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0화 〉 550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그저 강한나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생각뿐이었다.
아르모니아는 시호만을 원했지만, 나는 강한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슬슬 솔직하게 다가가야한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시호가 강한나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분명 강한나는 그 허점을 발견해서 내게 대화를 시도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 주제로 강한나와 대화를 주도할 수 있었다.
문제는….
꽈아악.
강한나의 손에 품어진 내 고환.
그 고환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
‘끄아아아앙! 아르모니아! 아파!’
[이런 상황은 예측하신 게 아니십니까?]
‘어떤 미친놈이 고환 터질 각오를 하고 일하겠어!!’
[….]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비명과 같은 투정을 부린 뒤 이를 깨물며 신음을 내뱉었다.
“끄으으….”
“어, 어….”
강한나는 내가 신음을 내뱉자, 되려 본인이 당황하더니 손가락에 힘을 서서히 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해방감을 느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 아팠어요?”
“후우… 눈앞이 노래지던데요?”
“그… 미, 미안해요.”
처음에 강하게 나온 것에 비해 내 모습을 보더니 오히려 죄책감인 담긴 표정으로 변명하기 시작했다.
강한나도 어디서 본 것과 들은 게 있어서 따라 했을 뿐인데, 설마 이 정도로 고통을 느낄 줄은 몰랐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변명을 함에도 강한나의 손은 내 고환의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일단 힘을 풀게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죠.”
“푸훗… 진짜 아팠나 봐요? 평소에 보여주던 방정맞음이 싹 사라지던데.”
강한나는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든 뒤 이야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다시 물어볼게요…. 저랑 시호한테 접근한 이유가 뭐예요?”
“이유라….”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고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강한철 때문이었어요.”
“역시… 정말 고민태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군요.”
강한나는 서글픈 표정을 짓더니, 금세 고개를 숙이면서 표정을 숨겼다.
그렇게 잠시 침묵을 하던 강한나는 고개를 숙인 채 묻기 시작했다.
“그럼… 당신이 이루려던 일을 전부 마무리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떠나야죠. 이곳에는 볼 일이 없어지니까.”
“….”
강한나는 또다시 침묵했다.
잠깐의 침묵이었지만, 그 침묵 안에서 무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분노, 서운함, 안타까움, 배신감 등등….
하지만 그런데도 강한나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매만질 뿐….
오묘했다.
예전의 강한나였다면 내 고환을 보는 것만으로도 질색하면서 화장실로 달려가서 눈을 씻어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길에는 그럼 혐오감 따위는 없었다.
나는 그런 강한나의 모습을 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나, 저러나 괜찮은 여자라는 건 확실하네.’
[괜찮은 여자라는 건 인정하겠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그래… 이게 제일 중요한 일이지.’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나에게 말했다.
“만약 모든 일을 끝내고 떠나면 이제 평생 이곳에 못 올 거예요.”
“…고민태랑 연관이 있다면서요? 그럼 방문 정도는….”
“연관이 있는 건 맞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고민태의 윗선에서 요청해서 왔을 뿐이에요. 만약 일이 끝나면 이곳에는 다시 못 올 거예요.”
“고… 고민태 박사님의 윗선이요? 그런 조직이 있다고요?”
“그럼요. 애초에 고민태 박사는 그 조직의 대리인 정도니까요.”
“마… 맙소사….”
강한나는 내 말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입장상 이해가 갔다.
고민태라는 인물은 강한나가 살고 있는 이쪽 세계를 휘어잡은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고작 대리인 수준이라고 표현했으니까.
‘일단 비밀 단체 같은 느낌으로 말하는 게 좋겠지.’
지금 당장 강한나에게 내 진짜 정체를 알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도 여기까지 이야기를 진행한 건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내 고환을 잡고 있는 강한나의 양쪽 어깨에 손을 올린 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한나 씨.”
“…네?”
눈에 생기를 잃은 강한나는 힘겹게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강한나도 자신이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혼이 살짝 빠진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제안했다.
“저랑 같이 가요.”
..
..
감사 마지막 날.
의원들 사이에 낀 나는 강한나의 안내를 받으며 마지막 연구소를 구경했다.
강한나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설명을 진행했다.
그런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
‘어제는 그렇게 당황하더니, 금세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네.’
[여우 혼령처럼 특수한 재능은 없지만, 침착함과 업무적인 인재로서는 손색이 없는 여자입니다.]
전날, 나는 강한나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
살짝 두루뭉술한 형식이긴 했지만, 네가 모르는 세상으로 편입시켜주겠다는 제안.
다만, 한번 들어가면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대신 다른 한 가지 사실도 알려줬다.
저는 그 구석에 숨어 있는 놈처럼 한나 씨를 혼자 두지 않을 거예요.
….
그리고 내 제안에 강한나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답했다.
제안을 받아들일게요.
…괜찮겠어요?
이미 내 마음속에 한철이는 없어요. 아뇨… 있지만, 이제 예전의 감정은 아니겠네요.
강한나의 마음속에 아직 강한철이 남아있었다.
애정이 아닌, 부정의 대상으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쌓아왔던 애정이 사라지니, 그 빈 곳이 순식간에 증오로 채워진 것이었다.
그리고 강한나는 제안과 동시에 부탁했다.
시간, 그리고 믿음을 줘요.
시간은 알겠는데. 믿음이라뇨? 어떻게?
일단 당신이 정말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나에게 믿음을 주세요.
강한나가 말하는 의도는 간단했다.
내가 너무 백지수표를 남발하듯 말한 것이 내심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나를 못 믿는다기보다는 100% 확실한 믿음을 얻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시호를 설득해주세요.
강한나는 나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시호를 동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민 것이었다.
그리고 동행을 위해서는 무조건 그녀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고….
시호가 당신을 좋아해도 쉽지 않을 거예요. 저랑 다르게 강한철은 시호한테 잘해줬거든요.
하하하….
강한나는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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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종속 1단계)*
성벽 : 자위 횟수가 많거나, 섹스를 못 해본 기간이 긴 남자의 호감도가 하락한다. (소급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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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에게 작성한 성벽이 있는 한 강한철에 대한 호감도는 그저 떨어질 미래만 남기고 있었다.
지금도 충분하긴 하지만, 강한나의 말대로 미련이 아직 남아있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좀 더 강한철을 망가트릴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일단 시호는 걱정이 없고….’
전날 나는 육체는 강한나에게 맡기고, [영혼의 시간]을 쓴 채 시호와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그때 또 느낄 수 있었다.
시호의 마음속에 있는 애정의 무게추는 이미 내 쪽에 쏠려 있다는 사실을….
내가 해야 할 일은 강한철 쪽에 남은 무게추를 완전히 쓸어 내는 것이다.
‘백날 육체가 쓰레기다 뭐다 해도 결국 육체가 없으면 사랑도 없는 법이다. 애송아.’
일단 강한나가 내건 조건은 조만간 이뤄낼 자신이 있었으니, 나도 집중해서 강한나의 설명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감사 마지막 날, 우리는 부속 신체 연구소 내부를 안내받았다.
부속 신체 연구소.
전에 강한나가 보여줬던 분리 신체를 제작하고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을 관리하는 연구원은 다름 아닌….
“이야, 패배자분들께서 친히 저의 연구소에 납시셨군요.”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네크로필리아 게이였다.
‘시체애호가에 걸맞은 장소에 소속하고 있었군.’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고.
“하하… 안녕하세요.”
강한나는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컨디션이 문제가 아니라, 일 문제 때문에 빠진 거예요.”
“핫하! 패배자에게 변명은 죄악입니다!”
“하아… 정말 싫어.”
“키킥!”
분명 적당히 넘어가면 금세 사라질 도발이었음에도 강한나는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그리고 네크로필리아 게이는 그런 강한나의 반응에 또 반응해서 도발했고….
겉보기에는 악순환 같아 보였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강한나도 여기에 물들긴 했나 보네. 싫다고 말해도 결국 계속 반응해주는 것을 보면.’
당연히 강한나가 저 남자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네크로필리아 게이 쪽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서로 이렇게 고립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강한나도 도발에 끌려다니는 것 같지만, 막상 보면 도발을 끌어내기도 했고….
‘함선에 들어가면 잘 지내겠지?’
강한나와 시호는 능력적인 부분은 흠잡을 못이 없는 여자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사교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서로 마음 한줄기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끼리 톱니가 완벽하게 맞는 경우가 있고, 간혹 잘 맞은 것 같은 사람들이 톱니가 엇나가서 갈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결국 직접 만나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그리고 내 이야기에 아르모니아는 조언을 한가지 해줬다.
[어떤 식으로든 수호 님께서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잉?’
설마 싸우더라도 나를 바라보게 만들면 만사 해결이라는 건가?
싶은 순간….
[함선에 있는 여자들은 전부 수호 님의 의지로 데리고 온 자들입니다. 그들을 통제하는 것은 수호 님밖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명심할게.’
즉, 내 책임이 크다는 것을 상기시켜준 조언이었다.
그렇게 아르모니아의 조언을 들으며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네크로필리아 게이가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감사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네. 감사 일정은 오늘로 마무리고, 내일 아침에 떠날 예정입니다.”
“크흐흐… 도망자이긴 하지만, 나름 술이 강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군요.”
“하하하….”
이 양반도 지는 걸 싫어해서 그런지 도망자라는 표현을 써서라도 승리를 거머쥐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인연이 있으니 재미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군요. 이리 오세요.”
“…?”
내가 강한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강한나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감사는 이대로 진행하면 되니까 같이 놀아주세요.”
“놀아주라니….”
빨리 귀찮은 모기 같은 녀석 좀 치워달라고 내게 부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강한나의 부탁에 응해줬다.
“가시죠.”
“크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친분이 생긴 김에 신기한 거 하나 보여드리려고 하는 거니까.”
나는 그렇게 남자의 안내를 받아서 어떤 실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험실에 들어온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미친….’
진짜 미친 장소 같았다.
실험실 내부에는 각종 신체가 분리된 상태로 마치 인체 신비전을 열어 놓은 것처럼 무수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무수히 널린 팔들과 다리들… 그리고 각종 신체들.
한두 개씩만 진열된 것이 아닌, 신체 부위마다 몇백 개씩 나열되어 있었다.
“와….”
“크흐흐… 감상이 어떠신가요?”
“나가고 싶은 기분인데요?”
뻥이 아니라, 나를 왜 이런 곳으로 안내했는지 불안해서 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 남자는 내 마법 한 방에 죽일 수 있지만, 그렇게 죽이는 것도 뭔가 꺼림칙했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혐오스러운 부두 술사의 토템.
부수기는 어렵지 않지만, 부수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그런 거….
내가 감상평을 말하자, 남자는 낄낄 웃으면서 내 반응을 마음에 들어 했다.
“첫 반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데리고 올 만한 가치가 있었군요. 첫경험은 언제나 즐겁죠! 키킥!”
“…그런데 저는 왜 이런 곳에?”
“따라오세요.”
남자는 다시 앞장서면서 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실험실 입구 쪽에는 팔, 다리가 진열되었던 반면에 진입할수록 점점 다른 신체 부위도 구경할 수 있었다.
목, 어깨, 상체, 허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기입니다.”
“….”
성기였다.
그것도 남자의 것만이 아닌, 여성의 기관을 본뜬 신체 부위….
통칭, 자지와 보지였다.
심지어 보지는 하반신을 전부 꾸민 게 아닌, 팔뚝 같은 굵기의 오나홀로 되어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운 머리를 정리하고는 남자에게 물었다.
“저… 왜 하필 이곳에?”
“신경계 연구소에 가보신적 있으셨죠?”
“네. 첫날 구경했던 곳이죠.”
“그럼 그곳에서 신경끈과 분리 신체의 소개도 들으셨겠군요?”
“네.”
그곳에서 신경계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경끈과 부속 신체 연구소에서 개발한 모형 손을 이용하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사실 그것 말고는 기억도 나지 않고….
“네, 그게 제일 인상 깊긴 했어요.”
“크흐흐….”
남자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짓더니, 바로 앞에 있던 자지 모형과 보지 모형을 꺼내서 결합하기 시작했다.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갑자기 왜 이런 짓을 하는가 싶은 순간이었다.
찌걱, 찌걱, 찌걱!
“응?”
남자가 두 물체를 강제로 피스톤질을 하자 자지와 보지가 마치 진짜처럼 생동감있게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림뿐만 아니라….
찌걱, 찌걱, 찌걱!
보지에서는 애액도 분비하기 시작했다.
내가 의문을 가지며 남자의 손에 있는 자지와 보지를 보고 있자, 남자는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참고로 지금 이 두 물건은 이곳 소속 연구원 두 명의 신체와 연결된 상태입니다.”
“어… 그러니까, 지금 움직이시는 분리 신체는….”
“네, 저희 연구원 중 두 명은 지금 원거리에서 미친 듯이 섹스를 하는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
그 말인즉슨 저 물건은….
‘무선 연결 오나홀과 딜도?’
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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