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15화 (615/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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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아침 일찍 마차 한 대가 브란트루프 가문 앞에 세워졌다.

고작 마차 한 대였다.

하지만 그 하나의 마차 때문에 브란트루프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그 발칵 뒤집힌 일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나는 살짝 투덜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아… 꼭 이렇게 입고 가야 해요?”

“불편해도 하루만 참아주세요. 거기… 그쪽 삐뚤어졌어. 바로 잡아.”

“예.”

카린은 내 주변을 돌아다니며 내가 입은 옷의 상태를 점검해줬다.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카린이 엄선한 귀족이 입을 법한 복장이었다.

아니지, 귀족이 입는 복장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카린은 그런 옷을 입고 있는 내 주변을 둘러보며 문제가 보이면 즉각 옆에 있는 시종에게 지적했다.

“저기, 살짝 오른쪽으로.”

“네.”

카린의 눈만 보자면 점검이 아니라, 없는 문제도 만들어내서라도 찾아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바로 잡고 나서 10분가량을 내 몸을 전부 훑어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된 거 같네요.”

“하아… 그냥 정복 입고 가면 안 돼요?”

저번에 진행했던 가면무도회도 이렇게 빡세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 그때는 카린과 이런 사이가 아니었지만….

“슈트라 정복… 최고의 복장이죠. 하지만 당신의 정복은… 몇 달간 험하게 구른 상태잖아요. 오늘만큼은 이렇게 입고 가주세요.”

정복이 아무리 군복을 모방해서 만든 학생복이라고 해도 옷의 한계가 존재했다.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하는 정복이지만, 결국 옷의 한계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렇게 표현된 한계가 카린의 눈에는 거슬린 모양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뭐, 어쩔 수 없죠.”

“후후, 배웅해드릴게요.”

카린은 그렇게 나와 같이 브란트루프 정문으로 향했다.

오늘 국왕의 식사 자리에 초대된 건 나 혼자였다.

루나나 카린, 아무리 못해도 소냐라도 갔으면 좋았겠지만, 레빈 국왕은 내게만 초대 티켓을 보내왔었다.

그렇게 마치를 앞에 두고 카린을 보며 말했다.

“그럼 갔다 올게요.”

“부디 조심하세요.”

“좋은 성과 가지고 오죠.”

“…기대할게요.”

카린은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배웅해줬다.

그렇게 나는….

“자, 가볼까.”

처음으로 레빈의 국왕을 직접 만나기 위해 마차에 몸을 실었다.

..

..

내가 왕궁에 오고 나서 내뱉은 소감은 하나였다.

‘밥 한번 먹기 더럽게 힘드네.’

식사 초대를 한 건 어제.

그렇게 왕궁에 도착한 건 아침.

그리고 지금 점심이다.

그런데 정작 식사 시간은 저녁으로 잡혔다.

‘아… 슬슬 배고픈데.’

참고로 원래 같이 먹기로 한 건 점심이었다.

그런데 내가 왕궁에 도착하고 나서 갑자기 일정이 변경된 것이었다.

특별한 이유를 말해주지 않은 채….

나는 왕궁 시종이 안내해준 객실에 누워서 아르모니아와 대화를 나눴다.

[권위를 보여주거나, 기 싸움을 펼치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저쪽 입장에서는 학장 때문에라도 그런 짓은 못하겠지.’

내가 한창 이유를 생각하고 있을 때, 방안으로 누군가가 거침없이 들어왔다.

(오빠! 알아냈어.)

시호였다.

시호는 벽을 뚫고 들어와서는 내게 지금 상황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국왕이 아픈가 봐.)

“아하….”

참고로 레빈의 국왕도 알렉산더 레빈과 마찬가지로 기질창에 [납 중독]이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을 초대해놓고 이렇게 덩그러니 두는 건 굉장한 실례다.

하지만 그렇다고 왕의 옥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그 결과….

[무례한 쪽이 더 낫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지금의 사태가 일어난 것이었다.

‘뭐… 딱히 급한 건 아니니까.’

객실, 그것도 왕궁의 객실이다.

감옥에 갇힌 것도 아니니, 느긋하게 저녁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왕궁의 시종이 들어와서 내게 말했다.

“도미니크 레빈 왕자님과 이리스 레빈 공주님께서 만남을 요청하셨습니다.”

하긴 이렇게 빈 시간을 또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여기서 거절해도 딱히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흐흐흐, 이리스 공주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러 가볼까.’

나는 그렇게 속으로 웃으며 대답했다.

“가죠.”

..

..

나를 향해 바라보는 두 사람을 보며 인사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인사에 먼저 대답한 건 다름 아닌 1왕자, 도미니크 레빈이었다.

“저희야말로 갑자기 일정을 변경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 있던 우아한 복장을 입고 있던 이리스는….

“어… 어떻게….”

나를 보며 팽팽한 실타래가 손가락에 튕기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도미니크 레빈이 고개를 돌려서 그녀에게 말했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

“아… 아….”

그녀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

내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휙휙 젓기 시작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도미니크 레빈은 그런 이리스의 모습에 의아한 듯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갑자기 불러서 죄송합니다. 지루하실까 싶어 이렇게 불렀는데, 괜찮으십니까?”

“아, 괜찮습니다. 오히려….”

“…?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도미니크 레빈이 나를 고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그런 갸우뚱하는 도미니크 레빈에게 시선을 뗀 뒤, 이리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운 이리스 공주님을 뵈어서 영광입니다.”

“히익!?”

“…?”

나와 이리스의 반응에 도미니크 레빈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번갈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도미니크 레빈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자, 앉으시죠.”

나는 도미니크 레빈의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과 함께 이리스를 바라봤다.

“네. 이리스 공주님도 앉으시죠.”

“네, 네!”

“…?”

그렇게 나와 도미니크 레빈, 그리고 이리스가 같은 자리에 앉아서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

이리스는 침실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왜 그 남자가….”

이리스 레빈이 성수호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리스는 학장이 처음 레빈 왕성에 도착했을 때, 국왕 옆에서 같이 환영식을 치렀었다.

그리고 당시에 학장과 같은 마차를 타고 있던 성수호를 딱 한 번 본적이 있었다.

검은색 머리에 평범한 남자.

그게 이리스 레빈이 남긴 성수호에 대한 감상평이었다.

그 이후, 학장의 경고가 담긴 부탁 때문에 그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딱히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감상평을 잊고 살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이리스 레빈이 성수호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첫 번째 만남이어야 했지만….

“왜 그 남자가 거기 있냐고….”

성수호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을 강간한 남자로 등장한 것이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이리스는 구두를 신은 채 방을 빙빙 돌아다니며 중얼거렸다.

“그 남자… 분명 나흘 전에 이곳에 도착했어.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이리스가 아무리 왕궁에서 틀어박혀 살며 바깥세상에 대해서 모른다고 해도 최소한의 기본 지식은 갖추고 있었다.

아틀러에서 레빈으로 가려면 마차를 타고 닷새간 가야 한다.

그건 레빈에 사는 다섯 살짜리 꼬마들도 아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아틀러라는 도시가 중요한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틀러에서 막 출발한 자가 왕궁으로 오가며 자신을 강간했다?

이리스도 처음에는 성수호를 보고 놀랐지만, 착각한 것이라고 현실을 외면했었다.

하지만 그 외면은 성수호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금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 절대 잊을 수 없어.”

외형은 마법진의 빛을 통해 본 것이기 때문에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성수호의 목소리만큼은 이미 이리스의 뇌에 각인된 상태였다.

“분명 그 남자라고….”

이리스는 불안한 마음을 품은 채 혼자 침실을 왕복하다가 입술을 짓씹으며 외쳤다.

“밖에 있는 녀석 와봐!”

이리스는 목소리를 높여서 자신의 침실 밖에 있는 시종을 불렀다.

이리스의 외침과 함께 시종이 다급하게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빨리 가서 궁정 마법사 한 명 데리고 와봐.”

“구, 궁정 마법사님 말씀이십니까?”

“그래! 빨리!”

“아, 알겠습니다…!”

이리스의 말을 들은 시종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려한 망토를 입은 여자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레빈의 궁정 마법사였다.

시종과 다르게 적당한 묵례로 예의를 차린 궁정 마법사를 보며 이리스가 다급하게 물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어요.”

“…공주님께서요?”

궁정 마법사는 신기한 듯 이리스를 쳐다봤다.

그녀는 궁정 마법사에게 무언가를 물을 때, 점잖은 태도를 취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질문이 아닌, 명령.

그것도 강압적 명령이 담긴 질문으로 몰아붙이는 여자였다.

그건 궁정 마법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요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들었는데, 정말이네.’

궁정 마법사는 긴장한 표정의 이리스를 보며 대답했다.

“질문해주시면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좋아요….”

긴장한 표정의 이리스가 본격적으로 질문을 건넸다.

“마법으로… 아틀러에서 레빈으로 오려면 얼마나 걸려요?”

“…네?”

이리스는 궁정 마법사의 갸우뚱한 고개를 보자마자 답답한 마음과 함께 목소리를 살짝 높여서 입을 열었다.

“얼마나 걸리냐고요. 아틀러에서 레빈까지 마법으로 오려면.”

“아… 질문이 아니라, 퀴즈입니까?”

“질문에 대답이나 하세요.”

짜증이 서린 이리스의 목소리에 궁정 마법사는 살짝 귀찮은 티를 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까지 귀찮음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마법사 혼자 이동할 때의 기준입니까?”

“맞아요. 아니, 그냥 당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시간을 알려주세요.”

“그렇다면 답변이 쉽겠군요.”

이리스는 드디어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답변과 동시에 절망감이 담긴 표정으로 바뀌었다.

궁정 마법사가 대답했다.

“닷새 걸릴 겁니다.”

“…뭐?”

닷새라면 마차가 이동하는 시간과 같았다.

이리스의 찌푸려진 이마를 보며 궁정 마법사는 예상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마차를 타고 오면 그 정도 걸립니다.”

“제가 언제 마차를 타는 것으로 기준을 잡았나요? 마법사라는 사람이 지금 내 말도 못 알아듣는….”

“아닙니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

궁정 마법사는 이리스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확실하게 대답했다.

“마법으로 그런 장거리 마법은 저로서도 불가능합니다.”

이쪽 세계에서 마법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신의 축복을 받은 자라고 불린다.

그 결과, 마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만능의 열쇠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제가 이동 마법을 최대한 오래 쓴다고 해도 4시간이 한계입니다. 아니, 한계일 겁니다. 애초에 그렇게 써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 그럼 4시간 이동하고, 쉬고….”

“참고로 마나를 모두 채우려면 최소한 24시간은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즉, 4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주파하더라도 그 뒤에는 24시간을 휴식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그럼 4시간 동안 얼마만큼…?”

“전속력을 다하면 마차가 아닌 순수한 말보다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질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빠르게 이동하고 쉬는 것을 고려하면….

“그냥 마차나 말로 이동하는 게 훨씬 빠를 겁니다. 이건 장담할 수 있습니다. 아마 슈트라의 교수님들도 제 생각에 동의하실 겁니다.”

“….”

이리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궁정 마법사에게 마지막 질문을 건넸다.

“만약….”

“…?”

“만약 그 거리를 마법으로 하루 만에 왕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요?”

“한 분 계시지 않습니까?”

궁정 마법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궁정 마법사의 대답을 들은 이리스 공주는 얼굴빛이 창백한 것을 넘어서서 사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학장님이라면 손쉽게 이동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

얼굴빛이 사색이 된 이리스가 힘없이 입을 열었다.

“아… 알았어요. 가보세요.”

“네. 그럼….”

그렇게 궁정 마법사가 나가고 나자, 이리스는 침대에 털썩 누우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이리스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똑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리스의 모습에 나는 낄낄거리며 바라봤다.

(반응 좋네.)

궁정 마법사의 말 덕분에 이리스 쪽은 완전히 해결된 거 같았다.

저런 말을 들었으면 나한테 대들 생각 따위는 못하겠지.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는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았네.)

참고로 저 궁정 마법사는 내게 슈트라의 죽은 조교수에 관해서 묻고 난 뒤, 도움을 주겠다고 했던 여자 마법사였다.

(뭐, 나중에 또 도움받을 때가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원래 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고 나니, 때마침 객실로 누군가가 들어와서 내게 말했다.

“성수호 님. 만찬이 준비됐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시종의 안내를 받아서 만찬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들어선 식당에는….

“어서 오게.”

초췌한 얼굴의 레빈의 왕이 상석에서 일어선 채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원래라면 내가 먼저 들어가서 왕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순서겠지만, 아마 나를 바람 맞힌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먼저 기다린 듯 보였다.

나는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식탁으로 향했다.

식당에 마련된 거대한 직사각형 테이블.

상석에는 국왕이, 오른쪽에는 나머지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순서는 도미니크 레빈, 알렉산더 레빈, 이리스 순이었다.

그리고 손님용으로 남겨 놓은 자리는 도미니크 레빈의 건너편이었다.

나는 의자로 향하면서 고개를 슬며시 숙인 이리스를 확인했다.

그녀는 잠깐 고개를 올려서 나를 힐끗 보다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고개를 팍 숙여버렸다.

“히잇….”

식사하기 전에 애피타이저로 딱 알맞은 반응이었다.

‘크… 마음에 들어.’

나는 이리스를 보며 의자에 도착하자마자, 힘겹게 서 있는 국왕을 보며 최대한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초대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야말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앉게.”

레빈 국왕은 그렇게 말하며 힘겨운 신음을 내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나와 나머지 사람들도 맞춰서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앉자마자 바로….

“실례하겠습니다.”

시종들이 거대한 식탁 위에 무수한 요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식탁 위에는 요리사들이 준비한 모든 음식이 올라가 있었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오빠. 오빠랑 국왕, 2왕자 음식에 또 뭔가 넣었어.)

“….”

독이 든 진수성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음식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자, 오랜 시간 기다려서 속이 비었을 테니, 많이 들게.”

국왕은 초췌한 얼굴로 자기 앞에 차려진 음식이 아닌, 내 쪽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먼저 손을 들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국왕의 행동 덕분에 나머지 건너편에 앉아 있던 세 명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좋아. 시작할까.’

나는 옆에 있던 포크를 조심스럽게 들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들게.”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국왕과 건너편에 앉아 있던 세 명도 포크를 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전부 확인하고는….

탁.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던 포크를 거칠게 식탁 위에 내려놨다.

“…?”

“…!”

국왕은 힘없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를 바라봤고, 건너편에 있던 도미니크 레빈과 알렉산더 레빈이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왕가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시종과 요리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어….”

경악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이 중에 제일 차분은 사람은 국왕밖에 없었다.

국왕이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나?”

국왕이 내 눈치를 보는 상황.

‘크… 이게 권력이구나.’

[….]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금세 권력을 즐거움을 누그러뜨리고는 입을 열었다.

“네.”

“허어….”

이제는 국왕조차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시종과 요리사, 호위 기사들이 비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도미니크 레빈뿐만 아니라, 건너편에 앉아 있던 알렉산더 레빈조차 눈에 노기를 담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과 다르게 이리스는 공포심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쯤이면 되겠지.’

분위기는 고조됐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분위기를 터트릴 만한 대사를 입에 담았다.

“사람을 죽이는 음식을 먹을 수는 없겠네요.”

땡그랑!

“!?”

다들 내 말보다 귀를 찌를 듯한 울림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 장면에는….

“시, 실례했습니다. 실수를….”

도미니크 레빈이 포크를 식기에 떨어뜨린 채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당황하는 도미니크 레빈의 머리 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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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게이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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