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9화 〉 489화 가족과 가족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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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빙의술사라는 직업은 위그드라실에서 만들어진 전용 직업이라는 느낌이 강했고, 스킬도 위그드라실 전용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스킬 자체는 다른 세계에서도 적용되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눈앞에 있는 확인창을 보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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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소환술
지목 : 오웰, 비아트릭스
지금 즉시 소환 가능합니다. 소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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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을까? 불러도?’
내심 불안했다.
지금까지 영혼 소환술 스킬은 소우타 말고는 누구에게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위그드라실에서 쓰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곳에서 사용한다면 자칫 부작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는 마음이 생겼다.
죽은 자와 관련된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왜 그러냐냥?”
“….”
시도해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애초에 상태창에 버젓이 소환 가능하다고 표시가 된 것을 보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내 눈앞에 올라온 스크린을 보면서 속으로 수락했다.
‘소환.’
그 순간이었다.
사아아악!
소우타를 부를 때와 다르게 주변의 시야가 왜곡되면서 공간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내 몸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생소한 장면을 본 터라 갑자기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귀에 두 남녀의 목소리가 파고들어 왔다.
(어머? 여기가 어디야?)
(뭐야!? 갑자기 여기는….)
당황해하던 두 남녀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격앙된 목소리로 내 고막을 창으로 찌를 것처럼 외치기 시작했다.
(비체!!)
(아이고! 우리 딸!!)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어떤 표정을 지을까?
죽었다고 생각했던 가족을 눈앞에서 다시 바라보는 건 어떤 기분일까?
평소에 헤실헤실 웃던 베아트리체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게 기대되었다.
그리고 내가 눈을 뜨고 흐뭇하게 주변을 바라보자, 눈에 모든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혼 상태로 오두방정을 떠는 두 남녀와….
(비체야!)
(아이고, 우리 딸!)
그리고 베아트리체, 비올라, 레나, 아르모니아.
각자 표정이 각양각색으로 다양한 표정들을 지었지만, 그녀들이 보여주는 표정은 단 한 가지로 귀결되었다.
(비체야! 엄마 안 보여!?)
(딸아! 아빠다 아빠!!)
자신의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던 베아트리체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너 갑자기 왜 실실 웃는 거냐냥?”
분명한 사실은….
“…망할 부작용.”
“…?”
베아트리체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여자들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일단 베아트리체에게 말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보이지도 않는 엄마 아빠가 옆에 있다고 해보자.
내가 원하던 감동적인 눈물을 볼 수 있겠지만, 그게 기쁨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었다.
지금 당장 내가 조언을 구할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아르에몽.”
“제 이름은 아르모니아입니다.”
“잠깐 따로 이야기 좀….”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는 내 말투에서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르모니아의 뒤를 다라가면서 고개를 돌려서 다른 멤버에게 말했다.
“나는 잠시 아르모니아랑 이야기 좀 할게.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어.”
“알았다냥.”
베아트리체의 말과 함께….
(비체야! 엄마라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섹기스러운 보라색 복장의 서큐버스와 온몸에 주황색 털이 덕지덕지 나 있는 커다란 고양이 수인이 베아트리체의 주변에서 그녀를 불러제꼈다.
서큐버스와 묘족, 둘 다 20대 후반? 아무리 못해도 30대 초반의 건장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단 두고 가자. 별일 없겠지.’
나는 그렇게 두 사람을 놓고 아르모니아와 작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사정을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들은 아르모니아는….
“말씀하지 않으시길 잘한 것 같습니다.”
“설마 안 보일 줄 몰랐네. 혹시 함선 화면으로는 저 두 사람 볼 수 있어?”
“…베아트리체 씨의 시점을 확인해 본 결과, 보이지 않습니다.”
즉, 나만 보이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위그드라실에 있을 때는 아르모니아뿐만 아니라, 레나도 함선에서 영혼을 볼 수 있었는데….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아르모니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허공에 터치하면서 뭔가 찾기 시작했다.
아마도 함선과 통신을 연결해서 뭔가 찾아보고 있는 듯싶었다.
그리고 한참을 찾아보던 아르모니아는 내 눈앞에 화면을 띄워주며 대답했다.
“아마… 이것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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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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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영혼을 볼 수 있는 기질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게 생긴 거지?
“생긴 건 지금이 아닙니다.”
“…?”
“기록상으로는 위그드라실… 그것도 2층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기질입니다.”
그것까지는 이해가 갔다.
영혼이 사는 세계로 가면서 기질이 알아서 생긴 것일 테니까.
여기서 문제는 그동안 잘 보다가 갑자기 왜 보지 못하게 된 것이냐였다.
“그때는 화면으로 영혼들 잘 봤잖아? 왜 지금은 못 보는 거지?”
“….”
아르모니아는 한참 고민하더니, 자신의 생각을 꺼내기 시작했다.
“2층에서 영혼을 봤던 건 수호 님에게 능력 덕분도 있지만, 영혼을 보는 권리를 위그드라실에서 제공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2층에 올라가면서 위그드라실에게 영혼을 볼 수 있는 권리를 받았지만, 그 권리 이상으로 능력도 개화되어서 다른 세계에서도 영향을 받는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 덕분에 아르모니아도 저 부분을 놓친 것이었다.
아마 아틀러 성에서 들려왔던 괴상한 소리가 나한테 들린 것도 저것 덕분일 것이다.
“수호 님께서 가진 [영혼 감지] 능력이 영혼을 보는 능력이라면, 위그드라실에서 준 권한은 영혼을 보여주는 권한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보여주니까, 외부에서 보는 다른 사람도 보이는 것이고?”
“아마 그렇게 추측됩니다.”
그것 말고는 추측할 수 있는 상황이 없었다.
일단 그 부분에 관해서는 대충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여기 있는 인간들은 도대체 뭐야?)
“어떡하지?”
“….”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베아트리체에게 부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상관없다.
하지만 베아트리체에게만큼은 보여줘야 한다.
그렇다면 베아트리체가 저 [영혼 감지] 능력을 얻게 된다면 되지 않을까?
에넬만 있다면….
“배우는 데에 100만 에넬이 들어갑니다.”
“하하….”
영혼 보기 더럽게 힘드네….
그렇게 허탈하게 웃다 보니 문뜩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그 방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
“…?”
나는 내 생각을 아르모니아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들은 아르모니아는….
“그 방법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좋아.”
나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목소리로 떠드는 두 남녀를 내 쪽으로 다시 불러왔다.
스스슥!
(꺄으응!)
(크으! 여, 여긴 또 어디야?)
베아트리체 앞에서 한참을 떠들던 두 명은 내 앞에 소환되자마자 엉킨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일단 눈에 띄는 건 묘족이었다.
‘이야… 수인이네.’
수인인 건 알겠다.
그런데 너무 수인이다.
뭔 개소리냐고?
손발이 전부 고양이의 형상을 띄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도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키는 2m가 될락 말락 할 정도로 커다랬다.
베아트리체가 묘족인 아빠에게 받은 건 고작 해봐야 귀와 꼬리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눈이 가는 건….
(흐응… 머리 어지러워. 꿈속에서 술 마시는 거 같아.)
베아트리체의 엄마인 서큐버스였다.
‘예쁘다.’
하지만 그런 미모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점은 베아트리체와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니, 닮았더라도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애처럼 촐랑대는 베아트리체와 다르게 온몸에서 섹기를 풍기는 그녀의 엄마.
똑같은 외형이었더라도 다른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베아트리체가 엄마에게 받은 건 등에 달린 날개와 인간의 외형, 그리고 능력 부분이었다.
“베아트리체가 유전자 축복의 결정체네.”
(어머? 당신은 우리가 보이나 보네?)
일단 서큐버스 쪽은 내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호감 서큐버스 확정이다.
그리고….
(뭐야? 이 인간 나부랭이는?)
“….”
아빠는 단또 새끼로 확정되었다.
(앙? 뭐야? 설마 우리를 여기로 부른 게 네 녀석이냐?)
“단또….”
(뭐? 단또? 마법 주문 같은 거냐?)
나는 나를 보며 인상을 구기던 베아트리체의 아빠를 무시하고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내가 당신들을 부른 건 맞아.”
(와… 대단하네. 마왕님도 그건 못할 텐데.)
“칭찬은 됐고. 내가 당신들을 부른 이유는 간단해.”
나는 두 사람에게 나와 베아트리체의 관계부터 시작해서, 부른 이유까지 전부 설명해줬다.
비아트릭스라는 이름의 서큐버스는 조용히 내 말을 들으며 흥미로운 듯 바라봤다.
그리고 아빠 쪽인 오웰은 설명을 전부 듣고 나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너… 내 딸에게 이상한 흑심 품고 있는 거 아니지?)
“…단또.”
(아까부터 이상한 주문 같은 거 말하지 말고 대답이나 해!)
(여보!)
오웰의 지랄 거림에 비아트릭스가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지금 비체랑 만나게 해주신 분에게 무슨 버르장머리예요!)
버르장머리?
남편한테?
(미, 미안… 하, 하지만… 이놈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
거기에 꼬리를 내리는 남편까지… 가관이다.
저 덩치를 가지고 애처가라니….
단또 애처가.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아빠 쪽이 좀 귀찮게 해서 그렇지, 그도 자신의 딸과 만나게 해줬다는 사실 때문인지 나름 호의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만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여보, 인간들이잖아. 경계해야 해.)
바로 인간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긴… 전쟁 중에 인간에게 죽었으면 오히려 저 모습이 당연하겠지.’
오히려 서큐버스 쪽이 이상했다.
전쟁 중에 죽었는데, 인간인 나에게 호의적이라니….
(괜찮아요. 들었잖아요. 전쟁도 끝났고… 무엇보다….)
비아트릭스는 내게 살며시 다가오더니, 내게 흑심 따위는 전혀 없는 미소로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비체가 이렇게 친한 친구들이 있는 게 얼마나 기쁜데요.)
(하긴… 그건 그렇네. 죽는 순간에도 그게 제일 미안했으니까.)
인간을 싫어하더라도 딸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뭐… 일단 이야기가 통했으면 됐다.
“일단 지금 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소환할게요.”
(왜!? 우리를 딸한테 보여주려고 소환했다며! 역시 다른 생각이 있었구나!)
단또의 지랄 맞음에 나는 고개를 절레거리며 말했다.
“아까 봐서 알겠지만, 지금 문제가 생겨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고 있어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일단 대기하고 계세요.”
(후후… 고마워요. 덕분에 딸이랑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생각 같아서는 내가….)
비아트릭스는 내게 몸을 밀착하더니, 아까와 다르게 흑심이 담긴 표정으로 실실 웃기 시작했다.
(보상해주고 싶은데….)
(당신 인간한테 뭐 하는 거야!)
그런 비아트릭스를 오웰이 질질 끌고 나와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가관이다 가관….’
엄마쪽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니… 서큐버스면 애초에 저렇게 반응하는 게 당연한가?
그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에 간신히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 가세요.”
(정말 고마워요~ 꼭 다시 불러주세요. 내 딸도 보고 싶고, 그쪽도…. 후읏~)
비아트릭스는 내게 윙크하며 사라졌고….
오웰은 나를 겸허한 눈으로 보더니….
(퉷!)
침을 바닥에 뱉더니 휙 하고 사라졌다.
“단또….”
“….”
아르모니아가 무표정으로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계속 중얼거리시는데,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아냐, 다 해결됐어. 워프 충전하려면 내일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그렇습니다.”
“좋아… 레나의 아버지를 보는 것과 베아트리체의 부모를 보는 것을 동시에 하자.”
그렇게 아르모니아와 계획을 전부 세운 뒤, 작은 방을 나섰다.
“일단 확실하게 만날 때까지는 무조건 비밀로 하자.”
“알겠습니다.”
나는 부디 성공하기를 빌면서 아르모니아와 다른 멤버가 있던 큰 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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