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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515화 (516/898)

〈 515화 〉 515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 * *

<츄읍, 츄으읍…="" 좋아.="" 오빠…="" 키스="" 정말="" 좋아….=""/>

두 남녀의 침을 건네받는 행위를 담은 소리가 방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런 소리가 울려 퍼지는 방에 있는 두 남녀는 그 장면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

(….)

두 남녀의 침묵은 같았지만, 표정을 전혀 같지 않았다.

남자는 한심한 인간들을 보는 듯 봤고, 여자는 멍하니 매료되듯 바라보고 있었다.

침묵을 깬 건 다름 아닌 남자였다.

“진짜 저 짓만 했다고?”

(응?)

“저 새끼 진짜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저 짓만 했어?”

강한철이 묻는 저 짓이란 키스를 말하는 것이었다.

남녀 사이에 키스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다면 키스를 너무 과할 정도로 달짝지근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시호는 당황하며 그에게 대답했다.

(으, 응. 만나면 저렇게 입맞춤만 했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응?)

“저 녀석 저 짓은 관심 없어. 혹시 다른 비밀 같은 건 없었어? 집에 뭘 숨겨놨다든지….”

(아… 없더라. 하하하….)

시호의 어색한 웃음에도 강한철은 쉽사리 표정을 풀지 못했다.

“아무것도 없는 녀석이 하이볼과 동시에 후원금 한번 내고 하는 짓이 나흘 동안 하는 짓이 여자랑 놀기라… 시호.”

(응?)

“이제 이놈 염탐하는 거 그만해도 돼.”

(뭐!?)

시호의 우렁찬 외침에 강한철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

“왜 그래?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 그게… 이왕이면 좀 더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뭔가 숨기는 게 있을지도….)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의미 없는 짓 같아.”

강한철은 의자에 앉은 채 창백한 피부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모니터에서는 여전히 이민수와 한미소의 키스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입맞춤 수준이었던 두 사람의 키스는 어느새 키스만으로도 교미를 뛰어넘겠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듯이 열정적으로 혀를 교차하고 있었다.

“이런 녀석이 뭔가 알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냥 얼간이 커플일 뿐이잖아.”

(….)

“심지어 관계도 진전 못 하는 걸 보면 저 이민수라는 녀석….”

강한철은 실실 웃으며 시호를 바라봤다.

“키스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저러는 거 아닐까? 하하하.”

(….)

강한철의 말에 시호는 어색하게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화가 나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진짜는 아니겠지?’

한미소의 몸에 빙의해서 그를 만난 지 나흘이 지났다.

하지만 그와 만나서 하는 행위는 절대 키스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마치 다음 진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냐. 내가 살던 시절에는 정말 모르는 남자들은 있었긴 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시호는 그제서야 강한철이 화면 속 자신과 키스를 나누는 남자를 비난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말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강한철은 내뱉어서는 안 될 말을 그녀 앞에서 내뱉은 것이었다.

“혹시… 발기 부전 같은 거 아닐까? 푸하하하!”

(강한철!)

“응!? 왜, 왜 그래. 시호? 갑자기 화를 내고….”

잠깐이나마 웃던 강한철은 당황한 표정으로 시호를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호는 그의 시선을 보고 나서야 실수를 깨닫고는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 그런 말 입에 담는 거 좋지 않아.)

“에이… 시호. 언제나 그렇지만 나는 애가 아니야.”

(아니라고 해도… 하지 마.)

“…알았어.”

그 이후 다시 어색한 침묵과 함께 방안에는 아까 봤던 이민수와 한미소의 키스 소리가 꽉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 키스 소리를 계속 듣고 있기 싫었던 강한철은 모니터를 끄면서 입을 열었다.

“시호, 미안해. 나는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라… 내가 그런 말을 하는 걸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어.”

(아냐… 나도 미안해. 그냥 나는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했어.)

“응, 다음부터는 주의할게.”

강한철의 미소에 시호도 억지로 웃으며 공중에 뜨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그 남자한테 가볼게.)

“응, 전에도 말했지만… 보기 싫다 싶으면 그냥 무시하고 이쪽으로 와.”

(…알았어.)

시호는 살짝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며 강한철의 방을 떠나갔다.

강한철은 그런 시호가 뚫고 지나간 벽을 유심히 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뭐지…? 요새 많이 날카로워진 거 같은데….’

저렇게 날카로운 모습의 시호를 본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처음 만났을 때도 저랬지.’

인간 불신을 품고 있던 여우 혼령.

봉인된 그녀를 풀어준 건 강한철이었지만, 그런 그녀는 어린애였던 강한철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행히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것을 증명하듯, 시호는 점차 강한철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이런 관계가 된 것이었다.

그런데….

‘뭐랄까… 예전 모습이랑 비슷하니까. 한편으로 좋긴 하지만….’

강한철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까 봤던 이민수와 한미소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끈적이게 달라붙어서 키스를 나누는 남녀.

‘역시 시호도 이상한 걸 계속 보다 보니까 기분이 언짢은 거겠지. 오히려 잘됐어.’

강한철은 의자에 앉은 채 수정 구슬에 손을 올리고 몸에 힘을 풀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걸 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혐오스러운지 깨달으면 그것도 나쁠 건 없지.”

..

..

시호는 유유히 하늘을 날아가며 투덜거렸다.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예전이었다면 강한철이 다른 사람을 향해 그렇게 매도하더라도 웃어넘겼을 시호였다.

하지만 아까 강한철이 한 말은 도저히 웃으면서 넘길 수 없었다.

웃어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강한철… 나쁜 자식.)

매도의 대상이 다름 아닌 시호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투덜거리며 쏜살같이 날아가던 시호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멈추고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하필 말을 해도 그런 말을 하고 그래….)

시호는 저 멀리서 한미소를 기다리는 남자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봉인되기 전에도 이성에게 관심을 두지 않던 시호였다.

그나마 봉인을 풀어준 존재였던 강한철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처음으로 남자에게 호감이 생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야 시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애는 애였어.)

지금까지 강한철과 지내면서 알콩달콩했던 모든 것들이 애들의 소꿉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키스 한 번으로 강한철과 쌓아온 모든 추억이 애들 장난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긴… 한철이는 애 같긴 해. 그리고 그게 장점이지.)

시호는 저 멀리 보이는 남자의 입술을 지긋이 바라보며 그와 했던 키스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대편으로 강한철을 떠올리는 순간….

(아냐! 아니야! 한철이랑은 도저히 입맞춤하는 상상이 안 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원래 육체를 되찾고 나서 강한철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시호였다.

하지만 저 남자를 만나고 나서부터 강한철이 남자로서 느껴지지 않았다.

시호는 깨달은 것이었다.

(친구였던 거야. 그치?)

시호에게 이제 강한철은 그저 같이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친구일 뿐이었다.

그런 절친한 친구가….

­혹시… 발기 부전 같은 거 아닐까? 푸하하하!­

자신이 호감을 느끼던 남자를 조롱한 것이었다.

시호가 강한철에게 화를 낸 이유는 그의 발언에 담겨 있던 조롱도 있었지만, 한 가지 더 큰 이유가 존재했었다.

(지, 진짜는 아니겠지?)

시호는 자신의 육체가 아닌, 빙의한 육체였기 때문에 키스하는 관계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강한철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심 불안감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다.

그런데 그 남자의 물건에 하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시호는 여우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었다.

(그, 그럴 리가 없지! 분명 한미소, 저 여자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걸 거야! 분명….)

시호는 마침 나타난 한미소와 그녀를 보며 손을 흔드는 남자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시켜 주겠어!)

시호는 그렇게 외치며 한미소에게 날아갔다.

..

..

시호는 자신을 품에 안고 조용히 야경을 보는 남자를 향해 물었다.

“오빠. 혹시 나 별로예요?”

“뭐?”

남자는 자기 귀를 의심하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되물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시호는 남자의 물음에도 침묵하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뾰로통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할 뿐….

‘이 정도면 알아서 넘어오겠지.’

시호는 여자로서 남자를 유혹해본 적은 없지만, 그간 보고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본능적으로 행동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호가 침묵하고 있자, 남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녀를 더 깊게 끌어안기 시작했다.

“별로일 리가 없잖아. 누가 싫어하는 사람이랑 이렇게 있고 싶어 하겠어.”

“….”

시호는 남자의 시선을 피하면서 실실 웃기 시작했다.

자신은 밀쳤는데, 상대방이 오히려 다가오는 모습이 기분이 좋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다음 이야기에 다시 기분이 다운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만남이 너무 갑작스러웠잖아. 나는 천천히 오래 만나고 싶어.”

“….”

시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 울화통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야이! 답답아! 소중히 하기는 뭘 소중히 해! 내가 무슨 천연기념물인 줄 아나!’

사실 천연기념물보다 더 대단한 혼령이었지만, 시호에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기분 좋은 것과 답답한 것은 별개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남자는 시호의 답답한 마음을 눈치챘는지 서서히 그녀의 몸을 손으로 훑기 시작했다.

그렇게 남자의 손이 자신의 몸을 훑자 시호가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오, 오빠? 자, 잠깐만요….”

시호의 당황한 모습에 남자는 놀리듯 웃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이제 와서 겁나?”

“아, 아니거든요!”

시호의 버럭거리는 외침에 남자는 아이의 투정을 바라보듯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툭.

“읏….”

한미소의 복장은 평소와 같은 검은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룬 오피스룩.

블라우스 단추 하나가 풀릴 때마다 시호의 몸이 흠칫거리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았을 옷감의 감촉이 마치 자신의 피부와 연결된 듯 남자의 손길이 전부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단추가 풀리는 소리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상의 블라우스가 좌우로 크게 벌려져 있었다.

“아…. 그… 오, 오빠….”

“이제 와서 그만둘 생각하지 마.”

“….”

시호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남자의 진중한 표정에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남자의 다음 말이 그녀의 두려움을 씻겨내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그만두면… 다음에 널 보기 더 힘들어질 거 같아서 그래.”

“오빠….”

시호는 두려움이 씻겨 내려가자 서서히 흥분되기 시작했다.

언제나 절제력을 가지던 남자가 자신의 도발에 절제력을 잃고 달려드는 모습.

심지어 남자는 자신이 호감을 느끼던 남자.

싫어할 요소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후련한 마음도 생기기 시작했다.

‘한미소였다면 여우처럼 굴면서 오빠한테 돈이나 뜯어내려고 했겠지. 쌤통이다. 흐흐흐….’

시호는 눈앞에 있는 남자와 그저 육체적인 관계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당신은 날 못 보겠지만… 나는 평생 당신을 봐줄 거야.’

시호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남자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시호가 입고 있던 복장은 어느새 처음과 천지 차이로 바뀌어 있었다.

교양 넘치던 오피스룩은 어느새 남자의 고간을 흥분시키는 야릇한 복장으로 변해 있었다.

상의는 완전히 젖혀 있었고, 허벅지를 가리던 치마는 올라온 상태로 그녀의 속옷을 드러내고 있었다.

‘창피해! 창피한데….”

비록 진짜 몸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남자에게 속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만약 모르는 남정네가 강제로 끌어안았다면 흥분해서 죽방을 날렸을 시호였지만, 지금은 남자의 손길에 몸이 완전히 경직되어서 손끝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치마가 골반 위로 올라가고, 그녀의 분홍색 속옷이 남자 앞에서 적나라하게 비치고 있었다.

“속옷도 예쁘네.”

“으….”

시호의 떨리는 목소리에도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속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

나는 시호가 빙의한 한미소의 속옷을 내리면서 그녀의 음모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크… 진짜 몸이었으면 존나 쩔었을 텐데.’

지금 벗기는 게 오피스룩이 아니라, 한복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지금 얼굴이 한미소가 아니라, 파닥거리는 귀가 달린 얼굴이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내 능력으로도 불가능했다.

‘뭐… 아무리 그래도 영혼이랑 섹스하는 건 나도 불가능하니까.’

내가 그렇게 아쉬움을 가지며 시호의 속옷을 허벅지까지 내리자, 통신으로 아르모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 님. 조디악의 연락이 왔습니다.]

‘오오… 뭐래?’

아르모니아는 나와 시호의 분위기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간략하게 설명했다.

[일단 임무 완료 보상 100만 에넬과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좋아!’

시호의 꿈을 통해서 성전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리고 보고와 동시에 임무를 완료하고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다.

[조디악에서 수호 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만약 성공하게 된다면… 조디악에서 1,000만 에넬을 약속했습니다.]

‘좋아!’

나는 시호의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뒤, 그녀의 균열을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강한철… 기다려라. 시호랑 네 사촌까지 전부 따먹고, 너도 잡아줄 테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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