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화 〉 500화 가족과 가족의 사이
* * *
“….”
“….”
레나와 베아트리체가 일어난 상태로 멍하니 비올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바라보는 비올라는….
“멍멍~”
강아지 소리를 내면서 내 주위를 엎드린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침묵하며 비올라의 모습을 보던 두 사람 중에 먼저 입을 연 것을 다름 아닌 베아트리체였다.
“뭐, 뭐 하는 거냐냥?”
베아트리체의 당황이 서린 질문을 들었음에도 비올라는 싱글벙글 웃으며 강아지처럼 짖을 뿐이었다.
“멍멍~”
“….”
혼란이 더 가중된 모습이었다.
이대로는 오해의 평행선을 이루리라 판단한 나는 직접 나서서 해명해주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
나는 저번에 비올라와 산책할 때, 그녀가 봤던 만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을 흉내 낸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다음에야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풀기 시작했다.
“늦게 이해해서 죄송합니다.”
“휴우… 나는 또 뭐라고… 그거 나도 봤던 거다냥.”
생각해보면 레나와 베아트리체는 현대 사회가 아닌 중세의 시대와 비슷한 일루니아 대륙의 출신이었다.
갑자기 비올라가 강아지처럼 행동하니 무슨 저주에라도 걸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도 그거 재미있게 보긴 했다냥. 그런데… 그건 이거랑 상황이 다르지 않냐냥?”
베아트리체가 말하는 만화는 여자가 진짜 강아지로 변한 뒤 산책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 비올라의 모습은 영락없이 마법 소녀의 몸에 강아지 혼을 주입해서 악당에게 농락당하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개 쩌는데? 꼬마 마법 소녀도 있으면 비올라처럼 성인 마법 소녀도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 나중에 그런 능력 얻으면 해보고 싶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을 때, 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그렇다면 산책이라는 건….’
“어때? 레나도 같이 갈래?”
“멍멍~”
“아….”
레나는 멍한 표정으로 나와 비올라를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하던 레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언제나 주인님의 충실한 애완동물입니다. 그런데….”
레나가 옆에 있던 베아트리체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했다.
“베아트리체 씨는 아직 이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르긴 무슨… 베아트리체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야.”
“아… 이해했습니다.”
“멍멍~!”
레나와 비올라가 흐뭇한 미소로 베아트리체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베아트리체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내게 물어봤다.
“설마… 아니지냥?”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베아트리체를 향해서 다정하게 입을 열었다.
“자, 가자. 고양아.”
..
..
산호색, 분홍색, 하늘색, 보라색, 주황색.
색만 입에 담아서 이야기한 것을 누가 들으면 변종 파워레인저 같은 것이냐고 물어보겠지만, 내가 보는 색상들은 그것과 전혀 관련이 없었다.
‘그래도 아르모니아도 있으면 나까지 다섯 명이니까 전대물은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헛생각을 하며 손에 달린 줄을 바라봤다.
길게 늘어진 세 개의 하얀색 줄이 각각 인물의 목걸이로 향해 있었다.
왼쪽은…
“냐앙.”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산호색 드레스를 살랑살랑 흔들며 엎드려 가는 레나.
가운데는….
“멍멍~”
하얀색의 에테르 복장을 입고 있는 활기찬 비올라.
그리고 왼쪽에는….
“하아….”
두 동물과 다르게 인간처럼 한숨을 푹푹 내쉬는 베아트리체가 있었다.
베아트리체의 한숨과 함께 레나와 비올라가 그녀를 향해 시선을 주며 입을 벌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냐아앙~”
“멍멍~”
인간 목소리라고는 안 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나는 베아트리체의 목줄을 살짝 당기며 신호를 줬다.
“베아트리체. 목소리~”
“하아… 냐… 아니, 아… 냐앙….”
몇차례 계속 교정하려고 노력하던 베아트리체는 결국 창피함을 못 참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은 모습으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모, 못 하겠다냥… 진짜….”
“그냥 평소처럼 고양이 흉내를 내면 되잖아?”
“나, 나는 고양이 흉내를 낸 적 없다냥!”
아… 그게 흉내 아니었어? 매번 냥냥 거리기에 좋아하는 줄 알았지.
베아트리체는 한숨을 쉬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도저히 동물 흉내를 못 내겠다냥…. 존엄성이 바닥을 치는 기분이다냥.”
“….”
네 옆에 있는 두 명의 여자는 그 존엄성을 버리고 잘 행동하는데요?
정작 마족, 그것도 묘족이 저런 말을 하니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거기다 엎어져서 동물처럼 기어 다니는 레나와 비올라와 다르게 베아트리체는 토끼 걸음을 하고 있었다.
레나와 비올라처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움직이는 행위에 거부감이 있어 보였다.
토끼 걸음… 저게 더 힘들 텐데.
베아트리체는 그런 힘든 포즈를 하면서도 주위를 경계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았다.
“만약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다른 마족이라도 만나면….”
베아트리체가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들키는 순간 2성 장군의 위엄이 땅에 떨어지는 것이니까.
그에 비해서 레나와 비올라는 마족을 만나더라도 떨어질 위엄이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족은 인간들도 쉽게 구분을 못 하니까 알아보는 건 베아트리체뿐일 것이다.
나는 걱정하는 베아트리체를 최대한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 저번에 비올라랑 산책했을 때는 한 명도 없더라.”
거짓이 아니라, 비올라와 산책을 했을 때, 인간은커녕 마족도 보지 못했었다.
그리고 최후의 수단이 있으니까 딱히 걱정은 없었다.
‘단체 은신이 있지. 하지만 레나와 베아트리체한테는 말하지 말아야지.’
나는 일부러 두 사람에게 단체 은신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 덕분에 베아트리체는 전쟁터에서 사주경계를 하듯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냐앙….”
베아트리체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은 레나도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다.
페르온 성에 인간이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다.
페르온 공작.
만약 재수 없게 그와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냐아앙….”
레나의 멘탈도 분명히 흔들릴 것이다.
나는 목줄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입을 열었다.
“날씨가 좋네. 정원으로 가자.”
나는 그렇게 불안해하는 레나와 베아트리체를 이끌고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
..
나는 정원에 있는 가제보 안으로 들어온 뒤 벤치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좀 쉬자.”
“냐앙~”
“멍멍~”
“하아….”
두 사람의 울음소리와 한 묘족의 한숨 소리가 섞여서 내 귓속에 옹기종기 몰려들고 있었다.
나를 올려다보는 세 사람은 애완동물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나는 세 사람을 보면서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황 자체는 재미있어서 좋은데, 생각보다 시시하네.’
역시나 오늘도 마족과 마주치지 않았다.
이런 컨셉의 묘미는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독특한 체험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올지도 모르는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것에 있었다.
하지만 긴장감을 부추길만 한 위기가 존재하지 않으니 심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바란 건 잠입 액션 게임이었는데, 막상 게임을 사서 플레이해보니 힐링 게임인 느낌이었다.
힐링 게임을 좋아한다. 좋아하기는 하는데….
‘좀 더 스릴을 더하자.’
나는 세 사람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자, 다들 답답했지?”
“…?”
내 생뚱맞은 소리에 레나와 베아트리체뿐만 아니라, 비올라까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문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의문의 눈빛을 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해. 자 옷들 벗자.”
“냥!?”
지금까지 2성 장군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베아트리체 씨께서 진짜 고양이의 표본을 보여주듯 울음소리를 내어줬다.
하지만 금세 다시 마족의 정체성을 찾은 베아트리체는 나를 올려다보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지, 진짜 옷을 벗으라는 것이냐냥!?”
“어허… 베아트리체.”
“흐으… 냥….”
베아트리체는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레나와 비올라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내 말에 즉각 반응하는 건 다름 아닌 비올라였다.
파아앗!
비올라의 하얀색 옷에서 빛이 새어 나오더니, 옷을 차츰 지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올라는….
“멍멍~”
벽안에 갈색 머리카락으로 돌아온 채 알몸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짖기 시작했다.
우윳빛으로 빛나는 새하얀 알몸과 중력에 출렁이는 젖가슴이 내 동공을 사로잡았다.
갑자기 알몸으로 변한 비올라 덕분에 내 자지가 갑자기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매력적인 비올라의 모습에….
“냐아앙~”
레나도 후다닥 옷을 벗기 시작했다.
비올라와 다르게 변신으로 입은 옷이 아니기 때문에 벗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속함만 따지면 이곳에 있는 네 명 중에서 제일 빠른 손을 가진 레나였다.
그녀도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서 내 다리에 볼을 비비적거리기 시작했다.
“냐아아아~”
“….”
베아트리체는 비올라와 레나의 모습을 보더니, 입을 벌리고 멍하니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턱짓을 했고….
“하아… 내가 왜 이런 짓을….”
“허어!”
“냐, 냐앙!”
베아트리체는 내 질타가 섞인 목소리에 흠칫하며 놀라더니 바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한 베아트리체는 떨리는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목줄이 걸려 있는 모습이 스트라이크였다면 알몸은 3진 아웃이었다.
걸리는 순간 위엄이고 뭐고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나락으로 빠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베아트리체는 내 눈치를 보면서 옷을 벗고 있었다.
‘뭐, 애초에 직급만 달고 있지, 마왕 소속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들켜서 소문이 난다고 해도 그걸 누가 믿겠는가?
2성 장군이 알몸 상태로 인간에게 목줄이 걸려 있었다는 이야기를….
오히려 소문낸 녀석만 미친놈 취급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베아트리체가 옷을 전부 벗고, 벌벌 떨면서 마지막 속옷을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베아트리체의 속살은 꿈에서 봤을 때와 같았다.
‘아, 생각해보니까 침몽으로만 경험해서 아직 현실에서는 처녀막이 있겠네? 럭키! 앗싸리 지금 해버릴까?’
그렇게 내가 속으로 음흉한 계획을 세우는 사이에 세 여자는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 상태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비올라와 어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레나.
그리고 두려움에 떨며 사주경계를 하는 베아트리체까지….
‘슬슬 한번 해볼까.’
이렇게 진귀한 장면을 보고 넘어갈 내가 아니었다.
이미 고환이 찌르르 울리면서 내 자지에 신호를 주기 시작했다.
“자, 그럼 세 사람 다 뒤를 돌아서….”
내가 세 사람에게 그렇게 명령하려는 순간이었다.
“!?”
갑자기 레나가 흠칫 놀라며 고개를 획 돌려서 어딘가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레나의 반응을 보자마자 다들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군가 오고 있다고? 여기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레나의 시선이 닿은 곳에서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가제보가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외부에 있는 사람이 지금 알몸인 세 사람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근처에 다가와서 내부를 보게 된다면 아무리 어둡다고 해도 알몸의 여성들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것이었다.
나는 일단 레나가 바라보는 곳 반대쪽을 향해 검지를 뻗어서 가리켰다.
“일단 저쪽으로 가자.”
나는 세 개의 목줄을 이끌고 가제보의 반대쪽 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오, 옷 챙겨야 한다냥!”
“아!”
베아트리체가 고스로리 복을 챙기며 다급하게 말하자, 그 사실을 깨달은 레나도 알몸 상태로 후다닥 드레스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옷을 챙긴 두 사람은 후다닥 가제보 벽을 넘어서 몸을 아래로 숨기기 시작했다.
마침 가제보는 사람 허리춤까지의 높이로 벽이 둘러싸여 있었고, 입구도 딱 하나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두 숨은 뒤에 나 혼자만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상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정원 끝에서 다가오던 인형은 가제보 쪽으로 점차 다가오더니, 입구에 들어서면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간신히 몸을 끌고 들어온 존재는….
“공작님?”
“음? 아! 설마 선객이 있을 줄이야….”
페르온 공작이었다.
공작은 무거운 몸을 이끌듯 축 늘어진 상태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공작에게 손바닥을 내밀며 다가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굳이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내가 불편했나 보군…. 미안하네, 내가 자리를 비켜주겠네….”
힘없이 가제보를 떠나려는 공작의 모습에 나는 바로 손을 휘저으며 변명을 했다.
“아뇨. 힘든 몸으로 여기까지 오셨는데, 의자에 앉아 계시는 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배려 고맙네.”
공작은 살며시 미소를 머금으며 가제보에 있던 벤치에 앉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향해서 레나를 바라봤다.
레나는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당혹감을 보여주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레나의 모습에 더 흥분하기 시작했다.
나는 벽에 가려진 내 하체에 입혀 있는 바지를 벗으며 레나를 향해 입 모양으로 말했다.
(빨아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