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5화 〉 505화 정신과 육체, 그리고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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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과학 기술이 발전했다는 건 눈대중으로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과학 기술과도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 보였다.
웬 여자가 하늘에 둥둥 떠다니면서 알몸으로 난리를 치는 집회 주모자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심지어….
‘아르모니아,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데. 저거 귀랑 꼬리 맞지?’
[맞는 것 같습니다.]
둥둥 떠다니는 여자는 노란빛으로 이루어진 여우 귀와 꼬리를 달고 있었다.
심지어 이곳의 분위기와 한참 동떨어져 보이는 한복까지….
일단 저 여자가 이곳의 과학 기술의 산물인지 아니면 그저 혼령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아르모니아, 기질 보여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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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
[빙의 의식 LV 3], [강인한 정신력], [여유로움], [느긋함], [돌발행동], [산만함],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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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확정되었다.
일단 저 하늘에 둥둥 떠다니며 난장판이 된 집회를 재미지게 관람하는 여자는 로봇이나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평범한 혼령도 아닌 거 같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 당장 저 시호라는 여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리고 무언가 해서도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신중히 생각하자. 만약에 저 여자랑 접촉했는데, 성전이랑 관련이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곤란하잖아.’
[알겠습니다. 일단 기질창을 확보했으니, 주변에 등장하게 된다면 빠르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집회를 빠져나가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아씨, 하필 타이밍이…!’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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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 게이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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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저 시호라는 혼령과 잠깐이지만 눈이 마주쳐버린 것이었다.
하늘 정도는 누구나 바라볼 수 있으니까 괜찮겠지만, 최면 게이지가 채워질 정도로 정면으로 바라본 게 문제였다.
‘일단 무시하고 떠나자.’
괜히 다시 고개를 들어봤자 좋은 것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바로 집회를 떠나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노란색의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과 커다란 여우 귀와 여우 꼬리.
그리고 한복처럼 보이지만, 전통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복장.
사뭇 현대 의상과 어레인지한 느낌의 한복을 입고 있던 시호는 공중에서 침대에 엎어지며 스마트 폰을 보듯이 집회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호는 시위대를 조심스럽게 빠져나가는 남자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착각인가?”
하지만 착각이라기에는 남자의 시선이 정확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노란색의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그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남자와 다시 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그는 금세 붐비는 사람들을 빠져나가 사라져갔다.
시호는 남자가 사라지는 순간 고개를 당차게 들어 올리며 기다란 손바닥보다 큰 귀를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 내 육감이 저 녀석이 이상하다고 외치고 있어!”
시호가 그렇게 몸을 날리며 빠르게 남자에게 날아가려는 순간이었다.
“어라… 어디 갔어?”
이미 남자는 사라졌었다.
너무 많은 인파 덕분에 한 번 놓친 남자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던 시호는 미소를 지으며 중2병처럼 웃기 시작했다.
“흐흐흐… 역시 보통 녀석이 아니었어. 그 사이에 본녀의 눈을 피해서 달아나다니.”
누가 봐도 남자가 피해서 달아난 게 아니라, 그녀가 놓친 것이었지만 누구도 그녀에게 딴지를 걸지 않았다.
보이지 않으니까.
허공에서 중2병처럼 실실 웃던 시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한숨을 쉬면서 중얼거렸다.
“하아, 이 놀이 그만하자… 그냥 우연히 하늘이나 쳐다본 남자였겠지. 한철이랑 한나한테는… 굳이 말하지 말자.”
시호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아수라장이 된 집회장을 유유히 떠나기 시작했다.
***
최면술.
다른 건 몰라도 일반인에게는 어마어마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시선을 지속해서 봐야지 사용 가능하다는 단점 덕분에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쉽사리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모든 게이지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내가 내린 명령은 옷을 벗고, 다른 사람들에게 뛰어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겨우 두 가지 명령을 했을 뿐인데, 소모된 게이지는 무려 45%.
게이지 소모량은 명령 횟수가 아닌 명령의 강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었다.
‘좋긴 좋은데, 레벨 올리기 전에는 신중하게 사용해야겠어.’
[나중에 기억 조작 스킬도 사용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아마 기억 조작 스킬은 더 많이 소모하겠지….’
기억 조작은 정신 조작보다 더 상위의 능력 같으니까 간단한 조작조차도 엄청난 게이지를 소모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었다.
최대한 많이 사용해서 게이지 사용에 감을 잡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TV에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소식입니다.="" 대한="" 광명="" 단체="" 소속의="" 단체장이="" 집회="" 중에="" 흥분한="" 나머지="" 옷을="" 벗고….=""/>
나는 화면을 보면서 킥킥 웃기 시작했다.
‘원한은 없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동안 얌전히 집에 박혀 있도록….’
나는 그렇게 웃으며 뉴스를 계속 지켜봤다.
뉴스의 내용은 집회 시위 중에 알몸으로 난동을 부린 남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여자들에게까지 달려드는 바람에 성추행 혐의까지 붙은 상황이었다.
내 최면의 걸렸던 녀석의 인터뷰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기억이="" 없어!="" 내가="" 한="" 게="" 아니야!=""/>
<그럼 혐의를="" 부인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지! 이건="" 분명="" 고민태가…!=""/>
인터뷰의 음성은 딱 그곳에서 끊기면서 뉴스가 마무리되었다.
그 뒤의 내용은 따로 듣지 않아도 무슨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갔다.
‘이거 마무리도 해줘야겠는데?’
저 단체장이라는 녀석에게 최면을 건 것까진 문제가 없었지만, 그 이후에 고민태의 이름을 노래를 부르듯 계속 내뱉을 것 같았다.
책임 전가는 모름지기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이니까.
딱히 그런 말을 누구도 믿지 않겠지만, 믿는 사람도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나중에는 기억 최면도 걸어서 마무리 지어주자.’
고민태가 저런 거 하나로 곤란해하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귀찮은 상황을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겠지.
어차피 저 단체장은 한동안 경찰과 소울메이트 관계를 유지하느라 대외적인 장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 같으니 여유가 될 때까지 무시하기로 했다.
‘자, 그럼… 아까 그 혼령 기질창 좀 보여줘.’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과 함께 내 눈앞에 시호라는 여자의 기질창과 외형이 담긴 영상이 띄워졌다.
멀리서 본 영상이라 그런지 자세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몇몇 가지 특징을 짚어낼 수는 있었다.
베아트리체에 비해서 커다란 귀와 형태가 다른 꼬리.
일단 여우 혼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미호 같은 건가….’
꼬리가 하나만 달려 있어서 구미호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어폐가 있었지만, 외형만 보면 딱히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독특한 복장이 눈에 띄었다.
‘한복을 현대식으로 잘 꾸며 놓은 거 같네.’
원래라면 발목까지 가려야 할 치마가 무릎까지 올라와서 대충 각도만 잘 맞췄다면 속옷이 전부 보일 정도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던 위치가 애매해서 속옷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얀색으로 뒤덮인 저고리와 가슴팍에 달린 붉은색 고름,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온 하얀색 치마와 세련된 꽃신까지….
‘일단 복장이 현대식이라고 해도 결국 예전 사람 같긴 하네.’
그저 컨셉으로 입고 다니는 복장은 아닌 듯싶었다.
[조디악에 문의해보시겠습니까?]
‘아니, 하지 말자.’
만약 시호라는 혼령이 조디악의 인물이었다면 조디악에서 이미 우리에게 언질을 줬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 말이 없었다는 건….
‘분명 모르는 사이라는 거지. 괜히 복잡해질 수도 있으니까. 좀 더 지켜보자.’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 빙의 의식 스킬 내용 좀 보여줘.’
내 말과 함께 빙의 의식 스킬에 대한 설명이 띄워지기 시작했다.
=====
[빙의 의식]
혼령 상태로 타인의 몸에 빙의할 수 있다.
상대방과의 동화율에 따라서 몸을 조작하는 것과 기억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동화력의 수치에 따라서 몸을 조종하거나 기억을 보는 능력의 에너지 소모가 줄어든다.
단, 동화율 30% 미만의 상대방에게는 빙의 의식을 사용할 수 없고, 혼령만 사용가능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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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빙의술과 같은 능력인 줄 알았는데, 비슷한 성격을 지녔을 뿐, 전혀 다른 능력이었다.
상대방의 몸에 빙의해서 조종하고, 기억을 몰래 훔쳐보는 능력이었다.
나는 스킬 설명을 보며 감탄했다.
‘캬… 이거 진짜 좋은데?’
[하지만 아쉽게도 수호 님께서는 배우셔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십니다.]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빙의 의식은 혼령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즉, 나는 배우더라도 의미가 없는 스킬이라는 이야기였다.
‘혼령 전용이라… 아쉽네. 어차피 일단 눈에 봤으니까 나중에 또 요긴하게 쓰는 날이 오겠지.’
나는 TV를 보면서 영혼 소환식을 사용해서 이민수를 소환했다.
(까, 깜작이야!)
“좀 조용히 나타나라… 귀청 떨어지겠네.”
(놀란 건 내 쪽이야. 언질이라도 주던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시험해볼게.”
귀찮은 녀석이었지만, 내 고막의 수명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려해주기로 했다.
나는 이민수를 부르자마자 그에게 정식으로 묻기 시작했다.
“네가 있던 소속이랑 복수하고 싶다는 녀석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봐.”
(아! 알았어!)
아까까지 놀란 심장을 진정시키더니 내 말을 듣자마자 흥분한 표정으로 심장이 터질 듯이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있던 인류 보호 협회에 대해서 알려줄게.)
인류 보호 협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단 하나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다.
고민태의 몰락.
아마 아까 집회에서 봤던 여러 단체가 지금 이민수가 말하는 단체와 흡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얌전한 편이야. 해외에서는 총이나 폭탄 같은 무기를 사용하면서 테러도 한다고 하더라.)
“흐음….”
선동당하고 싶지 않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사람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이야기는 유명하지 않은가?
전 세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외치다 보면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눈치를 보며 자석처럼 달라붙게 되게 마련이다.
인간은 혼자 있는 것보다 위계질서 안에 편승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으니까.
일단 단체에 대해서는 많이 알 수 있었다.
지부가 어디 있는지와 어떻게 하면 소속할 수 있는지 등등….
“일단 나중에 그 단체에 들러봐야겠네.”
(왜? 설마 들어가려고?)
“그건 나중에 가서 결정하지 뭐.”
내가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TV에 관심을 주자, 이민수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묻기 시작했다.
(…도대체 목적이 뭐야? 나를 이렇게 소환한 것을 보면 평범한 인간 같지도 않고….)
“유령은 몰라도 돼.”
(거참, 애들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
이민수는 투덜거리면서 그다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번에 내가 말했던 녀석… 그 녀석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는데, 내가 아는 거랑 별 차이는 없었어.)
나이는 이민수와 동갑이었고, 나름 잘사는 집의 자제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말하는 공통적인 특징은….
(좋은 사람 얼굴을 하고는 사람을 홀리는 걸 잘해.)
“…좋아. 그건 문제 없지.”
일단 그 이야기만 들으면 내가 접근해도 딱히 문제는 없어 보였다.
‘일단 재벌이나 정치인의 자식 같은 분위기는 아닌가 보네.’
대충 높게 잡아도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중견기업 임원의 자식 정도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민수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적어서 결국 직접 보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었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일주일 후에 인류 보호 협회인가에 찾아가 봐야겠네.”
(조심해… 그 녀석도 그렇지만, 단체에 말재주가 좋은 녀석들이 많아서….)
“그런 건 걱정하지 마.”
오히려 내가 최면을 걸면 걸겠지….
“그럼 가봐.”
(어….)
내가 그렇게 손을 휘저으며 이민수를 물리려고 했지만, 이민수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래? 뭐 이상한 거 있어?”
(아… 아니… 그게….)
혹시 유령으로서의 직감 같은 게 느껴진 건가?
그렇게 나도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이었다.
(그… 전에 계셨던 분은 어디 가셨어?)
“…레나?”
(아, 그분 성함이 레나구나… 얼굴처럼 이름도 아름다우신….)
“할 말 없으면 꺼져!”
(크헛!)
이민수는 짧은 단말마 같은 목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어디서 레나의 이름을 입에 올려!’
[….]
‘자, 그럼 시끄러운 녀석도 사라졌겠다….’
나는 TV에 나온 글자를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선택하신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가격 12,000원
‘이 집은 이제 내 꺼다.’
[….]
나는 그 이후로 밤새 영화 삼매경에 빠지기 시작했다.
..
..
휴일이란, 누구에게나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그런 휴일도 적당히 있어야지 즐거운 법이었다.
지금의 나처럼….
나는 영화로 스타트를 끊은 뒤, 그 뒤에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지냈다.
그래도 넷플릭스 같은 드라마들이 이곳에서도 유행하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와… 여기도 미드 같은 게 있어서 다행이다. 한국 드라마 같은 것만 줄창 나왔으면 진작에 지루해서 죽었을 듯….’
나는 그렇게 속으로 투덜거리며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아르모니아, 이쪽 맞아?’
[맞습니다. 제가 띄워드린 장소로 계속 이동하시면 됩니다.]
내가 지금 향하는 곳은 조디악이 알려준 비밀 자금을 건네줄 장소였었다.
도대체 어떻게 전해주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오늘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조디악의 연락으로 위치를 전달받고 이렇게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여기는 비밀스러운 장소랑은 거리가 먼데?’
내가 걷고 있는 장소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는 도로 한복판이었다.
이런 곳에서 도대체 무슨 돈을 전달해주겠다고….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르모니아가 띄워준 장소에 도착한 순간이었다.
‘어… 아르모니아, 지도가 잘못됐나 본데?’
나는 지도대로 정확하게 이동한 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내가 도착한 곳은 도저히 돈을 건네받을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르모니아는 내 말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수호 님.]
‘응?’
[이곳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진짜?’
내가 멍하니 가게의 간판을 바라보자 아르모니아가 내게 간략하게 설명해줬다.
[이곳에 들어가신 뒤 조디악이 알려준 번호를 입력하시면 됩니다.]
‘….’
내 앞에 서 있는 가게 현수막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이볼 1등="" 당첨="" 판매점!=""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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