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0화 〉 520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내가 시호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진행하시려던 게 아니셨습니까?]
‘좀 더 빠르게 진행해보자는 이야기지.’
지금 당장 [유령의 시간]을 써서 시호를 덮치자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그렇고, 아르모니아도 그렇고 시호를 우리 기업으로 영입하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영혼과 마음, 이 두 가지를 전부 가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시호에게 영혼은 산자로 치면 육체와 같은 것이다.
‘솔직히 영혼은 진행하다 보면 알아서 함락되겠지. 문제는 마음인데….’
강한철에 대한 애정을 지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강한철에 대한 혐오, 나머지 하나는 나에 대한 절박함.
강한철은 흔해 빠진 얼간이로 만들고, 나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연인으로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론은 완벽하다.
중요한 건 그 이론을 빠르게 증명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단 한미소에게 적용했던 성벽이 시호에게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해.’
나는 집으로 들어오는 시호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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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소 (종속 1단계)*
성벽 : (종속의 주인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를 그에게 바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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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성했지만, 참 황당한 성벽이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른 여자를 바치고 싶어 하는 성벽.
내가 저 성벽을 작성한 건 한미소 때문이 아니었다.
시호가 가진 [강인한 정신력]이 어느 정도까지 뚫리는지 확인하기 위한 성벽이었다.
[최면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면 성벽도 분명 효과는 있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시호에게 직접 최면을 건 적이 없었다.
언제나 한미소에게 빙의한 시호에게 최면을 걸었었다.
그런데 빙의를 푼 시호는 그 최면의 효과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잔 효과가 먹혀든 듯이 행동했었다.
‘최면도 완벽하게 먹히지 않았으니, 성벽도 어설프게 먹힐 거야. 하지만 계속 몸에 빙의하다 보면….’
정신이 점차 성벽에 전염될 것이다.
나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시호를 살며시 껴안으며 속삭였다.
“남자 집을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오, 오빠가 연락받지 않아서 그렇잖아요! 얼마나 걱정했는데….”
“하하, 미안.”
나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점차 시호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손을 꽉 붙잡는 시호.
“오, 오빠… 나 지금 막 일하다가 왔어요. 일단 씻고….”
“싫어.”
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그녀의 저항을 무시하고 속옷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녀의 대음순과 클리토리스를 천천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끄읏! 하읏! 자, 잠깐… 오빠… 나 씻고….”
“네가 잘못한 거야. 이런 옷을 입고 찾아와 놓고 그냥 기다리라고? 절대 못 해.”
“야잇! 이 오빠가… 하으읏!? 자, 잠깐! 나, 나!”
나는 시호의 반항을 일체 무시하고 손기술을 사용해서 그녀의 보지를 애무했다.
시호는 내 애무를 받으면서 점차 다리에 힘이 풀리고, 몸을 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 잠깐! 하으으읏!!”
내 손에 뜨뜻한 물줄기가 세차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촤아악!
“잠깐! 하앙! 싫어!! 안돼!!”
시호는 내 팔에 기댄 채 흐느끼며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란 줄기를 내뿜은 시호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 오빠… 미, 미안해요. 그게….”
분명 이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한 책임이 온전히 내게 있음에도 시호는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내게 사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비릿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며 시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빨리하자!”
“꺄아악!”
나는 그렇게 오줌을 지린 시호의 옷을 전부 벗긴 다음 거실에 던지고, 알몸의 그녀를 껴안고 침대로 돌진했다.
***
알몸 상태의 시호는 아리송한 표정과 함께 세탁기 버튼을 누르면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하는 거 맞겠지? 아, 작동한다.”
시호는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실로 나왔다.
‘그래도 세탁기는 있어서 다행이네.’
소변을 지린 옷.
그 옷은 시호의 옷이 아니었다.
빙의를 풀면 뒤 책임은 한미소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었다.
그런데도 시호가 이렇게 뒤처리하는 건….
‘한미소, 그년은 왠지 대충 치우고 도망갈 거 같단 말이지….’
한미소에 대한 죄책감이 아닌 남자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분명 남자의 애무가 아니었다면 오줌을 지릴 일도 없었겠지만, 시호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거 생전 처음이야.’
소변을 지리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쾌감.
그 쾌감이 시호의 머릿속에서 쉽게 떠나지 않고 있었다.
시호가 천천히 거실을 둘러보고 있을 때….
뚝.
‘아… 이거 곤란하네.’
시호는 다리 사이에 있는 바닥에 떨어진 하얀 액체를 보며 실실 웃었다.
‘도대체 얼마나 싼 거야.’
배가 부풀어 오를 정도로 밀고 들어온 정액.
분명 시호는 관계가 마무리되고 나서 화장실에 가서 깔끔하게 정액을 닦아냈다.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몇 발자국 걸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정액을 막을 수 없었다.
시호는 다시 휴지를 가지고 정액을 닦기 시작했다.
처음에 실실 웃던 시호는 어느 순간 차츰 미소를 지우고 침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오빠는 결국 이 여자를 사랑하는 거겠지?’
현관문을 열자마자 자신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서 거침없이 몸을 탐하던 남자.
그 남자의 눈에는 시호, 자신이 아닌 그녀가 빼앗은 육체의 주인인 한미소만 보였을 것이다.
시호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정액을 닦아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뭐, 괜찮아… 내가 선택한 거잖아.’
그렇게 억지로 자신의 기분을 환기하려던 시호는 닦아낸 정액을 보면서 오늘 했던 섹스를 떠올렸다.
‘뭘까? 분명 좋긴 한데… 첫날에 비해서 좀 허전한 거 같아. 혹시 동화율이 좀 떨어졌나?’
분명 섹스 자체는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처음 경험했을 때와 비교하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끙… 이럴 줄 알았으면 빙의 좀 자주 사용해서 숙달이나 할걸.’
시호는 [빙의 의식] 스킬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강한철의 부탁으로 간혹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남의 몸에 들어가는 게 좋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오빠가 기분 좋아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
시호는 그 남자의 모습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질투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여자가 뭐가 좋다고….’
관계를 맺은 다음 날, 기쁨보다는 걱정으로 산부인과로 향한 여자.
약을 타면서 남자의 아이를 가질까 걱정하던 여자.
그리고 그런 걱정과 함께 다른 여자에게 넘길까 고민하던 여자.
시호에게 한미소는 이미 정나미가 떨어진 여자가 되어버렸다.
시호는 알몸 상태로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에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미소는 아냐.’
어느 순간 시호의 마음속에는 남자에 대한 애정만큼 그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싶다는 욕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엄마처럼….
‘그래! 내가 새로운 여자를 찾아주자!’
시호는 벌떡 일어나서 빙의한 한미소의 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C컵의 살짝 물렁한 가슴과 군더더기 없는 몸매.
그리고 길게 쭉 뻗은 다리와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을 돌아볼 만한 외모.
‘역시 몸이랑 외모는 뺄 수 없겠지.’
시호가 한미소를 싫어해도 그녀의 외모는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기준점을 잡았다.
‘한미소 정도가 딱 커트라인이야. 그 이하는 타협 금물!’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해도 외형이 별로라면 남자가 다가올 리 만무했다.
그리고 시호가 외형에 집중하는 이유는 남자의 반응이 기대됐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오빠가 좋아하는 여자들의 몸으로 들어가서 실컷 가져주겠어!’
시호는 그렇게 우울감을 떨쳐내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한미소… 고급 주택이랑 아파트 위주로 공인중개사를 했다면 연예인이랑도 거래해봤겠지?’
시호는 그렇게 판단하며 방으로 향했다.
‘오빠 옆에 누워서 이 여자의 기억을 훑어보자. 분명 괜찮은 여자가 나올 거야.’
시호는 그렇게 기대하며 남자의 품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
시호는 푸른 하늘과 초록빛으로 뒤덮인 숲의 경계선을 뚫을 듯 날아가면서 투덜거렸다.
‘뭐 하나 도움이 되는 게 없네.’
시호의 투덜거림의 대상은 다름 아닌 한미소였다.
시호는 남자의 품에 안긴 채 한미소의 기억을 살펴봤지만, 시호의 마음에 차는 여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한미소는 대개 남자 고객을 위주로 영업을 했고, 그녀의 주변에 여자들은 그녀보다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빙의에서 풀린 한미소는 약을 먹으면서 어제 했던 이야기와 비슷한 말을 내뱉었다.
아씨… 나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절제를 못 하냐, 한미소!
원래 예전의 시호라면 한미소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호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시호는 앙칼진 표정으로 저주를 퍼붓듯 말했다.
(흥… 너는 이제 끝이야. 그러기에 처음부터 마음을 착하게 먹어야지!)
시호는 한미소가 그동안 내뱉었던 폄하를 떠올리며 죄책감을 완전히 씻어내 버렸다.
(후우… 설마 오빠가 매달리지는 않겠지?)
한숨을 쉬던 시호의 눈에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호는 거침없이 날아가서 산꼭대기를 뚫어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쉴새 없이 땅속으로 파고들어 간 시호의 눈에는….
‘(응? 아직 자고 있나?)’
죽은 듯이 누워서 자는 강한철이 보였다.
원래 이 시간이면 일어나서 씻고 간단하게 식사하던 그가,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한철이는 이 상태만 봐서는 자는 건지, 일하고 있는 건지 구별이 안 된단 말이야.)’
시호는 강한철의 모습을 차근차근 관찰하기 시작했다.
새하얀 피부, 핏기가 가신 입술, 마른 몸, 그리고 차가울 것으로 추정되는 작은 손.
‘(반대네….)’
살구색 피부, 붉은 입술, 적당히 탄력 있는 몸, 그리고… 뜨거운 손.
강한철과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뭐… 한철이는 한철이의 매력이 있으니까.)’
시호는 비교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면서 다시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오빠랑 어울리는 여자 연예인이 누가 있을까?)’
시호도 현대 문명을 받아들이면서 무수한 컨텐츠를 즐긴 경험이 있었다.
강한철의 엄중한 검열 덕분에 엄선된 유치하기 짝이 없는 컨텐츠가 대부분이긴 했지만…
‘(끙… 갑자기 생각하려니까 잘 안 떠오르네. …아!)’
시호는 그 와중에 자신의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여자를 떠올렸다.
‘(한나… 한나는 여자인 내가 봐도 완벽하지.)’
시호는 강한철의 사촌 남매를 떠올렸다.
현대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는 시호가 봐도 강한나는 우수한 인재였다.
날카롭지만 매혹적인 외모, 뛰어난 지능, 카리스마가 담긴 언변.
시호에게 있어서 강한나만큼 완벽한 여자는 없었다.
하지만….
‘(아냐! 한나는… 좋긴 한데 역시 한나 몸에 들어가서 강제로 하는 건 역시 아니야.)’
시호가 하려는 행동은 오빠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골라주는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빙의를 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따랐다.
‘(한나한테 말도 없이 빙의하는 건 좀….)’
자신과 그토록 친한 강한나에게 빙의하는 건 시호의 마음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고려할 대상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한나는… 나중에 또 시간이 되면 말해보자.)
시호가 좋아한다면 강한나도 좋아해 줄 것이라고 시호는 생각한 것이었다.
그렇게 실수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자….
“으응…? 뭐야? 시호…? 왔어?”
(아! 일어났어?)
“왔으면 부르지. 흐아아암….”
강한철은 기지개를 켜며 잠을 깨기 시작했다.
그런 강한철을 보면서 시호가 말했다.
(잘 자는 거 같아서 못 깨웠지… 하하….)
“에이…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깨워. 나는 시호랑 대화 나누는 게 즐거우니까.”
(으, 응….)
시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오빠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하아… 막상 오니까. 다시 오빠를 만나고 싶네… 아!)’
시호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손뼉을 쳤다.
짝!
“응!? 시호, 왜 그래?”
(한철아!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부탁? 얼마든지.”
강한철은 시호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부탁은커녕 대화도 제대로 못 했던 두 사람이었다.
‘시호가 부탁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줘야지.’
강한철이 기쁜 마음으로 시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시호는 그런 강한철을 보면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나랑 비슷한 외형을 가진 여자, 찾아줄 수 있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