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1화 〉 511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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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모니아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현재 상황을 정리하겠습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함선 내에 있는 내 집무실이었다.
원래 계획은 구준병에게 정보를 빼낸 뒤,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J라는 놈과 여우 혼령 덕분에 그 계획이 어그러져 버렸다.
남의 집 초인종이 눌린 것조차 감지하는 미친놈이다.
괜히 안심하고, 문 열고 나갔다가는 신원이 들킬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냥 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워프로 빠져나온 것이었다.
아르모니아는 내가 앉아 있는 의자 옆에 서서 책상 위에 화면을 띄워줬다.
J와 구준병이 대화를 나눴던 컴퓨터 화면이었다.
“일단 J라는 자에 대한 것입니다.”
구준병을 꼭두각시 인형처럼 부리는 신원미상의 존재.
처음에 저 노트북 메시지를 봤을 때는 그저 J라는 녀석이 정치인의 약점을 얻어서 이용해 먹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침몽 덕분에 두 사람의 관계가 그저 그런 얄팍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엄청난 정보력과 기기 통제 능력….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전 같지?”
“현재까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이름은 한철….”
일단 외자는 아닌 것 같았다.
그 시호라는 여자가 ‘한철이.’라는 표현을 썼다.
만약 외자였다면 ‘철이’라는 표현만 썼을 가능성이 컸다.
“조디악에 보고하시겠습니까?”
“….”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번에 내가 맡은 임무는 성전의 인물을 잡아서 족치는 게 아니다.
그저 성전의 인물을 찾아내서 조디악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만약 J라는 녀석이 진짜 한철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성전의 인물이라면?
임무는 성공하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일단 중간 보고를 하자.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알아내는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해줘.”
“알겠습니다. 바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일단 연락이 닿는 데에는 이틀이 소요되기 때문에 나머지는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그다음은 여우 혼령에 관해서입니다.”
“…진짜 대단한 여자더라.”
외모나 외형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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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 게이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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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가량 눈을 마주쳐서 얻어낸 게이지의 수치였다.
고작 2%.
게이지의 수치는 소수를 올림 형태로 표시해주는 구조였다.
즉, 지금 내가 모은 게이지는 1.01% 일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10분 동안 1% 얻어냈다는 이야기가 되네, 그렇게 가까이서 봤는데도….”
“아마도 [강인한 정신력] 기질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봉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보면 나이도 외형과 다르게 몇백 살 정도 먹었을 가능성도 컸다.
“그렇다고 빙의술을 강제로 쓰자니… 내 신분이 들키면 곤란하고….”
“다행히 위협적인 능력은 없습니다. 일단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못 보는 척을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빙의 의식]이라는 기질이 있기는 하지만 저 기질은 나한테 못 쓸 것이다.
빙의 의식은 기본적으로 동화율이 높아야지 사용 가능한 데, 나는 성별이 다른 것부터가 이미 동화율이 바닥을 칠 것이다.
“이민수를 부를 때도 좀 신중해야겠다. 만약 나랑 이민수가 붙어 있는 걸 보면 진짜 곤란해질 테니까.”
“여우 혼령의 기질이 주변에 나타나면 즉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응, 알았어. 그럼 다음은….”
그렇게 나는 아르모니아와 대화를 나누며 상황을 정리하고, 워프를 타고 다시 집으로 복귀했다.
..
..
복귀하고 이틀이 지났다.
그사이에 내가 한 것이라고는 이민수에게 주의시킨 것과 한미소와 만나며 관계를 쌓아가는 것뿐이었다.
사실 그 외에 신경 쓰고 싶은 것들도 많았지만, 조디악의 말 없이 내 임의로 손을 대기에는 꽤 곤란한 것들 투성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던 조디악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조디악 측에서 감사의 말과 함께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전해왔습니다.]
‘어떤 거?’
[일단 집 안에 있는 모든 녹음과 녹화가 되는 물건들을 폐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J라는 녀석의 능력을 대강 들은 조디악은 그저 평범한 해킹 능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건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이네.’
내가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집에 전자 제품이 없다는 것과 나머지 이유는….
‘귀찮은 게 이렇게 도움이 되네.’
귀찮은 나머지 침대와 옷장을 구입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다.
[문제는 스마트 폰입니다.]
내가 가진 스마트 폰에는 중요한 정보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녹화와 녹음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카메라는 가리면 그만이지만, 녹음을 주도하는 마이크는 가려도 분명 새어 들어갈 것이 분명했다.
사실 통화 내용이 새어 나가는 건 괜찮다. 문제는 내가 사시사철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J라는 녀석이 나를 감시하지는 않겠지만, 활동하다 보면 꼬투리를 잡히는 상황이 올 것이다.
하지만….
‘어떡하지? 그렇다고 전화를 안 하며 살 수도 없고….’
아무리 조심하라고 해도 핸드폰까지 폐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미소와 만나려면 핸드폰은 필수니까….
[방법이 있습니다.]
‘…?’
[차음 마법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아하!’
요새 너무 현대 사회에 물들어서 그런지 마법을 깜박하고 있었다.
[24시간 내내 차음 마법을 펼칠 수는 없겠지만, 필요할 때는 펼쳐서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으면 될 것입니다.]
‘좋아. 그거라도 있으면 됐지. 그리고 집에 있을 때만큼이라도 편히 쉬면 좋고….’
[다음은 조디악의 제안입니다.]
‘제안?’
[수호 님께서 조우만에게 접근했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
..
깔끔하게 정리된 사무실 안에 중후한 모습을 지닌 50대 남자가 내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후원금, 절대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저야말로 이런 도움밖에 못 드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기대에 보답을 못 드릴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나는 의자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면서 미소를 지었다.
“저는 마지막까지 조우만 후보님을 최선을 다해서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최선 다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조우만의 배웅을 받으며 그의 사무실을 나왔다.
내 앞에서 내게 연신 고개를 숙이는 남자의 이름은 조우만.
현재 구준병과 선거 경쟁의 관계에 있는 2번 후보였다.
원래는 유명한 대학의 생명공학과 교수였지만, 인지도를 기반으로 정치에 뛰어든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인지도는 최근 비리가 연쇄로 터지면서 바닥을 치게 된 것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겠지만, 정치를 하겠다고 한 녀석이면 애초에 오물을 뒤집어쓴 녀석들이겠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조우만이라는 교수는 아예 나락으로 떨어질 수준까지는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저 조우만이라는 녀석 자체가 목표가 아니니까.
‘이제부터는 입 놀릴 때는 신중히 놀려야겠네.’
[정보력이 뛰어나다면 이미 수호 님을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도 큽니다.]
분명 J는 구준병을 당선시키려는 의도로 그를 돕고 있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당선에 조금이라도 방해하는 존재가 감지되면 어떻게 해서든 감시할 것이라는 게 조디악의 생각이었다.
애초에 저 조우만이라는 자도 후원금 1, 200만 원 같은 금액을 냈다면 이렇게 나를 만나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0억은 좀 많은 거 아닌가?’
상대방 측에 10억을 기부했다면 무시하고 싶어도 쉽게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어차피 복귀하기 전에 전부 쓰지도 못하시지 않습니까?]
‘뭐, 그러긴 한 데…. 정말 10억에 반응할까?’
10억은 조우만 같은 자에게는 큰돈이긴 하지만, J라는 녀석이 정말 성전의 인물이라면 10억은 그리 큰돈이 아닐 것이다.
괜히 돈만 날리고,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그것만큼 속이 쓰린 일도 없을 것이다.
[일단 저희의 1차 목표는 그 여우 혼령입니다. 그녀가 나타나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고민태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는 혼령을 보는 기질이 없다고 했다.
즉, 여우 혼령이 연구실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정보 유출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긴… 그나마 최면 게이지를 쌓을 수 있으니까, 언젠가는 빈틈을 노릴 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핸드폰을 들어서 메시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스마트 폰으로 온 알람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에는 여유 좀 부려도 되겠지?’
<오빠, 저="" 일="" 끝났어요!=""/>
..
..
나는 오늘 데이트 장소로 룸 형식의 와인바를 골랐다.
한미소처럼 허세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평범한 술집보다는 이런 곳이 훨씬 더 좋아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나와 한미소는 룸을 안내받고 들어가서 그곳에서 와인을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은은한 촛불이 타오르는 촛불을 보면서 한미소에게 나긋한 미소를 지어주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와, 반응 진짜 개 빠르네.’
내가 속으로 말한 반응이라는 표현은 한미소에게 쓴 것이 아니었다.
바로 한미소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를 향해서 말한 것이었다.
(이 녀석 딱 봐도 별거 없는 호색한 같은데….)
시호는 한미소 옆자리에 앉아서 나를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계속 저런 식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반응이 빠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씁… 간만에 분위기 잡고 좀 진도 좀 빼보려고 했는데.’
짜증 나거나 기분 나쁜 건 아니었다.
그냥 저 시호라는 혼령은 무시하고, 계속 한미소에게 작업을 걸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시호를 무시하기에는 그녀가 내뱉는 말들이 내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고 있었다.
(하이볼이라… 한철이는 연관성이 없어서 우연이라고 확신하는 거 같지만… 왠지 께름칙한데….)
(갑자기 돈방석에 파묻혀서 하는 짓이 정치인 후원이랑 여자 꼬시는 거라니….)
(뭐, 한철이가 고민태랑 연관이 없다고 했으니 확실하겠지.)
그녀가 내뱉는 대부분 말이 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J라는 녀석은 이미 나에 대해서 꿰차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시호도 모르는 게 있었다.
(뭘까? 착각인가? 이 남자,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시호는 입술을 뚱하니 내밀고 고개를 내밀어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딱 보니 그 시위 당시에 나를 봤던 것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살짝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괜히 틈을 주면 안 되겠어. 다른 건 몰라도 시위대에 있던 건 걸려서 좋을 게 없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은은한 촛불이 감도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한미소의 손바닥을 살며시 잡으며 중얼거렸다.
“미소야, 너 이렇게 보니까 진짜 예쁘다.”
“에이, 오빠 그 소리 맨날 똑같아….”
“그야 매번 예쁘니까 그렇지.”
“흐흐….”
한미소가 내 말에 미소를 지었고.
(흐엑! 느끼해!! 뭐 이런 놈이 좋다고!)
다행히 시호의 머릿속에는 잡생각이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휴우… 저 정도면 잘 넘어간 거겠지.’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시호의 머리 위에 있는 상태창을 슬며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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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게이지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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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게이지가 도저히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최면은… 솔직히 힘들어 보이고, 최대한 옆에서 혼잣말이라도 하게 유도해서 정보라도 캐자. 아르모니아, 혹시 내가 놓칠 수 있으니까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나는 시호의 말들을 대부분 아르모니아에게 맡기고, 계속 한미소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나는 한미소와 천천히 와인을 홀짝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내가 와인을 마시면서 내뱉는 대사는 시호의 정신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으악! 느끼해! 저 남자는 그렇다 쳐도, 이 여자는 왜 저런 말에 실실 웃는 거야! 흐에….)
다소곳한 한복을 입은 여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경박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사실 시호의 반응을 이해 못 할 건 없었다.
‘미소가 페로몬 중독이 걸려서 저런 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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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소
[페로몬 : 미세한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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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소는 며칠간 나와 계속 붙어 있다 보니 어느새 페로몬 중독 기질을 달고 있었다.
아마 저 기질이 달렸으니, 조만간 섹스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느끼해! 느끼해… 으에….)
“….”
그렇게 그렇게 불만을 내뱉는 시호를 보면서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하아… 진짜 이쁘긴 하네. 그 J인지 한철이인지 하는 놈 잡으면 바로 작업 들어가든가 해야지.’
솔직히 지금 내 마음을 흔드는 건 한미소보다 옆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불만을 내뱉는 시호라는 혼령이었다.
한미소를 눈앞에 두고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격의 차이가 느껴지고 있었다.
한봄과 삼인방의 차이 수준이랄까나?
삼인방에게 미안하지만, 한봄 앞에서는 그녀들도 평범한 흔녀에 불과하니까.
심지어 시호는 여우 혼령이라는 희소성도 지니고 있었다.
레벨이 너무 달랐다.
나는 계속해서 나도 모르게 시호에게 시선이 가고 있었다.
활기차게 파닥거리는 노란색 여우 귀와 살랑이는 여우 꼬리.
어디 가서 이런 여자를 보겠는가.
[수호 님. 시선이 너무 옆으로 향했습니다. 주의하셔야 합니다.]
‘아, 미안.’
내가 웬만하면 미안하다는 말 하지 않는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큰 실수를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와 한미소가 대략 와인을 반쯤 마셨을 때쯤이었다.
(아, 맞다! 이 여자 몸에 들어가서 이 호색한에 대한 것 좀 알아보려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빨리 들어갈까?)
오?
살짝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기대감이 들기 시작했다.
‘설마 최면술 쓴 것도 기억에 남아 있지는 않겠지?’
[설명만 보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최면술 스킬 자체가 상대방 기억에 남는 스킬도 아니거니와 빙의 의식 스킬도 동화율에 따라서 기억을 완벽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해줬다.
‘그렇다면 상관없겠지. 흐흐… 들어가면 스킨쉽하면서 장난이나 쳐야지.’
아까 나를 느글느글한 놈이라고 비난한 벌을 내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서 기다리자….
(이씨… 나 술에 약한데. 아니야! 이 정도는 괜찮겠지! 늦기 전에 빨리 들어갔다가 나오자.)
시호는 그렇게 굳은 다짐이 담긴 목소리를 내며 한미소의 몸에 스르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으으….”
그렇게 한미소의 몸에 시호의 영혼이 들어가자마자 바로 한미소의 초점이 흐릿해지더니, 두통이 온 듯 검지로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한미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물었다.
“어? 혹시 너무 마셨어?”
“아, 아니! 아니에요! 가, 갑자기 두통이 와서… 하하….”
아까의 한미소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대단한 스킬이네. 영혼 상태로 남의 몸에 들어가서 조종할 수 있다니. 나도 쓸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응?’
[왜 그러십니까?]
‘어… 그게….’
나는 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한미소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 위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오… 오… 빠? 왜, 왜 그러세요?”
억지로 오빠 소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네.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으면 한잔 더 마실까?”
“그… 그럴게요. 하하하….”
나는 한미소의 잔에 와인을 따라주면서 그녀의 머리 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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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게이지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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