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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끄으으으….”
나는 얌전해진 포츠 백작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다부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역시 내 차음마법은 완벽해.”
“이… 이런 미친 새끼….”
포츠 백작의 욕설이 담긴 짜증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뭐라고?”
“크읏….”
포츠 백작이 바로 백기를 든 듯이 나와 마주치던 눈을 홱 하고 피했다.
일단 포츠 백작의 모습을 보니, 본인의 입장은 확실히 깨달은 듯싶었다.
‘사실 아까처럼 바둥거리는 게 보기는 좋지만….’
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모습을 보면서 훗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성적으로 최대한 살기 위해 굴복하다가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절망감을 표출할까.
내가 한껏 미래를 떠올리며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 것 같습니다.]
‘아차!’
지금 포츠 백작은 양쪽 손과 발에 내가 쏜 화살이 맞은 상태였다.
네 방의 화살 덕분에 지금 포츠 백작의 팔다리에서는 방 안에 피비린내를 순식간에 채울 정도로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형장의 이슬이 아닌, 밀실 살인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게 생겼다.
나는 바로 포츠 백작에게 회복 스킬을 시전했다.
‘회복, 회복.’
내가 회복을 시전하자, 포츠 백작의 손과 발에서 흐르던 피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아물었다.
“마, 말도 안 돼!”
포츠 백작은 생전 처음 보는 내 능력에 기겁하며 놀라기 시작했다.
놀랄 만했다.
슈트라는 마법에 관해서는 우주 제일의 지식을 갖췄지만, 이상하게도 치유와 관련된 마법만큼은 전혀 발전하지 않은 세계관이었으니까.
하지만 포츠 백작이 내 능력을 보고 놀라는 건 잠시뿐이었다.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나를 보면서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자, 잠깐!”
“거참 치료해줘도 시끄럽게 구네.”
“그, 그게 아니라! 이거는 빼줘야지!!”
포츠 백작은 화살이 박힌 채 치유가 된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면서 기겁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포츠 백작에게 미안한 표정을 억지로 지으며 사과했다.
“아! 깜빡!”
“아, 알았으면 빨리 빼줘!!”
“거참… 알았다. 알았어.”
“휴우…. 응?”
나는 화살이 꽂힌 채 손과 발이 완전히 아물어 버린 포츠 백작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일단 다리에 박힌 화살을 손에 쥐며 입을 열었다.
“빼줄게.”
“자… 자… 잠깐….”
포츠 백작은 새파래진 얼굴로 덜덜 떨며 어떻게든 나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이게 피부랑 완전히 붙어서 빼려면 억지로 돌려서 빼야 할 거 같네.”
나는 그 말과 함께 화살을 잡고, 열심히 원을 그리며 그의 발목에서 화살을 빼내기 시작했다.
콰드득!! 콰드득!!
“끄아아아아아악!! 히끼아아아악!!!”
“아오, 뻑뻑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비명이 퍼져나갔고….
나는 그런 그의 비명을 들으며 화살을 천천히 꺼냈다.
“아! 짜증나네! 화살 촉 때문에 안 빠지잖아!”
“이끼아아아악!!”
한참을 빙빙 돌려서 화살을 빼낸 결과….
“끄어어어….”
포츠 백작이 눈을 까뒤집고 혼절한 듯이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는 피로 물든 붉은 색 화살 하나를 바닥에 던져둔 뒤에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 나머지 세 개도 간다!”
“자, 자… 끼까아아아악!!”
..
..
“휴우….”
장장 1시간이 걸렸다.
처음 한 개를 빼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뼈에 제대로 박혀서 그런지 도통 뽑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뽑고,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을 넘겨 버린 것이었다.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들었다.
나는 피로 뒤덮인 화살 하나를 들고, 풍년을 맛보는 농부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휴우… 아주 좋아. 그럼 다시 치료를 해볼까나.”
나는 마지막 하나를 뽑아낸 뒤에 다시 회복 스킬을 쓰면서 포츠 백작의 팔을 치료했다.
하지만 그의 팔을 치료하면서 또 짜증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괜히 마법 두 번 쓰게 만드냐….”
최근 마법력을 올린 덕분에 마나가 부족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마나라는 건 결국 소중한 자원이었다.
그런 소중한 자원을 허투루 쓰게 만들다니….
그렇게 치료하고 나니 그의 상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은 죽은 듯이 축 늘어져 있었다.
“뭐냐?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끄으으….”
“아, 자는 거냐?”
포츠 백작은 내게 고마움 따위는 표시할 생각도 없이 무례하게 잠자리에 든 듯 보였다.
그리고 그런 포츠 백작의 모습은….
“내가 이 고생을 했는데. 잠이 와?”
다시 내 짜증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빼달라고 힘들게 빼줬더니, 정작 혼자 편안하게 잠이나 자?
내가 짜증을 부리자, 강한나가 통신으로 내 말을 정정해줬다.
[자는 게 아니라, 기절한 거 아닌가요?]
‘기절하 듯이 자는 거죠.’
[….]
둘 다 똑같은 거지 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태양이 산 위에 걸쳐진 채 슬슬 자취를 감출 준비를 하고 있었었다.
얼마 안 있으면 이 방도 어둠에 잠길 것이다.
‘아르모니아. 카린은 어떻게 됐어?’
[아까 알렉산더 왕자와 이야기를 마치고, 마차 없이 출발했습니다.]
어차피 실크로드를 통행하는 거라 안전하고, 교섭단 특성상 마차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빨리 오라고 지시한 것이 크게 작용한 듯 보였다.
‘잘하면 내일 저녁에 도착할 수 있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포츠 백작의 얼굴을 발로 뻥 걷어찼다.
빠각!
“끄아아악! 히이이익!”
아까까지 나를 보자마자 욕설을 내뱉던 포츠 백작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오로지 내가 어떤 즐거움을 선사해줄지 기대하며 떨고 있는 포츠 백작만 있을 뿐….
“후우… 슬슬 시작할까.”
“…?”
포츠 백작은 내 말에 긴장감이 잔뜩 묻어난 주름을 새기며 나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포츠 백작의 팔, 다리에 묶여 있던 케이블 타이를 끊으며 말했다.
“일단 책상에 가서 앉아.”
“그, 그….”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금세 내 말에 따라서 발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의 몸짓에는 도망칠 의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순순히 내 말을 따르는 포츠 백작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야… 최면이 효과가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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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게이지 :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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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최면술은 합리적인 명령을 내릴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법이었다.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유도도 필요하고, 만약 유도 없이 강제로 끌어낼 때는 게이지 소모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포츠 백작의 경우에는 내가 유도하지 않았음에도 적당한 포인트 소모와 함께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폭력이 정당성을 만들어주네.’
내게 당했던 고문.
그 고문으로 인해서 내게 괜한 반항심을 가지면 안 된다는 것을 본능에 새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본능 덕분에 포츠 백작의 최면 저항력이 순식간에 바닥을 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포츠 백작을 명령하더라도 한계는 명확했다.
‘나중에 빈틈이 보이면 어떻게 해서든 나를 죽이려고 들겠지.’
슬슬 해도 저물어가고 있고, 나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하니까….
나는 책상 위에 포츠 백작이 앉은 모습을 확인하고,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아르모니아. 그거 완성됐어?’
[완성됐습니다.]
‘좋아. 보내줘.’
내가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내 눈앞에 나비넥타이 두 개가 튀어나왔다.
나는 갑자기 나타난 나비넥타이에 놀란 포츠 백작에게 하나를 던져주며 말했다.
“그거 착용해.”
“그… 그게….”
“당장….”
“히익!”
내가 짜증 나는 표정으로 입을 열자, 포츠 백작은 허둥지둥 착용하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은 나비넥타이를 착한 뒤, 나를 보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 자네가 해달라는 건 다 해주겠어! 제발… 제발 나 좀 살려주게!!”
“….”
저 말을 들은 내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포츠 백작은 알까?
머릿속으로 손익을 계산하는 모습으로 보일까?
귀족을 발밑에 둬서 희열을 느낀다고 생각할까?
‘뭐… 사실 둘 다 맞긴 하지.’
나는 머릿속으로 손익도 계산 중이고, 포츠 백작의 비굴한 모습에 희열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천천히 포츠 백작에게 다가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포츠 백작.”
“히익…!”
포츠 백작은 고개를 숙이고 벌벌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포츠 백작의 모습에 흡족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
“선택해.”
“…?”
“아들이야, 네 목숨이야?”
“!?”
포츠 백작이라면 지금 내가 물은 질문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을 것이다.
권력자란, 무릇 선택의 파도 위에서 무수히 타인을 밀어내며 살아남은 존재들이다.
내 말의 의도도 파악하지 못했다면 애초에 이 자리에 계속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자, 선택해.”
포츠 백작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목숨을 살려주십시오.”
단호한 목소리였다.
이미 예상하던 답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예상하던 답을 들어놓고도 모르는 척하며 시치미를 뗐다.
“와… 설마 아들을 버리겠다고?”
“…저만 살려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포츠 백작은 진짜 아들을 버릴 각오를 한 것 같았다.
‘하긴 말이라도 잘 듣거나, 장래가 유망하기라도 하면 몰라… 제프 포츠는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인 느낌이겠지.’
재능도 없는데, 심지어 노력조차 하지 않는 쓰레기.
그런 쓰레기 때문에 루나가….
“끄으윽!”
“아… 실수.”
나도 모르게 포츠 백작의 어깨에 올렸던 손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뭐, 이쯤이면 됐겠지.’
어차피 포츠 백작의 말은 딱히 관심 없었다.
그저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제프 포츠에게 전해줄 말을 하나 더 기록한 것 정도니까….
포츠 백작은 내 말을 기다리며 나를 애원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포츠 백작을 보며 한 마디를 건넸다.
“아들이나 너나 마찬가지야. 쓰레기 같은 새끼야.”
“무, 무슨! 크으으….”
쿵.
포츠 백작은 내게 항의하려는 순간 내 수면 스킬을 맞고 책상 위에서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나는 포츠 백작이 책상 위에서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침실 내부를 확인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할 정도로 흥건한 핏물들이 사방에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내 코는 이미 마비가 된 탓인지 피 냄새가 희미하게 날 뿐이었다.
나는 그런 핏물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정리는 해야지.”
오늘… 아니, 내일까지만 버티면 모든 게 끝난다는 생각을 품으며 마법을 시전했다.
그렇게 마법을 시전해서 방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순간이었다.
똑! 똑! 똑!
다급해 보이는 노크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갑자기!?’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한 것을 확인한 뒤, 포츠 백작의 상태를 점검했다.
지금 포츠 백작의 상태는….
‘안돼. 이건 너무 자는 거 같잖아.’
그냥 책상에 디비져 자는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나는 황급하게 포츠 백작의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턱을 팔로 기대며 마치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으로….
‘좋아. 이 정도면 겉으로는 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지.’
내가 포츠 백작의 자세에 만족하며 책상 뒤에 숨자, 강한나의 흥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저런 자세가 생각보다 흐트러지기 쉬운 거 같은데. 안정감이 느껴지네요.]
‘학교에서 저렇게 자면 걸리지도 않고, 절대 쓰러지지도 않죠. 제가 얼마나 많이 쓴 자세인데요.’
[…그런 걸로 자랑하지 마세요.]
한숨이 섞인 강한나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백작의 방에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똑!
나는 책상 뒤에 숨은 뒤, 목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들어와.”
분명 내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외부로 퍼져나간 건 내 목소리가 아닌 포츠 백작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내 입이 아닌, 포츠 백작의 목에 걸려 있는 나비넥타이에서 퍼져나갔다.
포츠 백작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다급하게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쪽에게서는 다행히 비친 창문으로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까 포츠 백작의 방을 나가던 기사였다.
“백작님. 지금 레빈에서 교섭단으로 추정되는 자들이 출발했다고 전보가 왔습니다.”
“교섭단?”
내 물음에 기사는 전혀 의문을 품지 않고, 진짜 포츠 백작에게 대답하듯 술술 불었다.
“네. 열 명 남짓의 숫자와 채비를 한 모습을 봤을 때, 병력이나 정찰 같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아마 레빈 왕국에서 직접 교섭단을 꾸려서 보낸 것 같습니다.”
카린의 능력이라면 숨어서 오는 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낸 편지에는 ‘숨어서’라는 수식어가 아닌, ‘빠르게’ 오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었다.
‘역시 카린이야.’
나는 카린의 행동력에 감탄한 뒤, 킥킥 웃으며 나비넥타이에 목소리를 흘렸다.
“좋아. 만약 도착한 녀석들이 정말 레빈의 교섭단이라면 내 방으로 안내해.”
“바, 바로 이곳으로 말입니까?”
“그래! 쓸데없이 실랑이 벌이지 말고!”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기사가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속으로 킥킥 웃었다.
‘아, 이거 재미있네. 자주 써먹어야겠다.’
[그런데 왜 하필 나비넥타이에요? 그냥 단추면 충분하잖아요?]
‘이거 몰라요? 설마 거기에는 없나? 이게….’
내가 그렇게 내가 알던 만화에 관해서 설명하려는 순간이었다.
콰당!
“!?”
“!?”
내가 실수로 의자를 살짝 미는 바람에 포츠 백작의 얼굴이 책상을 박살 낼 듯이 박치기를 해버린 것이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마침 문을 열었던 기사가 다급하게 포츠 백작에게 달려오는 순간이었다.
나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꺼져!!!”
“!?”
“빨리 꺼져! 네 녀석 때문에 머리가 아파! 머리가!”
“…죄송합니다.”
기사는 내 외침에 낮게 깔린 음성으로 사과한 뒤, 방을 조용히 나가버렸다.
나는 조용해진 방 안에서 강한나에게 말했다.
‘후우… 한나 씨 때문에 들킬 뻔했잖아요.’
[…진짜 돌아오기만 해봐요.]
나는 그런 강한나의 섬뜩하고, 기대감이 넘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다음 날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