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601화 (601/898)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드디어 600화!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소설의 퀄리티라면 매일 연참으로 진행해야함에도 느린 진행속도를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빠르게 진행하고 싶은 욕구가 넘쳐남에도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지지가 않네요.

하지만!

600화를 진행했다는 성취감을 끌어 안고 최선을 다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600화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아까까지 태양 빛에 물들었던 주변이 어두워졌고, 마나석 하나가 야간 업무를 하며 우리 주변을 비춰주고 있었다.

마나석은 야근을 항의하듯 중간중간 한 번씩 깜박거리며 우리에게 밤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

그렇게 또 한 번 항의가 담긴 깜박거림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틱….

루나가 드디어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이제 가요.”

루나는 아침까지만 해도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서글프게 무덤을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총기가 담긴 눈동자로 나를 응시해왔다.

나는 그런 루나는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루 더 있다가 갈까?”

내 말에 고개를 흔들며 은색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해요.”

이미 일어나 있었지만, 루나는 갈 채비를 마친 뒤 묘비석 두께를 보며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또 올게요.”

루나의 인사로 마무리되었다.

..

..

온종일 서 있어서 피곤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아틀러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만큼 묘지에서 마음의 짐을 덜어낸 것 덕분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루나와 다르게 또 다른 짐을 짊어지고 왔지만….

‘가보라….’

루나의 조부모는 내게 슈타트펠트의 가보를 찾아서 루나에게 건네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본 지 얼마 되지 않는 내게 왜 이런 부탁을 하나 싶었지만….

‘(자네를 향한 저 아이의 믿음이 충분히 증명했다고 판단했네.)’

라며 나를 신뢰한다는 의사를 표해온 것이었다.

그 이후 가보의 위치를 들을 수 있긴 했지만….

‘설명으로 들은 거라 아리송하네….’

슈타트펠트 지하 창고에 있는 특수한 벽에 마법진을 그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일단 마법진의 형태는 영혼들이 알려줬기 때문에 찾기만 한다면 쉽게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단 급할 건 없지. 한동안 여기에서 지내야 하니까 천천히 찾아보자.’

만약 찾는 게 늦어지면 카린이나 안나에게 부탁해서 이곳에 더 머물면 그만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아틀러에 도착했다.

루나는 도착하자마자 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팔짱을 꼈다.

“정말 고마워요. 피곤했을 텐데….”

“나야말로 불러줘서 고마워.”

이건 진심이었다.

루나가 나를 묘지에 데리고 갔다는 건 그만큼 나를 깊은 관계로 인정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까.

“….”

루나는 그런 내 말에 멍하니 바라보더니,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내 팔짱을 더 꼭 끌어안기 시작했다.

“오늘 괜찮으면….”

그렇게 루나가 내게 다음 말을 건네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무미건조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셨군요.”

“아!?”

내 옆에 붙어 있던 루나가 후다닥 떨어지며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향해 불렀던 사람의 정체는….

“기다렸어요.”

카린 브란트루프였다.

강렬한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은 카린은 우아한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황금빛 머리카락은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을 집어삼킬 것처럼 태양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렇게 나와 카린을 압도하며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다가온 카린이 입을 열었다.

“혹시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질문의 대상은 나였다.

하지만 카린의 말에 담긴 의도는 루나에게도 뻗어나갔다.

마치 자리를 비켜달라는 식으로….

루나는 그런 카린의 말을 바로 알아듣고는 내게 말했다.

“수호 씨. 정말 고마웠어요.”

“아냐. 언제나 말했지만, 필요하면 절대 망설이지 말고 불러.”

“그럼….”

루나는 나를 향하는 미소를 거두며 옆에 있는 카린을 곁눈질하며 내게 말했다.

“대화 끝나고 나면 바로 제 방으로 와주세요.”

“…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루나와 카린은 대화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지만, 이미 분위기는 초토화된 상황처럼 피바람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그런 분위기를 느끼며 망설이자, 루나가 처음으로 내게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힘드신가요?”

“아! 갈게. 당연히 가야지.”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루나는 만족했는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카린을 힐끗 바라봤다.

루나는 그런 상태에서 내게 조용히 속삭이듯 말하고는….

“기다릴게요. 그럼….”

카린에게 목례를 건네고는 아틀러 성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카린은 무표정으로 루나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그런 두 여자를 보고 있자니 통신으로 강한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 여자들 관리하는 것도 일이겠네요.]

‘….’

나를 제일 곤란하게 만들었던 인물이 저런 말을 하니 할 말이 없었다.

한편으로 걱정도 들었다.

지금까지 강한나가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이대로는 순위가 변동될 것 같은 불길함 조짐이 들었다.

내 침묵에 강한나가 불만을 표해왔다.

[…혹시 속으로 제 욕하는 거 아니죠?]

‘설마요.’

[재빠르게 대답하는 거 보니까 거짓말 같은데….]

‘….’

강한나… 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여자….

일단 강한나와의 잡담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중요한 건 카린이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아는 카린은 실없이 그냥 나를 찾아올 여자가 아니다.

“무슨 일이에요?”

“일단 자리를 옮길까요?”

“그러죠.”

나와 카린은 그렇게 아틀러 성안으로 들어갔다.

..

..

나는 카린의 방에 들어가서 시종이 마련해준 차를 마시며 대답했다.

“포츠 백작이 왔다고요?”

“네.”

포츠 백작이 도착한 건 대략 2시간 전.

나와 루나가 아틀러에 도착하기 얼마 전에 온 것이었다.

‘뭐, 당연히 와야겠지….’

이미 올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어서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아들 새끼가 장모님이 될 여자의 방에 침입하다가 잡힌 것이다.

심지어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모라민 초를 소지한 채….

그야말로 초대형 사고.

포츠 백작은 백작령을 지켜야 하는 신분임에도 발에 불이 나도록 달려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 백작께서는 제프 포츠의 상태를 보고 있어요.”

제프 포츠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아마 제프 포츠의 상태를 확인하고, 공작님과 대화를 나눌 거 같아요.”

카린은 포츠 백작이 굳이 의식도 없는 아들에게 매달릴 사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들을 걱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포츠 백작은 도착하자마자 이미 밑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밑 작업이요?”

“네. 주변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의 입을 막고 있어요.”

당연히 무력을 동원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 짓을 하면 초대형 사고를 넘어서서 재앙으로 변할 테니까.

“데리고 온 부하들을 동원해서 돈으로 틀어막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만약 상대가 평민이었다면 돈으로 매수가 가능했을 것이다.

적당히 매수한 뒤, 헛소문으로 위장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공작부인, 안나였다.

안나가 용서하더라도 이미 터져나간 입을 전부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내 의문에 카린은 설명을 시작했다.

“그만큼 재력이 있는 자예요.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 막을 필요도 없죠.”

“…?”

“저랑 제프를 연결하면 소문을 헛소문으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게 될 테니까요.”

“아하….”

사람들에게는 상식이라는 게 존재한다.

안나를 덮치려고 했던 제프를 공작가에서 카린과 결혼을 시킬까?

결혼하는 순간 전에 있었던 사건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소문과 상식의 부조화가 일어나고, 당연히 그 부조화는 소문을 헛소문으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소문을 입에 담으면 멍청이가 되게끔….

그리고 동시에 카린이 내게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포츠 백작이 당신에게도 찾아갈 거예요.”

“아하….”

제프를 쥐어팬 당사자.

카린은 혹시라도 포츠 백작이 내게 먼저 접근하는 것보다 먼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내게 알려준 것이었다.

“설마 화났다고 암살자를 보내는 건 아니겠죠?”

“포츠 백작은 이미 알고 있어요. 학장님께서 당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런 행동은 절대 못 해요.”

“그래도 아들을 묵사발로 만들고, 사태를 이 꼴로 만든 당사자 같은 사람이잖아요.”

나는 안나의 처소에 있다는 이유로 제프를 거의 죽기 직전까지 패줬다.

그다음 타자는 루이스였지만, 결국 이 사건의 원흉은 나라고 볼 수 있으니까.

카린은 나를 보며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당신은 학장님의 신뢰를 그저 친분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뭐… 친하긴 하죠?”

빈말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계속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분이 계속 쌓이는 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뭐, 결국은 계약 관계에 묶인 상황이라 다르긴 하지만….

그런데 카린은 내 모습에 고개를 절레거리며 말했다.

“레빈 왕가에서 당신에게 접근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갑자기 레빈 왕가가 왜 나오지?

“애초에 저한테 접근할 이유가 없잖아요?”

“무슨 소리예요. 당신은 지금 학장님과의 친분, 그리고 슈트라의 1등이라는 성적을 가진 사람이에요. 원래라면 이미 왕가에서 사람을 보내서 극진히 모셨을 거예요.”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감탄했다.

‘와… 내가 그렇게 쩌는 인물이었구나.’

[….]

[….]

뭐지? 못 들었나?

‘와… 내가 그렇게 쩌는….’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돼요. 이미 들렸으니까.]

거참, 사람 민망하게 만들긴….

레나가 옆에 있었다면 나를 좀 추켜세워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카린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레빈 왕가가 당신에게 접근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예요.”

“학장님 때문인가요?”

“네. 그것도 그냥 눈치만 보는 수준이 아니에요.”

“…?”

“학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대요. 당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카린은 나를 지긋이 보며 말했다.

“학장님의 한 마디 덕분에 당신의 평가가 학장님과 동급이 되어 버렸을 정도라고 하네요.”

“하하….”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포츠 백작 머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당신을 쉽사리 해할 수는 없을 거예요.”

심지어 지금 아틀러에는 학장뿐만 아니라, 소냐와 공작가 사람들까지 머무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게 해코지할 수는 없겠지.

나는 카린과 대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미리 알려줘서 고마워요.”

“…가실 건가요?”

역시나 붙잡을 줄 알았다.

질투의 여신이 다른 여자에게 가려는 남자를 쉽사리 보내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의 결말을….

“가야죠. 그리고….”

“흐읏…!”

나는 드레스 위로 튀어나온 카린의 가슴을 움켜쥐면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강압적인 목소리로 명령했다.

“나중에 내가 원할 때 바로 다리 벌릴 수 있게 준비해 놔. 알았어?”

“흐읏….”

카린은 신음을 몇 차례 흘리고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다소곳한 목소리를 흘렸다.

“네… 언제나 준비해 놓겠어요.”

나는 카린의 대답에 만족하며 루나의 방으로 향했다.

..

..

나는 루나의 방을 앞두고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혹시 모르니까 일단 노크는 하고….’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방 안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그다음에는….

철컥!

문이 벌컥 열리며 루나가 튀어나왔다.

“어우, 깜작이야.”

문을 위협적으로 열었던 당사자인 루나는 나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우… 죄, 죄송해요. 혹시 다치셨어요?”

“아냐. 부딪히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왜 문을 그렇게 벌컥 열었어?”

내 질문에 루나는 보라색의 동공을 요동치며 우물쭈물 대답했다.

“그, 그게… 그, 그냥! 노크 소리에 놀라서….”

좀 신기한 반응이었다.

내가 아는 루나는 이런 반응을 보이는 애가 아니었는데.

그리고 내 의문은 강한나에 의해서 해소됐다.

[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나 보네요.]

‘아하….’

하긴 아까 카린과 짧지만 강렬한 기 싸움을 주고받은 루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약속한 내가 루나에게 오지 않으면 기 싸움의 승부는 루나의 처참한 패배로 끝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나는 안절부절못하는 루나를 보며 천천히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결에서 나는 향을 맡으며 속삭였다.

“며칠 동안 쌓였던 거… 오늘 전부 풀어낼 거니까 각오해.”

“…수호 씨.”

루나는 내 품에 안겨서 내 체향을 맡으며 중얼거렸다.

“수호 씨야말로 각오하세요. 저도… 그만큼 쌓였거든요.”

나와 루나는 서로 껴안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간 뒤, 문을 잠그고 방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