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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카린이 나서고 난 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징집병을 모두 해제시키고, 전쟁의 기류를 순식간에 잠재워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사실이 담긴 서신을 레빈 왕가에 보내기로 했다.
오늘이 아닌 다음 날로….
“어차피 오늘은 늦었어요. 좀 더 상황을 정리한 다음 차차 보내도 늦지 않을 거예요.”
카린의 말대로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이미 해도 저물었고, 피로로 지친 기사를 시켜서 서신을 보내면 자칫 사고가 날 우려도 존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카린이 왜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장난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흘렸다.
“이참에 뢰베 상단의 입지도 늘어나면 좋겠네요.”
카린이 몰래 만들어 놓은 상단.
포츠 백작령과 레빈뿐만 아니라, 타국을 돌아다니며 이익을 창출하는 상단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뢰베 상단이 순식간에 치고 올라갈 기회이기도 했다.
모든 상단이 아직 포츠 백작령에 묶여 있는 지금 뢰베 상단에게 특혜를 주면 순식간에 입소문을 탈 것이다.
정치적인 묶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상단이라는 식의 입소문….
그리고 내 생각은 카린의 대답으로 확실해질 수 있었다.
“모든 게 단 한 사람 덕분이죠.”
카린은 나를 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나와 카린은 성 복도를 같이 걸으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포츠 백작을 재워 두고 이렇게 여유롭게 있어도 되겠냐 싶겠지만, 그만큼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상태였다.
포츠 백작은 수면 상태로 방에 가둔 채 레나와 시호에게 감시를 맡겨 놨다.
심지어 비상시에 쓰라고 음성 변조 장치와 마비약도 맡겨 놓고 왔다.
그쪽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제 남은 건 한 명이네.’
제프 포츠.
사실 남았다는 표현도 웃기긴 했다.
애초에 제프 포츠를 잡아들이는 게 제일 쉬운 일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내가 제프 포츠를 마지막까지 남겨 놓은 이유는 간단했다.
‘피날레를 장식할 녀석을 먼저 잡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니까.’
그렇게 카린과 복도를 거닐다 보니, 우리는 문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여기예요.”
카린은 그렇게 말한 뒤, 내게 재차 설명했다.
“당신께서 말한 대로 제프 포츠는 현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만들어 놨어요.”
제프 포츠는 혼자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혼자 정보를 알아내는 것에 제약이 많았고, 카린이 포츠 백작령에 도착한 뒤에는 아예 그의 귓속에 외부 상황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이었다.
다름 아닌 내 부탁으로….
“잘했어요.”
“이 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카린은 기대감이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뿐만 아니라, 카린도 그토록 기대하던 순간일 것이다.
제프 포츠의 몰락.
아무리 생각해도 제프 포츠를 도니미크 왕자나 포츠 백작처럼 간단하게 처형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은 권력의 끝을 맛본 인간들이라 죽어서 영혼이 되는 것만으로도 지옥을 거니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제프 포츠는 아니다.
제프 포츠만큼은 죽지 않고 계속 살려둬야 한다.
나는 조용히 카린을 향해 물었다.
“혹시 노예가 합법인 나라가 있나요?”
“…노예는 레빈도 합법이에요. 다만,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나라는 있어요.”
카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계속 대답하기 시작했다.
“나휀이라는 나라예요. 레빈과 국교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교역은 꾸준히 유지 중이에요.”
노예 거래가 활발한 도시임에도 치안도 나름 괜찮은 도시라고 했다.
치안이 좋은 이유는 바로 부유함.
그리고 나휀이 부유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노예를 외부 국가에 팔기 때문이었다.
“나휀은 대륙의 절반 크기에 달하는 영토를 지니고 있어요. 문제는 전부 자원이 부족한 산지라는 점이죠.”
그리고 그런 영토에 숨어 사는 화전민들을 잡아다 노예로 만들어서 다른 국가에 파는 것.
그게 나휀이 부유한 이유였다.
“레빈과 국교가 좋지 않아도 노예 거래만큼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나는 모든 설명을 마친 카린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쪽으로 파는 것도 가능해요?”
“일단 저로서는 불가능해요. 노예 거래는 왕가의 노예 거래 인장을 부여받은 상단만 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카린은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뢰베 상단이 몰래 힘을 써본다면 가능할 거예요.”
아마 이쯤이면 카린도 내가 하려는 말의 의도를 전부 깨달았을 것이다.
정식으로 거래하면 발자취가 남기 마련이다.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정식 거래가 아니었다.
나는 카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노예 한 명 운송할 준비 해주세요.”
“네. 지금 바로 준비할게요.”
나는 나를 놓고 가려는 카린을 붙잡고는 고개를 저었다.
“급하게 할 거 없어요. 일단 여기 들러서 마지막으로 얼굴이나 보고 가죠.”
내가 턱짓한 곳은 다름 아닌 제프 포츠의 방문이었다.
카린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의문을 건넸다.
“굳이 들를 필요가 있나요?”
굳이 얼굴을 볼 필요가 있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인사 정도는 깔끔하게 해줘야지 개운한 법이다.
“마지막 인사는 해야죠.”
나는 그렇게 말하며 카린을 이끌고 제프 포츠의 방을 노크도 없이 들어갔다.
방 안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넘실거렸고, 그 어둠을 뚫고 신음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끄으으…? 뭐야? 누구야?”
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고, 목소리만 들어도 태평하게 자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제프 포츠는 침대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짜증이 흘러넘칠 것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누구냐고! 누가 감히 내 방문을 마음대로 열라고 했어!? 아, 혹시 아빠야?”
나는 제프 포츠의 짜증이 담긴 목소리에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저 목소리도 오늘부로 마지막이다.
나는 방에 설치되어 있는 마나석에 마력을 불어 넣어서 환하게 만들었다.
방이 환해지는 것과 동시에….
“뭐,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카, 카린 양도!?”
제프 포츠가 경악한 눈으로 나와 카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제프 포츠는 나와 카린을 눈에 담자마자 아픈 몸으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주, 죽여 버리겠어! 감히 나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허접한 분노라는 게 뭔지 제프 포츠를 보며 알 수 있었다.
힘도 없고.
능력도 없고.
현실성마저 없는 저 모습.
그런 모든 하찮음이 모여있는 제프 포츠의 외침은 거동도 못 하는 쥐새끼가 찍찍 소리를 내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벅.
내가 그런 제프 포츠에게 한 발짝 다가가자….
“히익!”
아까까지 작고 하찮은 분노를 표출하던 모습마저 숨기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누구 없어! 빨리 와서 이놈들을 잡아내!”
하지만 그의 비명에 반응하는 건 오로지 나와 카린뿐이었다.
“….”
나는 침묵하며 녀석을 바라봤고, 카린은 경멸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런 인간과 살을 섞을 뻔했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지네요.”
카린의 모멸감이 담긴 대사에 제프 포츠가 다시 하찮은 분노를 내질렀다.
“닥쳐! 내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데….”
“사랑…?”
카린은 손을 입으로 가리며 진짜 비웃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뇨? 저는 사랑 따위는 관심 없는데요?”
“그, 그게 무슨….”
제프 포츠의 입장에서 카린의 말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카린은 그런 제프 포츠의 모습을 무시한 채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카린은 마치 내 종복이 된 것마냥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그저 이분만 있으면 그만이에요.”
“우, 웃기지 마! 그런 하찮은 평민 따위랑…!”
제프 포츠가 유일하게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착각.
바로 계급이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제프 포츠의 모습에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내가 봤을 때는 왕이나 백작이나 천민이나 그게 그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풋….”
“지, 지금 웃었어!?”
“아, 웃겨서….”
“감히 내 말을 듣고 웃어!? 죽여 버리겠어!”
제프 포츠는 내 웃음에 발광하며 다시 침대 위에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지내게 될 침대를 너무 혹사하는 거 아냐?
나는 그렇게 속으로 웃으며 나를 한껏 올려다보는 카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카린.”
“네…. 주인님.”
“주, 주인님!?”
제프 포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저런 놈이 뭐가 좋다고! 내가 훨씬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아빠한테 말하면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모두 다 해줄 수 있다고!!!”
나와 카린은 제프 포츠의 말을 듣자마자 실소를 터트려버렸다.
“푸웃….”
“뭐, 뭐야! 왜, 왜 웃어!!”
제프 포츠가 자신을 비웃은 우리를 보며 화를 내자, 나는 그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야,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있겠냐?”
“…어?”
제프 포츠가 얼마나 멍청한지 알 수 있는 지금 상태로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저 녀석은 나와 카린이 여기에 온 것에 화를 낼 뿐, 왜 여기에 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감정에 휘둘리며 화를 낼 뿐….
“포츠 백작이 백기를 들었어.”
나는 제프 포츠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당연히 수면이나 음성 변조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포츠 백작이 한 가지 조건을 걸면서 백기를 들었다는 사실만 말했을 뿐이었다.
“포츠 백작이 너를 팔았거든.”
“우, 웃기자 마! 아, 아빠가… 그럴 리가 없어!”
제프 포츠는 나와 카린을 보며 점점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제와 다르게 조용해진 성, 그리고 나와 카린의 당당한 방문,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 경비병들….
하지만 현실을 깨닫는 것과 이성을 되찾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아, 아빠가… 그럴 리가 없어! 웃기지 마!!”
“뭐…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발악하며 가슴으로 거부하는 제프를 보며 미리 준비해 놓은 녹음기를 꺼내서 보여줬다.
“그, 그게 뭐야?”
“이게 뭔지는 알 바 아니고….”
나는 바로 녹음기를 켜서 제프 포츠에게 들려줬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포츠 백작.)
(히익…!)
어제 나와 포츠 백작의 대화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선택해.)
(…?)
(아들이야, 네 목숨이야?)
(!?)
(자, 선택해.)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와… 설마 아들을 버리겠다고?)
(…저만 살려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제프 포츠는 어느새 내가 들고 있는 물건의 정체 따위는 관심 없어 보였다.
그저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혼이 빠질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냐… 아니야… 우, 웃기지 마… 아, 아빠가….”
제프 포츠가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포츠 백작의 목소리도 구분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일수록 그의 이성은 점점 깨져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아니야!!! 우리 아빠가 그럴 리가 없어!!!”
나는 발작하며 침대에서 바둥거리는 제프 포츠를 무시한 채,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카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카린 덕분이야.”
“후후…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요.”
나는 카린의 대답에 흡족해하며 입을 열었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
“원하는… 거요?”
“그래. 저 녀석이 너한테 뭔가 해줄 수 없게 되었잖아. 내가 대신 들어주기라도 해야지.”
혼자 중얼거리던 제프 포츠는 눈물을 흘리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닥쳐! 천민 새끼야!! 아빠만 오면 너는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그의 발광에도 카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올려다보며 한 가지 부탁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주인님….”
카린은 내 자지가 위치한 바지를 맨손으로 매만지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주인님의 아이를 갖고 싶어요.”
“이 창녀야!!”
카린은 제프 포츠의 모멸감이 담긴 비난에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웃기 시작했다.
“그거 좋네요.”
“…뭐?”
카린이 내뱉은 말에 제프 포츠는 자기의 귀를 의심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놀라서 쳐다보는 것조차 찌질함이 한껏 묻어 있었다.
카린은 바지로 가려진 내 자지를 손으로 매만지며 흥얼거렸다.
“당신의 정부가 되느니, 주인님의 전용 창부가 되는 쪽이 훨씬 행복할 거 같아요.”
“이, 이, 이!! 미, 친 년….”
제프 포츠는 새빨개진 얼굴로 제대로 반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제프 포츠를 몰아세운 건 다름 아닌 카린이었다.
“당신이 집창촌을 들락날락했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거기 여성들과도 잠자리를 많이 가졌다고요?”
“그, 그래! 저런 놈보다는 내가….”
그나마 여자를 많이 안았다는 자신감에 제프 포츠는 어떻게 해서든 카린의 환심을 사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게 악수였다.
“당신의 소문 모르세요?”
“무, 무슨 소문…?”
카린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넣으면 지렁이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기분이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