

차례대로 한 명씩 나와서 단두대에 목이 썰려 나가기 시작했다.

전부 내가 모르는 귀족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가 모르는 귀족들의 머리가 썰려 나갈 때마다….

“….”

내 손을 쥐고 있던 루나의 손이 꽉 쥐어졌다.

아마 루나라면 지금 처형당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전부 알고 있을 것이다.

인사 한번 건네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환대하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귀족들의 머리가 썰려 나갈 때마다 주변에 목소리가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죽어 마땅한 녀석들….”

“역모도 모자라서 과거에 그런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니….”

“슈타트펠트만 안타깝게 됐군….”

“클라우디아 장군님께서 저 모습을 보면 통쾌하게 웃고 있겠군.”

다들 귀족이 죽는 모습에 통쾌한 모습을 보인다기보다는 그저 악한 자들의 죽음에 통쾌해할 뿐이었다.

그렇게 귀족들의 목이 썰려 나간 뒤, 마지막을 장식할 인물들이 거론되었다.

“마지막으로 국가 반역과 슈타트펠트 가문을 모략으로 멸문을 주도한 도미니크 레빈 왕자와 스벤 포츠 백작의 처형식을 거행하겠다!”

알렉산더의 말과 함께 두 남자가 처형장으로 끌려 올라왔다.

“이거 놔!! 나는 아니라고!!”

한 남자는 손과 발이 없는 상태로 바둥거리며 병사들에게 끌려왔고….

“….”

다른 한 남자는 마치 진짜 죽은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처형장에 끌려 올라가고 있었다.

다들 도미니크 레빈보다 포츠 백작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체념한 거겠지?”

“그렇겠지. 포츠 백작 성정이야 워낙 유명한데….”

“그래도 좀 불쌍하구먼…. 저 둘은 목을 매달아 죽인다던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아무리 악인이라고 해도 불꽃이 꺼지는 순간만큼은 동정심을 품게 만드는 것이 죽음이라는 존재였다.

고향에서 죽는 것만으로도 호상이라고 생각하는 게 과거에 묶인 사람들의 생각이다.

괜히 알렉산더 왕자가 내 말에 거부감을 드러낸 게 아니었다.

이대로 교수형으로 두 사람을 죽이면 자칫 사람들이 왕가에 불신을 품을 가능성도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좋아. 시작해 볼까.’

손발이 없는 상태로 바둥거리는 도미니크와 마치 죽은 듯이 체념한 모습의 포츠 백작.

나는 포츠 백작에게 걸려 있던 수면을 풀어버렸다.

“흐응…? 뭐, 뭐야…?”

포츠 백작은 갑자기 붓기가 잔뜩 머금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사태를 파악하자마자….

“뭐, 뭐야! 여, 여기가 어디야!!”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아까까지 기절한 포츠 백작이 난동을 피우자, 당황한 나머지 그를 놓쳐 버리고 말했다.

도주하려는 모습의 포츠 백작을 보자, 알렉산더가 크게 호통치기 시작했다.

“뭣들 하는 거냐! 빨리 잡아라!”

“죄, 죄송합니다!”

“잡아!”

다행히 포츠 백작은 금세 잡을 수 있었다.

다시 교수대로 오르는 그는 난동을 피우며 포효와 같은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놔! 내가 누군지 알아!? 놓으라고!!”

사람들은 갑자기 돌변한 포츠 백작의 모습에 어수선한 분위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러지?”

“설마 충격받아서 그동안 기절하고 있던 건가?”

“하긴… 충격받을 만하지….”

그렇게 숙덕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포츠 백작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자, 마지막 인사나 건네고 가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포츠 백작에게 최면을 걸었다.

내 최면이 먹히는 것과 동시에 포츠 백작은 처형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이 거지 새끼들아! 빨리 나를 구해!!”

“…뭐?”

다들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포츠 백작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은 목이 걸린 밧줄로 끌려가며 계속 소리를 질렀다.

“너희들은 내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흙이나 처먹고 살았어야 하는 놈들이었다! 짐승도 최소한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 빨리 나를 구하라고, 이 거지 녀석들아!!!”

다들 고개를 절레거리며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역시 저런 인간이었구먼….”

“저런 인간한테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죽어도 싸네.”

모든 사람이 비난을 쏟아내자, 포츠 백작은 타겟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 저 녀석 때문이다!!”

“뭐!? 저, 저 녀석!?”

도미니크는 포츠 백작이 자신을 지목하자, 불같이 화를 내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감히 네까짓 게 나한테!”

“저 녀석은 너희들을 그저 돼지 사료 정도로 생각하는 녀석이다!”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하겠느냐!!”

어느새 두 사람은 살려는 의지보다 서로의 자존심 싸움으로 형장을 꾸며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자존심 싸움도 오래가지 않았다.

“두 놈 다 죽어도 싼 놈이었네….”

“그래. 우리가 왜 저런 녀석들을 동정했는지….”

“나는 안 했는데?”

“그래, 이 새끼야. 너 잘났다.”

다들 웅성거리며 두 사람을 힐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분위기를 인지한 알렉산더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두 사람의 입을 막아라!”

“아, 안돼! 흐으으읍!!”

“살려… 꾸우우웁!!”

도미니크와 포츠 백작의 입에 재갈이 물렸고, 두 사람은 드디어 자신들의 영혼을 수거해갈 목줄 앞에 세워졌다.

“흐으으읍!! 흐읍!!”

“꾸우우웁!!”

죽는 자를 위해 마지막 유언 정도는 들어주는 것이 사형장의 도리.

하지만 알렉산더는 두 사람의 재갈을 풀어주지 않았다.

아니… 표정을 보아하니 풀어주기 싫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 덕분에 교수형으로 인한 왕가의 불신은 충분히 잠재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걸어라!”

“흐으으으읍!!”

“꾸우우우웁!!”

손발이 없는 도미니크 레빈과 거대한 덩치의 포츠 백작의 목에 밧줄이 걸렸고….

콰당!

두 사람의 발밑을 지탱해주던 나무 바닥이 바닥으로 꺼지면서 두 사람의 목에 밧줄이 세게 조여지기 시작했다.

“크으읍!!”

“쿠우웁!!”

도미니크는 손발이 없는 상태로 살기 위해 바둥거렸고, 포츠 백작은 거대한 몸으로 양손이 묶인 채 자신의 몸무게에 의해서 서서히 동공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교수대에 목이 걸리자….

“흐읏….”

내 손을 쥐고 있던 루나의 손에 거센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잇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해줘야 할 일이 뭔지는 알았다.

“루나.”

“수호 씨….”

나는 루나의 어깨를 끌어안아 주며 도미니크와 포츠 백작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렇게 루나와 슈타트펠트 가문의 복수가 전부 마무리되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