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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63화 (564/898)

〈 563화 〉 563화 동서냉전

* * *

기동성 대결은 시호가 먼저 결승선에 도달하면서 시호와 강한나 팀이 이겼다.

그리고 달리기가 끝나고 나서….

“흐아… 흐아….”

시호는 공중에 뜬 채 천장을 바라본 채 누운 포즈로 숨을 몰아쉬었고….

“에테르 괜찮아. 열심히 했어.”

비올라는 별 탈 없는 모습으로 다이아몬드 형태로 변한 에테르를 쓰다듬어 줬다.

그리고 이 중에서 제일 큰 피해를 입은 건….

“크헤헥… 히, 힘들다냥….”

죽을 것처럼 바닥에 쓰러진 베아트리체였다.

그녀는 걸을 힘도 전부 소진했는지 에테르의 도움을 받아서 출발선까지 다시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왔음에도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바닥에 누운 채 산소를 갈망하며 열심히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베아트리체를 보면서 새삼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베아트리체도 묘족이라 빠른 편에 속할 텐데, 하필 상대가 유령과 우주물질이었으니까….

그렇게 중간 휴식 타임을 가진 뒤, 우리는 함선에 있는 훈련소로 향했다.

그리고 훈련소에 도착하자마자 강한나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전투예요.”

사실 저 말을 들었을 때, 좀 의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전투력이 제로에 가까운 강한나와 전투력 측정이 불가능한 혼령 시호.

그에 비해서 최소한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베아트리체와 우주 최강의 물질인 에테르를 가지고 있는 비올라.

애초에 두 팀이 싸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강한나 정도가 되면 이미 전투력 측정을 마치고, 이미 승패를 직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실은 비단 강한나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 여자도 이미 알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강한나의 말에 당황한 비올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싸우는 건….”

비올라가 눈치를 보자, 강한나는 팔짱을 낀 채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딱 봐도 저희 쪽의 패배네요. 이번에는 그쪽의 승리로 하죠.”

“정말… 괜찮겠냐냥?”

“개인적으로 기동성만큼은 아니지만, 전투 또한 최선순위에 있어야 하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요.”

이런 장면을 보면 강한나를 데려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싸움을 봉합할 목적으로 시작한 대결인 만큼 상대방을 인정할 부분도 드러내며 대결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결의 승자가 정해졌다고 해도 마무리된 건 아니었다.

강한나는 비올라와 베아트리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렇게 훈련실에 온 거, 괜찮다면 두 분의 실력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아, 저희 둘이요?”

“에이… 너무 실력 차이가 난다냥….”

예전이라면 당연히 베아트리체의 압승이었겠지만, 지금은 에테르를 소유한 비올라의 압승이 될 것이었다.

에테르는 레나조차 뚫지 못했으니까.

“그냥 보여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어디까지나 같이 지내는 처지에서 어느 정도 실력인지 알아두면 좋잖아요?”

“레나가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알았다냥.”

“레나…… 그분이 그렇게 강한가요?”

강한나의 물음에 비올라와 베아트리체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네. 정말 강해요!”

“강하고, 만능이다냥!”

“…그렇군요.”

강한나는 두 사람의 반응에 못마땅하다는 듯 표정을 짓더니,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큰 대결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간단하게 보여주기만 해도 돼요.”

그렇게 강한나의 부탁과 함께 베아트리체와 비올라가 대결 훈련을 진행했다.

아니, 사실 훈련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뭐 했다.

“으아아앙!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냥!”

“에, 에테르한테 가만히 있어 보라고 할까요?”

“그건 의미가 없다냥!”

베아트리체가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어도 에테르는 손쉽게 베아트리체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레나가 공격을 퍼부을 당시에는 에테르도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그냥 놀아주는 느낌이랄까나?

“히잉… 괜히 했다냥….”

그렇게 전투 부분 대결은 베아트리체와 비올라의 대결(?)로 마무리되었다.

..

..

그다음 대결 방식은….

“…요리?”

내 의문이 담긴 목소리에 다른 세 여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의문을 입 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음식이라면 에넬로 만들 수 있지 않나요?”

“맞다냥. 굳이 요리할 필요가 없다냥.”

“한나야, 얘네들 말대로 요리로 대결할 필요가 있어?”

나를 제외한 세 여자의 의문에 강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요. 에넬… 정말 대단해요. 그런 만능 물질이 존재하는 데다가, 심지어 특정한 사람만 쓸 수 있다니…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해준 존재…. 하지만….”

강한나는 그렇게 우리를 쭉 둘러보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어제 들은 바로 에넬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모두 균일한 선으로 만들어진다고 들었어요.”

의식주의 최소 수준을 만들 때, 에넬의 가성비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음식.

집은 텐트 정도가 한계고, 옷도 평상복이 한계인 것에 비해서 식사는 적은 비용으로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 한계선이 존재했다.

그 한계가 바로 맛.

한 번 본 음식은 에넬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재료 배합 비율을 임의로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에서는 비효율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야 우주 각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여러분들은 욕구가 없나요?”

“…욕구요? 식욕 말인가요?”

“아니요.”

강한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세 여자의 시선을 받은 채 나를 힐끗 바라보며 흥얼거렸다.

“좋아하는 남자한테 자신의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은 욕구 말이죠.”

“아!”

강한나의 말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생각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긴… 그런 생각이 있긴하다냥.”

“내가 이래 봬도… 한식은 좀 만들 줄 아는데.”

“저는 빵 만들어주고 싶어요! 수호 씨, 빵! 좋아하나요?”

“뭐!?”

나는 비올라의 빵 소리에 순간 흠칫하며 몸을 뒤로 내뺐다.

예전에 비올라 꿈에 들어갔다가 그녀가 나를 반죽과 섞어서 빵을 만들려고 했던 기억이 뇌에 꽂히듯 들어왔다.

나는 속 안에 잠들었던 트라우마가 심장에서 터져 나오며 온몸의 혈관을 타고 올라가 뇌를 뒤덮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오소소 몸을 떨자, 비올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수호 씨. 왜 그러세요?”

“아, 아냐! 빵 좋아해… 비올라가 만든 빵이 궁금해서!”

“후후. 열심히 만들어줄게요!”

“기, 기대되네! 하하하….”

분명 그저 제빵을 하고 싶어 하는 비올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 일단 식당으로 가죠.”

그렇게 강한나의 말과 함께 식당에 도착한 우리는….

“그런데 재료랑 식기가 없네요.”

강한나의 말대로 공허한 식당 내부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우리가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그저 테이블 위에 에넬로 음식을 만들어서 먹을 때뿐이었다.

식당 내부에 화기 관련 기구들이 잔뜩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냥 장식용이나 다름없었다.

“이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네요. 저는 이곳에 어제 들어왔다 보니….”

내가 곤란해하는 강한나를 보면서 말했다.

“내가 아르모니아한테 물어보고 올게요. 기다려요.”

“잠시만요.”

“…?”

강한나는 내 눈치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부탁하는 건… 좀 그렇네요. 다른 대결 방식을 찾아보죠.”

역시 조직에 특화된 여자였다.

입사 첫날부터 조직 최고 책임자의 눈도장이 찍히는 짓을 하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나도 책임자인데… 왜 나한테는 저런 모습을 안 보여주나.’

내가 장난스럽게 속마음으로 투덜거리자….

[권위를 세우고 싶다면 평소에 행실을 잘하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 속마음, 마음대로 읽지 마.’

[통신용 속마음을 잘 구분해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

함선 내부에서 남의 마음 읽는 것까지 신경을 쓰면서 속마음을 내뱉고 싶지 않다고….

이번에는 내가 진짜 속마음으로 말했음에도 아르모니아는 그런 것까지 읽듯이 대화를 진행했다.

[필요한 식자재를 말씀하시면 바로 제공하겠습니다.]

‘설마 아까부터 구경한 거야?’

[……소음이 들려서 걱정했을 뿐입니다.]

소음이라니… 함선 방음이 좋은 건 본인이 더 잘 알면서….

아르모니아의 마지막 말과 함께 갑자기 주방에는 기본적인 조리 도구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쏴아아악!

“어!? 무, 무슨….”

“뭐, 뭐야! 이건?”

에넬로 물건이 소환되는 모습을 처음 본 강한나와 시호.

그리고 그렇게 당황하는 두 사람과 다르게….

“아르모니아 씨가 보고 있었나 봐요.”

“흐흐, 역시 귀가 밝다냥.”

두 사람은 선배로서의 여유로움을 보여주며 소환되는 물품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렇게 심심하면 이곳에 와서 같이 놀면 좋을 텐데냥.”

베아트리체의 말에 동감하긴 했지만, 딱히 동조의 말을 내뱉지는 않았다.

나는 왠지 보복당할 거 같았으니까….

나는 순식간에 생겨난 무수한 조리 도구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아르모니아가 필요한 걸 말하면 바로 만들어주겠대.”

“흐음… 설마 직접 보고 계실 줄 몰랐네요.”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던 강한나는 금세 표정을 풀면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죠. 이왕 시작한 거 서로 최선을 다해서 해보죠.”

강한나의 말과 함께 각자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

..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유는 바로 베아트리체와 비올라의 요리 지식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평생 요리를 해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비올라는 평생을 벙커 궁전에 갇혀 살면서 요리를 받아먹었고, 베아트리체는 어머니의 요리를 먹다가 전쟁 후에 따로 요리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즉, 요리 재능을 확인할 상황이 아예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강한나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레시피를 보면서 천천히 하세요. 이번에는 평가하는 사람의 취향만 따지는 걸로 하죠.”

나름대로 배려를 해준 것이다.

애초에 친선전 분위기로 이끌었으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 맞춰서 네 사람도 어느새 경쟁심을 줄이고, 서로 가벼운 분위기로 즐기기 시작했다.

‘강한나가 성격이랑 다르게 분위기 메이커 기질이 있었네.’

[다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응? 어떤 거?’

잘하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라는 거지?

[강한나 씨는 지성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상하 관계를 다지는 스타일입니다.]

‘하긴 그런 거 같긴 해.’

[즉, 통제가 가능한 상대라고 판단하면 여유롭게 상대해주는 반면에….]

아르모니아가 통신으로 말하려는 순간 그녀의 말을 방해하는 기압 소리가 들려왔다.

솨악!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주방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주인님.”

침착한 표정의 레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타난 것과 동시에 강한나의 표정이 변했고,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과 비슷한 지성과 위치에 자리한 사람이 나타나게 되면 극도의 라이벌 의식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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