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1화 〉 471화 위그드라실 (419)
* * *
나는 방문을 열고 문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바쁜데, 무슨 일이야?”
그리고 내 시선에 걸린 한여름은 눈에 핏대를 세우며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너… 이 개새끼가….”
화가 좀 많이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게 화가 난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너 때문에 끊겨서 짜증나는구만.”
민하연과 한창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방해받은 탓에 나도 물잔에 물이 차올라서 넘실거리듯 짜증이 흘러넘치는 상황이었다.
민하연의 달아오른 오르가슴은 내가 만족시켜줬지만, 내 고환에 꽉 찬 정액은 그대로였다.
사정 직전 정액을 사정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짜증 나는 행위인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나는 지금 알몸 상태였다.
남자 새끼에게 알몸을 보여줄 생각이 없던 나는 일단 민하연을 절정 시킨 다음 살짝 문만 열어서 고개만 내밀고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짜증과 불편함이 계속 중첩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여름은 내 말을 듣고, 더 빡친 표정을 지으며 똥 마려운 개마냥 부들대기 시작했다.
“이… 이… 개….”
한여름이 민하연을 찾아온 이유.
어제 나를 찾아온 이유.
이미 알고 있었다.
‘회차를 넘어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정보를 알아내고 싶었던 거겠지.’
[이대로는 무작정 회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민이었다.
좀 더 시간을 끌면서 약 올리고 싶었지만, 아르모니아의 말대로 한여름의 NTR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보였다.
회차를 거듭하다 보면 저 NTR 인내심의 임계점이 더 높아지겠지만, 그건 회차를 계속 거쳤을 때의 이야기였다.
아직 모자랐다.
내가 원하는 임계점은 분노가 아닌 찌질함이었다.
나는 일단 짜증을 감추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아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어제 일에 대해서 듣고 싶어 하는 거 같던데….”
“닥쳐… 너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한여름의 모습이 확실히 달라졌다.
전에는 큰 소리로 빽빽 소리칠 것 같은 상황임에도 한여름은 새빨간 이마와 혈관이 도드라진 눈동자로 참아내고 있었다.
이성이 그를 막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성욕이 그를 막고 있는 건지는… 한여름, 자신만 알 것이다.
어느 쪽이든 나한테 좋았다.
“알고 싶어 하는 거 같던데… 나도 어제 일을 전부 알려주고 싶어. 너도 우리 동료니까.”
“동… 료…?”
내가 내뱉은 문장만 보면 감동에 차오를 것 같은 대사였지만, 한여름의 눈과 표정은 감동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감동스러워서 흘러넘친 건가?
그렇게 속으로 비아냥거리는 순간이었다.
츄릅!
“크허읏!”
“뭐, 뭐야?”
한여름은 내 놀란 표정을 보면서 덩달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츄읍… 할짝….
나는 예상치 못했던 감각에 허리에 바싹 힘을 주기 시작했다.
방금 민하연의 보지에서 빼낸 내 자지는… 다시 그녀의 입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츄릅, 츄르릅….
어제 밤새도록 전투 같은 섹스를 벌였던 민하연은 아까 사정을 하지 못했던 내 자지를 위로해주듯 빨기 시작했다.
한여름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나는 잠시 흐트러졌던 표정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나도 말해주고 싶어. 하지만 너도 지금 상황… 대충 알지?”
“사… 상황?”
“그래. 다들 너한테… 크읏…. 불만이 있단 말이야.”
쮸릅. 츄으읍. 츄르르릅.
민하연의 펠라 테크닉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미 주도권을 민하연에게 잡힌 나로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정할 것이 분명했다.
빨리 이야기를 진행했다.
“크으… 너는 매번 너 좋을 대로 행동했잖아. 불만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지.”
“씨발… 네가 뭐라고 나한테 훈계를….”
“너 평생 여자들한테 무시당하면서… 크읏… 살고 싶냐?”
“….”
나는 노비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노비스라는 직업이 얼마나 하찮은지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포인트를 벌어도 한여름의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을 보면 대충 감이 잡혔다.
만약 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여자들 사이에서 한여름의 입지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입지가 줄기 전에 진작에 버림받았을 것이다.
1층에서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삼인방은 분명 한여름을 버렸을 것이다.
나는 한여름을 위로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단 한번 동료가 된 녀석은 버리지 않으니까… 크읏…. 다음부터는 좀 잘해봐.”
“동료….”
분노와 증오가 담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내가 배려를 하는 척하는 모습에 더 빡친 모양이었다.
한여름은 입에 욕을 담으려다가 부들거리는 손을 축 늘이며 간신히 진정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그래도 어제 있었던 일을 알려줘. 그럼 나도 동료로서….”
“그… 크읏… 자, 잠깐! 크으읏!”
“…너 이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싼다!”
쥬릅, 츄릅, 츄으으읍!
한여름은 내 당황함을 느끼며 방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인지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나는 민하연의 입 안으로 한껏 사정하면서 문을 쾅 닫고, 한여름을 향해 외쳤다.
“어제 일은 그냥 포기해! 다음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참여하라고! 크으으읏!”
(문 열어! 개새끼야!! 민하연! 뭐 하는 거야! 너 뭐 하는 거냐고!!)
쾅! 쾅! 쾅! 쾅쾅쾅!!
한여름은 한동안 문 건너편에서 문을 부술 듯이 때리며 욕설을 내뱉더니, 내가 사정을 마칠 때쯤 목소리가 사라졌다.
돌아갔는지 아니면 아직도 방문 너머에 있는지 알 바 아니었다.
하지만 슬슬 마무리해야 했다.
‘슬슬 회귀할 타이밍이니까.’
나는 내 눈앞에 신녀복을 입은 채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보는 민하연을 내려다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후우… 진짜 쩔었어. 하연아.”
“흐에에….”
민하연이 실웃음을 내며 내 앞에서 입을 벌려서 내게 입속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민하연의 입속에서 넘실거리는 정액은 단 한 방울도 목구멍으로 넣지 않고 내게 전부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나를 올려다보는 민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삼켜도 돼.”
“흐읍….”
민하연은 힘겹게 정액을 목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의 체액이라고 해도 정액은 점성 때문에 가볍게 목구멍으로 넘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정액을 삼키는 민하연을 보면서 밤새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신녀복으로 나를 올라탄 민하연은 거침없이 내게 봉사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성욕 따위는 던져 버리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봉사해줬다.
심지어 민하연은 내 기분을 좋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후까시까지 해주려고 벼르고 있었다.
나는 민하연에게 그런 행위를 시키고 싶지 않아서 막았지만, 민하연은 언제라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내게 포부를 밝혀 왔다.
대한민국의 양궁 국가 대표로 지낸 여자가….
“하으… 수호야… 네 정액 정말 맛있어.”
어느새 내 전속 노예가 되어 있었다.
“하연아.”
“응? 또 뭐 해줄까? 이번에는 파이즈리 해줄까?”
하지만 나는 민하연을 진짜 노예 취급할 생각이 없었다.
“하연아. 나는 그냥 너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까 너무 다급하게 생각하지 마.”
“수호야….”
민하연은 내 말을 듣고는 감동에 찬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역효과인가?’
[….]
민하연이 나를 따른다면 그만큼 더 잘해주면 그만이다.
나는 민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연아, 배고프지 않아? 일단 밥 먹자.”
“응! 그래!”
민하연은 벌떡 일어나서는 나풀거리는 신녀복을 휘날리며 식탁으로 가서는 인벤토리에서 음식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준비와 조리를 하기에 내가 도우려고 다가가자….
“아냐! 너는 오지 마! 내가 다 준비할 테니까 씻고 있어.”
“아냐. 같이 먹는 건데, 같이 준비를 해야….”
“아냐! 아냐! 식탁으로 한 걸음이라도 오기만 해봐! 혼나!”
“하하… 알았어.”
나는 민하연의 호통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욕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욕실로 향하면서 민하연에게 한마디 했다.
“하연아, 이왕이면 평소에는 평상복 입어줘.”
“아… 이거 별로야?”
민하연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나풀거리는 신녀복을 내 앞에서 뽐내기 시작했다.
쑥스럽다고 말한 것치고는 한번 적응하니 내 앞에서는 입는 것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았다.
“설마… 내가 그 복장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런데 너무 익숙해지면 뭐랄까… 아깝잖아.”
“오호… 알았어!”
민하연은 상큼한 목소리를 내며 바로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내가 그녀의 옷을 갈아입게 한 건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회귀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까 미리 준비시켜놔야지.’
[현명합니다.]
저 복장을 하고 있을 때, 회귀하면 갈아입히는 것도 일이 되어버린다.
이번 회차에서 한봄을 놓고 가는 건 괜찮지만, 민하연만큼은 무조건 데리고 가야 했다.
신경 쓸 부분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역시 저런 복장은 이벤트용으로 써먹어야지. 흐흐흐….’
[….]
대한민국의 상위 1%의 미녀,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고 자신할 수 있는 양궁 실력을 갖춘 여자.
그런 여자가 코스프레까지 해준다?
나는 그런 민하연의 신녀복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간이 입어주는 게 최고였다.
나는 샤워실에 들어가서 물을 틀고 몸을 씻으며 떠올렸다.
‘포인트가 전부 거덜 났네.’
지금 내가 가진 포인트는 0이었다.
이유는 바로 민하연에게 전부 건네줬기 때문이었다.
50만 포인트를 가지고 있던 민하연에게 150만 포인트를 줘서 일단 소환 의식의 스킬을 2로 올릴 수 있었다.
회귀하더라도 스킬을 가지고 갈 수 있을 테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어차피 회귀하면 포인트도 날아가니까 아낄 이유도 없었다.
‘계획은 다 세워놨다. 여름아… 이제 회귀해도 괜찮아!’
그렇게 속으로 흥얼거리며 샤워를 마치고, 복장을 다시 입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개 구린 알람 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 알람 창이 떠올랐다.
삐용~삐용~삐용~
타겟(한여름)이 사망했습니다!
..
..
안개가 자욱한 주변이 시야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내 주변에 있던 한 여자가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민하연이었다.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시무룩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처음으로 2층에 올라왔을 때, 도착한 장소였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그저 안개가 자욱한 숲.
한봄과 삼인방은 처음 2층에 올라왔을 때의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불안한 눈빛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회귀에 휩쓸린 것처럼 행동해야 하는 나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르는 척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내 눈에는….
“….”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한여름이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죽일 듯이 노려볼 뿐, 나에게 죽이려고 덤비지는 않았다.
오로지 적대감뿐이었다.
‘좋아…. 참을성이 더 높아졌네.’
한여름은 완전히 변했다.
0층에서의 한여름과 1층에서의 한여름이 완전히 달랐고.
1층에서의 한여름과 2층에서의 한여름도 완전히 달라졌다.
한여름은 착실하게 NTR 내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한여름의 상태를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일단 가보자. 2층이 저희만 올 수 있는 장소라면 분명 도움이 되는 게 있을 거예요.”
주변을 불안하게 바라보던 한봄과 삼인방은 내 말을 듣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흥.”
그에 비해서 한여름은 내 말에 콧방귀를 끼며 앞장서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런 한여름의 모습에 한봄이 놀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야, 한여름! 혼자 어디가!”
“내가 앞장설 거야. 따라오기나 해.”
“그게 무슨….”
한봄의 외침에도 그는 길을 전부 꿰고 있다는 듯이 앞장서서 나서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한여름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고는 민하연에게 말했다.
“하연아. 가자.”
“…응.”
민하연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에 서서 앞으로 나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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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비정상적인 루트로 획득한 스킬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신은 권한이 필요한 스킬을 권한 없이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은 위그드라실의 등반에 형평성을 깨뜨리는 행위로….
…
…
위그드라실의 직권으로 소환사(성수호)의 스킬을 임의로 재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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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 앞에 이상한 경고 창이 뜨는 것과 동시에 내 옆에 있던 민하연의 표정을 바라봤다.
민하연도 나와 마찬가지로 놀랐는지, 동공을 크게 확대하면서 정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마지막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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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소환술, 영혼 교류, 빙의술.
세 가지 스킬이 삭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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