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98화 (598/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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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법 학교 슈트라 (4)

나는 카린과 같이 루이스가 묵고 있는 객실에 도착했지만, 객실 문을 통과할 수는 없었다.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남자 때문이었다.

“찾아와줘서 고맙지만, 지금은 힘들겠군.”

카이 브란트루프.

루이스와 카린의 부친이자, 안나 브란트루프의 남편.

먼저 자리를 잡은 그가 우리의 병문안을 제지한 것이었다.

카린은 바로 분위기에 편승하며 가식적인 표정으로 카이에게 물었다.

“공작님, 루이스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상태는 괜찮은가요?”

“의원은 큰일은 아니지만, 한동안 안정을 취해야 할 거 같다더구나.”

나는 카이의 말을 듣고 속으로 킥킥 웃었다.

‘별일이 아니긴… 자지 부러진 게 별일이 아닐 수 있나.’

사실 이 상황 자체만 보자면 사태의 심각성이 대충 눈에 보였다.

브란트루프의 가주가 직접 객실 앞에서 병문안 오는 손님을 내치고 있는 상황.

외부에 좋지 않은 말이 나도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는 느낌이 강했다.

‘하긴, 예비 가주의 자식 생산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적당히 넘어가기는 힘들겠지.’

이곳이 위그드라실이나 영사관 쪽이었다면 금세 치료했을 것이다.

두 세계에는 회복 스킬과 포션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슈트라는 그 두 가지가 없는 세계였다.

‘내가 치료해줄 의리도 없고.’

오히려 고통받는 모습을 꼬시게 바라보면 모를까….

그렇게 루이스의 객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카이가 나를 보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찾아와줬는데, 내쳐서 미안하네.”

나를 대하는 카이의 표정이 많이 변했다.

처음에는 그저 아들의 손님으로 대했다.

하지만 도적단을 토벌하고, 자작을 구한 덕분에 평범한 손님 취급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나는 그런 카이를 보며 쓰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나중에 상태가 나아지면 다시 들르겠습니다.”

“그래 주게. 혹시라도 필요하거나, 불편한 사항이 있다면 내게 직접 말해주게.”

“감사합니다.”

내가 그렇게 감사의 인사를 하자마자 옆에 있던 카린이 내 팔을 살며시 끌어안은 뒤, 나긋한 미소를 지으며 카이에게 말했다.

“공작님께서는 당분간 바쁘실 테니, 성수호 씨의 편의는 제가 맡을게요.”

“…네가?”

그동안 나름 무표정을 고수하던 카이가 처음으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카린을 쳐다봤다.

그리고 카이의 시선은 금세 나와 카린의 팔짱을 향했다.

마치 봐서는 안 될 것이라도 본 것마냥….

“네. 공작님과 어머니께서는 한동안 바쁘시잖아요. 제가 한동안 여유가 있으니까, 손님들을 챙겨드릴게요.”

대사만 들으면 합리적인 내용이었다.

카이와 안나는 한동안 루이스를 신경 쓰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방문할 때마다 계속 상대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하지만 카린의 말을 들었음에도 카이의 입에서는 쉽사리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

그저 카린에게 붙어 있는 나를 불쾌하다는 듯이 지켜볼 뿐….

카이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로서의 본능이 승낙의 말을 내뱉지 못하고 막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카이의 입이 꾹 다물어져 있을 때였다.

“응? 여긴 무슨 일인가요?”

안나 브란트루프가 등장했다.

그런 안나의 등장에 카린은 순발력 있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성수호 씨께서 루이스의 병문안 오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그리고 그 부분과 더불어서 성수호의 편의를 카린이 봐주겠다고 나선 일까지 설명했다.

카린의 말을 들은 카이는 살며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도 도적단 퇴치에 동행했다고 들었다. 피곤할 테니 한동안은 쉬는 게….”

카이는 나와 카린의 사이가 못마땅한지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하고 옆에 있던 안나에 의해서 잘렸다.

“그래. 성수호 씨는 네게 맡기겠다. 브란트루프 가문의 은인이니 성심성의껏 챙겨주도록 하거라.”

“크음….”

카이는 이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안나의 말에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럼 나중에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나중에 상태가 호전되면 알려주겠소.”

그렇게 카이와 인사를 나누자….

“가시죠. 전에 구경시켜드리지 못한 아틀러를 더 구경시켜드릴게요.”

카린이 내 팔짱을 가슴까지 끌어안으며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카린에게 끌려가면서 카이의 표정을 훑어봤다.

처음 봤을 때는 무표정, 오늘은 당혹, 그리고 지금은….

‘크… 루이스랑 부자지간이 확실하네.’

분노가 담겨 있었다.

마치 루나와 같이 있는 나를 노려보는 루이스의 모습과 같았다.

나는 그런 카이의 시선을 피하며 속으로 히죽거렸다.

‘딸보다 옆에 있는 와이프나 신경 써줄 것이지.’

나는 그렇게 웃으며 카린에게 끌려갔다.

***

카린이 성수호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고, 두 사람의 모습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카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부인…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을 붙여 놓는 건 좋은 생각 같지 않구려.”

“무슨 말씀이세요?”

안나의 의문이 담긴 대답을 들으며 카이는 속으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안나는 눈치가 빠른 여자다.

그런 여자가 자신의 의도를 정말 모른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것인지 의문이었다.

카이는 평소에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속마음을 오랜만에 드러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토벌에 동행했다던데… 사람이 자주 붙어 있으면 없던 정도 생긴다고 하지 않았소.”

“그게 뭐 큰 문제인가요?”

“당연히 문제이지 않겠소? 카린은 약혼자가 있는 몸이고….”

카린은 정식은 아니지만, 약혼한 자가 존재했다.

제프 포츠.

카이의 말에 안나가 눈매를 좁히며 그를 노려봤다.

그리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를 질타했다.

“당신… 설마 그 약혼이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직 파혼이 결정이 난 건 아니니….”

“맙소사… 당신은 부인을 겁탈하려고 했던 남자를 사위로 들일 생각을 아직도 하고 계셨군요?”

제프 포츠는 안나의 침실에 몰래 숨었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성수호에게 죽도록 맞아서 의식 불명 상태였다.

현재 제프 포츠에게 씌워진 죄목은 공작부인 강간 미수.

제프가 아무리 백작가의 외아들이고, 공작가의 예비 사위였다고 해도 죄목이 너무 큰 상황이었다.

무마는커녕 파혼은 물론이고, 천문학적인 배상과 제프의 처형까지 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또 현실적인 문제가 섞여 있어서 쉽게 진행할 수 없었다.

“부인… 당신이 카린을 제프에게 혼인시키려고 했으니 더 잘 알 것이 아니오? 우리뿐만 아니라, 폐하께서도 포츠 백작에게 받은 게 너무 많소.”

“….”

안나는 미간을 살며시 좁히며 낮게 깔린 표정으로 카이를 외면했다.

안나도 포츠 백작가의 재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애초에 카린을 제프에게 시집보내려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사람이 다름 아닌 안나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려졌다.

‘제프 포츠와 파혼한 뒤, 성수호… 그자에게 카린을 시집 보내야 해.’

안나의 눈에 더 이상 재력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성수호뿐이었다.

성수호 슈트라의 학생이고, 우수한 성적으로 1등을 거머쥐었다.

레빈 왕국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인재인 만큼 카린과 붙인다고 해도 외부에서 이상하게 볼 이유가 없었다.

안나는 성수호와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카린을 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그래도 저 둘은 그대로 놔두세요. 저희 가문의 손님이자, 은인이에요.”

카이는 납득하기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흐음… 알았소.”

“그럼 루이스의 상태를 보죠.”

“지금 수면제를 먹여놔서 자고 있을 거요.”

“수면제요?”

안나의 물음에 카이가 대답했다.

***

“최대한 자극을 줄이기 위해서 수면제로 안정을 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수술은 필요 없지만, 최대한 약물로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럼 자고 있다는 거네요?”

“네. 아마 며칠 동안은 계속 그런 상태로 있을 거예요.”

“이미 알고서 같이 가자고 한 거예요?”

카린은 루이스의 상태만 이야기해 준 뒤에 나와 같이 병문안을 가자고 한 것이었다.

애초에 퇴짜를 맞을 걸 알고….

“네. 공작님이라면 어차피 루이스가 깨어나 있더라도 들여보내지 않았을 거예요.”

“알면서 왜 가자고 한 거예요?”

카린은 발을 멈추지 않고 우아하게 걸으며 나를 힐끗 보며 미소를 지었다.

“공작님에게 저와 당신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

“지금 루이스의 상태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얼마 없어요.”

루이스의 음경 골절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브란트루프 가문 사람과 의료진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이 사실에 대해서 몰라야 할 내가 이미 알고 병문안을 왔다?

카이 브란트루프는 눈치챘을 것이다.

나와 같이 온 자기 딸이 전부 알려줬다는 사실을….

“공작님께서도 지금은 슬슬 인지하셨을 거예요. 당신과 나와의 관계를….”

역시 카린이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계산된 의도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한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 브란트루프 공작님께서 절 많이 신경 써주시겠네요.”

이제부터 안나나 카린과 잠자리를 가질 때는 그만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의미였다.

‘한동안 조심해야겠네.’

카린과의 잠자리를 걸리면 도적단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생긴 로맨스라고 변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안나와의 관계가 걸리면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카린은 걱정하는 나를 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는 공작님에게 걸리지 않게 신중하게 행동하세요.”

“굳이 왜 공작님에게 보여준 거예요?”

질타는 아니었다.

다만 의문이었다.

굳이 편한 난이도를 하드코어로 바꿀 필요는 없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카린에게는 그 필요성이 절실해 보였다.

“…공작님께서 허튼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지금 상황이라면 카린과 제프의 파혼은 확정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조용하겠지만, 파혼이 알려지는 순간 수많은 귀족과 가문이 카린을 잡기 위해 들러붙을 것이다.

카린은 미리 공작에게 나와의 관계를 보여주며 벌레가 꼬이는 것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야… 계획안에 또 계획이 있네.’

다만, 그녀의 완벽한 계획과 별개로 걱정되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루이스가 말하면 어떻게 하죠?”

루이스는 나와 카린, 안나가 3P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루이스가 그 사실을 입에 담는 순간 브란트루프 가문뿐만 아니라, 레빈 왕국도 쑥대밭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 걱정에도 불구하고 카린은 고개를 절레거리며 말했다.

“루이스는 절대 말 못 할 거예요.”

“어떻게 확신하세요?”

카린은 흐트러짐 없는 표정으로 상큼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마마보이가 자기 엄마를 파멸로 몰고 가는 짓을 할 거 같아요?”

“아….”

그건 몰랐다.

루이스가 마마보이였구나….

하긴 가면무도회에서도 내가 안나와 달라붙으니까 귀찮게 굴긴 했지.

“일단 회복할 때까지는 조용히 입 닫고 있을 거예요. 회복하고 나면 나나 당신에게 먼저 접근해서 협박하겠죠.”

“그럼 한동안 여유가 있다는 말이네요.”

카린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됐다.

그녀의 말대로 루이스가 마마보이라면 내가 자기 엄마와 잠자리를 가진 것을 절대 어디에 떠벌리고 다니지 못할 테니까.

“훗… 여유가 넘치시네요.”

“뭐, 딱히 걱정할 이유가 없죠. 상대가 루이스인데.”

내가 루이스를 헐뜯듯 말하자, 카린의 우아한 걸음이 멈춰 섰다.

그리고는 나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제 면전에서 루이스를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내 발언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카린은 이런 여자다.

자신감 넘치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그렇게 카린과 나 사이에 서서히 열기가 피어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저 멀리에서 갑자기 나긋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 씨?”

나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카린과 거리를 벌린 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카린…님?”

루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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