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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88화 (489/898)

〈 488화 〉 488화 가족과 가족의 사이

* * *

베아트리체는 반파되어서 쓰러져가는 집을 게슴츠레하게 보며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우와… 오랫동안 비우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냥.”

즉, 원래 이런 상태는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다행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옛 동료가 무슨 거지도 한걸음에 뛰쳐나올 것 같은 흉가에서 살았다고 하면 어떤 위로를 해야 할지 이쪽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살아서 안타깝다고 위로할 수도 없고, 지금이라도 떠났다고 안심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베아트리체도 예상치 못한 수준의 상태를 보고 우리를 보며 허탈하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서 충분히 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되겠다냥. 일단 다른 곳으로….”

베아트리체가 손을 휘저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찰나였다.

“와! 여기가 베아베아체가 살던 곳이에요?”

“그, 그렇지… 냥.”

“와!”

비올라는 허름한 집을 보고도 전혀 개의치 않고, 베아트리체의 집 문을 열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거기 더럽다냥!”

“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거 처음이에요!”

레나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아마 레나가 지냈던 성 자체를 친구의 집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비올라가 먼저 들어가서 내부를 구경하자, 베아트리체가 우리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미소를 지었다.

“자, 초대했으면 내부 구경 좀 시켜줘.”

“으으… 후회해도 모른다냥.”

베아트리체는 목에 힘을 빼고 고개를 축 늘인 채 우리를 정식으로 집에 초대했다.

집은 2층 구조로 된 평범한 나무집이었다.

창문에서는 주황빛을 받은 햇살이 들어와서 내부에 흩날리는 먼지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먼지보다 더 문제인 건 바로 내부 가구들의 상태였다.

이 폐가의 모습을 하고 있던 집은, 내부도 거기에 걸맞게 폐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구들은 전부 부서져 있고, 여기저기에 그 부서진 가구로 불을 땐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분명 누군가가 무단침입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레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바로 현재 상황을 정리해서 내게 이야기해줬다.

“불의 흔적을 보면 지금이 아닌 꽤 오래전에 누군가가 들렀다 간 것 같습니다.”

“아… 그냥 빈집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와서 한동안 지낸 거 같네.”

심지어 이 집은 산 초입부에 있었다.

지나가다가 발견하기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베아트리체는 풍비박산이 난 집안을 보면서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 이거 좀 심하다냥!”

“여기 네 집이야….”

누가 보면 남의 집인 줄 알겠네.

베아트리체는 배를 잡고 웃다가 간신히 웃음을 멈추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전쟁 터지자마자 엄마랑 아빠가 나를 데리고 도망쳤는데… 계속 여기에 있었으면 큰일 났을지도 모르겠다냥.”

즉, 이 집이 이렇게 된 건 전쟁 도중이라는 이야기였다.

베아트리체는 한껏 웃고는 진정한 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1층은 이미 맨눈으로 봐도 개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2층은?

우리가 2층으로 올라가 보니, 2층은 1층과 계단 양옆으로 방이 나뉘어 있었다.

‘한쪽은 큰 방, 한쪽은 작은 방.’

딱 봐도 큰 쪽은 베아트리체의 부모 방, 작은 쪽은 베아트리체의 방이었다.

그녀가 먼저 들어간 건 작은 방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방에는….

“이야… 여기도 심하다냥.”

베아트리체의 방에는 침대를 제외하고는 뭐 하나 상태를 온전히 유지한 가구가 없었다.

심지어 방에는 꽤 많은 종이가 휘날리고 있었다.

그 종이 중의 하나를 집어 든 비올라가 천천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와… 그림이네요?”

“….”

그림이라고 하면 그림이다.

그런데….

‘뭐랄까… 저걸 그림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상형문자 아닌가?’

그냥 물감으로 막 사람 형상을 그려 놓은 어린아이의 그림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림들이 방에 수십장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레나도 다른 종이를 들어 올려서 그림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내뱉은 감상은 달랐다.

“…우리 국가에서 생산하던 종이입니다.”

“어떻게 알았어?”

“종이 끝부분에 인장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이 종이는 꽤 가격이 나갈 텐데. 이곳에 이렇게 많이 있다니….”

레나의 말에 베아트리체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원래는 훨씬 더 많았다냥. 아마 여기 눌러앉았던 놈들이 태웠겠지.”

“이 종이는 어디에서 구하신 겁니까?”

“내가 묘홍화 팔면 아빠가 꼭 가지고 오셨다냥.”

“아….”

대충 짐작이 갔다.

전쟁 전에는 인간과 마족이 어느 정도 교류하고 있었다.

마족 특성상 화폐가 필요 없으니 물물 교환 형태로 생계를 유지할 물품을 교환해왔을 것이다.

그런데 페르온 국가의 왕이 묘홍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인물이다?

비싼 종이를 이렇게 대량으로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묘홍화가 비싸게 팔렸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레나 말대로 그렇게 비싼데 왜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는 거야?”

어떻게 가지고 왔는지는 의문이 해소됐다. 다만 왜 이렇게 많이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었다.

“그게….”

베아트리체는 지금까지 보여주던 표정 중에서 제일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잠이 없으니까. 아빠가 심심하지 말라고 가지고 왔다냥.”

“아….”

어떻게든 베아트리체를 챙겨주기 위해서 비싸더라도 종이를 최대한 많이 챙겨왔던 것이었다.

아무리 베아트리체가 묘홍화를 직접 캐서 파는 것이라고 해도 생계와 전혀 관련 없는 이 비싼 종이들을 매번 가지고 왔던 것이다.

그만큼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증거였다.

그런 베아트리체는….

‘…종이 너무 낭비한 거 아냐?’

아무리 동정의 마음이 들고 싶어도 이곳에서 비싸다는 종이를 그냥 그림 장난용으로 쓰다니….

아니면 그림을 그리는 동안 실력이라도 늘어나며 모를까… 실력이 늘어난 흔적이 단 1도 없었다.

유치원에서도 아이가 저렇게 그리면 이걸 칭찬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처참한 그림이었다.

심플하게 말해서 모든 그림이 그냥 졸라맨이다.

그나마 특색을 살려서 머리 위에 삼각형 귀나 등에 뼈다귀 날개, 아니면 그냥 1자로 꼬리를 그린 것 정도?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그 그림들의 인물들이 한결같다는 점이었다.

비올라는 그림에 손을 콕 집으며 말했다.

“이거 베아트리체 씨죠!?”

“맞다냥! 역시 너는 그림 보는 눈이 있구나냥!”

“이건 어머니, 아버지군요!”

“맞다냥! 역시 너는 알아보는구나냥!”

그림 보는 눈이 있냐 없느냐를 그런 것으로 판단하니까 네 실력이 늘지 않는 거야….

두 사람은 한껏 떠들며 애들처럼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두 사람을 보던 아르모니아가 내게 말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아르모니아.”

“네.”

“아무리 그래도 그림 실력이… 너무 낮지 않아?”

직설적이지만, 일단 그냥 넘어가기에는 답답해서 못 넘어가겠다.

아르모니아는 내게 말해줬다.

“어쩔 수 없습니다. 재능이 없습니다.”

“아니, 재능이 없다고 해도… 어느 정도 그리다 보면 감이 오지 않을까?”

“카린 브란트루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엥?”

갑자기 왜 카린 이름이 거론되는 거지?

카린이라고 하면 재능에 있어서 딱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마법.

즉, 카린의 마법과 베아트리체의 그림 실력을 비유해서 설명하려는 것 같지만, 거기에는 큰 오류가 있었다.

“에이, 카린은 마법을 아예 못 썼잖아.”

“그건 베아트리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베아트리체는 일단 그림은 그릴 수 있잖아?”

“저건… 그림이라는 표현을 쓸 수 없습니다.”

네가 더 나빠….

그리고 직접적으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기질창에 그림과 관련된 기질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

그래도 마법이랑 다르게 그림은 일단 그릴 수 있어서 시작은 될 줄 알았는데….

그림의 세계도 재능의 세계구나….

베아트리체는 그런 시작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아르모니아.”

“네.”

“일단 킵해놓자.”

“알겠습니다.”

나중에 에넬로 그놈의 그림 재능을 뚫어주마. 기다려라 베아트리체….

아무리 비올라가 상대해준다고 해도 자고 있는 비올라가 그녀를 상대해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혼자 있을 때 즐길만한 취미 생활이 있으면 그만큼 도움이 될 것이다.

‘도움을 받았으면 그만큼 해줘야지.’

오늘 받은 묘홍화만이 아니다.

그동안 베아트리체에게 받은 도움은 생각보다 많았다.

특히 나는 베아트리체 덕을 크게 본 인물이었다.

침몽, 종속, 수면.

수면은 그나마 다른 곳에서 드문드문 발견했지만, 저 침몽과 종속은 베아트리체를 만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을 수 없는 능력이었다.

그만큼 베아트리체라는 인물이 주는 도움은 엄청났다.

그렇게 한창 내가 속으로 생각하는 중에 베아트리체는 비올라와 대화를 마치고 장소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큰 방이었다.

“….”

베아트리체의 표정을 보자마자 자리를 비켜줘야 하나 심히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주변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다들 조용히 베아트리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 방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여기에 없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따로 축객령을 내리지 않고 그저 방을 보면서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빠, 엄마는 나 때문에 무리에서 떨어져 지냈다냥.”

베아트리체가 가족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그녀의 아빠는 묘족이고, 엄마는 서큐버스였다.

서큐버스는 무리를 짓기는 하지만, 소규모로 유랑생활을 하는 종족이었다.

그에 비해서 묘족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서 한곳에 정착해서 사는 토착 종족이었다.

베아트리체의 부모는 베아트리체를 위해서 무리에서 이탈에서 이렇게 따로 지내고 있던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묘족인 아빠 덕분에 묘홍산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받은 것이었다.

그렇게 지내는 중에… 전쟁이 터져서 두 사람이 죽은 것이었다.

문제는 죽었다는 것에만 있지 않았다.

“아빠, 엄마 둘 다… 어디서 죽었는지 모른다냥.”

대륙이 들썩일 정도로 대규모의 전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시신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베아트리체는 공식적으로 마왕 군 2성 장군이다.

그런 2성 장군 친부모의 시신을 못 찾았다면 말 다 한 것이다.

“…나는 평생 아빠 엄마한테 받기만 하고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냥.”

최소한 무덤이라도 만들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남은 사람의 도리니까.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그 도리를 못 지켰다는 사실에 암울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멍하게 방을 바라보던 베아트리체의 앞에 나서는 사람이 있었다.

“…?”

베아트리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의 앞에 선 인물을 바라봤다.

레나였다.

그것도….

“….”

엄청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레나였다.

레나는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어떠한 신음도 내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다 저 때문입니다.”

“엥? 무슨 소리다냥?”

“제가… 제가 그때 전쟁을 막았더라면….”

“….”

교묘한 관계다.

전쟁을 일으킨 건 레나의 책임이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선두에 나선 건 베텔 왕국과 페르온 공국이었지만, 그 전에 먼저 전쟁의 시발점이 된 건 바로, 비올라의 오빠 때문이었다.

애초에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전쟁을 할 생각도 들지 않았을 테니까.

심지어 레나는 공녀의 위치였다.

아무리 공녀라는 위치가 무시 못 할 정도라고 해도 그 거대한 전쟁의 흐름을 막거나 중재할만한 위치는 아니었을 것이다.

애초에 레나가 전쟁에 나간 것도 전쟁 막바지에 모든 장군이 전사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간 것이기도 했고….

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서 중재를 하기로 했다.

“레나, 네 탓이 아닌 건 다들 알고 있어.”

“아닙니다. 저는… 그때….”

레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간신히 떼어냈다.

“공작님의 치료제를… 좀 더 원활히 구할 수 있다는 말에 혹했습니다.”

“….”

모든 생물체는 단순하다.

자신의 이득이 눈앞에 떡하니 놓이는 순간 이성이 욕심에 집어 삼켜진다.

레나의 욕심은 바로 아버지의 병환이었다.

묘홍산에만 자라는 꽃. 그 꽃이 자라는 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묘족, 마왕의 수족이 지배하는 산에서 자라나는 꽃이었다.

전쟁 자체를 반기지 않았지만, 갑자기 일어난 전쟁의 흐름에 레나도 이끌려갈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

레나의 아버지, 공작의 생명을 늘려주던 베아트리체가 그 상처를 감내해야 했던 것이었다.

나는 레나를 절대 비난하지 않았고, 비난할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베아트리체의 존재는커녕 묘홍화를 캐주던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레나였다.

비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어떨까?

“….”

그녀만큼은 레나를 비난해도 아무도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말을 낳은 의도.

베아트리체는 눈을 감고 조용히 침묵하다가 다시 귀에 힘을 넣으며 세우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에는 진짜 화났었다냥.”

당연하게도 부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태평하게 웃었을 리는 없다.

“그런데… 밤새 떠올리고, 떠올리다 보니까 다 부질없다는 것을 느꼈다냥.”

베아트리체의 하루는 우리보다 길다.

그리고 영원히 지속된다.

모두가 고이 자는 밤에 혼자 쓸쓸히 지내다 보니 마음이 차분해질 수밖에 없던 것이었다.

“나는… 친구가 없었다냥.”

서큐버스와 묘족에게 버린 받은 존재.

우리 입장에서 베아트리체는 좀 독특해 보일지 몰라도 묘족과 서큐버스는 그녀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병신… 지나가던 애들이 맨날 그렇게 불렀다냥.”

“….”

심하지만… 어쩔 수 없다. 불쾌한 골짜기, 그건 마족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었다.

같은 인간의 사회라고 다를 건 없다.

갑자기 태어난 애가 머리에 고양이 귀가 달리고, 등에 악마 날개가 달려봐라.

다들 기겁하며 거리를 두려고 할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그림이었다.

베아트리체가 밤새 저런 애들 장난 같은 그림을 그리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었다.

그림에 나오는 인물들은 언제나 가족만 표현되어 있다는 것.

‘…아니 가족이 아닌데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겠네.’

그 수많은 졸라맨을 무슨 수로 구별해….

내가 헛생각을 하는 사이에 베아트리체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언제나 미움받고 지냈다냥. 너희처럼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처음이었다냥.”

“하지만….”

“아니…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는 것도 처음이었다냥.”

이곳에 있는 존재들이 베아트리체에게 고개를 숙이는 건 그녀의 신분 덕분이었다.

만약 신분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다들 나를 싫어할 거다냥.”

“….”

다른 사람들이 침묵하는 사이에 나는 생각했다.

‘그럼 그런 짓을 하지 마….’

2성 달고 이상한 장난치니까 싫어하지….

또 헛생각했지만, 이번에도 들키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베아트리체의 웃음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하지 마라냥. 나도 너에 대해서 알고 나서 그런 거 부질없다는 것을 느꼈다냥.”

“베아트리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흐히히.”

나는 베아트리체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애처럼 보이는데, 생각보다 생각은 깊네.’

그렇게 베아트리체의 용서로 모든 것이 풀릴 수 있었다.

나는 흐뭇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문뜩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베아트리체, 너 부모님 성함이 뭐야?”

“아? 아빠는 오웰이고, 엄마는 비아트릭스다냥. 그런데 그건 왜 묻냐냥?”

나는 베아트리체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앞을 보면서 내만 볼 수 있는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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