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22화 (62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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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그렇게 한참을 키스한 나는 카린의 아랫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 마무리하면 쓸 거니까 대기시켜.”

“…네.”

카린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은 것을 보면 정말 섭섭하긴 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마음에 드는 표정이기도 했다.

‘저런 표정을 나한테만 지어준다는 거니까.’

내 흐뭇한 말에 누군가가 찬물을 끼얹었다.

[…혹시 저것도 계산 아닐까요?]

‘….’

아씁… 강한나의 말을 들으니까 진짜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카린이라면 저것조차 계산된 행동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내가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카린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안내를 시작했다.

그리고 방 하나를 앞에 두고 멈춰 선 뒤에 내게 말했다.

“여기예요. 들어가세요.”

카린은 안내만 해준 뒤, 몸을 돌려서 내게 말했다.

“제 뱃속… 너무 오래 빈 채로 놔두지 말아주세요.”

“하하… 명심하죠.”

카린은 내 머릿속을 더 아리송하게 만들며 자리를 떠났다.

나는 그런 카린의 뒷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에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네? 누구세요?)

나는 루나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방문 안에 있던 루나는 나를 보자마자 황급히 달려오며 껴안았다.

“어!? 수호 씨! 괜찮으세요? 성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나는 다급하게 내 걱정하는 루나를 껴안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

“루나.”

“네?”

“저녁에 갈 곳 있어. 준비하자.”

“어… 어디를 가나요?”

나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는 나를 보며 당황하는 루나에게 입을 열었다.

“비밀이야.”

***

루나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걸어왔던 철칙이 하나 있었다.

바로 거부였다.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을 거부하고자 하는 의지.

그녀가 그렇게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호의를 느끼면 손을 잡는 순간 상대방도 자신의 부모님과 가문 사람들처럼 처절한 결말을 맞이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 손잡아.”

“….”

루나는 자신에게 미소와 함께 손을 내민 남자의 손으로 천천히 팔을 뻗기 시작했다.

그리고 팔을 뻗은 뒤, 마치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이 그의 손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그렇게 손바닥을 올리는 순간, 남자가 조용히 흥얼거렸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루나 손은 차갑네.”

“….”

루나의 침묵에 남자가 살짝 당황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 내가 혹시 실수했어? 그냥 좋다는 의미였는데.”

언제나 철부지같이 장난을 치던 남자가 당황하는 모습.

그런 남자의 모습이 루나에게는 인생의 출렁이는 파도와 같았다.

잔잔하기 그지없을 줄 알았던 자신의 인생에 파동을 일으킨 남자.

루나는 당황하는 남자의 모습에 손을 잡은 채 마차에 올라타며 흥얼거렸다.

“수호 씨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서 손도 제 심술처럼 차가워진 모양이에요.”

“하하하….”

루나는 자신의 장난을 받아들인 남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루나가 먼저 성수호의 보조를 받으며 마차에 탑승했고, 그 뒤에 성수호가 바로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는 단 두 사람만 태운 뒤에 가죽이 바람 가르는 출발의 신호를 들려줬다.

찰싹!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말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어둠에 잠긴 마찬 안에는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루나는 고개를 건너편에 앉아 있는 성수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후우…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반역의 소식에 제대로 잠도 못 자던 루나였다.

그녀가 잠을 못 잔 건 그저 자신의 안위 때문이 아니었다.

성수호.

이 남자가 위험천만한 성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쳐들어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던 루나였다.

하지만….

‘…내가 가면 뭘 할 수 있었을까?’

루나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생각으로 마법진을 구사하는 능력과 학장의 무한한 신뢰.

그 두 가지를 갖춘 성수호를 구하겠다고 자신이 나서봤자 방해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루나가 움직이지 않았던 건 그 두 가지보다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카린 님… 수호 씨랑 토벌 때, 사이가 급격히 좋아진 거 같았어.’

카린이 루나의 돌발 행동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정치적인 수완이 좋은 카린은 괜한 움직임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루나를 다그친 것이었다.

루나도 분명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호 씨는 사실 나 같은 여자보다 카린 님이랑 더 어울리지 않을까?’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마차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가 루나의 심장을 흔들며 박동수를 줄여나갔고,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했다.

차라리 위험한 상황이라면 정신이라도 차렸겠지만, 너무 한적한 상황이라 허튼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현기증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루나.”

“아….”

성수호가 루나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손을 잡았을 때도 느껴졌던 따스한 기운이 그가 만진 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안도감이 피어오르고, 다시 심장이 원활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루나는 쓰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아… 그냥 말해줄 걸 그랬나….”

성수호는 루나에게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그녀를 이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었다.

루나는 그 부분에 전혀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하는 이 행동이 특별한 이벤트 같아서 더 즐거울 뿐이었다.

루나는 성수호의 난처한 표정에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저… 좀 고민이 있었을 뿐이에요.”

“고민?”

루나는 고개를 숙이며 손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루나는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을 내뱉었다.

“제가… 당신이랑 어울리는지 헷갈려서요.”

“….”

루나는 순간 입 밖으로 말을 내뱉고도 믿기지 않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루나는 자신의 한 말이 얼마나 미련한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한 말은 그저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좋아해 주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다렸다.

성수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루나가 아는 성수호라면 분명 위로의 말을 건네며 다시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켜줄 것이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성수호는 루나의 말에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긴 거리감이 생기긴 했지.”

“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에 루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바깥은 어둠이 짙게 깔려 있음에도 루나의 시야에는 마치 먹물이 뿌려진 것처럼 세상을 뒤덮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말실수 하나로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상실감.

‘내가… 그렇게 실수를 한 걸까?’

그리고 그런 말실수를 이해 못 해주는 남자에 대한 실망감.

루나의 시야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성수호의 마지막 말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렇게 성수호의 말을 속으로 되뇌며 어두운 세상에 갇혀 있는 순간이었다.

“루나.”

성수호의 목소리와 함께 갑자기 주변에 주황빛의 태양과도 같은 빛이 루나의 눈 안으로 꽃밭의 진득한 꽃향기처럼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린 루나가 주변을 둘러봤다.

“어? 여, 여긴…?”

분명 아까까지 좁디좁은 마차 안이었다.

하지만 지금 루나와 성수호가 서 있는 곳은 거대한 홀이었다.

‘여, 여긴 어디야?’

성수호의 말에 혼이 빠져나간 듯 정신이 나갔던 루나는 이곳까지 온 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장에 무수히 달린 샹들리에에서 내리쬐는 노란 빛의 촛불과 그 불빛들에 어우러져서 깔린 붉은 색의 레드 카펫.

그리고 길게 늘어진 레드 카펫 끝에 마련되어 있는 거대한 왕좌.

루나도 지금까지 멀리서만 뵈어 왔던 국왕이 왕좌에 앉아 있었고, 몇몇 기사들과 대신들이 레드 카펫 양옆으로 서서 마주하고 있었다.

거대한 홀은 처음 방문한 루나도 이곳이 어딘지 짐작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아, 알현실…?”

“들어가자.”

“자, 잠깐만요. 수, 수호 씨….”

당황한 루나는 자기도 모르게 성수호의 팔짱을 끼고는 부축받듯이 알현실을 입장하기 시작했다.

성수호는 그런 루나를 부축하듯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천천히 왕좌로 향했다.

‘이, 이게 무슨… 뭐야? 도대체 왜 갑자기….’

아까의 충격으로 정신이 없어서 도저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루나는 성수호를 붙잡고 간신히 왕좌의 앞에 설 수 있었다.

‘이, 일단….’

루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배웠던 격식을 떠올리며 예법이 담긴 인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양손으로 드레스 치마를 잡고 올리며 다리를 굽히며 인사를 올렸다.

“루나 슈타트펠트. 폐하를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그리고 루나의 인사와 동시에….

터벅, 터벅, 터벅….

고개를 숙인 루나의 귓속으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다 보니 발소리가 유독 더 크게 들려왔다.

‘잠깐… 설마…?’

루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서 발소리의 원인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의 의구심은 확신으로 변할 수 있었다.

“폐… 폐하?”

레빈의 국왕이 혼자서 몸을 힘겹게 거닐며 왕좌에서 내려와 루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도저히 상황을 이해 못한 루나가 성수호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성수호는 오히려 국왕의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이 바라볼 뿐이었다.

국왕은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은 채 힘겹게 몸을 이끌고 기어코 루나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뭐, 뭐지… 내가 혹시 뭔가 잘못을 한 건가?’

갑자기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던 루나는 성수호에게 뛰어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만큼 루나에게 지금 몰려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루나의 마음을 짓누르는 원인 중 하나였던 국왕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슈타트펠트의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이여.”

루나는 국왕의 말에 순간 섬찟함을 느꼈다.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가문의 이름이 나온 것이었다.

‘설마 이번 반역 사건을 빌미로 예전 일을 지금에 와서….’

루나는 혹시 모를 두려움에 떨면서도 간신히 입을 벌려 대답했다.

“네… 폐하.”

“루나 슈타트펠트.”

그리고 국왕이 루나의 바로 앞에….

쿵.

“폐, 폐하!?”

갑자기 카펫 위에 무릎을 찍고는 허리를 숙이며 통곡하듯 외치기 시작했다.

“나! 고하르트 레빈이 국왕으로서 사과하겠네!”

“폐, 폐하!? 이게 무슨….”

루나가 당황하며 그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옆에 서 있던 대신들뿐만 아니라, 기사들조차 그저 고개를 숙이며 왕의 모습을 바라보지 않고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국왕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레빈 왕국을 지켜준 영웅. 그 영웅이 세운 가문을 잘못된 거짓에 휘말려 내 손으로 멸문시켰네.”

“그, 그게 무슨….”

루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모님을 믿었지만, 한편으로 가문의 역모 또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그렇게 말하니까.

당시에 어렸던 루나에게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지식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국왕은 그런 루나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모든 것을 털어놓아 버렸다.

“슈타트펠트 역모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누명이었네!”

레빈 국왕은 도미니크의 일부터 시작해서 자기 잘못까지 전부 털어놓으며 말했다.

“그… 그럼… 저희 부모님은….”

“그대의 부모는… 역모 따위를 저지르지 않았네.”

“그, 그럼…. 흐으읏….”

루나는 국왕에게 모든 설명을 듣자마자 눈물과 함께 현기증을 일으키며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신체가 땅에 닿는 일은 없었다.

“수, 수호 씨….”

루나의 몸을 성수호가 잡아서 부축해주기 시작했다.

성수호의 눈빛은 마치 루나를 보며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버티라는 듯이 격려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성수호의 격려를 받은 루나는 성수호의 손을 잡은 채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런 루나의 모습을 본 국왕이 혼자서 몸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는 왕좌로 돌아가서는 크게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슈타트펠트 가문을 복권하는 것과 동시에! 루나 슈타트펠트. 그대에게 백작 직을 하사하겠다! 그리고 아틀러 영지를 그대에게 하사… 아니! 돌려주도록 하겠다!”

국왕의 말과 동시에 주변에서 갈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간신히 마지막까지 버틴 루나는 성수호를 보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수, 수호 씨… 이게… 이게….”

그런 루나의 모습을 보던 성수호는 그녀의 손에 깍지를 끼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시 벌어진 거리를 좁히려면 열심히 노력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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