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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49화 (550/898)

〈 549화 〉 549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한참 내 자지를 음미하던 강한나는 갑자기 나타난 시호와 허둥지둥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짧았고, 시호는 강한나에게 거실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을 남기고 벽으로 넘어가 버렸다.

그런 시호의 모습을 보고 강한나는 한숨과 함께 내 몸에 이불을 덮어줬다.

“하아… 하필 지금 올 줄은….”

강한나는 방에 있던 가운을 걸친 뒤, 후다닥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렇게 강한나가 나간 방에는 정적이 흘렀고….

‘…갔나?’

나는 실눈을 뜨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내 눈에 들어온 두 사람의 기질창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나….’

방 밖에 있는 거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 보였다.

지금 당장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나도 알 도리가 없었다.

기다리는 수밖에….

내가 그렇게 눈을 감고 차분히 기다리자, 아르모니아가 의문을 표해왔다.

[최면이나, 종속의 명령을 걸지 않으십니까?]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

[….]

아르모니아는 침묵으로 답답함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동안 봐왔던 아르모니아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는 갔다.

효율.

그것도 극강의 효율.

아르모니아는 괜한 불씨가 생기지 않게, 마지막 쐐기를 박기를 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의지를 내 능력으로 뒤덮어서 강제로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

그동안 내가 가끔 최면을 사용해서 의지를 흔들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는 방향을 조금씩 비튼 수준이었다.

분명 지금 당장 최면과 종속의 명령을 섞어서 걸게 되면 두 사람은 의심 하나 없이 내게 마음을 품게 될 것이다.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시는 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결과가 같다면 일단 안전한 방식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한 논리.

천천히 설득해서 모든 마음을 얻느냐, 일단 마음을 얻고 나서 천천히 설득해나가냐….

비슷한 예로 강간 순애가 있겠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나서 섹스를 하느냐, 일단 덮치고 나서 천천히 마음을 얻어가느냐….

마음을 얻으면 결국 순애에 도달하는 것이니까.

사실 나도 후자가 편하긴 하다.

종속이 있는 한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순애로 직결되는 그런 결과가….

아이러니한 건 지금 아르모니아의 의견은 혼자만의 의견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주인님.]

레나도 동의를 넘어서서 동조했다.

[과거가 행복했어도 현재가 불행하다면 그것은 불행입니다. 하지만 과거가 불행했더라도 현재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끙….’

생각해보면 레나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몰래 잠자리에 숨어들어서 그녀의 꿈을 헤집고, 관계를 가졌다.

여자에게 몹쓸 짓을 한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레나는 그 쓰레기 같은 귀족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심지어 지금은 마왕성에 비해서 행복한 삶을 구가할 수 있었다.

[결과를 중시하시길 바랍니다. 수호 님.]

[미래가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인님.]

‘….’

아르모니아와 레나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을 내게 설파했다.

분명 옳은 말이다.

분명 옳은 말이지만….

‘미안, 나는 무조건 편한 방식으로만 가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만약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벽을 뚫어야 하는 하나의 길뿐이라면 난 서슴없이 벽을 뚫을 것이다.

하지만 돌아갈 방법이 있다면? 그건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편한 방식은 분명 압도적인 결과물을 내지. 하지만… 남는 게 없더라.’

[….]

황당한 소리 같지만 난 그렇게 생각했다.

게임에 빠졌을 당시, 나는 너무 어려운 난이도의 게임을 접하고 딱 한 번… 치트를 쓴 적이 있었다.

그 덕분에 몇 날 며칠을 플레이해야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의 엔딩을 하루만에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모든 사람이 명작이라고 칭송하는 게임이었는데, 나한테는 망작으로 남아 버렸어.’

훗날 치트 없이 클리어했지만, 결국 달라지는 건 없었다.

두 번째 플레이에서조차 게임 속 주인공에게 단 1도 몰입이 되지 않았고, 히로인들에게 단 1의 호감도도 생기지 않았다.

결국 내 마음속에서 그 게임의 평가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결과가 좋고, 미래가 행복하면 좋지. 그런데… 불안해. 혹시라도 내가 저 두 사람을 그렇게 생각할까 봐.’

[….]

[….]

민하연과 한봄에게 종속을 걸고 성벽을 작성했지만, 내심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건 이유가 있었다.

위그드라실은 상대가 한여름이다.

한여름 자체는 병신이라 상관없지만, 문제는 회귀였다.

회귀라는 사기성이 짙은 변수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이 성벽을 작성한 것이었다.

‘뭐… 언젠가 루나나 성수아, 초서현에게도 종속을 걸고, 성벽을 작성하는 날이 오긴 하겠지. 그런데… 그냥 최대한 미루고 싶어.’

[…알겠습니다. 괜한 말로 마음을 흔들어서 죄송합니다.]

‘언제나 말하지만, 사과하지 마. 의견이잖아. 의견. 언제나 하고 싶은 말 해.’

아마 이 이야기는 또 나올 가능성이 컸다.

아르모니아는 의외로 답답한 것을 싫어하니까.

하지만 그때는 또 내 생각이 바뀌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르모니아도 분명 내가 모르는 사건을 겪으면서 지금의 성격이 됐을 테니까.

그 이후 통신 대화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딱히 침묵으로 서로의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 아닌, 침묵으로 서로를 이해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침묵하고 있을 때….

찰칵.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들어온 강한나는 나를 흔들면서 깨우고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일어나보세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

..

강한나는 CCTV에 걸리지 않게 최대한 조용한 목소리로 나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저 말고 다른 여자 있었어요?”

먼저 이 말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일단 강한나의 말에 당황한척하면서 입을 열었다.

“음… 갑자기 돌직구네요.”

“빨리 말해보세요.”

나는 대답을 강요하는 강한나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있긴 했었죠.”

“지금은요?”

“….”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방 한구석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

시호가 몸을 살며시 웅크린 채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내 시선을 눈치챈 시호는 화들짝 놀랐고, 시호를 바라보던 내 모습에 강한나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한나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침착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내게 물었다.

“대답해줘요. 지금 저 말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

“….”

나는 끝까지 침묵으로 대답했다.

현재 나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오는 대답은 어떤 상황이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든 것이다.

긍정하면 강한나가 상처받을 것이고, 부정하면 시호가 상처받을 것이다.

나는 침묵을 유지하다가 최악일 수 있는 최고의 대답을 내놓았다.

“죄송해요. 그건 대답 못 하겠어요.”

“….”

강한나의 말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긍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 수긍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강한나와 시호에게 이성으로서 예의를 차린 것이었다.

이제 당사자들이 어떻게 나를 받아들일지가 중요했다.

강한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나를 서글프게 쳐다봤고, 시호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축 늘였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금세 표정을 풀고는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강한나가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질문을 바꿀게요.”

“…?”

“시호… 아세요?”

“….”

나는 그 말에 큰 고민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숨길 필요 없는 사실인 것처럼….

강한나는 그런 내 모습에 오히려 당황하며 묻기 시작했다.

“의, 의외로 덤덤하시네요?”

“전에 시호에게 들은 적은 있어요.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그리고 한나 씨의 말을 듣고 그저 연결했을 뿐이에요.”

“….”

강한나는 내 대답을 듣고는 방구석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시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시호를 보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시호… 지금 옆에 있는 거 알고 있죠?”

“음… 어림짐작으로 느끼고 있었어요.”

“그럼… 지금 그거 해주실 수 있어요?”

“그거요?”

그거라뇨? 설마 섹스?

내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묻자, 강한나는 시호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내 귀에 속삭였다.

“그… 유체 이탈이요. 시호가 말해줬어요.”

“아….”

나는 피식 웃으며 침대에 누운 뒤 미소를 지었다.

“뭐, 한나 씨 부탁인데, 못 들어줄 것도 없죠.”

“으휴… 이럴 때도 분위기는….”

강한나는 포기했다는 듯이 피식 웃은 다음, 침대에 누운 나를 집중해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나는 조심스럽게 집중해서 [영혼의 시간]을 사용했다.

육체를 빠져나온 내 영혼을 보면서 강한나가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입을 가리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지… 진짜 된다고?”

나는 영혼 상태로 CCTV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시호를 보며 말했다.

(잘 지냈어?)

(오, 오빠는… 나 없는 동안 잘 지냈나 보네?)

“오… 오빠라고?”

강한나의 오빠라는 단어를 듣고는 놀란 것을 넘어서서 경악이라는 감정을 담은 표정으로 나와 시호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그런 강한나의 모습에 시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기 시작했다.

호칭까지는 이야기하지 않은 모양이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시호에게 다가가서 강한나를 보며 말했다.

(시호는 오빠라는 호칭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오… 오빠… 시호가… 오, 오빠…. 하하하….”

(으으으….)

시호는 마치 알몸을 보여주는 것처럼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았고, 강한나는 그런 시호의 모습을 보며 계속 말을 더듬었다.

그렇게 서로의 상태를 보며 대화가 계속 엇갈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금세 다시 정상으로 복구할 수 있었다.

“후우… 당신이랑… 시호랑….”

강한나는 한동안 나와 시호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중얼거리던 강한나는 가운은 입은 채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CCTV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강한나는 시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보며 조심스럽게 손짓하며 소곤거렸다.

“일단 원래의 몸으로… 그리고 잠깐 이리로….”

나는 육체로 들어간 뒤, 시호를 놓고 강한나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기숙사 실에 있던 어떤 방에 들어가더니, 갑자기 노트북을 열어서 명령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노트북 안에 작은 아이콘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강한나가 나를 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

“최대 9분이에요.”

“…?”

“지금 이 방에 있는 CCTV를 멈춘 시간이에요. 사실상 조작된 거지만 최대 9분 정도는 이상 증세를 발견하기 힘들게 만드는 소프트웨어예요.”

“아하….”

이제 알 것 같았다.

지금 강한나가 나를 데리고 들어온 방은 그저 사무용 작업실이 아닌 강한철과 내통을 위한 장소라는 것을….

그냥 대화를 나눈다면 나와 강한나의 목소리가 CCTV에 여과 없이 들어갈 것이다.

소곤거리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지만, 아마도 아까보다 훨씬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를 이곳에 부른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 고민태와 무슨 관계예요?”

“….”

강한나라면 분명 눈치챌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인이 감사에 포함된 것부터 시작해서 온갖 특혜를 주는 것도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의심도 꽤 했을 것이고.

하지만 결정적인 건 시호일 것이다.

시호에게 내 이야기를 듣는다면 분명 나라는 존재에게 이상함을 느꼈을 테니까.

“시호한테 들었어요. 한철이가 당신을 경계했다고….”

“그건….”

이제 슬슬 어느 정도 정체를 드러내도 되리라 판단하는 순간이었다.

콱.

“크흐읏?”

내 하복부 밑에 고간, 그곳에 강한나의 따뜻한 손이 감싸 쥐었다.

포근했다.

강한나의 따뜻한 손이 이렇게 내 소중한 부위를 감싸….

콰악!

“크하아앗!”

고환으로 느껴진 갑작스러운 압박에 신음을 내뱉자, 강한나는 고환을 쥔 채 나를 올려다보며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말해보세요. 나랑… 시호한테 접근한 이유가 뭔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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