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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77화 (578/898)

〈 577화 〉 577화 영웅 사관 학교 (5)

* * *

나는 어둡게 칠해진 검은 하늘을 보며 통신을 들었다.

[내일 오전, 강한나 씨와 시호 씨를 출격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강한나와 시호, 두 사람에게 처음으로 맡겨진 임무.

레나와 베아트리체처럼 무력적인 부분을 고려한 임무가 아니기 때문에 급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당일이 아닌, 다음 날 워프를 타고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처음 임무에 투입하는 두 사람을 마중하는 것도 내 일이었다.

마침 내일은 일요일이고, 마중 나간 김에 같이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존재가 있었다.

[수호 님. 굳이 두 사람을 마중을 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수호 님과의 접점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쪽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데….’

어차피 시호는 들킬 일이 없고, 강한나는 적당히 일반인들 사이에 섞여서 시호와 소통하는 역할이었다.

교단에게 들킬 일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강한나와 시호의 마중을 나가는 건 두 사람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그래도 처음이잖아. 마중 정도는 가줘야지.’

[…알겠습니다. 일단 강한나 씨는 다음 날 출격을 위해 오늘 감시역에서 뺐습니다.]

‘잘했어.’

겨우 아르모니아의 승낙을 받아낼 수 있었다.

나는 그 이후, 마음 편하게 VR 헤드기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에브리카로부터 받은 신형 VR 헤드기어.

예리엘의 부탁 때문인지, 그저 신속한 일 처리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저녁 시간이 될 때쯤 배송이 와서 설치할 수 있었다.

‘신형은 뭐 다른 게 있으려나~’

나는 흥얼거리며 VR 속으로 접속하기 시작했다.

일단 첫 접속에 대한 감상평은….

‘똑같네….’

사실 신형이라고 해도 시제품인데다가 마나 인식 기능이 추가된 것이 전부인지라 크게 변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시각적 효과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이왕이면 새 기기를 사용하는 건데, 강렬한 오프닝 화면이 없는 것이 내심 아쉬웠다.

살짝 실망한 기색으로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다.’

<착용자 자료수집="" 프로그램=""/>

제일 큰 문장으로 대놓고 떡하니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혹시라도 모르고 지나쳤다는 생각조차 들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크기의 메뉴였다.

당연히 다른 프로그램도 사용하는 게 가능해 보였지만, 아마도 주목적이 자료수집인 만큼 신경 쓰이게 만든 요소 같은 거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접속을 시도하자, 프로그램은 투박한 창을 띄워서 내게 원하는 설정을 묻기 시작했다.

배경이라든지, NPC 설정이라든지, 적의 숫자와 난이도 등등….

그렇게 대충 설정하고 들어가자 내 눈에는 도심이 들어왔다.

번화가에 NPC가 돌아다니고, 내가 설정해 놓은 적이 숨어 있는 도심.

‘역시 진짜 같은 느낌은 잘 살렸네.’

내가 그렇게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친구 목록에="" 있는="" ­성수아­가="" 참여를="" 원합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나는 바로 <예> 버튼을 눌러서 승낙했고, 바로 눈앞에 성수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어머, 벌써 들어와 계셨어요?”

“하하, 네. 궁금해서 설치하자마자 바로 접속했어요.”

나는 그렇게 같이 접속한 성수아와 같이 주변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눴다.

건물이나 지나가는 NPC의 세세한 부분에 관한 토론이었다.

그렇게 걷는 중에….

“…너무 티 나게 서 있네요.”

웬 망토를 두른 존재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괴한이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처럼….

“아마 시뮬레이션보다는 측정에 더 의의를 둬서 그런 것 같아요.”

“아하….”

나는 그렇게 수긍하며 공격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성수아와 같이 도심 속에 숨어 있는 괴한들을 속속히 물리치기 시작했다.

..

..

“크허어억!”

내 공격을 맞은 괴한은 단말마를 외치며 홀로그램화 되어서 사라졌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성수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주 만에 정말 많이 달라지셨네요.”

그녀가 감탄하는 이유는 비단 마법뿐만이 아니었다.

“궁술이 정말 많이 느셨네요. 이렇게 다방면으로 실력이 오르는 경우는 처음 봐요.”

“하하….”

“아쉽네요… 어렸을 때 재능이 나왔으면 진작에 명성을 크게 얻었을 텐데.”

성수아는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쉬워하는 성수아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때 재능이 눈에 띄었으면 영사관에 입학도 했을 거고….”

나는 관심 없는 척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 정말 그렇게 입학했다면….”

“…?”

“이렇게 성수아 교관님이랑 인연도 없었겠죠.”

“…성수호 교관님의 언변은 이미 영웅급이네요.”

성수아는 상기된 얼굴로 웃으며 다시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투하다 보니 어느새 괴한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마지막 남은 망토를 뒤집어쓴 괴한을 잡은 뒤 중얼거렸다.

“그런데 궁금하네요.”

“어떤 거요?”

가벼운 몸짓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성수아.

그녀를 보면서 물었다.

“괴인은 어떻게 생겼나요?”

“…직접 본 적 없으세요?”

“네. 괴수는 던전이랑 VR 속에서 꽤 봤지만, 괴인 자체는 직접 본 적이 없네요.”

심지어 나는 임시이지만, 괴인 단체 소속임에도 괴인과 마주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성수아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인간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라고 하면 정확할까요?”

“어… 감이 잘 안 잡히네요.”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 소설 속에 나오는 수인 같은 느낌이에요.”

“아….”

체형은 인간과 유사하지만, 형태는 각종 동물 형태라는 것이 성수아의 설명이었다.

포유류도 있고, 곤충도 있다고….

나는 즉시 성수아의 설명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존재가 있었다.

베아트리체와 시호.

시호는 혼령이라 논외로 치더라도 베아트리체는 도심에 나타나는 순간 바로 척살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베아트리체는 급한 경우가 아니면 소환을 자제해야겠다.’

인식 저해 망토가 있긴 하지만, 그것도 허점은 존재한다.

인식 저해 망토는 신분을 숨겨주기는 하지만, 보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아이템이다.

현대 사회에서 그런 망토를 쓰고 다니면 아까 괴한처럼 ‘나 불한당이요!’ 광고하는 꼴밖에 안 된다.

[최악의 경우에만 소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방침을 정하며 성수아의 설명을 계속 들었다.

..

..

나와 성수아는 자료수집 프로그램을 마치고, 동물의 마을에 접속했다.

게임을 하면서도 성수아가 해주는 괴인에 대한 설명은 끊임이 없었다.

대표적인 건 외형.

괴인들에게 정형화된 외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성수아는 간략하게 수인이라고 말했지만, 그 때문에 베아트리체와 시호가 떠올라버렸다.

나는 좀 더 구체적인 형식으로 물었다.

“괴수랑 인간이랑 합쳐진 느낌인가요?”

“네. 인간처럼 두 발로 다니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지능이 낮아지면서 네발로 기어 다니는 녀석들도 있어요.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어서 보자마자 바로 알아채실 거예요.”

시호와 베아트리체와는 다른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괴인들이 인간 사회에 침투하는 방식까지 들을 수 있었다.

대개는 괴인 추종자들을 섭렵해서 인간 사회에 깊숙이 침투하지만, 그 못지않게 특수한 능력을 쓰는 녀석들도 존재한다고 했다.

“인간 형태로 변하는 녀석들도 있다고요?”

“네. 그런 녀석들이 제일 위험해요.”

괴인이지만 인간 형태로 변해서 인간 사회에 몰래 들어온 녀석들….

‘나를 도와주는 녀석도 그런 녀석이려나?’

[정확한 정체를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비상시에는 알아볼 수 있는 신호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비상시?’

의외였다.

나는 어디까지나 잠시 도움을 받아서 영사관에 침투한 입장이었다.

처음 이곳에 올 때만 하더라도 도움은 절대 못 받을 것이라고 조디악 측으로부터 들을 적이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장소에 침투시켜줬으니 향후 알아서 하라는 지침이었으니까.

그런데 조디악도 사정이 바뀐 모양이었다.

[수호 님의 성과를 인정한 만큼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서포터 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오….’

무작정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위급한 상황에는 꼭 도와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너무 기대를 바라지는 말라고 했습니다. 명령을 내렸다고 해도 내부자가 자신의 안위를 더 신경 쓰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뭐, 약관이 허술해도 보험은 보험이니까.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밤하늘.

익숙한 숲.

익숙한 소리.

익숙하다 못해 내 고향에 온 것 같은 평온한 장소.

동물의 마을이었다.

나는 성수아와 같이 돌아다니며 광석과 목재를 열심히 캐고 있었다.

대충 괴인에 대한 설명을 마친 성수아는 얕게 한숨을 쉬면서 한탄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너무 여유를 부리긴 부렸나 봐요. 열심히 했으면 이미 투룸 이상의 집을 만들었을 텐데.”

동물의 마을은 분명 슬로우 라이프를 목적으로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성수아와 나는 초기에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어느 순간 거의 시간이 정지한 수준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성수아를 향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매번 중간에 졸아서….”

“네에? 무슨 소리예요. 그게…. 오히려 제가 너무 느긋해서 그랬죠.”

성수아는 나무를 캐던 나를 품으로 끌어안고는 부비부비하기 시작했다.

“성수호 교관님의 이 모습이 얼마나 좋은데요.”

“하하….”

성수아가 좋아하는 만큼 나도 사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체형으로 성수아 같은 여자에게 언제 안겨 보겠는가?

하지만 문뜩 그렇게 생각하니 아쉬운 점도 떠올랐다.

‘아… 이 모습으로 섹스하고 싶다.’

[….]

내가 말해도 참 쓰레기 같은 말이지만, 어쩌겠는가… 정말 하고 싶은걸.

천륜을 찢어버릴 것 같은 그런 쾌락.

성수아의 품에서 그런 쾌락을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나중에 회장한테 부탁해볼까?’

[백지 수표를 바로 찢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쪼잔한 늙은이 같으니.’

[….]

나는 혼자 회장과 쉐도우 복싱을 펼치며 불만의 표정을 그려냈다.

그렇게 내가 혼자 속으로 꿍시렁거리자….

내 뒤에서 나를 껴안던 성수아도 비슷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성수아가 꿈틀거리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내가 어린 모습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내 모습만 그런 것일 뿐.

결국 성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스킨쉽을 나누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런 것치고도 지금 성수아의 행동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성수호 교관님… 언제나 생각하지만, 지금 모습… 너무 귀엽네요.”

“하하… 이 나이에 귀여워 봤자 좋을 게 있나요.”

“무슨 말씀 하세요. 저는 성수호 교관님의 모든 모습이 좋은데요.”

성수아는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

이상했다.

이 정도 스킨쉽을 행한다면 분명 경고 메시지와 함께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었으니까.

하지만 성수아의 손길에서 불순한 감정이 또렷하게 느껴지고 있음에도 시스템은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

나는 의아한 표정과 함께 어리둥절하며 당황이 깃든 목소리를 냈다.

“이, 이상하네요. 원래라면 이쯤이면 원래대로 돌아가야 할 텐데….”

나는 평소와 다른 상황에 작은 체형으로 살짝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내 발버둥이….

‘으응?’

성수아의 몸에 꽉 붙들러 지면서 움직임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되었다.

“아까 잠깐 시스템을 확인해봤는데요.”

“…?”

“마나 인식 말고도 다른 기능도 있더라고요.”

“어, 어떤 기능인가요?”

뭔가 싶어서 당황하는 순간 성수아가 희미하게 웃으며 내 몸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더듬거리던 성수아의 손이 내 바지 안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음흉한 목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어 왔다.

“관리자 권한이라고. 몇몇 가지를 저희 마음대로 제어하는 기능이 있더라고요.”

“궈, 권한이요?”

“네, 그러니까….”

“큿!”

성수아는 내 자지를 손에 크게 쥐면서 진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얌전히 계세요. 성수호 교관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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