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루나의 방에 머물고 있는 남녀.
남자는 단정한 은발의 180 정도 되는 건장한 체격이었다.
그리고 여자의 외형은….
‘와… 예리엘이랑 똑 닮았네.’
VR 안에서 봤던 예리엘이 서글서글한 미소로 이곳에 나타난 것처럼 서 있었다.
하지만 내 감탄은 길지 않았다.
은발의 젊은 남자가 나를 향해 날아왔다.
(너, 너 이 새끼! 감히 내 딸을! 죽여 버리겠다!!)
그리고 날아오자마자….
(여보!)
(흐억!)
예리엘을 닮은 여자 영혼이 나를 향해 날아오던 남자를 꽉 끌어안아서 막아줬다.
당황한 남자가 여자를 쉽사리 뿌리치지 못한 채 소리쳤다.
(노라! 놔! 저 새끼를 죽여… 아니, 이미 죽은 거 같지만, 또 죽여주겠어!)
(일단 진정해요!)
나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당황한 채 두 사람의 실랑이를 지켜봤다.
‘허… 이게 무슨….’
[기질창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신속한 판단.
하지만 저 판단보다 내 머리에 세워진 이론이 훨씬 빠르다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질창이 뜨는 것과 동시에 내가 추론했던 이론이 바로 증명됐다.
=====
위르겐 슈타트펠트
[마법], [책임감], [성장에 대한 갈망], [경솔함], [죄책감]….
=====
=====
노라 슈타트펠트
[마법], [연정], [성심], [지은보은(知恩報恩)], [죄책감]….
=====
대충 모습만 보고도 루나의 친부모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기질창을 보며 감탄했다.
‘이야… 유전자의 법칙인가. 기질을 잘 나눠서 받았네.’
[성장에 대한 갈망]은 부친에게, [지은보은(知恩報恩)]은 모친에게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루나가 딸이라 그런지 전반적인 성격과 외형은 모친을 똑 닮은 듯 보였다.
부친에게 받은 외형은 머리카락 색이 전부인 듯 보였다.
내가 신기한 눈으로 구경하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노라! 놓으라니까! 감히 내 딸을!)
(여보! 일단 진정해요!)
두 사람의 실랑이도 재미있긴 하지만, 이대로 계속 구경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전에 내 주위를 돌아다니던 영혼 소리를 떠올렸다.
‘그럼 저번에 주변을 맴돌던 건 이 둘이었나 보네.’
두 사람은 이미 내 존재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두 사람을 처음 뵙는 것처럼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내가 인사를 하자마자, 루나의 모친인 노라가 밝게 웃으며 대해줬다.
(어머? 우리를 아세요?)
(모를 수가 없죠. 루나의 부모님이시잖아요.)
(어머… 여보. 생각보다 눈썰미가 좋은 분 같아요.)
하지만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노라와 다르게 루나의 부친은 간신히 화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전부인 듯 보였다.
(이… 이…!)
그래도 내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만약 껄렁하게 인사를 건넸으면 이미 주먹이 날라왔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일단 대화가 통하는 상태를 만들었다.
이제 진짜 대화를 나눠야겠다고 판단하는 순간이었다.
(그 나이에 복상사라니… 루나가 불쌍해….)
(….)
뭐랄까… 외모는 성인 버전 예리엘인데, 하는 말은 어린 버전 예리엘보다 촐싹대는 분위기였다.
나는 바로 고개를 절레거리며 대답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해해요.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부정하죠.)
(….)
위르겐을 진정시켜서 간신히 대화의 물꼬가 트는 줄 알았는데, 노라의 오해로 물줄기가 엉뚱한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위르겐까지 합세하기 시작했다.
(죽어도 싸! 내 딸을… 거기다 저 녀석 브란트루프 여식과도 잤다고!)
(어머! 맞다! 그랬지!)
(….)
이러다가는 대화가 아니라, 자칫 심문으로 변할 수도 있겠다 판단했다.
‘원래 육체로 돌아가서 대화를 나누는 게 훨씬 낫겠어.’
나는 그렇게 판단하며 원래 몸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내가 원래 몸으로 들어가서 두 사람을 바라보자….
(어머!?)
(뭐, 뭐야!?)
두 사람이 놀란 상태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유령이 산 사람을 보고 놀랄 정도면 정말 어지간히도 많이 놀란 모양이군.
나는 원래 육체로 돌아온 뒤에 조심스럽게 침대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여, 여보! 보면 안 돼요!)
(크악!)
노라가 위르겐의 두 눈을 찌르며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아… 깜박했네.”
나랑 루나가 알몸 상태로 이불을 덮고 있던 터라, 이불을 벗기니 루나의 살결이 점점 외부로 드러나고 있었다.
다행히 중요한 부위가 드러난 건 아니었다.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보여줄 나이는 아니지.’
나는 두 사람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잠깐 옷 좀 갈아입을게요.”
(어머어머어머….)
(끄악! 내 눈!)
위르겐의 비명이 온 사방에 울려 퍼졌지만, 그 소리가 들리는 건 나와 노라뿐이었다.
루나는 아까 격렬한 섹스 덕분에 기절한 탓에 내가 일어나는 와중에도 전혀 깨지는 못한 채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그런 루나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뒤, 바로 식탁으로 향한 뒤 차음마법을 발동했다.
“이제 뒤 도셔도 돼요.”
(어머… 어머….)
(크으… 내 눈….)
거참, 시끄럽네.
유령이 실명당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그런 속마음을 입 밖으로 풀지 않고, 식탁에 있는 의자 두 개를 꺼내서 권유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
..
일단 위르겐이 내게 적대적인 것과 별개로 대화 자체는 굉장히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루나가 슈트라 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기뻐했다.
(역시 내 딸이라니까!)
(후후… 잘 지내는 거 같아서 천만다행이에요.)
나는 두 사람에게 루나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들려줬고, 두 사람은 루나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승천할 것처럼 행복해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특히 묘지에서 만난 조부모의 부탁을 듣는 순간이 그러했다.
“저에게 가보를 찾아서 루나에게 전해달라고 했어요.”
(….)
(….)
그리고 두 사람에게 전해준 마지막 문장이 두 사람의 표정을 흙빛으로 만들어버렸다.
“포츠 백작이 슈타트펠트를 언급했어요. 아마… 뭔가 아는 게 있지 않을까 싶네요.”
(포츠 백작이라….)
위르겐은 포츠 백작의 이름이 나오자 이를 갈며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기 시작했다.
아까 나에게 보여줬던 적대감과는 차원이 다른 표정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위르겐이 내뱉은 말이 내 표정을 비슷하게 만들어 버렸다.
(루나가 어렸을 때, 자기 아들과 결혼 시키자고 매번 찾아오던 녀석이었지….)
“뭐라고요? 이런 미친 새끼가….”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나왔다.
속으로는 도저히 저 말을 담기 힘들었다.
위르겐이 아직 살아있을 때 오갔던 이야기라면, 루나가 아직 한창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포츠 백작은 그런 루나를 제프랑 연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망나니 같은 새끼한테….”
그런데 그 모습에 오히려 노라가 만족했는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 아빠나 남자친구나 반응이 똑같네요.)
(노라, 나는 저런 난봉꾼을 인정할 생각 없어.)
“….”
아까의 아군이 지금의 적으로 돌변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입장도 이해가 가니, 일단 넘기기로 했다.
“일단 지금 포츠 백작은 루나를 노리고 있지 않아요.”
(하긴… 그 돼지 녀석은 딱 봐도 권력과 연줄에 미친 녀석 같았으니까.)
슈타트펠트 가문이 멸문한 지금, 루나를 노릴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아까 포츠 백작이 했던 이야기를 물었다.
“포츠 백작이 말하던 ‘망할 년’이라는 게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포츠 백작은 마지막에 어떤 여자에게 방해받아서 슈타트펠트를 먹지 못했다고 혼잣말을 늘어놓았었다.
지금 당장 짐작이 가는 여자가 전혀 없었다.
일단 정황상 안나와 카린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두 사람은 내 질문을 듣고 서로 바라보며 눈빛 교환을 했다.
그리고는 위르겐이 진지한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도 확실한 건 아니지만… 정황상 우리 가문의 멸문과 관련된 여자를 말하는 것 같군.)
슈타트펠트의 멸문과 관련된 여자?
제발 브란트루프의 두 여자만 아니길 간절히 빌었다.
만약 안나나 카린이 엮여 있다면 진짜 답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내 귓속에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인물의 이름이 흘러 들어왔다.
(이리스 레빈… 아마도 그 여자를 말하는 거 같군.)
“…?”
거기서 악녀… 아니, 공주 이름이 왜 나와?
두 사람의 말에 의하면 슈타트펠트 가문의 멸문은 이리스 레빈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확신은 아니었다.
영혼 상태로 살아가다 보니 포츠 백작처럼 실수로 흘린 말이 귀로 흘러 들어간 경우라고 했다.
(일단 나와 노라는 거의 확신하는 수준이긴 하지. 아마 포츠 백작도 우리 가문의 음해와 연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리스 레빈… 그 여자가 왜 슈타트펠트를 노린 거죠?”
(…그것까지는 우리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의심보다 확신하는 이유가 있긴 하지.)
“…?”
위르겐은 침대 위에서 곤히 자는 루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리스 레빈이 루나를 시종으로 데리고 있고 싶다고 말했었다.)
“…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어서 되물었다.
그야 귀족이 시종이 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들었다.
허드렛일하는 하인 같은 게 아닌, 여자 귀족이나 왕족을 옆에서 보좌하는 신분으로 말이다.
말동무나 복장을 골라주는 그런 역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집안의 후계자에서 밀려나거나, 혼삿길이 없을 경우에 어쩔 수 없이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루나는 그 당시 슈타트펠트 가문의 외동딸이었다.
슈타트펠트 가문의 정식 후계자나 다름없던 셈이었다.
그런 루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했으니….
(당연히 거절했지.)
위르겐뿐만 아니라, 가문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거절해야 한다고 아우성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몇 달 후, 멸문당한 것이었다.
위르겐은 루나를 슬프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가주로서 능력이 있었다면… 루나가 저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말 하면서 왜 나도 같이 노려보시는 거죠?
루나는 지금 나랑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일단 상황은 대충 이해가 갔다.
위르겐은 조부모가 빨리 세상을 뜬 탓에 가주의 자리를 너무 빨리 받았다고 했다.
마법 하나만큼은 레빈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정치는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저 자신의 가문만 신경 쓰다 보니, 외부 세력의 음해에 속수무책 당한 것이었다.
“일단 이리스 레빈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네요.”
일단 생각보다 큰 수확을 얻어냈다.
내가 혼자 중얼거리며 계획을 세우자, 위르겐이 나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왜 우리를 이렇게 돕는 거지?)
“…?”
무슨 소리야?
당연한 거 아닌가?
“당연히 루나와 관련되어 있으니까요.”
(….)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물어와서 예의를 차릴 생각도 못 했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내 말이 생각보다 깊이 와닿은 모양이었다.
노라가 위르겐을 보면서 화사하게 웃었다.
(능력도 뛰어나고,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남자… 당신 소싯적 때랑 비슷하네요.)
(뭐!? 내가 저런 놈팡이랑….)
“….”
내가 위르겐에게 제대로 찍히긴 찍힌 모양이었다.
아무리 좋은 행동을 해도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마침 떠오른 것을 묻기 시작했다.
“아, 가보의 위치도 알려주세요.”
(가보라….)
위르겐은 아까보다 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위치는 알려줄 수 있지만, 영혼 상태로는 못 갈 거다.)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위르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나중에 영혼 상태로 가보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있을 거다.)
“….”
일단 내가 가보를 훔칠까 봐, 도와주기를 꺼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었다.
‘설마 여기도 영사관처럼 이상한 물질이 있거나 하나?’
영사관에 있던 괴생물체를 만드는 약.
그 약은 영혼에게 환각과 환청을 들려주며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건 아니지 않을까요? 일단 직접 가보면 두 사람이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겠죠.]
일단 지레짐작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일단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오히려 저희를 도와주셔서 감사한걸요. 오늘은 일단 쉬고, 내일마저 이야기해요.)
“네. 그리고 루나는… 제가 꼭 지켜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후후, 든든해서 다행이네요. 자, 여보. 이분도 쉬셔야죠. 가요.)
노라의 말에도 위르겐은 내게 응시하는 눈동자를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또 내가 루나의 옆자리에 누울 예정이라 화가 난 건가 싶었지만….
(….)
위르겐의 눈동자에 적의는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한참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부디 부탁한다. 루나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위르겐은 내 대답을 듣고 살짝 마음에 안정이 왔는지 노라와 같이 공중에 뜬 상태로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내일 또 오지.)
(내일 또 올게요.)
“네. 편히 주무세요.”
내 대답과 함께 두 사람은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두 사람이 방을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뒤, 차단 마법을 풀고 루나를 덮고 있는 이불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불 안에 들어가자, 루나가 온기를 느끼더니 꼬물꼬물하며 내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역시 알몸은 옳다.
내가 그렇게 즐겁게 루나를 껴안고 몸을 더듬는 순간이었다.
방 안에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씨….)
위르겐이 불안한지 몰래 다시 방문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다시 노라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여보! 그만 좀 해요!)
(아, 아파! 노라!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난봉꾼이랑 루나랑은….)
위르겐은 노라의 손에 귀가 걸린 채 어디론가 질질 끌려갔다.
“…당분간 시끄럽겠네.”
나는 피식 웃으며 루나를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