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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여자를 빼앗는 방법-477화 (478/898)

〈 477화 〉 477화 위그드라실 (4­25)

* * *

나는 한여름에게 손을 뻗으며 물었다.

“괜찮냐?”

“아… 아아….”

한여름은 내 손을 잡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저 뇌가 맛이 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보는 게 아닌, 내 얼굴에 있는 무언가를 보듯이….

‘흐흐흐. 일단 스킬은 잘 안착했나 보네.’

그리고 무엇보다 한여름이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건 직업 상태창 말고 하나 더 있을 것이다.

‘두 번이나 죽으니 정신을 못 차리겠지?’

한여름이 처음 추락할 때만 해도 나는 워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바닥에 추락하고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 가호인, 한여름의 죽음 알람이 전혀 뜨지 않고 있었다.

‘두 번 죽어야 하는 데다가 스킬까지 그대로 계승…. 이제 거의 끝이지.’

한여름은 자살조차 쉽게 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긴… 나랑 하연이 전설 스킬도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경고가 떴으니까.’

나는 눈에 초점이 없는 한여름을 향해 손을 좀 더 길게 뻗으며 말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설마 내가 억지로 데리고 왔다고 정신 나간 거야?”

“그… 그… 어….”

한여름이 그렇게 혼이 나가 있는 사이에….

=====

경고!

비정상적인 루트로….

영혼 소환술, 영혼 교류, 빙의술.

세 가지 스킬이 삭제되었습니다!

=====

이번에도 경고창이 뜨면서 내 스킬을 삭제해버렸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에도 한여름은….

“왜… 어, 어째서….”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릴 뿐이었다.

한여름은 결국 내 손을 잡지 않고 혼자 정신 나간 인간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씨발… 왜… 왜 이렇게….”

“야! 한여름! 언제까지 이럴 거야! 빨리 일어나!”

한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한여름은 결국 한봄에 의해서 간신히 일어난 뒤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아가는 모습이 영 시원찮았다.

한봄이 주축으로 되어서 삼인방과 함께 한여름을 에워싸고 그를 데리고 가기 시작했다.

“수호야, 할 말 있어.”

그리고 민하연은 이번 회차에서도 내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며 뒤에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번 회차에 내가 데리고 온 인물은 전 회차와 똑같이 민하연이었다.

나는 민하연의 설명을 들으며 선두에서 한여름을 끌고 가는 한봄을 따라갔다.

그렇게 따라가는 중에 마을에 도착했고, 거기에 있던 혼령들은 회귀 전에 우리를 만났을 때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 산 사람이야!”

“우리를 살려줘!”

“어디로 들어온 거야!? 우리도 알려줘!”

그렇게 귀찮게 하는 혼령들을 향해….

“방해돼.”

나는 즉시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사용해버렸다.

“끄어어어!”

그 순간 영혼들이 초록빛에 두려움을 느끼며 전부 고꾸라졌고….

“끄아아아아아!! 그, 그만!!”

한여름도 똑같이 그들처럼 주저앉으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묘지기의 성으로 향한 뒤, 묘지기를 만나고, 성에 있는 객실을 받는 것까지….

전반적으로 전에 있던 회차와 동일하게 진행되었다.

단 한 가지만 빼고….

“레이저 빔!”

“그, 그만해!! 그만하라고!! 제발!!”

나는 한여름에게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들이밀면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알았어. 그만할게.”

“하아, 하아, 하아….”

“눈뽕!”

“이 씨발!!! 끄아아악!!”

한여름은 내가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사용할 때마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눈물 콧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런 한여름의 비명의 원인인 나를 멈춘 건 다름 아닌 한봄이었다.

“아저씨… 그, 그만하면 안 될까요…?”

오빠 혐오가 있는 한봄에게는 가족애가 존재했다.

한봄에게 한여름은 당장 밖에 버리고 싶은 쓰레기였지만, 쉽사리 쓰레기봉투에 넣지 못하는 그런 존재였다.

가족은 가족이니까….

나는 한봄의 안쓰러운 표정에 미안함을 느끼며,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미안, 그동안 당했던 일을 좀 보복하고 싶어서….”

“히히… 하긴 저 녀석이 어지간히 말을 안 들었으니까. 괜찮아요.”

“씨, 씨발… 내가 왜 이런 취급을….”

한여름은 눈물, 콧물,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에 철퍼덕 누워버렸다.

나는 그런 한여름에게 이미 알고 있는 일에 대해서 심문하기 시작했다.

“너는 왜 내 아이템에 영향을 받는 거냐?”

“모… 몰라….”

한여름은 내 눈을 회피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사실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들이밀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전부 끄집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회귀 사실을 최대한 숨기게 해주면서 진행하는 게 최고지.’

그래야 한여름이 과감한 행동을 더 거침없이 할 테니까.

결국 한여름은 끝까지 자신이 왜 케르베로스의 안구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한봄과 민하연이 자신이 생각한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혹시 좀비한테 물린 거 아닐까?”

“아니면 그때 뭐 이상한 거 집어 먹어서 그런 걸지도….”

“내,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한봄과 민하연의 억측에 한여름은 발끈하며 일어선 뒤 방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왜 나한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큭!”

한여름은 내 객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겉으로는 두 여자에게 삐친 것처럼 보였지만….

‘그냥 케르베로스의 안구 피하고 싶어서 도망친 거 같은데?’

나가는 마지막까지 내 눈치를 본 것을 보니… 그냥 무서워서 나간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여름이 떠나고 나서 민하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한여름이 저러는 이유가….”

민하연은 회귀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나와 민하연은 한여름을 그저 얼간이 취급하며 비웃었지만, 이 중에서 유일하게 쉽사리 미소를 짓지 못하는 존재가 있었다.

“하아… 병신….”

한봄은 팔짱을 낀 채 한여름이 뛰쳐나가고 이미 사라진 그의 자리를 한없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회귀 내내 한봄은 나와 수없이 살을 섞어 왔다.

그리고 그렇게 살을 섞으며 그녀가 했던 말들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대부분 한여름을 버리지 말아 달라는 말이었다.

언뜻 보면 내 성욕을 자극하는 언어적 유희로 사용해온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이 담겨있기도 한 것이었다.

나라면 분명 한여름을 어떤 식으로든 살려서 마지막까지 데리고 가줄 것이라는 믿음을 표출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여름의 얼간이 짓이 도를 넘으니 그녀도 걱정이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한여름을 버릴까 봐….

한봄은 한숨을 쉬면서 나와 민하연에게 사과했다.

“아저씨, 언니… 미안해….”

“봄아,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맞아.”

나와 민하연은 한봄에게 다가가서 그녀를 쓰다듬으며 위로해줬다.

나는 특히 한봄의 포니테일을 크게 훑으며 웃어줬다.

“한여름 데리고 가는 건 걱정하지 마. 내가 어떻게든 끝까지 데리고 갈 테니까.”

“아저씨….”

한봄이 미소를 지었고, 그런 미소를 짓는 한봄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럼 데리고 가야지. 나중에 봄이, 네 애 낳으면 육아는 한여름 몫이니까.’

[….]

그때까지 한여름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 내가 이뤄내야 할 숙제였다.

그렇게 나와 한봄의 분위기가 풀어지자마자 민하연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회귀할 때마다 우리 여기서 하는 거 있었어.”

“뭔데?”

한봄의 의문에 민하연은 나를 보며 씩 웃었다.

“뭐겠어?”

“흐응~”

민하연과 한봄이 요염한 포즈를 취한 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르모니아… 일단 노예는 보류다. 일단 이번 회차 안에는 3층에 올라가자….’

[….]

한여름을 어떻게든 살려서라도 다음 회차로 이끌어가야 할 목표가 생겨버렸다.

“수호야….”

“아저씨….”

“….”

그렇게 나는 다시 두 여자의 품에 안겼다.

..

..

섹스는 옳다.

그건 비올라를 통해 처음으로 배웠던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그 경험으로 딸딸이 따위는 평생 상종하지 않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첫 섹스 이후에 단 한 번도 딸딸이를 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하아, 하아, 하아… 수호야. 역시 넌 최고야.”

“후우… 후우… 후우….”

그 딸딸이가 조금 그리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민하연이 고작 대딸로 만족할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하지 않는 것뿐이다.

민하연은 내 골반 위에서 내 자지를 보지 안에 넣은 채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연이 입장에서는 나는 계속 1회차인 거 아냐? 하아… 슬슬 타이밍 봐서 다음 층으로 올라간 다음에 복귀하자….’

민하연은 내 정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만약 내가 여기서 지친 모습을 보여줬다가는 자칫 나도 기억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뽀록날 수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기진맥진한 상태임에도 흐뭇하게 웃으며 침실 방문을 바라봤다.

방문은 살짝 열린 채 아무도 없었다.

‘한여름… 진짜 병이네.’

한여름은 아까까지 또 3P를 관음하다가 어느샌가 사라졌다.

관음과 관련된 스킬을 얻었는지 어느새 어느 타이밍에 끝낼지 대충 알게 된 모양이었다.

나는 그렇게 사라진 한여름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할까.’

케르베로스의 안구를 사용한다면 억지로 3층으로 끌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가호였다.

나는 민하연과 한봄을 양쪽에 끌어안고 잔 뒤, 다음 날 삼인방을 소집했다.

내가 삼인방을 소집한 이유는 심플했다.

“가호는 정하셨어요?”

“그게…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박선희의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쉽지 않은 문제죠. 제가 조언 하나 해드려도 될까요?”

“조언이요?”

“세 분이 근처에 있을 때, 효율이 늘어나는 가호가 어떨까요?”

삼인방은 0층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다.

그만큼 마음이 잘 맞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손혜은과 박진희는 조만간 전설 직업도 얻게 될 것이다.

가호를 정할 때 소비되는 포인트는 그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만약 두 사람이 전설 직업을 얻기 전에 효율을 증대하는 가호를 얻는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었다.

그런데 의외인 점은 세 사람이 이미 그 가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저희가 진짜 친하긴 한가 봐요. 그 가호가 추천에 뜨길래… 사실 해보긴 했는데.”

“…?”

“포, 포인트가 많이 들더라고요.”

가호는 일단 정식으로 정하기 전에 포인트 수치를 미리 볼 수 있다.

삼인방은 두 사람 이상 모일 때, 모든 능력이 오르는 가호를 채택해서 적어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두 명이 같이 있으면 10%, 세 명이 같이 있으면 15% 오르는 가호를 적었는데… 한 명당 50만 포인트씩 필요하더라고요.”

늘어나는 능력치에 비해서 소비되는 포인트가 어마어마했다.

사실 평범하게 1층을 클리어했다면 저런 가호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였다.

대부분 소환사는 1층 클리어를 해도 10만 포인트 이상을 모으기는커녕 스킬 레벨 10도 못 찍을 테니까….

하지만 삼인방은 마음만 먹으로 저 가호를 적어서 낼 수 있을 것이다.

1층 보스전을 클리어한 보상으로 50만 포인트를 얻어냈으니까.

하지만 가호를 정하는 순간, 순식간에 거지가 된다.

‘거기다 지금 스킬 레벨도 올리지 않은 상황이니까…’

저렇게 가호를 정했다가는 3층에서 개 털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 사람이 정한 가호의 맹점을 발견했다.

“그럼 모든 능력이 아니라, 스킬 효율만 올린다고 해보세요.”

“효율이요? 그런데 그것만 올려서는….”

“해보세요. 이번에도 50만 포인트에 맞춰보세요.”

“네.”

세 사람은 군말 없이 가호를 적어보면서 가호에 소비되는 포인트를 측정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두 명이 같이 있으면 30% 증가, 세 명이 같이 있으면 50% 증가로 해서 각자 50만씩 든다고 나왔어요.”

예상대로였다.

전설 스킬을 얻기 전이라 저런 가호가 가능한 것이다.

저 상태로 전설 직업을 얻는다면….

“좋아요. 손 주세요.”

“그….”

“빨리 주세요.”

나는 삼인방에게 각자 50만 포인트를 주고는 말했다.

“지금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어요. 일단 제가 준 포인트로 지금 가지고 있는 스킬 레벨을 전부 10까지 찍으세요.”

“그, 그래도 이렇게나 많이….”

“부담 갖지 마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세 분을 동료로 믿기로 했어요.”

“후우… 감사합니다.”

삼인방은 고마움을 표하며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나는 그중에서 눈에 띄는 여자를 발견하고 그녀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혜은 씨, 잠깐 따로 이야기 가능할까요?”

“…? 네.”

나는 손혜은을 데리고 박선희와 박진희의 귀가 닿지 않는 곳으로 데리고 간 뒤 입을 열었다.

“들었어요. 하연이한테.”

“…무슨 말을요?”

“하연이가 혜은 씨한테 말실수했는데,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고요….”

“하, 하연 씨가요? 설마요… 오히려 제가 사과를 해야 해요.”

손혜은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쉬면서 내게 말했다.

“1층에서 마지막 보스 때… 하연 씨를 데리고 가긴 했지만, 저도 무서워서 도망친 거나 마찬가지예요.”

1층 보스전에서 나는 케르베로스를 유인하고, 나머지 모든 멤버를 출구로 보내버렸다.

애초에 내가 나가라고 했으니 도망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는 없었지만, 당시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희생하고 죽을 각오를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수호 씨한테… 하연 씨한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인 건 오히려 저예요.”

“….”

생각해보면 저번 회차에 나를 찾아오지 않은 건 손혜은이 유일했다.

저런 복잡한 심경을 가진 채 나를 찾아오기가 오히려 꺼려진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손혜은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제가 3층 가기 전에 어떻게든 자리를 마련할게요. 하연이랑 셋이서 꼭 같이 이야기해 봐요.”

“아! 저야 좋죠.”

나는 해맑게 웃는 손혜은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해맑게 미소를 짓던 손혜은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하아….”

“왜 그러세요?”

내가 의문을 가지며 묻자, 손혜은이 한숨을 쉬면서 내게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기… 한여름 씨가 찾아와서요.”

“갑자기요?”

“어제부터 찾아와서 계속 달라붙는데. 왜 저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싫다고 해도 계속 달라붙는데….”

하는 그런 손혜은의 모습을 본 뒤, 손혜은의 눈빛이 향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수풀 안에 있던 누군가가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서 숨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한여름… 3층 가기 전에 최고의 추억을 하나 만들어주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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