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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적당히 넘겨 들을 수 없는 말이 포츠 백작 입에서 나왔다.
“그 망할 년 때문에 슈타트펠트를 먹지 못했어. 브란트루프만큼은 절대 포기 못 해.”
누가 들어도 오해할 수 없는 그런 대사였다.
더 자세히 듣기 위해 나도 모르게 조용히 귀를 기울였지만….
“이크… 멍청한 아들놈 때문에 내 머리도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군.”
포츠 백작은 아들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서 바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수확을 거뒀다.
[포츠 백작… 슈타트펠트 멸문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네…. 혹시 모르니까. [빙의 의식]을 써서 확인해봐야겠어요.’
이런 돼지에게 빙의술을 사용하고 싶은 마음은 단 1도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당장 알고 싶은 마음에 포츠 백작에게 [빙의 의식]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어? 뭐야? 왜 안 되지?’
처음 사용하는 [빙의 의식]은 포츠 백작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내 어리둥절한 말에 강한나가 의문을 해소해줬다.
[보니까 동화율이 낮아서 그런 거 같네요.]
‘아….’
이런 인간과 동화율이 낮아서 기뻐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빙의 의식]을 사용하지 못해서 아쉬워해야 하는 건지….
어쨌든 포츠 백작에게 [빙의 의식]은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원래 육체로 돌아가서 지금 당장 와서 꿈속이라도 뒤져봐야겠네요.’
지금 당장 원래 몸으로 돌아간 뒤에 와서라도 정보를 캐내고 싶었다.
하지만 강한나가 내 의견을 제지하며 나섰다.
[일단 내일로 미루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왜요?’
[포츠 백작은 오늘 도착했고, 시간적 여유가 넘쳐나는 상황이에요. 거기다 침몽의 제약을 생각하면 세세한 설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침몽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까운 거리여야 한다.
즉, 진짜 몸을 이곳까지 끌고 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하긴… 아까 비올라를 부르느라 워프를 이미 두 번이나 썼지.’
아까 비올라를 불러서 루이스에게 약물을 먹이게 한 뒤, 다시 함선으로 돌려보냈다.
이미 워프를 두 번 사용한 상황.
남은 횟수는 두 번인데….
[맞습니다. 수호 님. 워프를 편의적으로 사용하는 건 좋지만, 안전을 위해서 여유를 두는 것도 좋습니다.]
아르모니아와 강한나의 의견을 받아서, 침몽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래. 일단 지금 당장 갑자기 변수가 생길 일은 없겠지.’
나는 그렇게 판단하며 자고 있는 포츠 백작을 놓고 유유히 다른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일단 성 전체는 전부 훑어봤다.
이제 둘러봐야 할 곳은….
‘지하에 있다고 했지….’
루나의 조부모가 말해준 가보가 있는 위치.
지하 창고였다.
나는 지하 창고 쪽으로 향하면서 속으로 안도했다.
‘[유령의 시간] 없었으면 가보 찾는 것도 진짜 일이었겠네….’
내가 아무리 손님이라고 해도 지하 창고를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야 부탁한다면 들여보내 주겠지만, 분명 관리자 같은 사람을 동행 시켰을 것이다.
아틀러는 교역 도시인 만큼 창고에 값비싼 물품을 보관해놓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지하 창고 쪽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
[….]
[….]
나뿐만 아니라, 아르모니아와 강한나 모두가 침묵했다.
그리고 내가 입을 열었다.
‘미친… 뭔 놈의 창고가 이렇게 많고, 넓어?’
많기만 하면 그냥 찾아보면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데다가 복잡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두 가지보다 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유령 상태가 된다고 해서 눈 안에 야간 투시경 모드가 탑재되는 건 아니다.
넓고, 복잡하고, 불빛 하나 없는 장소.
심지어 나는 영혼 상태라서 벽을 뚫고 길을 둘러보느라 왔던 길을 또 왔을 가능성이 컸다.
[맞아요. 여기 아까 왔던 곳이에요.]
‘…미치겠네.’
[아마 슈타트펠트 가문이 없어지고 나서 구조가 싹 다 변경된 거 같네요.]
‘후우….’
아르모니아가 하염없이 돌아다니는 나를 보며 통신으로 말했다.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방문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겠다.’
귀찮거나, 피곤해서라기보다는 제대로 된 준비를 하고 진행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어둠에 둘러싸인 미로 같은 창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나는 다시 아틀러 성 1층으로 올라온 뒤,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였던 가보는 일단 내일로 보류… 그리고… 포츠 백작.’
가보는 지금 당장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포츠 백작 쪽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실수로 흘린 말.
‘내일은 좀 더 자세하게 계획을 짜서 둘 다 확인해봐야겠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공중에 띄우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내가 천천히 날아가자, 아르모니아가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수호 님.]
‘응?’
[그쪽은 루나 슈타트펠트의 방이 아닙니다.]
아르모니아는 내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로 잡아주려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
[…?]
나는 의문의 침묵을 담은 아르모니아와 강한나에게 말했다.
‘가기 전에 구경이나 하고 가려고.’
카이 공작이 루이스를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거든.
***
카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당혹감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부인… 이게 무슨 일이요?”
안나는 한 손으로 양쪽 눈을 가리며 모든 상황을 외면한 채 대답했다.
“…저도 모르겠네요.”
무책임해 보이는 대답이었지만, 카이는 그런 안나의 대답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기 같았어도 비슷한 대답을 했을 테니까.
카이는 루이스의 침대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루이스의 침대는 의원과 시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정리하고 있었다.
상태는 가관이었다.
침대 이불과 밑을 깔고 있는 매트리스가 전부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고, 그런 침대를 정리하는 시종들은 마치 오물을 손에 묻히는 것처럼 구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침대는 그나마 나은 축에 속했다.
제일 처참한 건 방의 풍기는 냄새고, 엉망이 된 침대도 아니었다.
카이는 거부감이 피어오르는 비린 냄새에 반응하며 손으로 코를 슬며시 가린 채 의원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 그게….”
의원들은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듯이 서로 눈치를 볼 뿐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카이는 잠시 눈을 돌려서 루이스를 확인했다.
침대 위에서 바지만 벗겨진 채 추잡한 모습으로 기절한 루이스.
이 순간만큼은 루이스가 자기 아들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정도였다.
너무한 처사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안나의 표정도 카이와 다를 건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기절한 상태였다면 두 사람도 그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아….”
루이스는 옷이 벗겨진 채 물건이 왼쪽으로 휜 채, 발기되어 있었다.
심지어 중간중간 정액을 뱉어내기까지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나마 부성애가 심연에 삼켜진 것이었다.
하지만 카이는 억지로 부성애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대답해 보아라.”
공작의 낮게 깔린 위압감을 느낀 의원이 결국 대답하기 시작했다.
“원,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의원들이 대답을 못 했던 이유는 그저 이 상황의 책임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 몰랐기 때문이었다.
의원 세 명이 서로의 상태에 대해서 최대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몸이 강제로 흥분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안정제와 수면제를 먹여도 도저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서….”
“저희도 평생 듣도 보도 못한 현상이라….”
“병인가?”
“단정할 수 없습니다. 몸이 문제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병이 갑자기 터져 나온 것일 수도 있…. 헉!”
카이는 ‘정신적인 병’이라는 부분에서 표정 관리를 못 하고 이를 드러내며 의원들을 노려봤다.
차라리 몸이 문제라면 치료하고, 헛소문으로 흘려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식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완벽한 품위를 유지해야 할 귀족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생긴 이력이 있다?
그것만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됐다.
심지어 지금 옆에는 아직 시종들이 정리 중이었다.
“입 조심하게.”
“죄, 죄송합니다!”
카이는 한껏 의원들을 노려보다가 다시 표정을 낮게 깔면서 루이스의 상태를 확인했다.
“하아….”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카이는 얼마 전까지 루이스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브란트루프 가문도 귀족들이 우러러보는 마법사 가문이었지만, 분명 아쉬운 점은 존재했었다.
자신을 포함해서 브란트루프 가문의 마법사들은 언제나 슈트라의 중위권을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슈트라 수석 입학과 3등이라는 성적은 카이에게도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다 못해 넘쳐흐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넘쳐흐르던 자부심이….
“하아….”
한숨과 함께 쏟아져서 한 방울도 남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카이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시종과 의원들이 눈치를 보며 주변을 정리했다.
간신히 정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루이스의 침대는 처음 이 장소에 방문했을 때의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안나는 모든 것을 정리한 시종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외부에서 이 사실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면 여기 있는 모두가 죄인이 될 것이다. 알겠느냐?”
“네. 명심하겠습니다.”
“너희들은 오늘부로 루이스의 전속으로 배정하겠다.”
안나는 남아 있는 시종을 전부 루이스의 전속으로 배정한 뒤, 서로서로 감시하도록 지시했다.
“일단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것이니 다들 밖에서 대기하도록.”
“네.”
시종들은 명령을 듣고 나서 바로 루이스의 방을 나갔다.
그렇게 방에는 안나와 카이가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정말 원인을 모른다고?”
“죄, 죄송합니다. 저런 상황은 처음이라….”
“하아….”
그렇게 안나와 카이가 짙은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의원 한 명이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며 짧게 목소리를 흘렸다.
“혹시….”
안나와 카이는 순식간에 눈에 빛을 내며 의원을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의원은 눈치를 보더니, 짤막하게 대답했다.
“너무 절제하셔서 터져 나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뭐?”
안나와 카이는 의원의 허무맹랑한 말에 도저히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다.
의원의 말을 해석하자면 여자관계를 하지 않아서 저런 꼴이 됐다는 소리니까….
그런데 그 의원 말에 나머지 두 의원도 동의하기 시작했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보를 만든다고 모든 물길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엄한 곳으로 물이 터져나갈 수도 있지요.”
“….”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안나와 카이도 세 의원의 말에 점점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안나와 카이가 귀족이라고 해서 의원들을 무시하는 존재들은 아니었다.
심지어 세 명의 의원이 동조하는 상황.
결국 두 사람도….
“그런가….”
“맙소사….”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기 시작했다.
안나는 루이스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루이스가 일어나면 그다음에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죠.”
“그럽시다.”
그렇게 지옥 같은 밤은 종료되었다.
***
나는 루나의 방으로 향하며 실실 웃었다.
‘아, 재미있었다.’
처참한 몰골을 한 루이스의 모습은 내 눈동자를 더럽혔지만, 상황을 즐겁게 만들어줬다.
공포 영화를 보는데 고어 요소가 나와서 싫지만, 분위기와 스토리 자체는 만점이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까 안나와 카이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면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떠올렸다.
‘귀족들은 힘들겠어. 후계자 동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니….’
안나와 카이는 루이스의 정조 문제에 관해서 대화를 나눴었다.
그것도 진지하게….
하지만 결론은 쉽사리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배필을 소개해주면 그만이지 않았나 싶었다.
일단 억지로 붙여 놓고, 결혼은 졸업 후에 하면 그만이니까.
‘그야, 루나가 있어서 본인이 싫다고 악을 쓰겠지만….’
그런데 정작 안나와 카이는 루나를 루이스의 결혼 상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나야 귀찮은 방해가 없어서 좋지만, 루나를 애초에 후보자에도 넣지 않은 건 좀 기분 나쁘긴 했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현재 안나와 카이가 노리고 있는 루이스의 배필은….
[설마 아들의 혼인 상대로 공주를 점찍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레빈의 공주였다.
참고로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처음 방문했을 때, 레빈의 왕 옆에 있었겠지만, 당시에 너무 성대한 환영을 받은 터라 기억에는 없었다.
아마 가면무도회에도 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제일 가능성이 큰 자의 기질창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눈앞에 기질창 하나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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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레빈
[허영심], [사기꾼], [영원한 질투심], [인성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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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 게… 공주?
‘아르모니아, 착각한 거 같은데? 공주가 아니라, 희대의 악녀 기질창 떴어.’
[…참고로 무도회에 있던 여자의 기질창입니다.]
당시에는 관심 없어서 지나쳤지만, 이름을 보자면 아마 확실할 것이다.
레빈이라는 성을 귀족들이 함부로 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뭐… 마법에 재능도 없고, 만날 일도 없을 거 같으니까.’
만날 일도 없다면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렇게 루나의 방을 거의 도착한 순간이었다.
루나의 방 안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죽여버리겠어!.)
(일단 진정해요.)
‘설마 내가 잠시 비운 사이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누군가 침실에 침입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뇌가 반응하기 전에 재빠르게 방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다.
그렇게 영혼 상태로 방 안으로 후다닥 들어간 순간이었다.
(뭐, 뭐야!)
(어머나!)
침입자가 있었다.
있긴 있었는데….
‘어… 영혼…?’
바닥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심지어 두 사람의 외형은 내가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의 모양을 본뜬 모양이었다.
(어머? 설마 복상사…?)
루나와 닮은 여자 유령이 신기하게 나를 바라봤고,
(너, 너 이 새끼! 감히 내 딸을! 죽여 버리겠다!!)
루나와 같은 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 유령이 내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