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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30화 (531/898)

〈 530화 〉 530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단 하나다.

육체.

그 살덩이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하지만 그 살덩이를 자연에 빼앗기는 것만으로도 죽은 자들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만큼 육체란 모든 생명체가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 받아내는 최고의 기회이자, 최고의 보물인 셈이다.

살아 있는 자들은 육체가 지닌 본능으로 육체를 벗어나길 거부하고, 죽은 자들은 육체를 잃고 나서 육체가 소중한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는 녀석이 내 눈앞에 있었다.

(….)

나를 복잡한 심경이 담긴 눈으로 보는 녀석을 무시한 채 조심스럽게 마법진을 사용했다.

차음 마법.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내 옆에서 자는 혼령 상태의 시호였다.

마법을 사용한 이유는 그녀의 단잠을 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지금부터 할 대화의 보안 때문이었다.

나는 차음 마법이 확실히 펼쳐진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표정이 왜 그러냐?)

(…이제 하다 하다 영혼이랑 잠자리를 하네. 그것도 독특한 사람이랑….)

아까 한창 나와 섹스했던 시호는 잠이 들자 다시 한복이 자동으로 입혀지기 시작했다.

만약 시호가 알몸 상태였다면 진작에 이민수의 얼굴에 죽방을 날렸을 것이다.

죄가 없어도 말이지….

이민수는 공중에 둥둥 떠서 쿨쿨거리며 자는 시호를 힐끗 바라봤다.

딱히 훔쳐보는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그만 쳐다봐 새꺄….)

(히익!)

남의 여자를 힐끗 보니 불쾌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민수는 어깨 위로 올라간 내 손을 보며 뒷걸음질 친 다음 한숨을 쉬었다.

(부, 부러워서 그렇지… 본능인 걸 어떻게 해….)

(거참….)

어리숙한 이민수의 행동을 보고 나니 불쾌함이 금세 사라져갔다.

내가 남자 새끼한테 연민을 느끼는 날이 오다니….

나는 손을 휘저으며 일단 대화의 주제를 돌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온 거 보니까 뭐 알아낸 거라도 있나 봐?)

(알아냈다기보다는… 갑자기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와봤어.)

정식 투표까지 오늘을 제외하고 이틀을 남긴 상황.

정치권 인사들의 분위기가 닷새 전과 비교해서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분위기가 바뀐 제일 큰 이유는….

(그 J라는 녀석… 갑자기 행적이 묘연한 거 같아.)

(아… 난 또 뭐라고. 그건 신경 쓰지 마. 내가 해결한 거니까.)

(뭐!? 그 녀석에 대해서 알아냈어? 그 녀석이 누군데?)

(그건 알 거 없어.)

(좀 말해주지…. 누군지 궁금했는데. 하여튼… 평소라면 닦달했을 녀석이 없어졌다고 다들 좋아하더라.)

하긴 권력을 쥔 녀석들이 권력에 휘둘렸던 셈이다.

자기 위에 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굴욕감을 느끼는 존재가 정치인이다.

그런 걸리적거리는 녀석이 없는 데다가 선거도 압승할 것이라고 예상 중이니 겹경사가 펼쳐진 생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상대 쪽 진영에서 엄청난 폭탄을 터트릴 거 같았어. 그런데 이상한 게… 정보들이 내가 알려준 것들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더라?)

(당연하지. 네가 알려준 거니까.)

(역시….)

이민수는 내가 어떻게 했는지 묻지도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민수를 보면서 통신으로 물었다.

‘아르모니아, 잘 처리했어?’

[다 처리했습니다. 무엇보다… 강한철의 시선이 없어서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아르모니아에게 명령한 건 단순했지만, 한편으로 귀찮은 일이었다.

이민수에게 얻어낸 정보를 레나와 비올라, 베아트리체를 이용해서 상대 진영에 몰래 건네주는 것이었다.

건네주는 방식은 그저 문서를 몰래 사무실에 놓는 것이 전부였다.

무엇보다 이민수 덕분에 첩자도 손쉽게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정체도 문서에 포함해서 건네줬다.

[아마 내일 아침이 되면 언론이 뒤집힐 것입니다. 다만, 강한철이 눈치채고 나선다면 그것조차 금방 해결할 것입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강한철은 고민태의 적대 세력의 약점만 쥐고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고민태의 주요 세력의 약점을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번에 터트리는 것보다 천천히 이용하는 게 효율이 높으니 야금야금 진행하는 것일 뿐이다.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스마트폰에서 무음으로 알람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허니룸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33­=""/>

33건의 밀린 알람.

내용을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방 중앙에 둥둥 떠 있는 채 잠들어 있는 시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강한철에게 선물을 주러 가볼까.’

***

낮과 밤이 구분되지 않는 장소.

그곳에서 누군가가 열심히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탁, 탁, 탁!

“씨발! 하아, 하아!”

강한철은 화면에 떠 있는 유시아와 이민수의 거친 행위를 보면서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다.

이미 수십 번을 본 장면이었다.

­하으읏! 오빠! 좋아! 깊이 들어오는 거 최고야!­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닮은 여대생의 매혹적인 몸짓.

강한철은 그런 시호와 닮은 여자를 보면서 열심히 팔을 흔들었다.

“좆같은 영상! 씨발 새끼…. 카메라 좀 바꾸라고!”

저렴한 화질과 음성을 내뱉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강한철의 하복부는 여자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뇌를 조종하며 자위를 유도했다.

그리고 내뱉는 그의 결과물은….

“카흐흐흐흑!!”

투명한 액체 한 방울이 전부였다.

그런데도 강한철의 뇌는 마약에 절은 듯 만족하며 그의 몸을 노곤하게 만들었다.

마치 지금 쉰 다음 또 자위하라는 듯이….

“하아… 하아….”

쾌락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밀려드는 자괴감이 그의 몸을 가득히 채우기 시작했다.

닷새 전에는 미친 듯이 하더라도 자괴감 따위는 단 1도 들어오지 않았다.

미친 듯한 자위 욕구만이 그의 인생의 전부라고 뇌가 모든 것을 조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씨발… 병신 같은 몸….”

지금은 온몸으로 자괴감을 맛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한탄과 별개로 뇌는 계속 자위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다시 점차 차오르는 자위 욕구를 힘겹게 억누르며 아까 일을 떠올렸다.

“이민수… 이 새끼는 오늘 하루종일 집에 있네.”

평소라면 여자에게 환장하며 달려들던 녀석이, 오늘은 어떠한 반응도 없이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

다른 여자들의 연락도 무시한 채….

“강제로 깨워 봐?”

이민수를 깨우려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새로운 영상.

강한철의 뇌는 자위만큼이나 이민수가 만들어낸 영상을 원하고 있었다.

이민수가 보내는 쓰레기 같은 화질의 영상을 뇌가 미치도록 원하고 있던 것이었다.

강한철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아냐! 마침 잘 됐어! 다, 당분간만 참자!”

강한철은 고개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고는 의자에 탈진한 듯 눕고는 한숨을 쉬었다.

“씨발 어느새 투표 날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어. 정신 차려야 해.”

그에게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자신을 위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틀만 참자… 그다음에… 또 영상을 달라고….”

강한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점차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

..

“끄으으….”

강한철은 신음을 내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 순간….

“크어억!”

꺾여 있던 목을 바로 세우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목을 통해 뇌로 전달되었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크으읏… 씨발!”

평생 네트워크 안에서 편하게 자던 강한철이었다.

그는 의자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목이 옆으로 꺾인 채 굳어버린 것이었다.

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통증에,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서 진정시킬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크으으… 일단 씨, 씻자.”

몸의 고통을 그저 회피하고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더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을 알았던 강한철이었다.

그는 목이 꺾인 채 일어서서 작업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아… 가, 갔다 와서 치우자.”

주변에는 무수한 휴지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 이미 후각이 둔감해진 강한철은 심각성을 크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언제나 깔끔함을 추구하던 그는 결국 목의 통증과 나른함을 핑계로 엉망진창인 작업실을 그대로 두고 나왔다.

환한 불빛으로 그를 맞이한 거실도 상태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하아… 먹은 건 제때 치웠어야 했는데.”

닷새 넘게 자위에 빠지면서 그는 씻는 것을 뒤로했어도 먹는 것까지 후순위로 둘 수는 없었다.

그 결과, 먹고 나서 남겨진 쓰레기들이 거실 바닥에 전부 널브러져 있는 상태가 된 것이었다.

그는 시간만 보여주는 디지털시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침 7시… 9시간을 넘게 잔 건가? 내가… 내가 왜 이렇게 된 거지?”

성욕.

강한철도 성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닷새 전, 그에게 몰려든 성욕은 상상 이상의 존재였다.

섹스에 빠진 인간들이 왜 섹스에 빠졌는지 알게 해주는 그런 존재였다.

“그래도 정신을 차린 것을 보면… 나아진 건가?”

어제까지만 해도 자고 일어나면 다시 팔을 흔들어대던 강한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의욕도 없었다.

머리에 안개처럼 뒤덮인 나른함이 그를 지배할 뿐이었다.

그저 편한 침대에 누워서 체력을 보충하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하지만….

“강한철… 정신 차리자. 투표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리고… 시호가 오기 전에 다 치워야지.”

강한철은 평소처럼 목표 의식을 다시 챙기며 거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씻기 전에 거실, 그리고 작업실도 정리하자. 후우… 이제 좀 정신이 드네.”

강한철의 뇌에는 아직도 그의 정신을 파괴하는 영상들이 무수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뇌세포 하나하나가 그 영상들을 버리지 못했고, 그의 뇌 안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 나중에 시간 나면 또 하면 그만이지.”

그의 머릿속에 자위는 평생 없어지지 않을 그런 존재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나중을 기약하며 열심히 정리하던 그때였다.

갑자기 거실 내부에 주황색 불빛이 점등하면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삐익! 삐익!

마치 다급한 신호를 내뱉듯… 하지만 강한철은 눈매를 좁히며 딱히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한나…?”

지금 이 신호음은 비상 연락망으로 누군가 연락했을 때, 은신처에 울리는 신호음이었다.

그리고 그 비상 연락망을 아는 존재는 둘 뿐이었다.

혼령인 시호와 사촌 남매인 강한나.

하지만 시호는 이 연락망을 사용하는 일이 없었다.

즉, 연락이 온다면 강한철의 사촌 남매인 강한나밖에 없었다.

“갑자기 연락한다고? 정말 위험한 일인가?”

강한나는 신분을 드러내면 안 되는 처지였기 때문에 이제껏 비상 연락망을 사용한 일이 없었다.

중요한 내용은 시호를 통해 전해주는 게 훨씬 안전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긴급 연락망을 사용해 온 것이었다.

“…확인해보자.”

강한철은 불안감을 품은 채 작업실에 들어갔다.

간신히 정리를 마친 거실과 다르게 작업실은 도저히 눈 뜨고 봐주지 못할 정도로 더러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크읏! 씨발 냄새….”

그는 의자로 향하는 내내 욕설을 내뱉었고, 의자에 앉으면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씨발… 내가… 내가 다시는 그 짓 하면 사람이 아니다.”

강한철은 헛된 다짐을 하며 네트워크로 들어갔다.

네트워크 안에서는 거실에서 들여오던 신호음과 동일한 신호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삐익! 삐익!

“받을게… 너무 보채지 마.”

그렇게 말하고 비상 연락망으로 온 전화를 받는 순간이었다.

강한철의 귀를 뚫을 것처럼 날아오는 여성의 고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야! 강한철! 뭐 하다가 이제 받은 거야!­

“아! 깜짝이야….”

강한철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듯 대답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무슨 일이야?”

­무슨 일…? 너 지금 내가 왜 전화했는지 모르는 거야?­

“뭔 소리야? 이제 전화 막 받았는데. 어떻게 알아?”

­…너 지금까지 뭐 하고 있었어?­

“….”

강한철은 강한나의 질문에 뜨끔 했다.

그는 분명 조금 전까지 거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전에는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강한나의 질문에 먼저 떠오른 건 다름 아닌 그가 닷새 동안 했던 자위였다.

강한철은 그 사실을 떠올리고 기분이 상한 나머지 오히려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뭘 했든 무슨 상관이야? 자고 있었어.”

­잠…? 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모르는구나?­

“아니, 말을 좀 똑바로….”

­이제 전화 끊어야 해. 당장 뉴스 보고 상황 파악 좀 해.­

강한나는 그 말만 남긴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참…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자기가 뭐라고 맨날 나한테 잔소리나 하고….”

강한철은 자위를 숨긴 것에 대한 찜찜한 죄책감을 지우며 정보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제 선거가 이틀 남았는데….”

그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그의 눈 앞에 펼쳐진 무수한 화면에서 엄청난 보도를 해오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이틀 후에 나와야 할 선거 결과가 지금 그의 눈앞에 미래를 예지하듯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도….

<유례없는 선거="" 결과가="" 나왔습니다!="" OO당이="" 전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그가 기대하던 것과 정반대의 미래가 펼쳐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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