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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33화 (534/898)

〈 533화 〉 533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어느덧 이틀이 지났다.

내가 이틀 동안 한 일은 빙의한 시호와 먹고, 자고, 데이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메인이 시호였다면 서브는 강한철이었다.

나는 매일 배달오는 강한철의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도 자동차에 탄 채 아르모니아가 띄워준 영상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 내가 한창 진절머리 나게 딸딸이 칠 때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하네.’

[…그렇게 많이 하셨습니까?]

‘내 인생의 낙이었으니까.’

개소리 같겠지만, 아르모니아를 만나기 전만 하더라도 내 인생은 자위 말고 없었다.

하루죙일 야겜 하면서 딸 치는 게 행복이었으니까.

그런데 강한철은….

‘병신. 저렇게 딸딸이 치면 나중에 자지 병신 돼서 못 쓸 텐데….’

자위 프로페셔널인 내가 봤을 때, 강한철은 너무 몰상식하게 자위를 하고 있었다.

마치 레스토랑에 가서 식기를 놓고, 손으로 집어 먹는 느낌이랄까?

그것도 막 익혀서 나온 스테이크를 코로 쑤셔 넣으며 맛을 보는 것처럼….

[…걱정하시는 겁니까?]

‘푸하! 걱정?’

내가 왜 저런 녀석을 걱정하겠나.

내가 걱정하는 건 강한철이 아닌, 그의 딸딸이를 치는 행위에 제약이 걸리는 것이다.

‘너무 빨리 망가지면 곤란하니까, 걱정이라면 걱정이겠지.’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에 웃어넘기며 천천히 차 밖을 살펴봤다.

‘크흐… 드디어 연구소에 들어가는군.’

나는 지금 차를 탄 채 고민태의 연구소 내부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초입 부분이지만, 경계가 엄청 삼엄했다.

내가 그렇게 속으로 감탄하며 연구소를 둘러보자, 이민수가 나를 보며 입이 떡 벌어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 아니… 설마 진짜 이렇게 들어간다고? 조우만이 진짜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준 거야?)

조우만, 내가 10억을 후원해준 정치인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가 소유한 무인 자동차를 함께 탄 채 연구소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아무리 후원금을 줬다고 해도… 이렇게 같이 데리고 가는 건….)

이민수는 내가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비슷한 대사를 중얼거려댔다.

이렇게 연구소에 들어가라고 조언한 건 다름 아닌 이민수였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쉽게 연구소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냥 우스갯소리로 내뱉은 생각이었던 것이다.

나는 무인 고급차 안에 같이 타고 있는 조우만이 대화를 듣지 못하게 차음 마법을 펼치고 입을 열었다.

“뭐, 네 덕분에 잘 들어가고 있다.”

(아, 아! 하하하! 내, 내 조언이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었네.)

거, 새끼. 칭찬 한 번에 으스대기는….

그래도 칭찬할 건 칭찬하고 넘어가야겠지.

“칭찬스티커 하나 줄게.”

(….)

“거참 사람이 칭찬해줬더니… 표정 안 풀어?”

(….)

이민수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와 비슷하게 창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이민수를 보면서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너는 진입 금지야. 다시 다른 곳으로 가.”

(응? 왜!? 나도 연구소 안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나는 이민수의 말을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내 한숨의 의미는 한탄이 아닌, 안도가 담긴 한숨이었다.

나는 이민수에게 연구소에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민수의 반응을 보니, 진짜 들어가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연구소에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이유는 간단했다.

“연구소 안에 네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어. 만약 너랑 나랑 붙어 있는 거 보게 되면 골치 아파지니까 한동안 휴가라고 생각하면서 여탕이나 몰래 훔쳐봐.”

(그, 그런 곳 안 간다고!!)

“그럼 연예인 욕실이라도 훔쳐보던가.”

(거… 거기도 안가.)

이 새끼… 말 더듬는 거 보니까, 진짜 여자 연예인 욕실 훔쳐보나 본데?

하지만 나는 일부러 이민수를 궁지로 몰아세우지는 않았다.

더 이상 말을 끌면서 대화를 나누기에는 시간이 없었으니까.

“하여튼 연예인이든 여중생이든 보고 싶은 거 있으면 실컷 봐라. 한동안 나 못 만나니까.”

(이 미친놈아! 여중생이 왜 나와!!! 나 그런 놈 아냐!!!)

“하여튼 꺼져! 사후 세계로 보내버릴라!”

(히익!)

이민수는 사후 세계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가뜩이나 연기처럼 이루어진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더니, 후다닥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후우… 이제야 조용해졌네.

사실 이민수가 내 앞에서 촐랑댈 수 있던 건 시호가 없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정도는 잘 버티겠지.’

시호에게는 일주일 정도 급한 볼일이 있다고 변명을 하며 떨어져야 한다고 설득했다.

당연히 설득은 되지 않았고, 종속의 명령으로 대충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급한 경우에는 유령의 시간을 쓰면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옆에 앉아 있는 조우만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렇게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평소에 고민태 박사님을 정말 존경했거든요.”

“아하하! 저도 존경하는 분이셨는데. 공통점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조우만은 후보자였을 때 굽신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진짜 정치인이 됐다는 것을 증명하듯 어깨를 펴고 자신감에 차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우만의 모습을 보자니 이곳도 내가 살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후보자는 고개를 조아리며 굽신거리고, 국회의원은 조아린 자들을 내려다보며 우월감 느낀다.

이 양반도 교수다 뭐다 하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을 향해서 똥을 찍찍 싸대겠지.

뭐, 그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지.

나는 자신감 넘치게 웃는 조우만에게 겸손하게 입을 열었다.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사례.

이미 그에게 건넨 후원금 10억도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후보자가 가진 10억과 국회의원이 가진 10억은 절대 동등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한 1년만 지나가면 나를 서서히 잊겠지.

조우만은 내 말에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제가 어디 돈 때문에 정치인이 됐겠습니까?”

웃기고 있네. 내가 사례라는 단어를 말하자마자 입가에 찢어지도록 웃는 주제에….

우리가 내리자마자 주차장 주변에 무인 고급차가 줄줄이 세워지고는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전부 이번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유독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래도 신기합니다. 고민태 박사님께서 정치인도 아닌, 이렇게 외부인을 허락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입니다.”

“….”

다른 국회의원들은 전부 홀로 차에서 내렸지만, 유일하게 조우만은 나라는 외부인을 동행한 것이다.

“아마 그만큼 조우만 교수님… 아니, 조우만 의원님을 신뢰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 아하하하! 하, 하긴 예전에 제가 고민태 박사님을 직접 뵌 적도 있습니다! 하하하!”

내 칭찬에 좋다고 웃는 조우만.

사실 그가 나를 데리고 올 수 있던 이유는 조우만도 아니고, 고민태가 아닌, 조디악 덕분이었다.

이틀 전, 나는 조디악에 넌지시 부탁을 하나 해 놓은 상황이었다.

내가 돈을 빌미로 조우만에게 연구소 견학을 부탁할 테니, 자연스럽게 허락해달라고….

‘이 정도면 자연스럽겠지?’

[제 눈에도 딱히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네.’

그리고 그게 오늘에서야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렇게 조우만과 내가 멀뚱히 서 있을 때, 연구원 복장을 한 사람들이 줄줄이 마중을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연구소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정치인들이라고 우르르 몰려와서 환영해준 것이었다.

분명 방문 목적은 감사였지만….

“저희야말로 이렇게 연구소를 방문을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우만은 마치 성지에라도 방문한 것처럼 연구원들에게 겸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긴 이 양반도 교수라고 했지만, 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어 했다는데.’

그렇게 연구원과 조우만이 몇차례 인사를 건네고 나서 초입 부분에 있는 건물로 안내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건물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연구소 내부에는 외부에서 지닌 모든 물품을 가지고 가실 수 없습니다.”

연구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조우만이 좀 더 세세한 질문을 건넸다.

“아, 스마트폰이나 전자 기기를 반납하면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

“아날로그 시계부터 안경, 보청기 같은 기기부터 시작해서… 지금 입고 계신 복장도 전부 내부에 지니고 가실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같은 기기들은 이해가 갔다.

하지만 다들 아날로그 시계와 안경, 외부에서 지닌 모든 물품을 내부로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연구원의 말에 국회의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재능인 큰소리도 고민태의 연구소에서는 마치 침묵이라는 스킬에 걸린 것처럼 사용하지 못했다.

조우만이 대표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설마 알몸으로 들어가라는 겁니까?”

“저희 연구소에서 제공한 복장을 드릴 겁니다. 그리고 안경이나 보청기가 있으시다면 직접 맞춰드릴 것이니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긴… 그만큼 보안이 중요한 곳이죠.”

“여기는 인터넷도 안된다더군요. 외부랑 완전 차단이 됐다고….”

“심지어 한번 연구원으로 발탁되면 외부로 절대 못 나가기 때문에 젊은 친구만 뽑는다더군요….”

“거기다 연구소 건물마다 내부망만 사용 가능해서 다른 건물과 연락도 직접 가서 전달해야 한다더군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는 척하며 국회의원들의 이야기를 귀에 담았다.

고민태의 연구소.

연구소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몇십 채의 웅장한 건물을 품고 있는 거대한 부지였다.

연구소마다 각자 다른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다.

어디는 신경계를 연구하고, 어디는 생체 복구에 관해 연구하고, 어디는 장기에 관련해서 연구하고….

그리고 그 연구의 중심에는 고민태의 에볼루션 프로젝트가 있었다.

인류의 진화를 목표로 하는 연구소.

그게 바로 지금 있는 고민태의 연구소 부지였다.

무수한 연구소가 하나의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감흥은 단 한 문장뿐이었다.

‘대단하네.’

그것 말고는 딱히 큰 감흥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떠나야 할 세계.

굳이 이곳의 업적에 감흥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국회의원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을 때, 마침 연구원들이 대량의 물품을 가지고 온 뒤 우리에게 각자 건네주면서 설명해줬다.

“각자의 치수에 맞는 복장과 물품을 가지고 왔습니다. 탈의실에서 갈아입으시고, 문제가 있을 시에 바로 알려주시면 저희 쪽에서 해결해드리겠습니다.”

연구원의 말에 나와 국회의원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옆에 있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복장은 연구원이 입는 가운이 걸쳐진 하얀색 복장이었다.

‘크… 왠지 내 안에 꿈틀거리는 연구원의 영혼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군.’

[….]

처음에는 이것저것 통제를 해서 불편했지만, 막상 연구원들과 같은 복장을 하니 진짜 연구원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 외부에서 지닌 물건을 전부 반납한 뒤 우리는 몇차례의 검사를 더 진행하게 되었다.

검사의 목적은 전자 기기.

건강을 위해 착용하고 있던 기기들도 회수됐고, 만약 회수할 수 없는 위치에 장착했다면 귀가 조처를 시켜버렸다.

심지어 골절 때문에 박았던 철심이 문제가 되어서 되돌아가는 국회의원도 존재했다.

그렇게 몇 시간가량을 검사를 진행하고 마무리된 후에야 우리는 정식으로 연구소 진입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허가받은 인물들의 숫자는….

‘캬… 절반은 넘게 다시 집에 돌아갔네.’

국회의원으로서 엄청난 굴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감사라는 국회의 강력한 권한을 지니고 온 자들이 아무런 반박도 못 하고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는 의원들을 보면서 감탄했다.

‘역시 NTL 코퍼레이션의 과학 기술이 최고군. 이렇게 통신하는 우리는 못 잡아냈다는 이야기잖아.’

[당연합니다. 아무리 고민태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함선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아르모니아에게서 함선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렇게 자부심이 담긴 아르모니아의 말을 계속 들으며 나는 건물을 나올 수 있었다.

건물에서 나오자마자 남은 의원들이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허허… 저는 지금 건물이 연구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지금처럼 검사하기 위해서 만든 건물이라고 하더군요.”

“맙소사… 그럼 진짜 연구소는 어떻게 되어 있을지 궁금하군요.”

다들 그렇게 서로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마침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연구복과 거기에 걸맞은 새하얀 가운.

그리고 그런 하얀색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정도로 강렬한 붉은 색 머리카락.

170 정도 되는 키의 여자가 찰랑거리는 붉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우아한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여자 중에서 가장 강렬한 눈매를 지니고 있었다.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상태를 베어버릴 것처럼 날카로운 눈매.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의원들이 전부 홀린 듯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여자가 우리를 보며 날카로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 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나는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강렬한 인상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신경계 연구소 책임자인 강한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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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나

[분석가], [열정적], [엄격함], [결벽증], [강박적인 경쟁심], [과도한 승부욕], [질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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