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19화 (61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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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내가 처음 레빈에 도착했을 때 놀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귀족 가문과 왕궁을 지키는 병사들의 실력이었다.

왜 놀랐냐고?

그들의 무술 실력이….

[검술 LV 14], [검술 LV 12] [검술 LV 11]….

내가 다닌 세계 중에서 제일 형편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왕궁 기사 중에 검술 10 후반대가 있긴 했지만….

[검술 LV 18]

제일 높은 녀석이 고작 해봐야 18이었다.

그리고 그 녀석은….

파캉!

“크아악! 가, 갑옷이!”

내가 쏜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맞았다.

내 화살이 갑옷을 마치 지우개 안에 샤프심 찌르듯 손쉽게 뚫고 들어갔다.

나는 마지막 기사의 어깨에 화살을 꽂아 넣은 뒤,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쯧쯧… 이런 실력으로 뭘 하겠다고….’

아까 내 방에 쳐들어왔던 기사는 총 여섯 명.

다섯 명은 순식간에 머리가 꿰뚫려 죽었고, 마지막 한 명은 어깨가 꿰뚫려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법 한정으로 잘 나가는 세계관이라 그런가… 무술 실력 쪽은 많이 별로네.’

평화로운 세계관인 것도 한몫한 듯싶었다.

‘학장이 전쟁을 종식하고, 슈트라가 전쟁을 억제하니까 그런 거겠지.’

국가가 백성을 제어하는 건 일정한 무력이면 충분하다.

심지어 레빈은 포츠 백작령 덕분에 돈도 넘쳐나는 상황.

다들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 평화가 잘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뭐… 일단 그런 건 제쳐두고….’

나는 아직 살아서 발버둥 치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기사는 내 모습에 혼비백산하면서도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죽음을 앞둔 상황치고는 너무 이상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몸 상태를 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지금 나는 알몸상태였다.

저놈도 남자라고, 남자 알몸을 보는 게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었다.

‘옷 갈아입을 시간도 안 줘놓고 지가 왜 고개를 돌려?’

나는 빡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물었다.

“누가 시켰어?”

내가 한 놈을 살려둔 이유는 간단했다.

갑자기 쳐들어온 이유를 묻기 위함이었다.

지금 내 방에 이렇게 쳐들어가라고 명령할 수 있는 사람은 딱 두 사람이었다.

알렉산더 레빈과 국왕.

만약 둘 중의 하나다?

‘다 죽여버리는 거지 뭐….’

봐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기사는 어깨를 부여잡으면서 내 말에 쉽게 대답하지 않았다.

“그, 그건….”

기사가 어물쩍거리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듯 수작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수호 님. 이자들을 보낸 인물을 알아냈습니다.]

‘오? 그래?’

아르모니아가 알고 있다면 이 녀석의 말을 기다릴 필요가 없지.

나는 눈앞에서 벌벌 떠는 기사를 보며 말했다.

“이제 필요 없어졌어. 죽어.”

“자, 잠깐! 커어어억!”

나는 바로 녀석의 목에 화살을 박고는 방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어둠에 휩싸인 방에는….

“히이익!”

이리스 공주가 이불 안에 파고 들어가서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라도 숨어 있어서 다행이네.’

이리스 공주는 나중에 계속 이용해 먹기 위해서라도 지금 다른 녀석들의 눈에 띄는 건 좋지 않았다.

기사 중에 공주를 보고 도망친 녀석들이 있었으면 나도 곤란했을 테니까.

나는 이불에 파묻혀서 벌벌 떨고 있는 이리스의 모습을 보며 통신으로 물었다.

‘누구야? 누가 나한테 저 녀석들을 보낸 거야?’

내 목소리에 짜증이 잔뜩 묻어 있었다.

내 생각에는 알렉산더와 국왕 말고는 도저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둘 중의 한 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머리에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모니아의 대답이 내 분노를 찬물로 끼얹으며 말끔하게 식혀버렸다.

[도미니크 레빈입니다.]

‘…뭐?’

갑자기 감방에 갇혀 있는 놈 이야기가 왜 나와?

내가 그렇게 의문을 가지자, 아르모니아가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설명했다.

[도미니크 레빈이 외부인의 도움을 받아서 탈옥하고는 반역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아이고….’

참고로 지금 아르모니아가 상황을 설명해준 이유는 시호가 알아차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호 씨가 성을 돌아다니다가 알아차렸습니다.]

시호가 모든 일이 끝났다고 판단하며 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중에 사건이 터진 것을 감지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호가 발견한 건 바로 전이라고 했다.

즉, 도미니크 레빈이 빠른 속도로 왕궁을 제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현재 시호 씨께서 성을 돌아다니며 도미니크 레빈을 찾고 있습니다.]

‘좋아… 그런데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괜찮아?’

나는 국왕이나 알렉산더의 안전 따위는 무시하고 아르모니아에게 카린과 루나의 안부를 물었다.

‘두 사람은? 무사해?’

[아직 반역의 소식이 퍼지지 않아서 모르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냐 프리드리히도 있고, 도미니크는 왕성에 집중하느라 외부를 신경 쓰지 못할 것입니다.]

루나와 카린, 소냐까지 전부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한동안 그쪽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긴… 도미니크 입장에서 바깥을 신경 쓸 상황이 아니겠지. 왕만 잡으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상황을 전부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시호가 내 방안에 확 들어왔다.

(오빠! 큰일… 꺄아악! 왜 벗고 있어!?)

“그야, 벗고 있었으니까….”

시호는 이미 못 볼 꼴 다 본 사이면서 갑자기 알몸을 보는 건 아직 적응을 못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차음마법을 펼친 뒤, 시호에게 물었다.

“시호 무슨 일이야?”

(그, 그게! 지금 왕이 붙잡혔어!)

“하아….”

그런 상황에서 탈옥한 녀석도 웃기고, 왕이라는 녀석이 쉽게 잡힌 것도 웃기고, 탈옥하고 왕이 잡힐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한 녀석도 웃기고….

웃긴 것투성이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빙의 의식을 사용해서 도미니크를 제어하시겠습니까?]

“…아니.”

도미니크에게 빙의하려면 필연적으로 나도 가사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평화로운 해결 방법 따위는….

“저쪽에서 대놓고 칼을 겨눴잖아? 제대로 갚아줘야지.”

내 머릿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나는 짜증이 나는 얼굴로 아르모니아에게 한 가지 부탁했다.

내 히든카드.

“레나 불러줘.”

도미니크 레빈에게 진짜 피의 향연이 뭔지 보여주기로 했다.

..

..

내가 방을 나오기 전에 한 일은 간단했다.

레나를 부르고, 카린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리스에게 명령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이리스에게 내린 명령은 간단했다.

내게 옷을 입혀달라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진짜 없네.”

이리스는 옷은커녕 내 속옷을 입히는 것도 해주지 못했다.

“아니, 속옷 앞뒤 구분을 못 하는 게 말이 되나…?”

과장이나 구라 따위가 아니었다.

이리스는 진짜 내 속옷의 앞뒤를 구분 못해서 어떻게 입혀야 할지 몰라서 울먹일 정도였다.

울먹인 건 아마 눈앞에 널브러진 시체들이 더 큰 이유였겠지만….

나는 이리스의 손길을 거부하고, 이리스에게 침대 밑에 숨으라고 지시했다.

나는 이리스를 욕하며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망토를 두른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레나만 한 여자가 없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레나의 얼굴은 인식 저해 망토로 인해서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싸움, 봉사, 외모, 몸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나는 레나와 같이 시호의 안내를 받아서 레빈 국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아! 안전하셨군요!”

알렉산더 레빈이 몇몇 기사들을 이끌고 내게 다가왔다.

이미 몇 차례 싸움을 벌였는지 기사들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갑옷이 부서진 녀석부터 시작해서 갑옷 사이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음에도 참고 버티는 녀석까지….

그들이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다음부터 네 놈을 믿나 보자….’

그들에 대한 동정심 따위는 내게 없었다.

이미 내게 알렉산더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이놈은 왕위 물려받으면 루나랑 카린의 종복이나 시켜야지.’

[….]

특히 카린은 정치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지닌 여자였다.

이놈 입장에서는 카린의 말을 듣는 게 나라를 위한 길일 것이다.

내가 한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알렉산더는 내 침묵의 무게감을 느끼며 고개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질 줄은….”

“뭐… 어쩔 수 없죠. 일단 가죠.”

“아! 네!”

나는 알렉산더와 기사들과 합류한 채 국왕의 방으로 향하며 시호가 모르는 사건에 관해서 묻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도미니크 레빈은 어떻게 탈옥을 한 거예요?”

탈옥은 도움이 있다고 해서 쉽게 할 수 없다.

심지어 그렇게 탈옥하고 나서 바로 이렇게 상황을 역전한다?

보통내기 뒷배가 있지 않은 한 절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뒷배의 정체를 듣는 순간 알렉산더가 왜 이런 상황에 몰렸는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구, 궁정 마법사들입니다! 그들이… 전부 형님에게 붙었습니다.”

“아이고….”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여자가 이 사건의 중심인 줄 알았다.

내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을 건넸던 궁정 마법사.

만약 그녀가 진짜 이 사건의 중심이라면 귀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행 중에 다행히도 그녀 혼자만 이 사건의 핵심은 아니었다.

“수석과 차석 궁정 마법사가 도미니크 형님에게 붙는 바람에 다른 궁정 마법사도 바로 그쪽으로 붙은 것 같습니다.”

“궁정 마법사들 전부요?”

나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수석과 차석이야 도미니크가 예전부터 포섭했다고 해도 다른 궁정 마법사들이 수석과 차석을 따라 무작정 따라갔다는 사실이 마냥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네… 원래 궁정 마법사들이 소속감이 엄청납니다. 슈트라라는 학연을, 레빈에 대한 충성심보다 더 높게 느끼는 자들입니다.”

“하하….”

그놈의 슈트라….

하긴… 나도 그 슈트라 덕을 보는 인간이라 뭐라고 하긴 힘들었다.

그리고 그런 덕을 본 나는 속으로 아쉬운 한탄을 내뱉었다.

‘학장이 있었으면 바로 해결됐을 텐데….’

하지만 지금 와서 그를 데리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알렉산더를 보며 말했다.

“그럼 도미니크만 잡으면 해결이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그래… 이번에도 해결해줬는데, 해결이 안 되면 너는 정말 끝인 줄 알아라.

내가 냉기가 서린 눈동자로 알렉산더를 보자, 그가 흠칫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크흠….”

“….”

눈치 하나는 빠른 놈….

나는 알렉산더에게서 시선을 뗀 뒤, 뒤에 따라오고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말했다.

“너희들은 우리 따라오지 말고, 내 방으로 가서 대기해.”

내가 알렉산더 레빈에게 존대하는 건 최소한의 예의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사들에게 그런 예의를 차려줄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내 말에, 기사 중 함명이 기분이 꿍해졌는지 반문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폐하의 안전을 위해 그대와 동행할 뿐. 당신의 명령을 듣는 자가 아니오.”

“맞소. 오히려 그대는 슈트라의 학생이지 않소. 아무리 슈트라가 대단하다고 해도 학생 주제에….”

다른 기사들도 그의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못마땅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그사이에 껴 있던 알렉산더는….

“부, 부탁일세! 이분의 명령에 따르게!”

내 눈치를 보며 황급히 기사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일단 기사들을 진정시켜야지 나도 진정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알렉산더의 말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반박했다.

“왕자님! 그 명령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우리는 폐하를 지키러 가는 중입니다!”

“지금 폐하에게 가는 저희를 이렇게 돌려보내는 행동이… 오히려 의심스럽습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이 터져 나오다 못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속으로만 폭발하던 한숨이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버렸다.

“쥐뿔도 도움도 안 되는 새끼들이….”

“뭐!?”

우리를 따르던 기사들이 일제히 멈춰서는 검을 내게 향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자신의 자존심과 같은 날카로운 검날을 내게 뻗으며 소리쳤다.

“그 입방정! 이 칼 앞에서도 지껄여보게!”

고작 그런 날붙이에 겁을 먹을 내가 아니었다.

나는 더 짜증 나는 목소리로 고개를 저었다.

“하아… 너희들 진짜 도움 안 된다고 새끼들아….”

“이… 이이익!! 가, 감히!”

기사들은 얼굴을 붉히며 나를 노려보더니, 어느새 시선이 내 옆에 있던 레나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크윽! …응? 너, 너는 누구냐?”

그들이 레나에게 시선이 향한 이유는 간단했다.

“들고 계신 검이 주인님에게 향하는 게 착각이길 바랍니다.”

기사들을 향해 검을 뽑아서 들어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

아까부터 신경 쓰였을 것이다.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망토를 두르고 있는 메이드.

누가 봐도 궁전의 시종일 터인데, 너무 자연스럽게 내 옆에 붙어 있는 메이드의 모습.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기사들은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검을 치켜세우기 시작했다.

“왕자님!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랑 같이 있습니다. 역시 수상합니다!”

“일단 이 자부터 처리하는 게….”

기사의 입에서 ‘처리’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카카카캉!!

내 눈앞에 서너 명의 레나가 분신술처럼 튀어나오더니, 검을 휘두르고는 다시 한 자리에 모여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레나의 움직임 후에….

땡! 땅! 챙!

기사들 발밑에 잘린 날카로운 검날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땡그랑!

그렇게 몇몇 칼날들이 한참을 뒹구는 소리가 이어진 다음에 간신히 멈췄다.

그렇게 바닥에 떨어진 검날을 토끼 눈으로 바라보던 기사들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레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동시에 망토 안에서 레나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 번만 더 주인님에게 말실수하면, 다음에는 갑옷 안에 숨겨져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 저렇게 잘려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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