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30화 (630/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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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날이 밝았다.

나는 태양 빛이 뚫고 들어오는 창밖 밖의 포츠 백작령을 흥미로운 눈으로 차근차근 구경했다.

오늘 보이는 태양 빛은 분명 어제 봤던 태양 빛과 같았고.

오늘 보이는 백작령 또한 어제 봤던 백작령과 같은 장소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이게 과연 전날까지 전쟁 준비를 하던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포츠 백작령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내가 그렇게 느긋하게 창밖을 구경하고 있을 때, 마침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

잠깐 고민했다.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방은 내 방이 아니었다.

카린이 묵고 있는 방이었다.

그런 방에 누군가 찾아왔는데, 내가 함부로 입을 열고 대답해도 되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고민하는 순간, 문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내 의도를 파악한 듯 나긋한 목소리를 흘려 넣었다.

“저예요.”

“…?”

이게 뭔 상황인가.

분명 카린의 목소리였다.

나는 방문에 다가가서 문을 열고, 카린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되물었다.

“굳이 왜 두드렸어요?”

본인이 묵고 있는 방을 왜 노크하고, 내게 신분을 알려온 건지 의문이었다.

카린은 내 질문에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방의 주인의 주인이 계시는데, 당연히 두드려야죠.”

“하하….”

대부분 사람은 알고 지내는 기간이 길수록 더욱 서슴없이 대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좋게 흘러가면 친분이 되지만, 나쁘게 흘러가면 호구가 되는 게 사람 관계다.

하지만 카린은 알면 알수록 더 나를 우러러보는 기분이었다.

[아마 어제 보여줬던 포츠 백작의 농락이 저 여자에게는 크게 와닿은 모양이네요.]

하긴… 카린은 상대방과의 격차가 클수록 호감이 더 올라가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카린은 내게 대놓고 말했다.

자기가 만약 기어오를 거 같은 모습을 보이면 손을 잘라내서라도 굴복시키라고….

[거기다 어제 있었던 밤 자리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강한나의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오히려 전자보다 이게 더 좋네.

나는 그렇게 속으로 웃으며 카린과 같이 방에 들어와서 이야기를 나눴다.

카린은 마치 내게 보고를 올리듯 상세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은 내일 레빈으로 호송할 예정이에요.”

“그때 저도 동행해도 돼요?”

“원하시면 준비할게요. 다만, 저는 로투스를 수습해야 해서 며칠간은 여기에 남아야 해요.”

“로투스?”

“포츠 백작령 도시명이에요.”

아하… 워낙 포츠 백작령이라는 이름이 딱 달라붙어서 전혀 몰랐었다.

카린은 벌써 포츠 가문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진짜 어지간히도 싫긴 싫었던 모양이네.

그다음 보고는, 기대하던 제프 포츠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프 포츠는 들키지 않고, 몰래 빼냈어요.”

아무리 성이 어수선하고, 카린이 주도권을 휘어잡은 상태라지만 제프 포츠를 성 밖으로 몰래 빼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해낸 것이다.

“혹시 몰라서 로투스 밖에 잘 나가는 지 제가 직접 확인도 했어요. 일단 잘 빠져나갔으니까 나훼까지 가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나는 흡족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린은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마침 나훼에 뢰베 상단의 작은 지부가 있어요. 상단의 재력을 총동원해서 당신의 귀를 즐겁게 해드리죠.”

“재력이라… 그럼 뢰베 상단에 너무 무리가 가는 거 아니에요?”

카린이라면 큰 걱정은 없겠지만, 그녀가 나를 위한답시고 돈으로 고생하는 건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카린은 내 말에 오히려 반문하듯 코웃음 쳤다.

“…당신의 기분을 충족시킬 수만 있다면 그깟 상단쯤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요.”

상단 직원들이 들으면 오열할 것 같은 그런 발언이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은 없었다.

돈이 문제라면 이제 내가 해결해주면 그만이니까.

“포츠 백작령… 아니, 로투스? 만약 여기 영주가 되면 얼마나 벌까요?”

카린은 내 질문에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포츠 백작이 사형당하면 로투스는 왕가의 소유가 될 거예요. 왕가가 황금이 솟아나는 도시를 타인에게 넘길 리가 없어요. 대리 영주를 앉히기는 하겠지만, 수익 대부분은 전부 왕가로 넘어갈 거예요.”

오… 카린의 입에서 황금이 솟아난다는 표현이 나왔다.

부유한 도시라는 사실은 진작 알았지만, 카린의 입에서 저런 말을 들으니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카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그녀의 이름을 넌지시 불렀다.

“카린.”

“네. 말씀하세요.”

나를 보며 복종하는 자세로 대답하는 카린.

나는 그런 그녀에게 물었다.

“슈트라에 다니면서 로투스도 같이 관리할 수 있겠어요?”

“!?”

순간이지만, 태양 빛이 담긴 카린의 눈동자가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던 카린은 다시 표정을 거두고는 고개를 절레거렸다.

“아무리 당신이 큰 업적을 세웠다고 해도 왕가가 이 도시를 쉽게 내어줄 리가 없어요.”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면 그만이죠.”

“…정말 대단한 자신감이네요.”

카린은 갑자기 조용히 일어나 건너편에 앉아있던 내게 다가와서는 나를 살포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제가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뭔지 아세요?”

“뭔가요?”

쪽.

카린은 내 볼에 입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을 만날 때까지 다른 남자에게 제 몸을 넘기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

카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으로 내 몸을 천천히 쓰다듬더니, 어느새 내 하복부까지 도달해서는 내게 말했다.

“내일 떠나시기 전에 한 번 더… 저를 상대해주실 수 있나요?”

나는 카린의 애원이 담긴 목소리에 그녀의 몸을 끌고 침대에 던지며 말했다.

“물론이지.”

“아아….”

요염한 포즈로 나를 맞이하는 카린.

나는 그런 카린의 몸을 덮치며 다시 폭력성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

..

모든 일은 카린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제프 포츠를 빼내는 건 큰 문제가 없었지만, 포츠 백작을 빼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직 로투스는 체계가 불안한 상태였기 때문에 포츠 백작이 레빈으로 끌려간다는 소식을 아무도 모르게 진행해야만 했다.

거기다 포츠 백작은 어디까지나 내가 재운 뒤에 음성 변조로 모든 행동을 거짓으로 씌운 상태였다.

만약 로투스를 떠나기 전에 포츠 백작이 깨어난다면 기껏 완성해 놓은 걸작이 산산이 찢어지며 엉망이 될 것이다.

내가 포츠 백작의 호송에 동행하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걸작을 화려한 액자에 장식하기 위해서….

그렇게 조심스럽게 진행했던 호송은….

‘역시 카린이야.’

생각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카린이 통제하고 있는 검문소는 흉악 범죄인을 호송한다는 이유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뭐… 흉악 범죄인이긴 하지.’

슈타트펠트 가문이 멸문한 데에는 이 새끼 탓도 분명히 있으니까….

그렇게 호송단과 같이 이동한 나는 이틀 후, 레빈에 도착했다.

내가 호송단에 참여한 덕분에 호송하는 도중에 포츠 백작이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나는 포츠 백작이 썩은 내 나는 감옥에서 쿨쿨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 바로 알렉산더 왕자를 만났다.

알렉산더 왕자는 나를 보자마자 무슨 신이 내린 천사를 맞이하듯 환대해줬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이 녀석 입장에서 포츠 백작은 매복 사랑니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위아래로 총 네 개가 자라난 매복 사랑니.

그걸 빼줬으니 당연히 환대해줄 수밖에….

그렇게 환대받고 나서 처형에 대한 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처형은 사흘 후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포츠 백작은요?”

“빠르게 병력을 포츠 백작령에 보내서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공표한 뒤, 형님과 같이 처형할 예정입니다.”

좀 귀찮긴 하지만, 사흘 후라면 크게 문제가 될 정도의 시간은 아니었다.

‘꼬박꼬박 수면을 걸어주는 게 귀찮긴 하다만….’

그래도 마지막 걸작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각오는 되어 있었다.

그 이후, 포츠 백작령… 이제 로투스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나는 알렉산더에게 로투스를 가지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은 알렉산더는….

“후우… 알겠습니다.”

한숨이 담기긴 했지만, 흔쾌히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지금 당장은 쉽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부러 시기를 늦춰서 소유권을 흐지부지하게 만들려는 수작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알렉산더의 사정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정통 후계자가 되었더라도 아직 즉위를 한 건 아니었다.

함부로 영토를 넘기고 말고 할 정도의 발언권을 가진 수준은 아니었다.

“조만간 좋은 상황이 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때가 되면 적법한 절차를 걸쳐서 말씀대로 해드리겠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나머지 이야기는 나중에 카린이 있을 때 하기로 하고, 나는 알렉산더와 대화를 마쳤다.

..

..

사흘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레빈의 정세는 급변했다.

첫 번째는 슈타트펠트 가문의 복원 공표.

이미 루나가 직접 국왕을 알현하고, 가문의 영광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입소문은 대략 사흘 정도 지난 뒤에야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반역자에 대한 처형식.

드디어 오늘 처형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광장에 레빈의 모든 사람이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나와 카린, 루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알렉산더가 마련해준 특등석에서 관람하기로 했다.

처형식에 끌려온 귀족들은 대부분 도미니크 왕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도미니크 왕자와 크게 연관이 없는 자들도 섞여 있었다.

그들이 섞여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생각보다 적던데요?”

카린이 내게 건네준 명부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와 친분을 가지며, 카린과 적대적인 기류를 흘리던 귀족들….

분명 억지로 더 엮으려면 엮을 수 있었지만, 카린은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저 정도면 충분해요. 전부 잡아들이려고 했다면 레빈 영토에 있는 귀족들 절반 이상이 저 자리에 끌려갔을 거예요.”

하긴… 루이스랑 좀 친하고, 자신과 거리를 둔다는 식으로 전부 잡아들이면 뒷말도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카린과 대화를 마치고, 옆에 서 있던 루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멍하니 처형장을 바라보는 루나.

표정으로는 도저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루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카린이 다시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어요.”

“어떤 거요?”

“제프 포츠.”

“….”

나도 모르게 침묵을 유지했다.

카린은 내 침묵을 이해하고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나휀에 도착하는 데에는 한 달 정도 걸릴 거 같아요.”

영지 간의 거리가 아니라, 국가 간의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었다.

오래 걸리지만, 한편으로 멀기 때문에 더 안심할 수 있었다.

제프 포츠가 그곳에서 도주하더라도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없을 테니까.

카린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미리 사람을 보내서 손을 써놨어요.”

“…?”

“고급 창관을 사들이기로 했어요. 비용은 꽤 많이 들겠지만요.”

고급 창관?

창관을 사겠다고 하는 건 크게 문제가 없었다.

돈은 나중에 충당하면 그만이니까.

그런데 왜 하필….

“고급 창관이에요? 제프 포츠 하나 묶어 두는 것뿐인데….”

남창을 시키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고급 창관에 제프 포츠 같은 놈이 남창이 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게이든, 여자든 누가 제프 포츠를 사고 싶겠는가.

고급 창관이라면 그만큼 돈이 많은 인간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인데….

카린은 내 의문을 듣고 바로 해소시켜주기 위해 답했다.

“참고로 나휀의 상식은 저희랑 많이 달라요.”

“…?”

“그쪽 고급 창관은 우리가 생각하는 곳과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카린이 말한 나휀의 고급 창관은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곳이 아니었다.

“부유 계층의 사람들이 자기 애완동물을 데리고 와서 인간과 교미시키는 곳이에요.”

“….”

자기 애완동물을 데리고 가서 인간과 교미시키며 애완동물의 만족도를 올리는 창관.

즉, 애완동물 전용 창관이라는 것이었다.

그게 지금 카린이 사들이려는 창관이었다.

“…세상 독특한 인간 정말 많은가 보네요.”

“저도 처음 그런 곳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애초에 노예를 자연스럽게 거래하는 나라다.

정상적인 눈으로 상식을 논하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지….

그렇게 제프 포츠의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며 미소를 짓자, 카린이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떤 거요?”

“…제프 포츠를 왜 그렇게 싫어해요?”

“….”

카린의 입장에서 내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도미니크 왕자랑 포츠 백작이야, 슈타트펠트 멸문과 연관되어 있으니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제프 포츠에게 향하는 내 분노를 카린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린과의 결혼은 진작에 물 건너갔고, 나와의 악연도 그냥 티격태격하는 수준이라고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카린이 모르는 하나가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일주일 전쯤에 우리는 갑자기 황급히 떠난 포츠 백작을 쫓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워프를 이용해서 포츠 백작의 숙영지를 침입해 그의 꿈속을 한번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내가 그의 꿈속을 들여다본 이유는 그저 하나.

포츠 백작이 슈타트펠트 가문의 멸문과 어떻게 이어져 있나 하는 궁금증에서였다.

그리고 내가 포츠 백작의 꿈속에서 본 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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