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09화 (60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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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워프의 빛이 거둬진 뒤, 눈을 뜨자마자 옆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셨습니까. 주인님.”

나는 여성의 목소리에 속삭이듯이 대답했다.

“레나. 고생 많았어. 정말 고마워.”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나는 레빈으로 출발하기 전에 레나를 소환해서 한 가지 부탁을 했었다.

그건 바로, 앞서 출발한 포츠 백작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

포츠 백작이 레빈으로 강행군을 펼친다고 해도 마차로 갈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조차 쉽사리 이기는 레나가 포츠 백작을 찾는 건 하루면 충분했다.

레나는 내 말을 듣고 분홍색 머리를 양옆으로 절레거리며 겸손하게 대답했다.

“주인님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 게 고마운 거야.”

“…감사합니다.”

그렇게 레나와 분위기 있는 대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확인했다.

대략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무 사이사이로 옅은 불빛 줄기들이 내 눈으로 희미하게 들어왔다.

레나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곳이 포츠 백작 일행이 숙영하는 장소라는 것을….

레나가 내게 조용히 상황을 정리해서 말해줬다.

“아틀러로 올 때 꽤 고단했는지, 최소한의 경계병만 세우고 야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여긴 도적도 없으니까.”

지금 이곳을 도적이 출몰하던 북부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만약 이곳에 도적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나는 즉시, 레빈뿐만 아니라, 아틀러, 포츠 백작령에서도 모조리 군대를 보내올 것이다.

도적들도 머리가 달려 있다면 레빈과 아틀러 사이에서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안전불감증 덕분에 내가 잠입하기 더 수월해진 것이다.

나는 레나와 같이 인식 저해 망토를 착용하고, 포츠 백작의 숙영지로 천천히 걸어갔다.

불빛이 점점 밝아지고 있음에도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숙영지 바로 앞에 도달하고 나서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퍼질러 자네.’

경계병들이 대놓고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자고 있었다.

[아까 레나 씨가 말씀하신 것처럼 피곤한 것도 있고, 경계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뭐, 덕분에 편해서 좋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레나와 같이 텐트로 좀 더 가까이 이동했다.

포츠 백작의 병사들은 정말 피곤했는지 다들 세차게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최소한 소리 때문에 들킬 걱정은 전혀 없어 보였다.

나와 레나는 그렇게 포츠 백작이 자고 있는 텐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텐트를 보고 의아해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제프 포츠는?’

텐트는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저 멀리 세워져 있는 마차들 뿐이었다.

그런데 그 마차 쪽에서 익숙한 기질창이 하나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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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포츠

[나태함], [자만심], [허영심], [야망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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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포츠는 짐마차 뒤에 실은 것 같습니다.]

‘…진짜 짐짝 취급이네.’

굳이 기절한 놈을 텐트에 재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

나는 헛웃음을 내며 텐트를 확인했다.

그리고 텐트 입구를 보면서 통신으로 말을 흘렸다.

‘…이거 함정 아닐까?’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이 과연 현실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황당한 장면이었다.

텐트 입구에 있는 경호원 두 명이 바닥에 앉은 채 대놓고 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백작 경호원이 졸고 있다라….

[정말 피곤해서 그런 것 같아요.]

‘거기다 주변도 안전하니까….’

안전불감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긴 했다.

나는 그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조용히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 안에는….

“크어어엉…!”

포츠 백작이 침대에 누운 채 코를 골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크어어어엉…!”

“….”

기관지 다 녹아내리겠다….

숙영지 곳곳에서 들렸던 코골이 소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 진짜 싫다.’

내가 싫다고 한 건 저 포츠 백작의 코골이 소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저 인간과 같이 숨을 쉬는 게 싫다는 것도 아니었다.

싫은 이유는 단 하나….

‘저 새끼 꿈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포츠 백작의 꿈을 보면 왠지 내 뇌도 더럽혀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와놓고 내 변덕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나는 레나를 보며 말했다.

“레나.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눈치 보지 말고 깨워줘.”

“알겠습니다.”

나는 레나의 말을 믿고 천천히 바닥에 누웠다.

그렇게 눕자….

“…주인님. 여기에 편하게 누우십시오.”

레나가 무릎을 꿇고 허벅지 베개를 제공해줬다.

내가 미소를 지으며 레나의 무릎에 머리를 얹히자, 통신으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보면 데이트라도 간 줄 알겠네요.]

‘…나중에 한나 씨 베개도 좀 쓸게요.’

[와… 누가 빌려준대요?]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는 강한나의 목소리에 뻔뻔하게 대응했다.

‘이미 제 건데 왜 빌려서 써요?’

[…흥.]

나는 강한나의 콧김을 들으며 미소와 함께 눈을 감기 시작했다.

..

..

꿈에서 나오자마자 눈이 떠졌다.

“….”

눈앞에 레나가 보였고, 강한나의 장난기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나 씨의 토실토실한 베개는 편했나요?]

‘….’

[…저기요?]

지금 나는 강한나의 장난을 받아줄 만한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서 눈앞에서 코를 골며 자는 포츠 백작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크어어어어!”

“…으드득.”

나도 모르게 이가 갈려졌다.

지금 당장 달려들어서 저 돼지 새끼의 혀를 생으로 뽑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침묵하자, 강한나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혹시 제가 장난쳐서 화났어요…?]

나는 그제야 강한나가 눈치를 보며 말한 것을 깨닫고 사과를 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미안해요.’

내 기분을 바로 파악한 아르모니아가 내게 물어왔다.

[…꿈속에서 뭔가를 보셨습니까?]

‘어… 모두 다 봤지.’

지금까지 나는 이 사태의 만악의 근원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저 슈타트펠트 가문을 먹으려고 하던 포츠 백작과 이리스 공주, 아직 모르는 몇몇 귀족들의 악행이 모두 합쳐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포츠 백작의 꿈을 보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이 사태를 만든 시발점이 존재했었다.

나는 저 멀리 보이는 기질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였어….”

내가 텐트 밖에 있는 기질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마침 텐트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제정신이야? 백작님 텐트 앞에서 잠을 자냐?)

(하아암… 어차피 아무도 없잖아.)

(미친 새끼가….)

하필 타이밍이 좋지 않게 교대 시간이 걸린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경호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통신으로 말했다.

‘아르모니아. 일단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나와 레나의 주변에 얕은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워프를 타면서도 저 멀리 보이는 기질창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꼭 기다려라. 죽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해줄게.”

그리고 내 중얼거림과 동시에 기질창이 빛에 가려져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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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포츠

[나태함], [자만심], [허영심], [야망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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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프로 원래 숙영지로 돌아온 다음, 바로 카린을 찾아갔다.

다행히 카린은 아직 자지 않았고, 나는 그런 카린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레빈 왕국에 후계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후계자요?”

카린은 갑자기 방문한 내 모습보다, 내 질문에 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왕가에 관해서 물으니, 의문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카린은 의문과 별개로 성실하게 답변해주기 시작했다.

“일단 정식 후계자는 둘이에요.”

1왕자, 도미니크 레빈.

2왕자, 알렉산더 레빈.

의외였다.

이리스 레빈의 이름은 카린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의문을 가진 표정을 짓자, 카린은 바로 이해하고 대답해줬다.

“이리스 공주님은 후계자 자리로 오르기에는 너무 어리고 무엇보다… 정통성이 부족해요.”

“…정통성이요?”

카린은 내 질문에 바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훑어보더니, 내 귀에 입술을 대고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스 공주는 서녀(庶女)예요.”

“…서녀요?”

서녀라고 하면 간단히 말해서 첩의 딸이라는 의미였다.

“네. 폐하와 왕비님 시녀의 사이에 나온 자식이에요.”

“허어….”

“비밀은 아니지만, 어디서 함부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만약 이리스 공주의 귀에 들어가면 귀찮아져요. 이리스 공주는 진짜 독종이니까.”

카린이 저렇게 경고하는 것을 보면 이리스가 보통 여자가 아니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기질창만 봐도 독종 같기는 했지.

하지만 어쩌나….

‘그년도 포츠 부자랑 같이 나락으로 갈 예정인데.’

이리스 공주도 포츠 부자와 마찬가지로 내가 운영하는 지옥 여행 코스에 예약된 상태였다.

그것도 일등석으로….

카린은 내 귀에서 입술을 떼어내고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이리스 공주님은 어차피 후계자 자리에 관심이 없으세요. 오로지 관심은 하나죠.”

“…?”

“루이스예요.”

“와….”

그런 찌질한 놈이 뭐가 좋다고….

하긴 왕가의 기준이랑 내 기준이 같을 수는 없겠지.

왕가의 허접한 기준을 새삼 불쌍하게 생각하며 카린의 말을 계속 이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루이스는 어렸을 때도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요.”

“….”

카린의 말을 듣다 보니 퍼즐이 점점 맞춰지기 시작했다.

포츠 백작의 꿈으로도 알 수 없었던 사실.

이리스가 왜 루나를 시종으로 들이고 싶어 했는지….

‘루이스 새끼가 루나를 좋아하는 걸 알고 괴롭히려고 했던 거구나.’

이리스는 루이스와 루나보다 두 살 연상이었다.

그런데도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악녀 짓을 저지르고 다닌 것이었다.

그 이후에 나머지 두 왕자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줬다.

일단 두 왕자 모두 결혼한 상태라고 했다.

하지만 세력에서 현재 2왕자가 1왕자에게 완벽하게 밀리는 구도였다.

이유는….

“이리스 공주님과 포츠 백작이 1왕자 님의 세력이에요.”

“아….”

그리고 이리스 공주가 1왕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면 자연스럽게 브란트루프도 1왕자의 편이 되는 셈이었다.

안나와 카이는 예전부터 루이스를 공주와 결혼 시키고 싶어 했으니까….

나는 문뜩 궁금해서 물어봤다.

“카린도 1왕자 쪽이에요?”

카린은 짧은 침묵 후에 대답했다.

“…그랬었죠.”

“…정말요?”

“포츠 가문에 시집갈 거라고 생각했을 때는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아….”

다시 한번 생각해도 이런 똑똑한 여자가 포츠 백작의 몰이에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카린은 잠깐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루이스보다 1년이나 늦었지만, 내년에 슈트라에 들어간다면 2왕자 님 쪽이 저에게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포츠 가문에 시집가지 않으려면 말이죠.”

이미 앞날의 계획까지 세워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어쩌나….

‘포츠 부자뿐만 아니라, 포츠 가문은 여름 방학이 끝나기 전에 사라질 예정인데.’

내 손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를 살며시 갈았다.

아까 봤던 꿈이 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 거지 같은 꿈이….

내가 표정을 굳히고, 침묵하자 강한나가 물어왔다.

[꿈에서 도대체 뭘 보신 거예요?]

‘….’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입에 담기도 싫을 정도로 불쾌한 장면이었으니까.

강한나에게 미안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카린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카린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결론을 냈다.

‘포츠 백작은 이리스와 연관이 있고, 두 사람은 1왕자와 연관이 있네.’

아쉬운 점은 그 뛰어난 정보력을 지닌 카린도 슈타트펠트의 멸문에 관해서는 아는 게 없어 보였다.

애초에 그녀가 한창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카린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밤 중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요. 그럼….”

“…그냥 가실 건가요?”

카린은 설마 맨입으로 끝낼 거는 식으로 물어왔다.

나도 지금 당장 카린과 같이 침대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전부 끝나면….”

나는 강압적인 태도로 카린에게 말했다.

“그때는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얌전히 기다려.

“…알겠어요.”

카린도 이해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차음마법을 펼쳐도 오밤중에 남녀가 오랜 시간 같이 있는 건 보기 좋지 않았다.

지금은 주변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할 시기이니 나쁠 것도 없을 것이고.

카린은 파자마 치마를 양손으로 슬며시 올리며 입을 열었다.

“제 품은 언제나 당신을 위해 열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언제든 오세요.”

“…그러죠.”

나는 미소와 함께 카린의 텐트를 나왔다.

나는 그렇게 텐트로 돌아가는 중에 아르모니아에게 물었다.

‘아르모니아, 지금 워프 게이지 하나도 없지?’

[그렇습니다. 4회 충전을 위해서는 최소 22시간이 걸립니다.]

‘좋아….’

[또 어디론가 이동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아르모니아의 질문과 함께 내 텐트 안으로 들어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레빈 왕국에 가봐야지.’

이리스 공주.

얼마나 예쁜지 얼굴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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