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3화 〉 543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강한나는 기다란 다리를 쫙 벌린 채 남자를 향해 외쳤다.
“하아앙! 거기! 거기 좋아!! 하끄으읏!!”
촤아아악!!
그녀는 단말마 같은 신음과 함께 보지에서 애액을 뿜기 시작했다.
다행이라면 애액이 사방으로 튀어도 침대 바깥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강한나는 다리를 벌린 채 덜덜 떨면서 절정의 여운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절정의 여운을 맛보는 강한나를 보면서 남자가 비릿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9분까지는 버티셨는데, 역시 10분은 마의 벽인가 보네요.”
강한나는 그렇게 또 패배했다.
“흐읏…! 하읏! 흐으읏!!”
강한나는 남자의 손가락이 보지를 툭툭 건드릴 때마다 애액을 옅게 뿌려댔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패배의 굴욕인 희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강한나를 껴안으며 절정의 여운을 끝까지 맛보게 해줬다.
“흐음… 이제 진정됐나요?”
“…네.”
강한나는 쾌락의 즐거움과 패배의 굴욕감을 동시에 느끼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이번에는 다짐했다.
어제같이 눈앞에 있는 남자를 얕잡아보지 않고, 어떻게든 그의 마수를 버텨내겠다고….
하지만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조차 달라지지 않았다.
남자의 손길이 강한나의 고간과 골반을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지배했고, 강한나는 남자의 손가락에 희롱당하며 그저 유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내일이 된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그런 게 아냐.’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강한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한나는 남은 절정의 여운을 전부 느낀 뒤, 한숨을 쉬었다.
‘원래 이런 건가? 모든 남자가 이 남자처럼 능숙한 건가?’
의문이 생기긴 했지만, 결국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른 남자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의문의 완벽한 정답을 찾는 건 결국 불가능했으니까.
남자는 강한나를 끌어안은 채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럼 이번에도 제가 이겼네요?”
“…그래요. 내일은 절대 지지 않을 거니까… 지금 실컷 즐기세요.”
“하하하, 내일도 기대할게요.”
강한나는 남자의 웃음에 미소를 지으며 안도했다.
하지만 안도감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강한나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런 남자랑 계속 있고 싶다고…? 아냐. 착각이야. 정신 차리자.’
강한나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한 뒤, 그녀는 아까 일을 떠올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까 그건 뭐예요?”
그거.
대상의 정확한 단어를 담지 않고 부른 단어.
강한나가 그거라고 말한 이유는 단순했다.
“이거요?”
남자는 다시 안대를 꺼내서 강한나에게 보여줬다.
안대라는 건 일단 대충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저걸 이용하겠다는 의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같이 누워서 잘 때 착용하고 싶다는 건가?’
그렇게 강한나의 의문을 가지는 사이에 남자가 강한나에게 안대를 천천히 씌우기 시작했다.
강한나는 갑자기 남자가 자신에게 안대를 씌우려고 하자 당황하며 물었다.
“자, 잠깐만요. 갑자기 그걸 왜….”
“어허! 패자는 잠자코 받아들이세요.”
“크으….”
갈피를 잡기 힘든 관계였다.
어떨 때는 연인처럼 보듬어주고, 어떨 때는 갑을관계처럼 명령하고….
그렇게 남자의 강압적인 태도에 백기를 든 강한나는 얌전히 기다렸다.
강한나의 눈에 안대가 씌워지면서 시야를 완벽하게 가렸다.
눈을 감고 자의로 보지 않는 것과 다르게 타의로 인해서 보이지 않는 상황.
머릿속에 먹물이 뿌려지듯 불안감이 흩뿌려졌다.
암흑과도 같은 시야 속에서 남자가 갑자기 강한나의 몸을 더듬으며 그녀의 귓속에 속삭였다.
“이제 제가 즐길 차례네요. 제가 명령할 때까지 절대 안대 벗지 마세요.”
“그, 그게 무슨…. 흐으읏!!”
강한나는 갑자기 하복부로 느껴진 남자의 손길에 화들짝 놀라며 몸을 경직했다.
암흑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이 넓고 넓은 침대 위에 있음에도 팔 한번 잘 못 뻗으면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기분.
강한나에게 엄습하는 건 두려움뿐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손길이 그 두려움을 점차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하으응! 자, 잠깐! 하앙! 거, 거기! 하으으응!!”
강한나는 침대 밑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남자를 최대한 끌어안고 그의 손길을 받아냈다.
자신의 삶이 남자에 의해 결정되는 기분.
“하아아앙!”
강한나는 장님이 된 상태에서 갑자기 그 이름을 내뱉었다.
“하, 한철아! 하으읏!!”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강한나는 멈추지 않고 강한철의 이름을 외쳤다.
“한철아… 하아앙! 좋아! 좋아아아!!”
암흑 속에서 쾌락에 몸이 지배된 강한나는 마지막까지 강한철의 이름을 외쳤다.
***
강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되물었다.
“제, 제가… 정말 그랬다고요?”
“네, 그 강한철이라는 남자가 남친이었나 봐요? 계속 불러제끼던데.”
“아, 아니에요! 그, 그런 사이 아니에요!”
나는 당황하는 강한나에게 쌀쌀맞게 대하며 침대 밖으로 나갔다.
“저는 일단 가볼게요.”
“네? 자, 잠깐만요.”
강한나는 상의만 입고, 하의를 완전히 벗은 채 창피함 없이 내 앞을 막아서면서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어, 어차피 내기 이기셨잖아요. 이미 시간도 늦었고, 여기서 주무시고 가셔도….”
“그야 자고 가도 되긴 하죠. 그러고 싶기도 했고….”
“저, 저는 괜찮으니까 여기서 주무셔도….”
나는 퉁명스럽게 강한나를 지나쳐서 문을 열고 나가면서 마지막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에요. 가볼게요.”
“자, 잠시만요!”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강한나의 외침을 무시한 채 내 기숙사로 향했다.
강한나는 거실까지 따라오는 듯싶었지만, 내 기숙사실로 들어가고 나서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기숙사로 들어간 뒤 바로 침실로 들어가서 한숨을 쉬었다.
‘일단 빨래는 해놓을까?’
이미 이곳에서 자기에는 글렀지만, 방에 들어올 때마다 내 정액 냄새 맡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세탁기 안에 침구류를 넣고 작동한 뒤, 소파에 드러누우며 아까 일을 떠올리며 실실 웃었다.
강한나는 안대를 한 채 내 애무를 받으며 강한철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 행위는 당연히….
‘생각보다 게이지 소모가 적었네. 역시 눈을 감고 걸어서 그런가?’
내가 건 최면 때문이었다.
내가 통신으로 중얼거리자, 아르모니아의 의문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그런 일을 한 이유가 있으셨습니까?]
내 이름도 아닌 강한철의 이름을… 그것도 애무하는 내내 부르게 만드는 최면.
내게 도움이 단 1도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오히려 강한나가 강한철을 더 의식하게 만드는 행위처럼 보였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오산이다.
‘강한나는 강한철을 완전히 잊지 못했어.’
강한나는 강한철을 향한 애정이 희미해지긴 했지만, 강한철과의 미래까지 완전히 지운 건 아니었다.
즉, 아직 강한나의 마음에 강한철을 향해 태울 수 있는 장작이 남아 있는 상황.
그 장작을 내가 임의로 빼돌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존재한다.
‘지금 당장 억지로 꺼내서 잿더미로 만드는 건 가능하지.’
바로 강한철의 앞이 아닌, 강한철이 없는 틈을 타서 완전히 장작을 불살라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내 눈앞에서….
‘당분간은 회복 스킬이랑 상태 이상 해제는 하지 말아야겠다.
어제 나는 강한나를 몇차례 농락한 뒤, 회복 관련 스킬을 사용해줬다.
다음 날, 상쾌한 하루를 보내라는 의미에서….
하지만 오늘은 그 스킬들을 사용하지 않았으니, 내일 역 체감이 제대로 올 것이다.
‘강한철… 나중에 잿더미가 된 선물 꾸러미 보내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하네.’
나는 실실 웃으며 소파에 잠자리를 마련한 뒤 잠을 청했다.
..
..
그 사건… 강한나가 안대를 한 채 강한철을 부르짖었던 사건이 있고 나서 사흘이 지났다.
나는 언제나처럼 강한나와 내기를 하고, 승리 보상으로 안대 플레이를 요구했다.
강한나는 처음 안대 플레이를 하고 나서, 내가 안대 플레이를 요구할 때마다 거부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그, 그거 안 하면 안 되나요?
안 돼요. 내기잖아요.
나는 그렇게 거칠게 몰아붙이면서 강한나의 눈에 안대를 착용시켰다.
그리고 강한나는 내기라는 단어 때문에 내 말에 거절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게 4일째 안대 플레이를 하는 날이 왔다.
“하읏! 하앙! 좋아!! 거기 좋아!!!”
“어딘지 정확히 말해야지?”
“보, 보지 좋아!!”
강한나는 침이 섞인 추잡한 목소리로 내 팔을 끌어안으며 외쳤다.
“보지! 보지 좋아!! 당신 손가락이 좋아!!”
강한나는 처녀막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천박한 말을 내뱉었다.
백보지라는 말에도 혐오감을 드러냈던 강한나는 이제 없었다.
오로지 내 손에 희롱당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여자뿐….
그리고 무엇보다….
“하앙! 좋아!!”
강한철의 이름을 더 이상 입에 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처음에 강한철의 이름을 입에 담게 할 때 드는 게이지는 대략 5%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10% 그리고 다다음 날 30%… 그리고 지금은….
‘이제 최면을 걸려고 해도 지금 최면 게이지로는 어림도 없네.’
100%를 전부 사용하려고 해도 최면술이 아예 발동하지 않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아무리 저항 의지가 높다고 해도 애무 중에는 최면 게이지의 소모가 상당히 낮아지는 편이었다.
그만큼 정신력이 낮아지니까.
그럼에도 강한나의 입에 더 이상 강한철의 이름을 담게 하는 건 불가능했다.
즉, 지금 강한나의 마음속에 있는 강한철을 향한 장작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끽해봤자 다시 만났을 때 미소를 지어주는 정도?
‘자… 이제 슬슬 마지막 장작도 불태워볼까.’
이제 물밑작업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나는 손가락으로 강한나의 클리토리스를 꼬집으며 그녀를 절정에 도달하게 했다.
“끄으으읏!!!”
강한나는 절정을 만끽하며 침대에 애액이 담긴 조수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한껏 바들거리며 조수를 내뿜던 강한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대화가 통하는 상태로 강한나를 껴안고 물었다.
“한나 씨.”
“왜요?”
“이제 해도 되나요?”
“….”
강한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뻘쭘하게 입을 열었다.
“뭐… 뭘요?”
“에이, 아시면서….”
“….”
강한나는 내 가벼운 말투에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사실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다.
강한나는 너무 가벼운 식의 접근을 불쾌해하는 편이었다.
그런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강한나에게 첫경험을 그저 한번 즐기는 유희 정도로 취급하며 접근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벼움을 지우지 않고 강한나에 몸을 밀착시키며 입을 열었다.
“이제 슬슬 열어줄 때도 됐잖아요.”
“하아… 꼭 그렇게 말해야 해요?”
“네? 뭐가 문제예요?”
“하아… 아니에요. 그쪽한테 뭘 바라겠어요.”
강한나는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포기는 어디까지나 내 태도에 국한된 문제였다.
자기 몸까지 포기하는 건 아니었다.
“그건… 안 돼요.”
“…저 싫어요?”
“아, 아뇨! 아… 그… 하아….”
강한나는 순간 튀어나온 말을 담지 못하고는 내게 뾰루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할게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역시 그건 안 돼요.”
“…역시 그 강한철이라는 놈을 잊지 못했나 보네요?”
“그,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안 될 이유가 없잖아요?”
나는 강한나의 몸을 끌어안고는 그녀의 보지에 다시 손으로 애무하며 그녀를 다시 달아오르게 만들기 시작했다.
“하읏! 하앙! 자, 잠깐! 흐으읏!”
“어때요? 좋잖아요? 하고 싶잖아요?”
“하아앙!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좀…!”
강한나는 내 애무를 받으며 다시 교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 애무하면서 강한나를 일부러 절정에 보내지 않았다.
갈 것 같으면 멈추고, 다시 갈 것 같으면 멈추고… 그렇게 반복한 끝에….
“하, 해요! 할게요! 할 테니까!! 제발!! 하아앙! 가, 가게 해줘!!”
강한나가 처녀를 허락했다.
나는 강한나의 허락과 동시에 그녀의 소음순과 클리토리스를 마구 휘젓기 시작했다.
“오케이! 갑니다!”
“하으으으읏!!!”
그렇게 강한나는 내 손가락에 뇌를 농락당한 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내게 말했다.
“내일….”
“…?”
“내일까지만 기다려줘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흐흐흐! 좋아!”
강한나는 화이팅 포즈를 취하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하아… 내가 이런 남자한테….”
“솔직히 지금 당장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죠.”
“아하? 그래요? 그것참 참을성이 많네요…. 푸훗….”
강한나는 피식 웃으며 내 품에 안겼다.
나는 그렇게 내 품에 안긴 강한나를 보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한나 씨.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부탁이요? 이미 했잖아요. 내일….”
“아, 그거 말고 다른 거요.”
“…?”
나는 강한나에게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연구소에 맡긴 제 핸드폰, 내일 잠깐 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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