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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56화 (557/898)

〈 556화 〉 556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강한나!!! 이 씨발 년아!!!­

“….”

(….)

강한철의 외침에 강한나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입술을 꾹 닫았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던 영혼인 시호는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처럼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강한나는 이 사실을 이해하며 침묵했고, 시호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해서 침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너무 짧았다.

­씨발! 뭔데!!! 뭐냐고!! 또 뭐야!!­

강한나는 바싹 마른 입술로 한숨을 쉰 뒤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요새 연락하지 않아서 한번 연락해 보….”

­씨발! 왜 하필 지금인데! 매번 좆같은 타이밍에 연락하네!­

“야… 강한철.”

예전의 강한나였다면 그저 당황하며 미안하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미안함 따위는 단 1도 없었고, 오히려 분노가 서서히 피어오를 뿐이었다.

강한나는 강한철의 예상 이상의 반응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깔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내가 시간 내서 연락했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너무 한 거 아냐?”

­씨발… 네가 지금 나한테 훈계할 위치야?­

“훈계?”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강한나는 강한철의 대사에서 그가 생각하는 입장을 미미하지만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 이제 완벽히 이해했어.’

언제나 일방적인 통보만 해오던 그였다.

예전에는 그 모습에 반해서 그를 우러러봤지만, 지금에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강한철에게 나는 그냥 쓰기 좋았던 장기 말일 뿐이었어.’

딱히 서글프거나 아쉬움이 남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한 건 강한나뿐이었다.

정작 옆에 있던 시호는 강한철이 강한나에게 날린 폭언을 듣고 불같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야! 강한철! 너 미쳤어! 한나한테 왜 그런 식으로 말해! 한나, 너도 가만히 있지 말고 한 소리 해야지!)

“….”

강한나는 그런 시호의 말에 고개를 절레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강한철이나 고민태의 기술력으로도 시호의 목소리와 외형은 전자기기를 통과하는 게 불가능했다.

즉, 지금 비상 연락망 건너편에 있는 강한철에게….

­씨발! 강한나, 네가 지금 나한테 훈계를 해?­

시호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는 단 1도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강한나는 지금 상황에 되려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계획이 있었네.’

강한나는 자신에게 이 일을 시킨 남자를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촐싹대 보여도 자기가 모르는 곳에서 계속 암약을 세우는 남자.

‘이번 남자는 내가 잘 잡았네.’

강한나는 그렇게 안도하며 옆에 있던 시호를 침묵으로 진정시킨 뒤 강한철과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훈계를 못 할 이유가 뭐가 있어?”

­…뭐?­

“그렇잖아. 너는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강한나는 강한철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원하는 꿈을 이뤄주려고 노력하는….”

딱히 강한철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가 또 어떤 공격적인 말을 해올까 기대가 될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보답하듯 강한철은 강한나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창녀 주제에….­

“…뭐?”

강한나는 순간 자기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고.

강한철은 그런 강한나의 귓속에 다시 한번 폭언을 되새겨줬다.

­그런 쓰레기 같은 놈한테 다리를 벌리는 게 창녀가 아니면 뭐야?­

“너… 너… 무, 무슨….”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감시하라고 당부를 했더니, 그런 망나니 같은 남자한테 빠져서는….­

“….”

강한나는 생각보다 너무 강한 타격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며 휘청이기 시작했다.

그런 강한나의 모습에 분노한 건 또 시호였다.

(야! 강한철!!)

하지만 그런 시호의 분노에도 강한철은 계속 강한나를 매도할 뿐이었다.

­아, 미안! 창녀가 아니지. 창녀는 최소한 돈이라도 받고 몸을 팔잖아? 너는 창녀라기보다는… 정액변소라는 말이 어울리겠네?­

(강한철… 그만해!)

­아닌가? 변소는 최소한 자기 위치를 망각하지 않고, 오물을 잘 받아내잖아. 너랑 다르게 말이지….­

(그만… 그만하라고!!)

강한철의 말은 강한나에게만 타격을 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시호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다.

강한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강한나뿐만 아니라, 그 옆에 있던 시호의 마음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와 함께 연락이 끊겼다.

­강한나, 당분간 쥐 죽은 듯이 지내. 진짜 변소처럼. 알았어?­

뚝.

“….”

(하, 한나야?)

시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강한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호와 다르게 강한나의 표정을 흐트러짐 없이 평온했다.

그런 강한나의 표정을 보며 시호가 다시 한번 물었다.

(하, 한나야…? 한철이가 왜 저렇게 말하는 거야? 아무리 싸웠더라도 저렇게 말하는 건….)

“…언제나 그랬어.”

(…뭐?)

강한나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시호를 바라봤다.

“한철이는 언제나 나한테 저랬어.”

(마… 말도 안 돼.)

현실을 외면하려는 시호를 보며 강한나가 결정타를 날렸다.

“시호… 강한철은 저런 애야. 네가 지금까지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강한철이 세상을 휘어잡으면 모든 인간을 저렇게 대할 거야.”

(강한철이….)

“그리고 시호, 너한테도 분명 그렇게 대할 거고….”

(….)

강한나는 시호에게 지금 보여준 강한철의 변화는 시작일 뿐이고,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식으로 설명하며 설득했다.

그리고 그 설득의 마지막에는….

“시호.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나 이제 그 남자 따라가려고 해.”

(아… 오빠를?)

“아, 그, 그래… 오, 오빠….”

시호의 입에서 나온 오빠라는 단어가 강한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야기를 진행했다.

“…같이 가자.”

(응? 그건… 이미 정했어. 나도 오빠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그런 마음가짐이 아냐.”

(그런 마음가짐이라니?)

“평생 강한철을 보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

(아….)

시호는 잠깐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한나… 너한테 저렇게 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더 이상 강한철이랑 같이 지내고 싶지 않아졌어.)

“정말 괜찮겠어?”

(응. 마음 다잡았어.)

“그래….”

강한나는 시호의 말을 믿었지만, 완벽주의자인 그녀의 입장에서 살짝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마음은 떠난 거 같은데….’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뭔가 확실한 결정타가 필요했다.

강한나는 속에 품어진 아쉬움이라는 가시를 느끼며 시호와 같이 방을 나섰다.

숨 막히던 방을 나선 강한나는 시호와 같이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는….

“잘 이야기했어요?”

강한나를 보자마자 품에 안아주며 환하게 맞이해주는 남자가 있었다.

강한나는 남자의 품에 안긴 채 눈을 감고 따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 애초에 두 사람을 저울질하던 내가 바보였어.’

연락 한번 하는 것만으로도 악마처럼 취급하는 강한철과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천사처럼 따스한 품에 안아주는 남자.

처음부터 저울질할 가치가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강한나는 지금 그 저울질했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지내다 보면 이 남자에게도 불만이 생기겠지. 하지만….’

강한나는 품에 안긴 채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이 남자는 지금 당장은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잖아. 그거면 됐어.’

강한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자의 품에서 살며시 빠져나오며 나긋하게 말했다.

“해결했어요. 그런데….”

강한나는 옆에서 자신을 뚱하니 바라보는 시호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호가 마지막으로 한번 도와줘야 할 거 같아요.”

(엥…? 내가?)

강한나는 시호의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귓속으로 마지막 결정타를 날릴 계획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

강한철은 분을 쉽게 풀지 못하고, 계속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그년은 왜 꼭 중요한 순간 연락을 해서는….”

강한나의 연락.

그것도 안부를 묻는 연락에, 강한철도 과하게 반응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분노는 도저히 식혀지지 않았다.

“꼭 중요한 타이밍에 연락해서는….”

강한철은 중간에 끊겼던 신경끈 데이터를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신세계….

“하아! 크읏! 씨발! 강한나! 이번에는 펠라인가? 크으읏!”

이민수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신경끈 데이터.

그 데이터 안에는 여자의 입술 촉감이 온전히 강한철의 자지로 전해지고 있었다.

“크헤엑! 씨발년! 보지보다 입이 더 좋은데!? 크읏!”

중독을 넘어서는 중독.

강한철은 일주일 내내 네트워크 밖을 나가지 않고 신경끈 데이터에 푹 뼈져 살았다.

현실처럼 팔을 흔들며 불필요한 힘을 소모할 필요도 없었고, 심지어 체력도 거의 무한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었다.

강한철의 정신 깊은 한 곳에서 그의 행동이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그의 본능이 그 경고를 싸그리 지워줬다.

그의 머릿속에는 그저….

“크읏! 하읏! 씨발! 강한나! 입 개쩔어!”

진짜 섹스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렇게 사정감이 확 차오르려는 순간이었다.

툭!

전송받은 신경끈 데이터가 또 중간에 잘려서 멈춰버린 것이다.

“씨발! 왜 그 부분에 도달하면 자꾸 끊기는 건데!!!”

사정 감각이 어떤지 강한철도 이미 경험해봤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위로 경험한 사정일 뿐이었다.

“씨발… 왜 마지막 순간에 데이터가 자꾸…. 혹시?”

순간 이민수가 의도적으로 데이터를 잘라낸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민수와 쪽지로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강한철은 의심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아냐…. 전직 프로그래머였지만, 그 정도 실력은 아니야. 그렇다면 데이터가 자꾸 소실되는 이유는….”

강한철이 자위에 미치게 된 계기는 심플했다.

사정.

그 마지막 순간이 강한철의 뇌를 정액으로 절여놓을 정도로 기분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섹스 감각이 담긴 데이터조차 자위와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해줬다.

그가 도달한 결론은 하나였다.

“아직 사정하는 그 느낌을 데이터로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해서 그런가?”

강한철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어느덧 해결책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민수가 신경끈을 외부로 반출시키게 만들어야 해. 도촬 카메라도 몰래 들고 들어가는 녀석이잖아. 믿어보자.”

강한철은 이민수에게 이미 신경끈 반출을 의뢰한 상황이었다.

비록 확답받은 건 아니었지만, 만약 성공한다면 바로 연락을 주겠다는 쪽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일단 신경끈만 손에 넣으면… 그 부분은 내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 강한철의 머릿속에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진짜 섹스로 느끼는 사정감을 경험하고 싶을 뿐….

그리고 그 사정감을 떠올리니 한 여자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강한나….”

그가 강한나의 연락에 분노한 건 그저 가상 섹스를 방해받은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또 다른 이유….

“씨발! 강한나! 괜히 연락해서 심란하게 만들고 있어!!”

현실을 잊고 살던 강한철에게 다시 현실을 주입한 강한나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다.

하지만 한번 현실을 인식하고 나니 강한철도 도저히 눈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아… 일단 나가자.”

그렇게 결심하며 큰맘 먹고 육체로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끄으… 응? 생각보다 별거 없네?”

강한철은 육체로 돌아왔을 때, 기절하는 것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육체로 돌아와도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다만 정신체와 다르게 몸의 무게가 느껴지면서 답답함이 몰려들 뿐, 큰 이상증세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흥, 역시 별거 없네.”

강한철은 갑자기 의기양양한 상태로 의자에서 일어난 뒤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끄으으! 일단 음식으로 영양을 보충이나… 응?”

강한철은 기지개를 켜는 중에 천장에 달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원래라면 화들짝 놀랄만한 광경이었지만, 강한철은 익숙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시호. 천장에서 뭐 해?”

강한철이 쳐다보는 천장에는 시호가 얼굴만 내민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시호는 살며시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건넸다.

(아, 이, 일어났구나.)

“응…. 요새 내가 일어나지 않아서 걱정했어? 미안. 바쁜 일이 있어서….”

(아, 아냐! 하읏… 그, 그럴 수 있지….)

“…시호? 왜 그래? 어디 아파?”

영혼에게 아프다는 표현을 쓰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웠지만, 강한철은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시호는 얼굴이 빨개지고, 통증을 느끼는 표정으로 여우 귀를 움찔거리고 있었으니까.

“시호, 왜 그래? 어디 아프면 빨리 여기로….”

(하아앙!)

시호는 갑자기 요염한 목소리로 신음을 내뱉었고, 천장에서 영혼 상태의 액체가 길게 떨어지게 시작했다.

액체는 딱 봐도 시호에게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호는 얼굴만 작업실 안으로 내밀고, 몸은 천장에 숨긴 상태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강한철은 진득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새파란 안색으로 시호를 올려다봤다.

“시… 시호? 이, 이건….”

그리고 강한철의 걱정과 함께 시호가 입을 벌린 채 혀를 내밀며 교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아앙! 오빠! 하으으읏!! 오빠 자지, 너무 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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