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4화 〉 484화 위그드라실 (432)
* * *
한여름이 원했던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
(끄으읏! 하으윽! 하연 씨! 거긴! 안돼요! 하으읏!)
하지만 한여름이 원한 건 이런 것이었다.
(흐흣… 날 혼자 놓고 놀고 있던 벌이에요.)
한여름은 원하지 않고, 원하는 장면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씨발! 왜! 민하연!!!”
거울 속에 신녀복을 입고 있는 민하연은 손혜은의 몸 곳곳을 애무하며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심지어 손혜은은 민하연의 애무를 받으면서 보지로 성수호의 자지도 받아내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자, 잠깐만요! 끄흐으응! 나, 나! 더 하면 미칠 거 같아요! 더는! 하앙!)
(흐흣, 기분 좋게 해줄게요. 자!)
(끄으으으읏!!)
민하연의 교묘한 손놀림으로 손혜은은 성수호의 자지가 꽂힌 채 허리를 들어 올리며 애액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손혜은의 애액은 민하연의 손과 성수호의 하복부를 시원하게 적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크으읏!”
한여름이 누워있는 침대도 적시기 시작했다.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보면서 거울이 질타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야! 네가 민하연 바람피우는 거 싫어한다고 말해서 했는데 이게 뭐야!)
“…시끄러워.”
한여름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봄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민하연이라면 한봄의 사랑을 응원해 줄 테니까.
하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두 여자가 성수호에게 엉겨서 정액받이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이건 시작부터 예상하지도 못했다.
저 민하연이….
(흐흐… 혜은 씨, 기절했네?)
(설마 노린 거야?)
(흥… 노렸냐고? 어떨까?)
신녀복을 침대 위로 끌면서 성수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는 비단이 성수호의 몸에 착 감겨서 한여름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씨발… 민하연… 그러지 마.”
부정이 아니었다.
부탁이었다.
하지만 현실에 있는 한여름도 아닌, 거울 속에서 전혀 들리지 않는 한여름의 부탁.
한여름의 부탁은 민하연의 피부 결에 있는 솜털조차 건드리지 못하고 그저 거울 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성수호의 자지를 물고 있던 손혜은의 보지가 뽁하고 빠지면서 손혜은이 침대 위에 기절한 채 쓰러져 버렸다.
민하연은 고개를 숙여서 성수호의 물건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사정을 마치지 못해서 수그러들지 않은 성수호의 물건.
(성수호… 언제부터야? 언제부터 혜은 씨랑 하고 있었어?)
(그… 어젯밤부터야.)
(…정말?)
(지금 와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잖아.)
성수호는 너무 말도 안 되게 당당했다.
한여름이 아는 민하연이었다면 오히려 저렇게 당당한 모습에 이성을 잃고 다 뒤집어엎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거울 바깥의 민하연은….
(횟수는…?)
(그… 한 10번 했나?)
(많이도 했네.)
화가 났을 것이라는 한여름의 생각과 다르게 무덤덤하리만치 그저 질문을 하고, 감탄을 내뱉는 게 전부였다.
(나는 열 번으로 끝나지 않아. 알지?)
(그… 하연아? 오늘은 좀 피곤한데….)
(흐흥… 좋아. 그 표정이 보고 싶었어. 하지만 용서 못 해.)
그런 의미도 없는 수수께끼 행진을 이어오던 민하연은 성수호의 상체를 올라타더니 마지막 말로 한여름의 심장을 다시 한번 비틀어 쥐어버리기 시작했다.
(누구랑 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그 여자랑 나보다 많이 해서는 안 돼. 비슷해도 안 돼. 한 번이라도 내가 더 많이 해야 해. 알았어?)
“씨발! 민하연!! 도대체 왜!!”
그리고 한여름의 심장을 쥐어짜듯 내뱉는 목소리와 함께….
(자, 잠깐만, 하연아…. 크으읏!)
(아까 혜은 씨한테 싸지 않은 건 칭찬해줄게. 자… 이제 남은 정자는 내 꺼야. 흐으읏!)
민하연이 신녀복을 휘날리며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찌걱, 찌걱!
(하앙! 좋아! 딱 알맞게 젖어 있어! 하으으읏!)
“씨발! 씨발!!!”
그리고 한여름의 손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르같이 찐득하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쾌감이 한여름의 뇌를 절여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쾌감도 잠시였다.
민하연과 성수호의 교접 장면을 거대한 화면으로 상영해주던 거울은 점차 화면을 어둡게 내리깔기 시작했다.
(뭐? 민하연이 바람피우는 걸 싫어해? 씨발… 괜한 짓만 해서 헛수고 했잖아. 돌아가서 잠이나 자야지.)
“씨발 가지 마! 가지 말라고!!”
(자위에 미친 새끼… 혼자 딸이나 잡고 있어라. 거울도 그냥 주머니에 넣는다.)
“안돼!!!”
거울의 마지막 목소리와 함께 거울 너머의 장면은 주머니 속으로 향하더니, 점차 어둠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1/10이 가려졌다. 민하연과 성수호의 교접 장면이 아직 보이고 있었다.
3/10이 가려졌다. 민하연이 성수호의 골반 위로 몸을 내리찍으며 진짜 신녀처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절반이 가려졌다. 문틈과 거리가 생기면서 민하연과 성수호의 모습이 사라지고, 교성만이 들려왔다.
7/10이 어둠에 잠겼다. 찰나에 지나갔던 교성이 점차 희미해졌다.
9/10이 어두에 잠겼다. 새까맣다. 여관에 모든 사람이 들릴 정도로 강렬했던 두 사람의 교성조차 사라져갔다.
그리고….
거울이 어둠에 잠식됐다.
“씨발!!!!”
방 안에는 그저 한여름의 욕설과….
“씨발! 씨발!! 보여달라고! 보여줘!! 보여줘!! 민하연! 민하연!!!!”
그의 거친 손놈림의 소리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하아, 하아, 하아….”
죽는다.
분명 허리를 흔들지도 않았고, 그저 누워서 모든 것을 받아낼 뿐이었다.
하지만….
‘주, 죽겠다.’
내 몸에 있는 정기가 쭉 빨려 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위에서 쓰러진 민하연을 슬쩍 바라봤다.
“흐으으….”
민하연은 확실하게 만족했는지 내 골반 위에서 자지를 꽂은 채 내 품에 안겨서 잠들어버렸다.
‘휴우… 하마터면 입 밖으로 말할 뻔했네.“
아무리 힘들어도 섹스 후에 파트너 옆에서 죽을 맛이라고 말하는 건 눈치가 보였다.
행복해야 할 섹스가 의무적으로 바뀌는 기분이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거리낌 없이 이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죽겠다….”
나는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은 채 민하연을 위에 올려놓고 천장을 쳐다봤다.
보라색으로 물든 방.
이제 이 방을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슬슬 돌아가자.’
[워프를 준비하겠습니다.]
‘응, 준비만 해줘. 일단 마무리는 하고 가자.’
[마무리… 말씀이십니까?]
나는 아르모니아에게 대답하지 않고, 천장에 매달려 있는 채팅창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 살아는 있냐?
“그럼요. 제가 누군데….”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ㅋㅋㅋㅋㅋ 너는 진짜 난 놈이다. 그건 인정해줄게.
게꼬수의 인정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별 감흥도 없을 법한 칭찬이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기본적인 즐거움만 따지면 저 인정은 나름 내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줬기 때문이었다.
이제 결정해야 할 상황이었다.
“게꼬수.”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응?
“딸딸이 보고 싶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드디어 해주는 거냐!!!!!!!!!!!!!!!!!!!!!!!!!!!
분명 채팅인데, 내 고막을 테러하는 기분이 드는 건 착각이겠지.
나는 격한 반응에 허탈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짜 그거 별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보고 싶어 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왜 별것 없어!! 내 인생이야!!!
“인생이라뇨….”
신생(??)이겠지. 신이잖수.
하긴 정확한 정체를 모르니 신인지 반신인지 내가 알 도리는 없지.
반신이면 반은 인간일 테니까.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해줘! 해줘! 해줘! 해줘!!
“와… 채팅창으로 귀가 아픈 느낌은 처음이네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런 거 따질 상황이 아냐! 해줘!!!
게꼬수의 반응을 보니, 이제와서 물러설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물러선다면 분명 한동안 삐져서 대화조차 걸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뭐… 이번에도 그렇고, 그동안 도움 많이 받았으니까 해줄게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도움? 내가 이번에 뭘 도와줬지?”
“….”
게꼬수는 민하연이 거울에 갇혔을 때, 벌금을 각오하고 내게 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회귀 전이다.
‘시원섭섭하네.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침묵하며 흐뭇하게 웃자, 게꼬수가 또 시끄럽게 채팅창을 혼자 도배하기 시작했다.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하긴… 내가 존재만으로도 축복과 같은 존재이긴 하지….
“….”
자뻑이 심해지고 있다. 일단 빨리 정리하자.
“일단 지금 당장은 안 돼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왜!!! 지금이 적기잖아!!!
“적기라뇨…. 저 지금 꼬무룩한 거 안보이세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그, 그냥 세우면 되잖아! 너 능력자잖아!
“그런 능력 필요 없거든요….”
꼬추 세우는 능력이라니….
능력으로 있는 순간 내가 발기 부전이라는 의미인데… 그런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도 오늘은 더 이상 힘들어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하, 하긴… 그 정도 했으면 지칠만하지.
“마침 휴식도 필요하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세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마, 마음의 준비!? 나도 준비할게! 나는 뭐하면 될까!?
“….”
무슨 첫날밤 보내는 신혼부부도 아니고….
“그냥 잠시 채널 좀 끄고 쉬었다가 올게요.”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올 거지!? 올 거지!? 그대로 가는 거 아니지!? 흐흐흐흐흐….
“….”
저기요? 무섭거든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마세요. 딸딸이가 뭐 대단한 거라고….”
└게이 같은 꼬추의 수호자: 기, 기대 안 해! 너, 너도 부담 느끼지 말고!
나는 게꼬수의 마지막 채팅을 본 뒤 채널을 종료시켰다.
그리고 멍하니 천장을 쳐다봤다.
‘도대체 내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지?’
[….]
나도 딸딸이 만만치 않게 쳐서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게꼬수랑 이야기하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뭐… 혼미한 건 혼미한 거고….
‘자, 정리됐으니까. 가볼까?’
[한여름에게는 좀 더 주의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아르모니아가 말하는 한여름은 거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3층에 가기 전에 이렇게 한번 휴식 타임을 갖는 이유가 바로 거울 때문이었다.
3층에 가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함선으로 복귀할 타이밍을 놓칠 것을 염려해서였다.
하지만 거울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잘 할 거야. 쌍둥이 거울은 이미 내가 가지고 있고, 혹시 몰라서 도시 곳곳에 소우타랑 최면에 걸린 혼령들이 경계를 서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한여름이 거울을 빠져나올 정상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쌍둥이 거울과 던전을 빠져나가는 것.
그리고 남은 비정상적인 방법은… 바로 죽음이었다.
하지만….
‘그 거울 녀석… 아무리 기분 나빠도 죽을 생각은 못 할 거야. 어차피 자리를 비워도 짧은 시간만 흐르니까 그때까지는 문제도 없을 거고.’
[알겠습니다. 그럼 워프를 가동하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말과 함께 내 시야가 무지갯빛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
..
함선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바로 스킬을 체크했다.
그 결과….
“다행히 빙의술사 스킬은 함선에 와도 유지되네.”
영혼 소환술, 영혼 교감, 빙의술.
전부 그대로 기질창에 포함이 되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르모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번처럼 회귀로 지워지지 않는 이상, 이 스킬들은 외부에서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 여기는 함선이니까 의미 없고, 다른 지역에 가면 바로 써보자.”
그리고 빙의술사 스킬만큼 중요한 게 있었다.
“최면술….”
일단 소우타를 빙의함으로써 그 녀석의 능력을 배울 기본적인 조건을 갖출 수 있었다.
문제는….
“배우는 데에 50만 에넬이 들어갑니다.”
“허어….”
전설 스킬처럼 천만 에넬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최면술도 연금술처럼 특수 스킬에 포함되어 있어서 배우는 것도 엄청난 에넬을 소모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배워야 하는 게 그냥 스킬 하나가 아니었다.
최면 세뇌, 정신 조작, 기억 조작.
총 세 개의 스킬을 다 배워야지 완벽하게 쓸 수 있었다.
즉 최면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최소한 150만 에넬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었다.
지금 내가 가진 에넬은 총 120만.
그리고….
“이번에 조디악에서 보내준 에넬은 총 40만 에넬입니다.”
“160만… 배우는 건 가능한데….”
배우는 순간 에넬이 꼴랑 10만이 남게 된다.
아무리 아끼면 똥이 된다고 하지만… 낭비하듯이 쓰는 것도 또 불안했다.
내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아르모니아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단기 임무를 맡아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단기 임무?”
나는 지금까지 장기 임무에 치중하고 있었다.
장기 임무가 완료할 때 들어오는 보수가 어마어마한 점과 더불어서 계속 지급해주는 에넬도 있었기 때문에 안전과 안정을 위해서 지금까지 장기 임무만 맡아왔다.
하지만 지금 사정이 달라졌다.
“수호 님께서도 이제 나름 실력을 갖추셨습니다. 단기 임무에 한 번 도전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됩니다.”
“좋아. 해보자.”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조만간 리스트를 확인한 후에 적합한 임무가 있으면 바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럼 일단….”
나는 기질창을 바라보며 외쳤다.
“배우자!”
“알겠습니다.”
아르모니아의 대답과 함께 내 기질창에 세 개의 스킬이 나타났다.
[최면 세뇌 LV 1], [영혼 조작 LV 1], [기억 조작 LV 1]
“흐흐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킬을 손에 넣었다.”
지금 당장 사용할 곳은 없으니, 나중에 다른 지역에 가면 바로 사용해봐야겠다.
나는 그렇게 결정한 뒤 기질창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 눈에 띄게 올라간 스킬들은….
“마법력이랑 뇌속성뿐이네.”
마법력은 13으로 올라가 있었고, 뇌속성은 12로 올라가 있었다.
이번에는 뇌속성 마법을 미친 듯이 써서 그런지 슈트라 때보다 좀 더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실전이나 훈련으로 올리는 건 효율이 좋지 않네.”
“저것도 충분히 대단한 것입니다. 다만 에넬이 너무 극적인 효과를 내는 것뿐입니다.”
“하긴….”
아르모니아의 말이 맞았다.
그냥 에넬이 사기였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정리하고 나서 나를 아르모니아를 응시하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아르모니아, 준비됐어?”
내 의미심장한 말에 아르모니아는….
“수호 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부분을 준비해놨습니다. 목적지는 이틀 후에 도착할 것입니다.”
“좋아….”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레나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 정말 기대되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