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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86화 (587/898)

〈 586화 〉 586화 영웅 사관 학교 (5)

* * *

나는 지금껏 영혼 소환술을 몇 차례 사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영혼 소환술을 사용했어도 그와 연계되는 빙의술은 단 한 번도 제대로 활용해 본 적이 없었다.

이민수, 베아트리체의 부모, 베아트리체를 괴롭힌 녀석들….

오로지 영혼을 불러서 정보를 캐내는 용도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

원하는 영혼의 능력 카테고리를 결정해주세요.

무술, 마법, 회복….

=====

‘자, 누구를 뽑아볼까나~’

빙의술을 정식으로 사용하는 날이….

=====

빙의술(액티브)

소환하거나, 주변을 돌아다니는 영혼을 자신의 몸에 빙의시켜서 생애 동안 그가 가졌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레벨과 호감도에 따라서 유지 시간과 능력의 수준이 올라간다.

=====

위그드라실에서 얻어낸 전설 스킬.

하지만 그런 전설 스킬임에도 단 한 가지 걸리는 점이 하나 있었다.

‘아직 1레벨이라 좀 불안하네.’

빙의술은 지금까지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직 1레벨이었다.

이런 상태라면 높은 능력치를 지닌 녀석을 소환하더라도 온전한 능력을 뽑아낼 수 없을 터….

내 걱정을 단번에 알아차린 아르모니아가 제안했다.

[추천을 활용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추천?’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여러 직업이 나열된 뒤에 마지막 항목에 –추천­ 이라는 메뉴가 버젓이 있었다.

‘음… 일단 확인이나 해볼까?’

솔직히 기대감은 들지 않았다.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샀는데, 그것과 어울리는 액세서리 물품을 띄우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악성 재고 물품을….

별 기대 없이 추천을 늘어서 확인하자….

‘뭐야? 왜 이 모양이야?’

<*연호 76="" 호감도="" ­검사­…=""/>

<$*식 32="" 호감도="" ­#$술사­…=""/>

<임@# 22="" 호감도="" ­@$사­…=""/>

리스트에 뜬 목록에 있는 영혼들이 마치 바이러스라도 침투된 듯이 정보가 엉망진창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다.

한 명만 그런 것이 아닌 전부다….

‘이거 추천은 원래 이 모양인가?’

나는 혹시나 해서 다른 목록도 확인해봤다.

그 결과….

‘뭐야? 다른 것도 다 그렇네?’

<%#현 0="" 호감도="" ­검#$@­….=""/>

<종#$ 0="" 호감도="" ­화##술사­….=""/>

다른 직업란도 다를 것이 없는 상태였다.

모두 다 바이러스라도 먹은 것처럼 정확한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는 이렇지 않았지?’

[그렇습니다. 분명 다른 세계에서는 정상 작동됐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전에 사용했을 때는 이런 식으로 엉망진창이 되지 않았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로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단 소환은 되는 거 같으니까 해보자.’

나는 불안감을 품은 채 추천 리스트 최상단에 있는 영혼을 소환했다.

영혼 소환술을 쓰는 것과 동시에….

살아 아악.

(응? 여긴 어디지?)

중년 남성이 내 눈앞에 소환되었다.

키는 180 중반의 건장한 체격과 더불어서 딱 봐도 성격이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의 남성이었다.

남자는 갑작스러운 소환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듯 보였다.

‘일단 차음 마법부터….’

나는 바로 차음마법을 펼쳤고, 마법을 펼치자마자 주변 기류가 변한 것을 느낀 남성이 나를 보며 묻기 시작했다.

(뭐지? 나를 부른 게 너인가?)

“네.”

일단 이민수랑 다르게 나이대가 좀 있어 보이니 존댓말을 써줬다.

그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모른다.)

“…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래….

진짜 귀신은 맞지만….

날카로운 인상을 증명하듯 초면이라 경계하는 건가 싶었다.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남자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해명하듯 입을 열었다.

(연호…라는 이름을 지닌 건 기억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확신이 안 드는군.)

일단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아르모니아, 기질창 좀 띄워줘.’

[알겠습니다.]

기질창이 떴다.

그런데….

‘아, 돌아버리겠네.’

헛웃음이 나왔다.

=====

*연호

[무술], [냉철함], [#$%#@], [@#$2], [@^*%]….

=====

그 완벽함을 자랑하던 기질창조차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대략 10개의 기질 중에 아홉 개는 정상 출력이 되지 않는 상황.

이로써 알 수 있었다.

아까 영혼 소환술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아르모니아 님. 이 초유의 사태에 대해서 해주실 말씀은….’

[…죄송합니다.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와우….’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당황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야 진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나마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도 한 줄기의 빛은 존재했다.

­[검술 LV 55]­

‘다행히 검술 레벨은 잘 출력되네.’

애초에 이번 소환 목적은 정보를 캐내거나, 말동무나 하자고 부른 게 아닌 그저 소환한 영혼의 능력뿐이었다.

나는 연호라는 남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목적을 말했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불렀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맹랑한 녀석이군. 갑자기 죽은 사람을 불러내서 그런 말을 하다니.)

설마 바로 거절당하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혹시….)

“…?”

(너는 살아생전에 나와 일면식이 있는 자인가?)

“네? 아뇨. 저는 딱히 기억이 없는데.”

일면식이 있을 리가….

내가 이쪽 세계에서 죽인 괴한이 좀 있긴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능력을 지닌 녀석은 없었다.

만약 만나서 싸웠다면 순식간에 썰려 나갔을 정도로 나와 차이가 느껴지는 능력자.

사이코패스 문주아도 저 정도 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반대로 친분이 있었다면 이렇게 강렬한 인상을 지닌 사내를 잊을 리가 없다.

남자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심 아쉬운 소리를 냈다.

(그렇군. 혹시라도 내가 살아생전 무엇을 했는지 들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는 그렇게 아쉬워하는 남자를 보며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아… 혹시 죽은 지 오래돼서 그런가?’

[가장 합리적인 추측입니다.]

예전에 네오 니플헤임에 사는 묘지기가 말했다.

죽은 자는 산 자의 기억으로 살아간다고.

즉, 이 남자가 오래전에 죽었다면 동시대에 살던 자들은 전부 죽어서 기억을 잃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의문이 싹 가신 건 아니었다.

‘…그런데 호감도는 왜 높은 거지? 그냥 동화율 같은 건가?’

호감도 76.

다른 영혼들은 대부분 30을 못 넘기는 것에 비해서 이 남자는 무려 76이라는 호감도를 지니고 있었다.

생면부지 영혼치고는 너무 높은 수치였다.

[일단 정보보다는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네.’

나는 다시 남자에게 물었다.

“도와주실 수 있나요?”

(….)

남자는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분명 너를 처음 본다. 첫 만남이라 경계하는 것이 마땅하지. 하지만….)

“…?”

(내 마음속은 너를 도와주는 게 옳다고 이끄는군. 도와주겠다.)

의외로 흔쾌히 수락받아낼 수 있었다.

이 영혼이 거절하면 다른 영혼을 불러도 되긴 하지만, 이렇게 높은 호감도를 가진 영혼이 퇴짜를 날릴 정도면 다른 영혼을 설득하는 것도 무리일 테니까.

그리고 그것보다 제일 큰 이유는 능력 때문이었다.

‘애초에 호감도가 낮으면 빙의술을 써도 능력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크고….’

나는 그렇게 성을 알 수 없는 연호라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거, 쑥스러워하시긴….

나는 연호라는 혼령에게 빙의술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빙의술을 시전했다.

그렇게 연호라는 남자를 내 몸속에 넣으니, 내 기질창에 능력치가 하나 추가되었다.

­[검술 LV 40]­

‘오오… 빙의술 개쩌네.’

검술 레벨을 올린 적도 없는 내가 순식간에 상급 영웅 버금가는 능력을 지니게 된 것이었다.

원래는 55레벨이지만, 아마도 빙의술 스킬 레벨이 낮아서 떨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떨어진 수치는 호감도 덕분에 다시 오른 것 같고….

이 정도라면 초서현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지속 시간이 있으니까. 해제하자.’

나는 스킬 레벨에 만족하며 다시 빙의술을 해제했다.

빙의술을 해제하자마자 내 몸속에서 빠져나온 남자가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흐음…. 좋은 기분은 아니군.)

“하하…. 오늘 하루만 좀 부탁드릴게요.”

(걱정하지 마라. 한 번 돕기로 한 이상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을 것이니.)

말투에는 고리타분함이 물씬 풍겼지만, 그럼에도 마음은 잘 맞을 것 같았다.

아니면 그저 호감도가 높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나는 연호를 보며 물었다.

“제가 검을 쓴 적이 없어서 그런데, 괜찮은 무기 좀 골라주실래요?”

(…검을 쓸 줄 모르면서 나를 부른 거라고?)

“하하… 아무나 부를 수 없는 처지라서요.”

(알았다. 대충 봐주지.)

그 이후 나는 연호라는 혼령과 같이 대결이 있을 때까지 무기를 고르며 시간을 때웠다.

..

..

기철호는 무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내게 물었다.

“…정말 그 무기로 싸우실 겁니까?”

“네.”

“….”

내 확답에도 불구하고 기철호는 의문이 담긴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아마 나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영사관 안에 서가의 영향력이 지대한 것을 보면, 아마도 내 특기가 담긴 프로필을 얻는 건 그냥 눈을 깜박이는 수준의 가벼운 난이도였을 것이다.

서지은도 기철호와 마찬가지로 의문을 품은 채 내가 들고 있는 무기를 보며 물어왔다.

“교관님… 검 쓰시나요?”

서지은도 아마 내 특기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냥 여러 가지 두루두루 쓸 수 있는 정도고… 1대1 대결이니까 제일 어울리는 검을 골랐다. 활은 ”

“그래도 익숙하신 무기를 드시는 게….”

서지은은 걱정이 되는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걱정을 대변하듯 내 옆에 있는 영혼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애초에 저들의 행동이 정상이겠지. 중요한 대결에서 주특기가 아닌 무기를 가지고 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테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소환한 영혼의 주특기가 검인걸….

나는 서지은의 걱정을 넘기며 물었다.

“어차피 내 진짜 주특기는 마법이니까 괜찮다. 그래서 제 상대는 누구죠?”

“…이 친구입니다.”

내가 묻자마자 기철호는 신호를 주며 사용인 한 명을 앞세웠다.

170중 후반에 다부진 체격의 남자였다.

다른 사용인들과 마찬가지고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조금만 힘을 줘도 정장이 터져나갈 것처럼 근육질의 사내였다.

누가 봐도 무기를 사용하는 능력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용인은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고 면장갑만 손에 낀 채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와 상대하게 될 사용인을 보면서 옆에 있던 연호가 내게 경고했다.

(주의해라. 폭발적인 돌진력을 내세우는 사내 같으니.)

오….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만, 재능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성격은 몰라도 싸움에 관해서는 꽤 많은 것을 아는 듯했다.

뭐, 그래봤자 나보다는 못하겠지만….

덩치 있는 사용인은 기철호와 같은 양복을 입은 채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멈춰선 그를 보며 물었다.

“무기는 안 드십니까?”

“무투가입니다.”

“….”

나는 그런 덩치 있는 사용인을 잠시 물끄러미 본 무기를 바닥에 내려놨다.

내가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자 서지은을 포함한 모든 사용인이 나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나마 무표정을 유지하던 기철호가 내게 물었다.

“갑자기 왜 무기를 놓으십니까? 설마 지금 와서 그만두시려는 건….”

“그냥 무기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덩치를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는 자기 주특기가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검을 겨누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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