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1화 〉 551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와씨… 개쩌네.’
처음 분리 신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감상은 그저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이미 회복 스킬을 배워놓은 상태였고, 상처가 생기면 재깍재깍 회복하면 그만이니까.
심지어 최악의 경우에는 에넬로 신체를 다시 수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그야 분리 신체는 그저 육체의 결손을 보강하는 수준이 아닌, 진화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내 기준에선 그것도 딱히 끌리는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고다!’
무선 연결 오나홀.
이게 진짜 실현 가능한 세상이었다니.
[애초에 분리 신체 자체가 나름 괜찮은 기술이 아닙니까? 지금 보여주는 건 그저 분리 신체의 장점인 흥분을 전달하는 기능뿐 아닙니까?]
‘어허! 우주 최고의 과학 기술을 그런 식으로 격하시키지 마!’
[….]
모형임에도 애액을 분비하고, 심지어 열기도 완벽하게 재현하는 분리 신체.
무선 연결 오나홀… 너는 이제 내 마음속의 우주 최고의 기술 2위다.
‘1위는 함선이니까 너무 질투는 하지 마.’
[저런 물건과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합니다.]
‘….’
진짜 불쾌한가 보네. 아르모니아의 입에서 불쾌라는 단어가 나온 것 보니까.
어쨌든….
나는 아르모니아의 불쾌한 감정을 재빠르게 피하고자 남자에게 물었다.
“진짜 대단하네요. 그런데 그걸 연구원들에게 연결하면… 문제의 소지가 있지 않나요?”
사실 지금 이 남자가 하는 짓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연구원 두 명이 서로 모르는 상대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섹스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심지어 최악의 경우에는 중요한 연구 중일 수도 있고….
“크흐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동의하에 신경끈을 착용시킨 거니까요.”
“하지만 지금 중요한 연구 중이라면….”
“크크… 그건 그거대로 즐겁지 않겠습니까?”
진짜 미친놈이 따로 없네….
다만 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지금 상황이 꽤 흥미롭기는 했다.
남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성기의 형태인 분리 신체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일단 분리 신체를 이용해서 사정해도 상대방에서 사정감만 전달될 뿐, 정액까지 전달되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 분리 신체는 인간처럼 식사로 에너지를 채우는 게 아닌, 이미 축적된 에너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성욕 해소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활용법이 나올 것이라는 게 네크로필리아 게이의 설명이었다.
그렇게 설명한 그는 미친 듯이 가지고 놀던 남자와 여자의 성기를 버리듯 던진 뒤, 진열되어 있던 다른 여자의 성기를 들어 올렸다.
형태는 진짜 오나홀과 똑 닮아 있었다.
그는 그걸 들어 올린 뒤 설명을 시작했다.
“이건 이번에 시제품으로 만든 녀석입니다.”
시제품.
지금까지 만든 제품들은 내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에 반해서, 이번에 만든 제품은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녀석이라고 했다.
“외부 실험용으로 만든 만큼 데이터가 신경끈과 분리 신체에 각각 전부 저장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오나홀 같은 분리 신체와 신경끈에 각각 데이터 전송을 위한 포트가 존재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이걸 저한테 왜 보여주시는 건가요?”
“크흐흐….”
네크로필리아 게이는 낄낄 웃더니, 근처에 있던 깨끗한 여자의 성기 모양을 본뜬… 오나홀과 신경끈을 건네주면서 입을 열었다.
“내일까지 쓰고 갖다주세요.”
..
..
나는 감사가 끝나자마자 기숙사에 들어와서 선물(?)로 받은 무선 연결 오나홀을 확인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미친놈이네.’
[말씀과 표정이 너무 다르십니다.]
앗, 너무 티가 났나?
상자를 보고 있자니 흥얼거림이 도저히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흥겨운 것과 별개로 황당하긴 황당했다.
네크로필리아 게이가 나에게 이 물건을 건네준 이유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강한나랑 사이가 안 좋나? 오히려 사이가 좋은 편 같던데….’
이 무선 연결 오나홀을 이용해서 강한나와 한번 해보라는 것이었다.
술에 취해 잠든 강한나에게 신경끈을 몰래 부착하고, 오나홀을 이용하면 완전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유혹.
하지만 그 유혹 자체는 크게 흥미가 없었다.
‘이미 해서 상관 없구만….’
이미 강한나와 살을 섞었지만, 네크로필리아 게이는 그것까지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뭐, 그건 몰라서 그랬다고 쳐도 이해가 가지 않는 건 따로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막 빌려줘도 되나?’
분리 신체.
개인적인 애칭, 무선 연결 오나홀.
생긴 건 추잡하기 그지없었지만, 이 물품은 분명 고민태 연구 부지의 핵심 물품임은 틀림없었다.
그런 물건을 외부인, 심지어 의원도 아닌 일반인에게 그냥 건네준 것이다.
[규정상으로는 연구 부지 밖으로 유출만 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정말 외부용으로 만든 거라 테스트 겸해서 빌려준 것일 수도 있고….’
마냥 의심하지는 않기로 했다.
문제가 생기면 조디악 측을 통해서 해결하면 그만이니까.
‘자, 그러면… 이걸 어떻게 사용할까.’
분명 내 시선을 바로 잡는 건 오나홀이었다.
하지만 그것만큼 내 시선을 끌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신경끈….’
나는 오나홀과 그것과 연결된 신경끈, 그리고 그와 별개로 분리 신체가 아예 연결되지 않은 신경끈 하나를 더 빌릴 수 있었다.
네크로필리아 게이는 분명 말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제품은 외부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감각을 데이터화해서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놨다고….
중요한 건 바로 그거다.
이 신경끈을 이용하면 강한철을 더 깊은 나락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는 너무 짧은데….’
하지만 빌릴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해봐야 하루.
좋은 물건을 받아서 좋긴 하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아르모니아, 조디악에 연락했지?’
[어제 연락을 보냈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아. 그럼 그건 해결되겠네.’
나는 그렇게 안심하며 오나홀과 연결된 신경끈을 집어 들었다.
‘자, 그럼… 일단 받았으니까 실험해봐야겠지?’
나는 실실 웃으며 분리 신체와 연결되지 않은 신경끈을 착용하고 기숙사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기숙사를 나와서 강한나를 만난 후, 우리 둘은 술자리 멤버들이 평소에 모이는 술집으로 향했다.
연구원들이 술자리에 참석한 강한나와 나를 보면서 실실 웃기 시작했다.
“캬… 오늘은 마지막이라고 오셨네.”
“오호~ 꼬리 내리고 도망친 줄 알았는데.”
술자리 멤버들이 나와 강한나를 보면서 살랑살랑 도발을 걸기 시작했다.
나는 그 도발에 그저 어색한 미소로 대응했지만, 강한나는….
“하아… 약한 주제에 시끄러운 개가 많네요.”
도발에 맞대응하며 불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강한나의 모습을 보고도 연구원들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똑같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크하~ 요 며칠간 한나 씨 없어서 조용했는데.”
“다른 건 몰라도 마지막 날에는 질 수 없지!”
다들 그렇게 불타오르며 진열대에 있는 술을 마구잡이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한 명이 실실 웃으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게 오나홀을 건네준 네크로필리아 게이….
‘최대한 모른 척하자.’
오나홀 받은 건 좋지만, 그래도 경계는 해야 하니까.
나는 그렇게 네크로필리아 게이를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
..
결과는 이미 정해졌지만, 중간 과정도 다를 건 없었다.
다들 슬슬 취기가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에는 홍조 하나 띄지 않은 상황.
누군가 위스키를 꽉 채운 잔을 들이킨 뒤 술 내음과 함께 감탄사를 내뱉었다.
“끄하~ 정말 술 쎄시네요!”
“혹시 몸 안에 술 몰래 숨겨 놓는 장기가 따로 있는 거 아닙니까!?”
“아! 내일 떠나기 전에 우리 연구소 좀 들러요! 검사해보게!”
다들 내 주량을 놓고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승부욕으로 인한 질투심도 담겨 있었지만, 한편으로 대화 소재로 우려먹기 좋은지 즐기고 있는 분위기였다.
취기가 오른 강한나도 그 대화에 편승하면서 내게 말했다.
“혹시 마시는 척하면서 어디로 흘리는 거 아니에요?”
“하하, 제가요?”
“한번 봐봐야겠어요!”
강한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옷을 잡아당기면서 몸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취기에 휘청이며 내 몸에 엉겨 붙으며 살펴보던 강한나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투덜거렸다.
“진짜 없네…? 응?”
강한나는 짧게 투덜거린 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
아까까지 왁자지껄 떠들던 연구원들이 강한나의 모습을 보면서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침묵에 당황한 강한나가 입을 열었다.
“왜 그러세요?”
“와… 강한나 씨가 이러는 거 처음이네.”
“그러게… 남자는커녕 여자랑도 옷깃 하나 스치는 거 싫어하던 분이….”
강한나의 결벽증은 여기 있는 연구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모양이었다.
그런 결벽증이 있는 강한나가 남자에게 안긴 듯한 모습.
실수도 아닌 자의로 그런 모습은 그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 충분한 모양이었다.
강한나는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그, 그냥 궁금해서 확인하다 보니 그런 거예요.”
“와… 예전이었으면 더럽다고 온몸에 술을 들이부었을 텐데.”
그 말에 발끈한 강한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외쳤다.
“그,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그렇게 강한나가 벌떡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쏴악!
시원한 풍압 소리와 함께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내 바지에 술잔이 엎어져 버렸다.
그것도 적당히 차 있던 술이 아닌 한가득 차 있던 술이….
“….”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사이 내 바지, 그것도 고간 쪽은 술로 흠뻑 젖어버렸고.
강한나는 그런 내 바지가 전부 젖고 나서야….
“미, 미안해요! 혹시 다친 곳 없어요!?”
강한나는 내 바지가 젖은 것보다 술잔으로 인해 혹여라도 다친 것을 염려하기 시작했다.
..
..
강한나는 술집을 빠져나오며 또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술자리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나와 강한나는 그 자리를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내 바지가 그저 젖은 수준을 넘어서서 물에 빠진 꼴이라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고.
강한나는 그런 나를 혼자 보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이탈한 것이었다.
그나마 연구원들처럼 외투가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지금 외투로 하의 쪽을 가리고 묶은 상태였는데, 만약 외투가 없었으면 진짜 바지에 오줌을 지린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외투가 모든 것을 해결해준 건 아니었다.
‘이야…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긴 하네.’
복장이야 전부 같지만, 나만 외투를 하체에 묶어놔서 주목받는 꼴이 되었다.
뭐랄까… 모범생들 사이에 있는 폭주족 느낌이랄까?
그나마 다행이라면 밤중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정도?
내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기숙사로 가자, 옆에서 나란히 걷던 강한나가 또 묻기 시작했다.
“저기…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마세요.”
“….”
강한나는 내 말에도 불구하고 쉽게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가 지내는 기숙사까지 가려면 최소한 15분 정도는 걸어가야 하다 보니 더 눈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사실 죄책감뿐만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자, 그럼 한번 발동을 걸어볼까?’
나는 강한나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이상 성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크… 바지에서 술 냄새가 엄청 올라오네요. 바지로 느껴지는 술 무게가 장난 아니네요.”
“….”
강한나는 내 말에 입술을 잘근 깨물며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몇 발자국 걷지 않은 상황에서 강한나가 갑자기 내 팔을 확 붙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다.
“따라오세요.”
“네? 한나 씨, 어디를….”
“일단 오세요.”
나는 강한나의 강압적인 행동에 그저 몸을 맡기고 그녀가 이끄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저기… 여기 여자 화장실인데요?”
“….”
“저, 저기 한나 씨? 이거 들어가면….”
강한나는 내 말을 무시하고 갑자기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리모컨을 꺼내더니,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강한나가 나를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면서 소곤소곤 조용히 말했다.
“CCTV 조작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오세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이번에도 내 말을 무시하고 강한나는 화장실로 나를 끌고 들어갔다.
화장실 내부는 정말 깨끗했다.
심지어 하얀색 면장갑을 이용해도 먼지 한 톨 건져 낼 수 없을 것 같을 정도로 깨끗해 보였다.
그런 화장실에 들어온 강한나는 나를 데리고 후다닥 변기 칸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변기 칸에 들어온 강한나는….
“자… 서서 얌전히 계세요.”
갑자기 무릎을 꿇고 내 바지를 입술로 빨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